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골목
서울, 가로수길

"건물 속 골목"
-
골목길은 꽤 흥미로운 공간이다. 좁은 길 때문인지 주변을 둘러싼 낮은 건물이 더 높게 보이지만 불쾌하지 않고 사이사이 나타나는 다른 길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많은 갈림길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걷다가 운이 좋으면 평소에 몰랐던 맛집이나 힙한 카페를 발견할 수도 있어, 대로변을 걷는 것보다 골목길을 걸어 다니는 게 더 즐겁다. 게다가 이런 길들은 구불구불 굽이져, 어디에 뭐가 있는지 한눈에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여러 번 방향을 틀어 발견한 예상치 못한 장소는 즐거움을 배로 증가시켜 준다.
-
이번에 소개할 공간은 골목길이 주는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가로 골목'이라 불리는 이곳은 동네의 골목길을 건물 안으로 가져왔다. 수평의 길을 수직으로 확장해 램프를 타고 자연스레 다른 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여기에 열려있는 1층이 건물 뒷길로 건너갈 수 있게 해주어서 지름길 역할도 한다.
-
램프로 각 층을 이동하는 방식은 마치 완만한 경사를 가진 골목길을 오르는 듯 하다. 덕분에 똑같은 크기를 가진 상점이 나열되어 있지만, 동선이 흐를수록 층의 높이가 달라져 가로수길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
‘응답하라, 1988'의 드라마처럼, 이웃들이 평상에 앉아 옹기종기 담소를 나누며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듯, 이곳 또한 날이 좋은 어느 날, 옹기종기 모여 추억을 쌓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1층에 마련된 카페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수직으로 확장되는 골목이 이들을 사로잡는다.
-
하지만 지금은 무슨 영문인지, 상가가 전부 비었다. 잘 지어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저물어져 가는 가로수길의 상권을 대변해주고 싶은 걸까. 다시 상점들이 들어서 일대를 밝게 비춰줬으면 한다. 좋은 공간이 주변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나는 믿기 때문이다.
-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13길 36 가로골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