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 미술관
서울, 강남구 • 문화

"혼자서 빛날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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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대로 한복판에 하늘을 찌르고 가를 듯한 형상을 가진 건물이 들어섰다. 형태부터 '나는 다른 건물과 다르다'라는 이미지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주는 이곳은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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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청담동이라는 부지는 땅값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최대한 낭비되는 공간 없이 가능한 한 층이라도 더 많이, 한 층이라도 더 넓게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건축이라는 것이 건축가 마음대로 선을 긋게 내버려 두지 않다 보니, 각종 법규를 지키면서도 주변 건물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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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롯데타워는 키가 크고 매끈하며 아름다운 외관 덕분에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지만, 주변 건물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무식하게 층수를 높인 덕분에, 인근의 아파트는 롯데타워의 그림자에 가려져 햇빛을 충분히 보지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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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그곳과 달리, 주변 건물의 일조권을 보장하면서 최대한 많은 층수와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의 날카로운 디자인이 나오게 된 것이다. 물론 건축 법규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하겠지만, 로비에 들어가 보면 이런 생각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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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이라는 비싼 땅에 1층을 전부 로비로 사용하여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의 제공, 지하 2층까지 뚫린 커다란 구멍을 타고 들어오는 빛이 내부를 극적으로 바꾸는 지하 2층, 로비와 갤러리를 이어주는 계단형 영상 전시실이자 시민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쉼터를 보면 그다지 면적 확보에는 욕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욕 덕분에 빽빽한 건물들 사이로 자동차만 편하게 지나다니고 정차할 수 있는 도산대로에서, 사람들은 조용하고 넓으며 답답하지 않게 작품을 감상하며 쉬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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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험을 의도했는지 나뭇결이 느껴지는 콘크리트는 차가움보다 따뜻함이 먼저 느껴진다. 나무 그림자가 투영된 외관이 갤러리에 사용된 나무 바닥과 계단을 시각적으로 연결해주어 내부의 좋은 경험을 한층 더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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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며 우리의 숨통을 조이는 다른 건물들과 달리, 이곳 '송은'은 도시에서 그들의 제스처가 어떻게 시민들에게 다가가야 하며 보여야 하는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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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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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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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441
매일 11:00 - 18:30
코로나로 인해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 가능
화요일: 오전 11:00 ~ 오후 6:30
수요일: 오전 11:00 ~ 오후 6:30
목요일: 오전 11:00 ~ 오후 6:30
금요일: 오전 11:00 ~ 오후 6:30
토요일: 오전 11:00 ~ 오후 6:30
일요일: 휴무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