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공원 책쉼터
서울, 양천구 • 문화

“우리 주변에는 이런 공간이 더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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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많이 좋아졌다. 꽃샘추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벚꽃은 늘 그래왔듯 금방 피고 졌다. 꽃가루는 사방으로 퍼져 길을 노랗게 물들이는가 하면, 여름밤 내음은 서서히 짙어져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고 있음을 알린다. 날씨 때문인지 갑갑한 집에서 벗어나 밖을 돌아다니며 지금의 날씨를 즐기고 싶지만, 현재 상황이 이를 허락해주지 않는다. 좁은 인도와 그것마저 점유하려는 불법주차, 거리의 벤치는 코로나 거리두기로 없어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한강공원까지 가고 싶지는 않다. 나는 집 근처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곳은 카페뿐이어서, 오늘도 어쩔 수 없이 돈을 지불해가며 봄의 날씨를 산다. 하지만 이곳마저 노키즈존으로 분류되어, 특정인들은 발조차 들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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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세권’이란 단어가 있다. ‘역세권’에서 ‘역’자를 빼고 ‘슬리퍼’의 ‘슬’자를 결합한 신조어다.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와 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의미하는데, 서울은 그런 공간이 많지 않다. 특히 공원과 같이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현저하게 적다. 서울숲, 어린이 대공원, 여의도공원처럼 큰 공원은 많지만, 집 앞 편의점처럼 편하게 들렀다 나올 작은 공원이 없다. 그래서 주민들이 모여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가 일어날 수 없고, 부모님은 따로 시간을 내어 동네 밖으로 나가야만 아이들과 야외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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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공간인 “양천공원 책 쉼터”는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휴식 공간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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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아파트와 상가 건물 사이에 자리한 ‘양천공원’은 동네의 마당이다. 접근성이 용이하고 공원은 넓지 않아, 어느 방향에서든 쉽게 공원의 중심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 중심에 비켜선 채로 낮게 깔린 도서관은 동네의 허브 역할을 하여,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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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곳곳에 걸린 사진을 보면 이곳은 동네 주민들이 모여 소통하는 마을 회관이자, 사랑방으로, 때론 강연장으로 공간이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특정 기능만 하는 ‘도서관’이 아닌, ‘쉼터’로 이름 지은 이유이기도 하겠다. 누구나 와서 쉬었다 갈 수 있는 장소로, 무더운 여름엔 더위를 피하고, 매서운 겨울엔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소에 모여, 오며 가며 마주치는 주민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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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심어져 있는 느티나무와 감나무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건물 일부를 원형으로 덜어내고 공원의 언덕도 살렸다. 덕분에 내부 경험은 특별해져, 경사로를 통해 공원의 풍경을 끊김없이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다. 계단식 좌석은 폴딩도어와 연계하여 유동적으로 공간이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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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방문했던 때는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이미 많은 사람이 공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산책하고 쉼터에 들어와 책도 읽으며 여유를 맘껏 즐기고 있었다. 참 부러운 일이다. 필자가 사는 동네는 공원도 없을뿐더러 좁은 인도에 그마저 침범하려 하는 불법주차로 카페 말곤 오갈 데가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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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도심 속 휴식 공간의 부재가 대두되었고 도시 공간에 변화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지금 당장 빼곡한 도시 속에 건물을 덜어내어 공원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책 쉼터처럼 누구나 와서 공간을 즐기고 지금의 날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조금씩 생겨난다면, 우리네 도시는 여유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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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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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양천구 목동동로 111 양천공원 책쉼터
매일 10:00 - 19:00 (매주 목요일 휴무)
화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수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목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금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토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일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