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러바우트 신사 - r.about
서울, 가로수길
한남동에서 시작한 #rabout . 나는 기억한다. 지금은 #나인원한남 이라는 고급 아파트 단지와 멋지고 세련된 공간들이 들어왔지만 당시 17년도의 한남오거리 뒷골목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그 모습을 기억한다. 깊숙이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는 조금만 구멍가게 같은 반지하의 커피숍. 투박하게 마스킹 테이프로 ‘커피집’이라는 간판을 허름한 문짝에 달아두고는 맛있는 라테를 내어 주던 곳. 그들이 이태원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나는 즐겨 갔었다. 허름하고 소박하게 다 허물어져가던 집을 개조해 여전히 구수하고 맛있는 라테를 내어주던 커피집. 여전했다. 소박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들 그리고는 어찌어찌 멋지고 근사한 땅에 그런 허름한 버리고 깔끔하게 들어갔던 것도 안다. 종로의 멋진 빌딩에 둥지를 트고는 커피를 팔던 그 공간도 나는 들렀다. 하지만 많이 아쉬웠다. “오 성공했구나 정말 축하해 잘 됐다”하며 내심 기뻐했지만, 그 친구는 더 이상 그 모습이 아니었다. 그 뒤로 발길을 돌리지 않았던 거 같다. 강남에 자리를 틀었다던 소식에도 애써 발길을 옮기려 하지는 않았다. 나도 변하고 변하는데 그 친구라고 그러지 않으란 법 있냐?라는 생각이 들 때쯤 내가 좋아하던 공간에 조그마하게 둥지를 틀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쩐지 너무 미안한 마음에 한 걸음에 달려 밤이 돼서야 도착했다. 7시 50분 그래 커피 마실 수 있겠다! 내가 늦었지 미안해! 하며 들어간 아러바웃은 이제 마감 정산을 해야 한다며, 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속으로 ‘내가 더 미안해.’라며 울상을 지었지만 더 미안해할 그 공간이 생각이 나 애써 웃어 보였다. 이제 보니 알겠다. 허름해서 좋아했던 게 아니다. 진심으로 커피를 사랑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순박하게 계속 그 모습을 지켜온 브랜드였으며, 단지 내가 이리저리 그에게 기대를 했던 거뿐이었다. 오랜만에 본 그 테이프로 붙여둔 ‘커피집’이라는 간판을 보고는 그리 깨달았다. 여전히 순박하고 투박하지만 커피만큼은 사랑하는 그의 모습에 다시금 내 마음속에서 그 공간은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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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그런 공간이다. #rabout신사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