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성모성지
경기도, 화성시 • 오락

"작은 고추가 매운 법"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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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성모성지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한 쌍의 타워에 시선을 빼앗긴 채 걷다 보면, 초봉헌소를 마주할 수 있다. 입구와 대성당 중간길, 보행자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뒤로 물러서 있는 것은 건물이라 하기엔 작고 아담해 창고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유리 뒤로 보이는 내부의 모습과 그 속의 경험은 적다고 무시하면 큰코다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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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유리 뒤로 보이는 초, 그리고 그 뒤 직사각형으로 뚫린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과 성모상은 대성당으로 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 데 충분하다. 날이 좋든 안 좋든, 매서운 추위로 봉헌소 내부가 뿌옇게 습기로 찬들, 그 불투명해진 막을 뚫고 나오는 초의 빛과 창문에서 반사되어 들어오는 빛 그리고 성모상의 실루엣은 이 공간에 부차적인 설명이 필요 없음을 말해준다. 초를 봉헌하고 풍경에 녹아든 성모상을 바라보며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 그런 그들을 보며 멈춰선 이들은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어 그 모습을 촬영한다. 그리고 내부 경험이 궁금해 안으로 들어가 그들도 공간을 즐긴다. 건물의 크기가 작음에도 공간의 경험과 그 과정은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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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봉헌소 뒤에는 전망대이자 변전소가 있다. 변전소는 지극히 기능적인 이유로 땅 위에 존재하지만, 사람이 이용하지 않는 시설로 방치되는 시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은 변전소가 전망대 역할도 하여 기능적이기만 한 건물이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로 활용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언덕 위에 얹어진 건물 1층은 변전소로, 그 위 옥상은 성모 성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로 기능한다. 봉헌소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부터, 타워를 보며 한없이 걷는 사람들, 곳곳에 흐트러진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까지. 전망대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남양성모성지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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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건물에 별 기대를 하지 않는 이도 있겠으나, 작은 고추를 얕잡아보다 매운맛에 정신이 혼미해지듯, 이곳 또한 작은 공간 속 풍부한 경험이 사람들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곳은 '남양성모성지 초봉헌소 + 변전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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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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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남양읍 남양성지로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