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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방요

Ulju-gun, Ulsan •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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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내어 깨달음을 얻다.” - 왕방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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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을 비우다.’
도자기는 진흙을 빚어 높은 온도에 구워낸 그릇이다. 전통 장작 가마에 소나무를 넣고 불을 때면, 도자기 색은 짙어지고 오묘해지며 질감은 독특해진다. 잔을 잡으며 느끼는 촉감과 물에 비치는 도자기의 색감은 가스 가마로 구워낸 기성 제품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특징이다.

찻잔에 차를 채우고 마심으로써 전통 가마에서 탄생한 잔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지만, 결국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건 본질적으로 도자기 속이 비어있으므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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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비우다.’
빈 그릇에 차를 달여 마시는 행위인 다도는 물을 붓고 따르고 마시며 비움을 반복한다. 물을 끓이고 찻잎을 달여 마시기 위해 거치는 다도 단계를 통해 몸과 마음을 비워내어 몸속을 따뜻함으로 채울 준비를 한다. 처음 우려낸 차를 버림으로써 잔을 윤기 있게 하여 흐리게 비친 나와 주변을 돌아보게 하고, 다시 우려낸 차를 따라 마심으로써 비워진 속을 따뜻하게 채운다.

다도의 뜻이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덕을 쌓는 행위라 하지 않는가? 수련을 통해 덕을 쌓는 건 욕심을 덜어내고 비움의 상태를 유지하여 인간 본질에 집중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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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내고 담아내다.’
땅을 고르게 다지고 먹줄을 튕겨 구조체의 위치를 잡고 거푸집을 설치해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양생 과정을 거쳐 거푸집을 탈형 하면 비로소 건물이 완성된다. 건물은 공간이 형태로 구현된 결과물이기에, 건축은 곧 공간을 만들어내는 행위다.

비어있는 상태의 공간은 비어있음로 채울 여지를 주고, 비로소 사람과 삶을 담아낸다. 이를 알게 된다면, 공간을 형성하는 벽, 바닥, 천장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장식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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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의 비움’
‘왕방요’는 가마에서 구워낸 도자기에 차를 따라 마시는 다도, 이를 담아내는 공간까지, 속을 비움으로써 다시 채움의 여지를 주는 곳이다.

울산 울주군 삼동면은 차 문화로 유명한 통도사와 인접해있다. 그래서인지 사기장들이 모여 터를 잡고 살고 있으며, 왕방마을은 조선 사발 ‘이도다완’을 재현한 사기장 고 신정화 옹의 둘째 아들 ‘신용균’ 장인의 가마가 있는 동네다. 예상했듯, 왕방요는 신용균 선생님의 가마를 칭하는 단어인 동시에, 가마에서 탄생한 그릇으로 다도를 즐길 수 있는 카페를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콘크리트 벽이 밖으로 뻗어 나와 만들어내는 리듬감은 튀어나온 정도가 같아 잔잔하다. 외부로 튀어나온 벽은 반대로 내부에서는 반듯하여 공간 형성을 방해하지 않는다. 밖에서 보았을 때 콘크리트 벽이 내부에서 프라이빗한 공간을 만들어주기에 조용히 다도를 즐길 수 있다.

콘크리트 벽이 도화지가 되어 나무그림자를 비추고, 천창으로 떨어지는 빛이 시시각각 변화하여 드리워진 그림자가 자연의 시간성을 보여준다. 튀어나온 벽이 하나의 풍경을 고정하지만, 자연은 계속해서 변화하여 수백 수천 개의 풍경화를 감상하게 한다. 날이 좋으면 건물 앞에 물이 잔잔하게 깔려 하늘을 비춰줄 것이며, 안보다 밖에서 차를 마시며 더욱 공간을 프라이빗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왕방요는 3번의 비움으로 채움의 여지를 남긴다. 각각의 요소들은 차, 사람, 자연으로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며 욕심을 덜어내고 본질에 다가가려 한다. 건물이 어떠한 치장도 없이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건, 건축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함이 아닐까.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된 도자기와 여러 단계를 거쳐 차를 마시게 되는 다도, 긴 시간의 인내를 거쳐 완성되는 공간까지. 규모와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비워냄으로 깨달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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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온건축사사무소 ( @jung_woongsik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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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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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동면 출강왕방길 124 1층
매일 11:00 - 20:00 (매주 화요일 휴무, 2/5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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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san, South KoreaCo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