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사평역
서울, 용산구 • 여행

"우리 주변에는 이런 곳이 '더' 많아져야 한다”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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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설은 뭘까? 지하철과 버스정류장이 아닐까? 이곳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공간에 관심이 없다. 기능적인 부분만 중요시하고, 최대한 단가를 낮춰 합리적으로만 설계된 공간에서 우리는 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다. 물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시설과 공간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바에는 그것을 다른 곳에서 더 좋게 사용하면 될 터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주변에 더 좋은 것들이 생겨났을까? 그것 또한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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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옷은 SPA브랜드를 사서 입더라도 매일 쓰는 지갑과 신발은 돈을 더 주고 좋은 제품을 사는 게 낫다고. 필자는 가격이 30만 원인 코트를 사서 그 계절에 3번만 입었다면, 그 옷의 가격은 10만 원이고, 100만 원의 지갑을 사서 365일 사용한다면 그 지갑의 가격은 3,000원도 안 한다고 생각한다. 초기 비용이 부담될 수 있지만, 그만큼 자주 이용하고 사용하는 물건과 시설, 공간에 투자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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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공간은 이태원의 '녹사평역'이다. 지하로 깊게 파여 형성된 대공간과 그곳으로 떨어지는 천창, 서로 엇갈리는 에스컬레이터는 미래의 도시 속 지하철역을 보는 듯하다. 천창을 바라보면 하늘이 아닌 우주 속 행성이 보여야 할 것 같다. 그만큼 우리가 보던 일반적인 지하철역과 비교했을 때, 규모에서도, 분위기에서도 다르다. 곳곳에는 여유 공간도 많아 다양한 전시가 펼쳐져 쉽게 문화공간을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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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평역의 탄생 배경을 살펴본다면, 넓은 대공간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2000년, 서울 시청 신청사 이전 장소로 녹사평역 인근 부지가 선정되었고,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이곳을 교통의 중심지로 계획한 공간이다. 그래서 이곳은 이렇게 큰 규모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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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시청 이전이 무산되고 역만 덩그러니 남게 되어 홀로 그곳을 지키고 있다. 주변 시설에 비해 과하게 큰 공간으로, 세금 낭비라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넓고 쾌적한 지하철역이 생긴 덕분에 우리는 기존의 지하철역이 얼마나 차가우며 재미가 없는 공간인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이곳을 경험해보면서 우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공공시설의 수준이 더 높아지고 그런 곳이 더 많아져야 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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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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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195 6호선 녹사평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