나무호텔
Gwangjin-gu, Seoul • Hotel

“집을 담다” - 나무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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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휴가를 즐긴다는 말인 ‘호캉스’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단어이며, 코로나 이후 급성장한 트렌드가 되었다. 덕분에 호텔의 진입장벽은 낮아졌고, 수준 높은 공간이 속속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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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머물다 가는 모텔과 달리, 호텔은 집 다음으로 장시간 머무는 장소다. 때문에 호텔은 충분히 편안한 공간을 집에서 느끼는 수준만큼 제공해주어야 하고, 이는 곧 건축에서 호텔이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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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호텔은 똑같은 방을 일렬로 나열해 기숙사와 다를 바 없는 공간 경험을 준다. 여기에 룸서비스를 들이밀며 자신들의 공간이 모텔과 다르다며 가스라이팅 하지만, 그런 공간은 애초에 호캉스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 우리를 피곤하게 만든다. 변함없는 공간 구성이 어딘가 속박되어있는 느낌을 주니, 공간의 경험이 편안할 리 없다. 비싼 돈을 지불하며 쉬러 왔지만, 이상하게 집이 그리워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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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나무 호텔’은 비록 호캉스의 꽃인 조식 서비스가 없지만, 공간의 경험은 호캉스에 걸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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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한강과 그리 멀지 않은 광진구 광나루역 근처에 있다. 한강과 롯데타워가 보이는 좋은 위치에 있음에도, 난잡한 간판과 높은 건물이 경관을 해친다. 그래서 경치는 안타깝게도 애물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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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이곳은 도시의 경관을 내부에서 최대한 가렸다. 정돈되지 않은 도시의 배경을 보여주지 않는 야외 공간은 오롯이 쉼에 집중할 수 있고, 그곳에 심어진 나무와 걸리는 선 하나 없이 깨끗한 푸른 하늘은 자연의 가장 기본 요소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도 도로에 면하지 않았고 이면 도로에서 진입할 수 있게 했으니, 더욱 외부와 경험을 차단하려 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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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객실이 복도형 아파트처럼 늘어져 있는 일반적인 호텔과 다르게, 이곳은 각기 다른 공간감을 가진 객실이 각 층에 배치되어있다. 그래서 각 층의 복도는 동일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혀 다른 공간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객실을 고르는 재미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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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필자가 머문 ‘The Circle’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형 계단이 공간의 포인트다.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된 실은 각 층에 야외 공간이 마련되어있어, 7층 높이의 건물 안에서 주택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호텔이 집을 담아낸 거다.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집이 생각나지 않은 하룻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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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정말 도심지에 있어, 바쁜 현대인들이 부담 없이 찾기 좋은 장소다. 여러분들도 제대로 된 호캉스를 나무호텔에서 경험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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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모노건축사사무소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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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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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아차산로76가길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