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경기도, 과천시 • 오락
"공간을 경청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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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와봤다. 매번 가봐야지 하고 미루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날 것 같지 않아, 부리나케 출발했다. 1시간 정도 되는 거리였지만, 서울에서 1시간은 별로 멀지도 않은 여정이기에 여느 때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대공원역에 도착했다. 지도상으로 역부터 미술관까지 10분 거리.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멀었다. 사실 그 유명한 코끼리 열차가 있다는 걸, 공간을 다 경험하고 나올 때쯤 알게 되었다. 그래도 역에서부터 이곳까지 두발로 직접 걸으며 완성된 하나의 이야기는 이번 글의 소재가 되어, 그 노동이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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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진입방식. 건물로 진입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하주차장까지 차를 몰고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향하는 방식과 다른 하나는 걸어서 건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건축가는 건물과 주변 조경까지 디자인한다. 즉, 건물을 이용하는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지도 고민하지만, 건물로 진입하는 순간에도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자는 건물을 경험하기 위해 방문한 이들에게 좋은 방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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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꽤 넓어 주차장도 여러 곳이고 진입로도 다양하다. 그 중, 필자가 추천하는 동선은 이거다. 걸어서 오르는 사람들은 미술관 주차장이 보일 때쯤, 방향을 틀어 진입하지 말고 주차장을 지나 완만하게 돌아가는 길을 추천한다. 그리고 차를 몰고 오는 사람들 역시, 미술관 깊숙이 위치한 캠핑장 주차장보다 미술관 전용 주차장에 주차하고, 완만하게 휘어진 동선을 따라 미술관에 들어가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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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하게 휘어진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보이는 입구와 시원하게 쭉 뻗은 동선, 실제로 좌우대칭은 아니지만, 원통형 건물을 기준으로 균형 있게 깔린 건물을 본 순간 알 수 있다. 이 모든 게 철저히 계산된 건축가의 의도였음을 말이다. 건물을 남향으로 배치한 결과라 말할 수 있겠으나, 미술관은 북향을 필요로하고 빛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없는 이곳에서 그 의견은 타당치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짊어져야 할 무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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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관은 현대미술관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담고 있다. 1986년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정식으로 개관한 곳인 만큼,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작가인 '백남준' 작가가 과천관 메인 전시동을 위한 작품을 만들었고, 그 위 천장에는 '우리 미술 발전에 길이 빛날 전당을 여기에 세우매 오늘 좋은 날을 기리어 대들보에 올리니 영원토록 발전하여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과천관이 짊어져야 할 무게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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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무게감을 장엄과 위엄으로 풀어내고자 했으니, 그 의도가 진입방식에 묻어나오고 건축물을 구성하는 외관 재료에서도 표현이 되었으며, 하물며 백남준 작품 전시관과 길게 뻗은 3층짜리 메인 전시장에서도 장엄과 위엄이 표현되고 있다. 건물이 하나의 의도로 수렴한다. 그래서 건물의 진입부터 떠오른 생각이 공간을 경험할 때까지 연결되어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건축의 진입방식 중, 늘 후자의 방식을 택한다. 누군가 준비해 놓은 이야기를 제대로 듣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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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백남준의 ‘다다익선’은 6개월 시범 운영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작품 주위로 서포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온전하게 감상할 수 없지만, 서포터가 작품을 감싸고 있는 모습도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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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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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과천시 광명로 313 국립현대미술관
매일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무)
화요일: 오전 10:00 ~ 오후 6:00
수요일: 오전 10:00 ~ 오후 6:00
목요일: 오전 10:00 ~ 오후 6:00
금요일: 오전 10:00 ~ 오후 6:00
토요일: 오전 10:00 ~ 오후 6:00
일요일: 오전 10:00 ~ 오후 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