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문학도서관
서울, 종로구 • 문화
한옥에는 계절을 담았다.
한옥은 자연과 함께하는 공간이다. 물소리, 바람 소리, 풍경소리, 새소리와 함께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책 넘기는 소리도 즐긴다면 아마도 ‘나는 이번 가을엔 온전히 즐겼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낙엽, 독서’를 한 번에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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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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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8년도 기준 91.8%에 달하는 인구가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나요?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 내에 살며, 주거라는 공간은 차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들이지만 동시에 차 소리와 공사장 소리를 함께 들리기도 합니다. 잠깐, 오래전 우리 조상들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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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한옥에 살 수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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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아닙니다. 현대의 기술과는 분명한 격차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손본다면 충분히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한옥은 생각보다 건축 공간으로서 환경이 잘 잡힌 ‘건축양식’입니다. 특히나 ‘온돌’이라 하는 것은 겨울을 대비한, 대청마루와 처마는 여름이라는 것을 대비한 건물 시스템입니다. 그 외에도 한옥은 한국의 4계절을 대비해 많은 디테일들이 숨어 있는 기술의 집대성입니다. 그런 공간은 동시에 서정적인 공간의 감상 부분도 지금의 공간보다는 뛰어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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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더운 여름이 되면 창살을 다 들어 올립니다. 처마가 그림자를 만들고 앞뒤로 열린 공간은 외기가 이동하며 바람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열린 창으로는 지금처럼 도시의 소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너른 마당의 들이친 햇빛을 타고 자연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땅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한옥은 그러합니다. 오래전 양반들이 사는 한옥의 배치를 마을 범위에서 살펴보건대, 좋은 한옥일 수록 산속 언덕에 위치합니다. 그 이유는 그 당시 사회적 배경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현대를 비추어보면 이것은 ‘펜트하우스’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높은 곳. 높은 공간. 좋은 공간. 그것이 과거 우리 선조들은 언덕의 중턱이었던 겁니다. 조금 더 자연 속인 곳. 이곳은 한적합니다. 숲에 둘러싸여 장터의 소리보다는 자연의 소리와 가까운 친자연적인 배치입니다. 아마도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이 이야기가 익숙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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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 오늘의 공간은 맑은 구름이 걸리는 언덕, 인왕산에 위치합니다. 윤동주 시인의 문학관을 거처 언덕을 오르다 보면 산속에 위요된 한옥이 한 채 보입니다. 오늘의 공간은 이렇게 계단을 타고 내려가야 합니다. 언덕 위에서 움푹 파인 지형으로 몸을 옮기려 좀 더 안정적이고 보호받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땅에 발을 닿는 그 순간. 인간의 스케일에서는 자연에 둘러싸이고 맙니다. 나무가 바람에 이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근사한 한옥은 코너부에서 처마를 고개 높이 들쳐 올리고 위풍당당한 자태로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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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신발을 벗고 들어갑니다. 시원하게 열린 문들 사이로 간지러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나무와 햇빛 귀에 들리는 것은 정말 온통 자연의 소리뿐입니다. 어디선가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나도 모르게 그 청량한 소리를 따라 위치를 옮깁니다. 공간 가장 뒤편에 작은 별채가 있습니다. 4명 정도 상을 두고 둘러앉으면 딱 맞을 정도의 공간, 그곳 창 너머로는 물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가방에 넣고 틈날 때마다 읽던 책을 꺼내 봅니다. 어쩐지 이곳에서는 독서가 잘 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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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깊이 읽다 보니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며, 돌아 나와야 했습니다. 몇 분 되지 않았지만, 무척 청량한 시간이었습니다. 바람이 불며 풍경이 울립니다. 고개를 들었다 햇빛에 놀라 내려보니, 한옥에 지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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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마음에 내려가 본 지하 공간에는 현대의 공간이 있습니다. 대신 한옥과의 수직적 연계를 생각한 ‘중정’과 ‘대나무 정원’. 이곳은 한국 문학을 지향하는 도서관입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다양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 도서관에는 자신의 취향에 맞춰 공간을 선택한 적당한 수의 사람들이 독서를 즐기고 있습니다. 열린 정원의 문으로 대나무 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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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에서는 계속해서 자연의 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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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우리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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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종로구 인왕산에 위치한 #청운문학도서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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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36길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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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_ 가능[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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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시간 _ 10-22[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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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은 정부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운영중입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화요일: 오전 10:00 ~ 오후 9:00
수요일: 오전 10:00 ~ 오후 9:00
목요일: 오전 10:00 ~ 오후 9:00
금요일: 오전 10:00 ~ 오후 9:00
토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일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