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창고
서울, 중구 • 숍

"新_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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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뒤편, 충정로역 4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오르막길이 보인다. 그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다 보면, 묘하게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시선이 머무는 그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복도식 주상복합 아파트 '성요셉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형에 순응하며 한 동으로 길게 깔린 건물은 50년을 넘게 이곳을 지키고 있다. 1층에 들어선 방앗간과 카페, 음식점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사람들로 북적이고 아파트 주민들은 밖으로 나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눈다. 아파트 앞 골목길이 금세 사랑방으로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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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광경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어딘가 익숙하지만 낯설고, 그렇다고 이질적이지도 않은 세련된 건물이 성요셉 아파트와 비슷한 제스처로 땅 위에 앉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중림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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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건물에 이름은 왜 '중림창고'일까. 의문에 대한 답은 중림동의 역사에 있다. 서울에서 꽤 잘나갔던 시장인 중림동의 중림시장은 수산물 시장이었고, 중림창고는 중림시장의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허가 판자 건물이었다. 시장이 쇠락하면서 그에 딸린 부속 건물은 동네의 흉물로 자리 잡았지만, 그것을 흉물이라 보는 인식은 이방인의 시선일 뿐,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생계를 책임졌던, 이야기가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때문에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이 일대를 변화시키고자 했을 때, 기존의 맥락과 연결되지 않는 건물은 들어설 수 없었다. 그때의 기억을 보존하고자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였고 건물의 형태도 그 당시 중림창고의 모습을 담으려 노력했다. 그래서 그때 당시 창고의 모습과 비교해본다면 피가 섞인 형제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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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탄생한 중림창고는 마치 원래 있던 건물처럼 주변과 잘 어울린다. 성요셉 아파트와 동일하게 가파른 언덕 지형에 순응하면서도 건물을 작은 크기로 분절하여 곳곳에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건물 사이는 단차를 주어 지형의 단점을 극복했고 골목길과 면한 1층은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하여 개방감을 확보했다. 덕분에 좁고 작은 공간임에도 내부는 넓게 느껴진다. 어떤 곳은 층고가 높고 또 어떤 곳은 층고가 낮은 동시에 내리막길에 위치하여, 같은 2층임에도 다른 공간감과 풍경을 느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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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방문하기 전, 사진으로만 건물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왕 비싼 돈 들여 새롭게 지을 거면, 밝고 화려한 건물을 짓는 것이 도시재생에 더 좋지 않을까?'라는 안일한 생각 말이다. 성요셉 아파트와 중림창고 사이의 골목길을 걸어 다녀보면 그때의 생각이 이방인의 시선에서 얼마나 편협된 생각이었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50년의 세월을 견딘 역사 깊은 건물과 앞으로의 역사를 써 내려갈 중림창고가 서로를 존중하며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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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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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서소문로6길 33
화요일: 오전 11:00 ~ 오후 8:00
수요일: 오전 11:00 ~ 오후 8:00
목요일: 오전 11:00 ~ 오후 8:00
금요일: 오전 11:00 ~ 오후 8:00
토요일: 오전 11:00 ~ 오후 8:00
일요일: 오전 11:00 ~ 오후 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