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목서
경기도, 여주시 • 카페
돌아갈 길은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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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살다 보면 어떤 게 될지 모르겠으나, 뛰어드는 일들이 있습니다. 사소한 것일 수도 거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작자가 요즈음에 뛰어든 일이라고 하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여긴 참 00[국가] 같아’라고 말하는 사람들 봤습니다. 그래서 도시에서 어떤 요소들이 다른 나라로 읽히게 하는지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도로 폭과 건물의 비례 높이 등이 그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떠나 다른 요인들이 있는 거 같아 그렇습니다. 조금 더 사소해 보이는 것은 ‘포켓몬 고’ 입니다. 아주 열중하고 있습니다. 매일 걷던 길에 숨은 의미들을 휴대폰으로 연동하여 찾아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00동이라는 곳이 조선 때부터 있던 마을 이었다든지, 혹은 무심코 지나치면 안내판이 마을에서 아주 중요한 정보를 보여주는 곳이라든지 열심히 찾아보려 해도 쉽게 찾지 못하는 도시의 정보들을 보는 것과 그 비석 옆에 처음 보는 포켓몬이 놓이는 상황 등 여러모로 흥미로운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을 한 커풀 더 경험하는 도구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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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렇게 뛰어드는 일이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와 같이하고자 하던 일과 아주 연관된 일이기도 오히려 정말 연관 없이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둘 다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단순하게 ‘하고 싶어’였고, 사족은 없이 순수한 감정의 이끌림으로 시작하는 일들. 이걸 취미라고 한답니다. 그렇게 부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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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취미’라는 ‘단어’마저 계급을 나누고 등급을 매기는 현실이 참 무섭습니다. 있어 보이는 사람들은 책을 읽고 골프를 치더라 그러나 그들도 다른 무언가를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별것 아닌 거 같지만, 나에겐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행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분명 존중 받아야 하는 것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어쩌면 그것 하나가 그 사람을 대변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예시를 들어서 이것이 당연히 지당하다는 의견을 펴야 한다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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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최근 만나던 사람이 ‘저는 게임을 취미로 합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 지금 이 시대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해 봐야 합니다. 누군가는 그저 단순하게 할 말이 없어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스트리머 인가? 혹은 프로 게이머인가? 혹은 정말 게임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이 분야에서 음악을 만들든 스토리를 짜든 무엇인가 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이라는 분야는 불과 ‘15년 전만 해도 그냥 생산적이지 못한 일이며 최상위의 한두 명만 인정받고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취급받았었던걸 생각하면 이 이야기는 분명 아주 의미 있는 이야기입니다. 별것 아닌 것으로 보였지만 그것을 오래도록 애정을 가지고 잘해온 이들은 분명 이것을 위한 길을 택했을 겁니다. ‘직업’이라는 단어로 국한하지 않는 이유는 인터넷상에서 각 분야에 대단한 애정을 가지고 꾸준한 이들이 보여주는 행보는 이 시대에 주목받는 일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취미는 곧 직업이, 직업과 취미의 경계는 더 이상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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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있습니다. ‘사랑하는 일을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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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얼마나 사랑했느냐? 그리고 ‘얼마큼 진심이었느냐’는 참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환경’이라는 것이 힘들게 할 때가 많습니다. 그 환경에는 사회, 대중이 문화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원하는 일을 환경이 주는 제약 없이 시작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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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무것도 의미 없어 보이던 일을 사랑하던 이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사실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은 본인이 사랑하는 일을 예술의 경지로 올려 둘 수 있습니다. 올림픽을 예시로 들어 볼까요? 요즘 참 하루하루 즐겁게 해주는 올림픽 말입니다. 별것 아닌 작자의 경험에 빗대어 보건대, 그들은 학교 다닐 때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던 혹은 수업을 빠지고 운동을 하러 가던 친구 중 한 명일 것입니다. 분명 그 중 성실하게 학교 수업 시간을 이수한 이들도 있을 것이지만 제가 경험한 학창 시절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실 명확하게 말하면 ‘성실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무척 ‘성실했다’였습니다. 그들은 제가 학문에 집중하던 그 시간에 그들의 사랑하는 일에 집중했으니까요. 그리고 그들 중 극소수 정상에 선 누군가 들은 지금 도쿄 올림픽에서 목에 묵직한 땀을 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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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포켓몬고를 하며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포켓몬 교환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교환자 둘이 특정 거리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과 ‘그것이 좋은 포켓몬을 들고 베틀에 임할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포켓 스톱은 도시적 맥락을 가진 특정 시설물들이 이용자들 및 전문가들의 평가를 거쳐 등록된다는 것’ 끝으로 ‘이것을 잘 이용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대단위 집단이 카카오톡이라는 매체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이용해 ‘포켓몬 고’라는 놀이 문화를 좀 더 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도시적 맥락에서 제안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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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실현된다면 어떨까요? 재미있을 겁니다. 그리고 사회가 말하는 대단한 일을 한 건축가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과 저의 작은 목표를 나열해 보아도 이것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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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일을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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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에는 뒤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쉽게 선택할 수 없습니다. 무책임하게 이 사랑하는 일에 모두 뛰어드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정말 사랑하는 일이고 이걸 하다 죽어도 좋아! 라는 마음이었다면 이미 하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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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공간은 그러합니다. 사랑하는 일을 하는 공간입니다. 사진 작가님이신 ‘수연 선생님’ 부부의 공간입니다. 건축책방 이기도 카페 이기도 장인어른께 배운 목공소 이기도 합니다. 이것들의 조합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조합입니다. 사실상 현대 사회의 평준화된 장면의 조합들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곳은 그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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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공간의 지속성과 직결되는 ‘사업성’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반면에 이 공간의 가치와 가능성 그리고 또 다른 지속성은 보입니다. 사랑하는 작업이었기에 그것들을 잘 담을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말하건대,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이 세상에 없었고 유일하며 심지어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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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들은 뒷길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잘 보이는 길을 선택하더라도 잃는 순간은 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주장하건대, 사랑하는 일을 하십시오. 그게 잃더라도 더 나아갈 점이 많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늘의 공간이 아름다워 보여 뒤는 생각하지 않고 다녀갔던 작자가 경험을 비추어 말합니다. 이곳을 가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돌아가는 버스와 택시가 전혀 오지 않아 한참을 고생하다 겨우 ‘곤지암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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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에 오늘의 글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일에는 돌아갈 길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나아갈 길’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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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통해 사랑하는 일을 생각하는 시간 가지길 바라며 공간을 소개합니다. 이곳은 경기도 여주의 #수연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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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경기 여주시 산북면 주어로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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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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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수-금 11-19, 토, 일 11-21 [월, 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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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디저트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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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은 수도권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공간을 운영중입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화요일: 휴무일
수요일: 오전 10:30 ~ 오후 6:00
목요일: 오전 10:30 ~ 오후 6:00
금요일: 오전 10:30 ~ 오후 6:00
토요일: 오전 10:30 ~ 오후 9:00
일요일: 오전 10:30 ~ 오후 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