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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잡지클럽 / THE MAGAZINE CLUB

Mapo-gu, Seoul •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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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아닌 우연을 가장해 낯설지만 금세 익숙해지는 문구를 만났다. 따뜻하지만 무심한 진심이 느껴졌다. 작고 좁은 입구를 지나 한발 내디딜 때마다 안쪽의 빛을 내는 공간은 조금씩 거대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작은 웅장함을 딛고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소속감이 느껴졌다.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묵만이 섞인 공기에는 종이가 펄럭일 때 나는 넘겨짚는 소리 말고는 어떤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사방이 종이로 두껍게 묶은 잡지와 책으로 둘러싸여 있어 안정감이 들었다. 마스크 너머까지도 온통 종이 냄새로 가득했다.

북적이진 않을 만큼만 떨어져서 사람들은 무언가 읽고 있었다. 치열하게 ‘몰두’하기보다 그래서 무언가를 기필코 알아 내기 위해 전전긍긍한다기보다 충분히 弛緩(이완)된 思索(사색)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책장을 넘기는 여유 있는 손짓과 무겁지 않은 그런 태도가 천천히 머릿속을 채우고 나지막이 마음을 보충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그곳에서 비슷한 무게의 잡지와 책을 들고 서 있는 것만으로.

어릴 적에 아빠 손을 잡고 종종 동네 작은 책방에 가곤 했다. 이름이 [도깨비책방]이었나. 입구에는 초록색 시트지로 덮인 배경에 도깨비 캐릭터의 얼굴만 큼지막이 붙어 있었다. 당시에도 꽤 오래된 건물 일층에 크지 않은 가게였다. 몸집이 작은 그때도 그렇게 느껴졌는데 아마 지금 그곳에 다시 가게 된다면 더없이 작게 느껴질 것 같다. 문을 밀고 들어서면 오래된 종이에서 나는 사각거리는 냄새가 소리 없이 콧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스마트폰과 OTT-서비스가 없던 그땐 비디오방이나 책방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반납을 기다리며 서성이기도 하고 읽고 볼거리를 찾아 신간 코너를 기웃거렸다.

지금보다 더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딱히 ‘활자 중독’이라거나 책을 너무 사랑해 마지않아 언제나 끼고 다녔던 건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활자 강박’ 정도인 것 같다. 읽어야만 한다는 작은 강박이 무언가를 잠시 손에 들어 올리게 하기도 금세 내려놓게 만들기도 했다. 읽을거리가 필요했다. 정돈된 글을 천천히 읽고 있으면 어지럽혀진 머릿속에 생각들이 빼곡히 나열된 문장처럼 차분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는 무의식 속의 기대가 아른거렸다. 넘어가는 책장처럼 시간은 흘렀다.

당시엔 조금 더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 잡지는 그때 더 열심히 모았다. 한 번은 문을 열고 외출을 하는 바람에 베란다에 내놨던 잡지 뭉텅이가 온통 비에 젖어버린 일이 있었다. 다시 펼쳐 보지 않고 방치해둔 벌을 받은 걸까. 오랜 시간을 두고 아름아름 모아 오던 것들이었는데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주면 철 지나 색이 바래고 풍파를 견디고 난 후에 오랜만에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볼 작정이었다. 대부분을 버리기로 해서 그만큼 아쉬운 일이 없었다.

입대했을 땐 활자나 문장 자체보다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이 궁금했다. 사진 속의 화려한 옷가지들, 가보고 싶은 맛집과 멋스럽고 고풍스러운 장소, 바보상자처럼 무의식으로 소비하는 요즘의 다양한 자극들과 달리 그때의 세상은 정제된 것들을 모아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로 마주 앉아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엄숙하고 사뭇 진지하게 말이다. 다음 페이지에는 무엇이 쓰여있을까. 편집장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에디터는 무엇을 골라 소개할까. 같은 구체적인 기대가 가득했다. 잡지는 그렇게 지금도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인 어떤 방에 한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어느 날에는 더 단단한 책장이 필요할 만큼 말이다.

더 이상 오래전에 꽂아둔 잡지를 찾아보는 일은 드물다. 그것만이 양질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 정성스럽게 골라 정리해 놓은 그것을 주제와 상관없이 어느 날 꺼내 펼쳐 볼 수 있다는 안전한 사실이 안정감을 준다. 당장 필요한 정보가 아닐지 몰라도 중요하지 않다. 촌스러워 보여도 상관없다. 그런 방식에 마음이 든다. 언제든 온전히 남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실을 찾아 펼쳐 볼 수 있다. 제법 고지식한 방법을 고수하다가 때로는 조금 촌스러워질지라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모르는 세 그게 더 잘 어울리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고. 양손 가득 타사의 제품 보다 꽤나 무거운 사과 노트북과 패드, 뱃지 처럼 유행하는 전자제품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지만 실은 컴맹인 천재 해커는 키보드 대신 책과 잡지를 들고 읽는다. 능숙하지만 조금은 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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