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숲속쉼터
서울, 종로구 • 문화
인왕산 초소에는
인왕산 초소에는 가을이 걸릴 것이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가는 길부터 가을에 흠뻑 취하는 곳이 되지 않을까? 책방이기도 하니 옥상에 앉아 따뜻한 라떼를 마시며 금방 골라온 따끈한 신상책을 펴는 그 순간. 가을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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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조 사건, 초소 그리고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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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인왕산 자락 새벽 1시 30분쯤에 검거된 무장공비. 우리가 익히 역사 시간에 배워 잘 알고 있는 김신조 사건의 요약이다. 그 이후에 한국의 많은 것들이 변한다. 예비군, 신분증 검사, 복무기간 연장 등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 생긴 곳이 바로 인왕산 초소이다. 이곳은 경찰들이 경계 근무를 하기 위해 생긴 초소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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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산책길 잘 아는지 모르겠다. 본디 공간의 목적은 무장 공비가 발견된 곳의 인근이었기에 사람이 쉬이 지나다닐 만한 편한 길은 아니다. 산 중턱에 있으며, 쉽게 접근할 순 없는 곳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이곳에 1813번 버스가 다녔다고 전해지지만, 지금은 버스로도 접근이 쉽지는 않은 곳이다. 그런 만큼 이곳으로 오려거든 튼튼한 하체와 강인한 체력이 있거나 운전면허와 자가가 있어야 한다. 물론 택시를 타도 좋다. 그러나 잘 잡히지 않는 택시를 타고 다시 돌아다니려면 꽤 고생할 것이다. 작자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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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위치한 곳의 땅의 이야기는 위와 같다. 이제 초소라는 공간이 가진 속성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보는 게 좋겠다. 당연히 초소 였기에 전망이 열린 곳이며, 방어에 유리한 포지션이기도 하다. 이것은 지금에서는 전망대로 치환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곳. 동시에 위치적 특성 때문에 오히려 자연과 가깝고 한적하며 기존의 책방들과는 확연히 다른 감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요약하건대 과거 공간의 위치적, 속성적 특성 때문에 이곳은 한적하고 전망이 좋은 카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책방과 함께 전망대의 기능도 잘하고 있다. 가는 길은 쉽지 않다. 그러나 등산의 묘미가 이것 아니겠는가? 낑낑거리고 땀 흘려가며 겨우 도착한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경과 불어오는 바람에 채워지는 성취감. 이 공간은 등산과 같은 경험적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윤동주문학관 에서 한참을 올라가야 하지만 만났을 때의 그 기쁨은 등산의 그것과 흡사하다. 동시에 산장보단 좋은 빵과 커피를 제공한다. 꽤 괜찮은 메뉴 구성 더군다나 맛있기도 하다. 놓여있는 책들이 눈에 띄지만,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책걸상의 배치이다. 어딘가 고급주택의 거실 같은 멋진 전경이 담긴 편안한 좌석들은 책을 읽기에 딱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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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층 부의 책방과 카페를 뒤로하고 이층으로 올라가 본다. 이곳에는 넓은 카페 좌석이 있다. 전시의 기능을 하는 단상도 보인다. 그러나 역시 이층도 더 눈에 띄는 것은 옥상 공간이다. 반 층의 높이차를 두고 계단의 끝에서는 루프탑이 훨씬 접근하기 쉽다. 옥상 공간을 경계하는 것은 유리 벽. 그 너머로 보이는 것은 인왕산에서 바라본 종로의 해 질 녘이다. 해 질 녘을 잘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좌석이 배치되어있다. 심지어 난간에도 좌석을 만들어 그것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곳임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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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이렇게 지속하면서 작자 또한 기력이 많이 쇠하고 있지만 날마다 기다리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다. 해 질 녘. 혹자가 그랬었다. ‘여름이 젤 짜증 나는데, 이상하게 아름답게 기억된다’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작자도 실소를 지으며 그냥 넘겼지만, 오늘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실제로도 ‘이 여름이 가장 아름답다.’라고 말하고 싶다. 은은한 핑크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녹음이 우거진 산의 모습 그리고 인왕산답게 바위들이 뒤로 걸려 느껴지는 그 감상은 다른 공간과는 확연히 다른 전망을 보여준다. 해 질 녘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다시 자리로 내려간다. 책을 읽으며 이곳저곳을 구경해 보았다. 역시나 공간의 구성이 알찬 만큼 많은 의미가 담긴 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일층부 테라스에 남아 있는 초소의 옛 벽은 벤치 역할을 하고 있다. 공간의 본이 무엇이었는지 남겨둔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이곳의 위치가 현대의 맥락에서는 쉽게 정할 수 없는 곳이기에 그 존재로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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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뜬 붉은 달을 보며 걸어 내려간 인왕산 산책길. 무더운 여름 땀에 절어 기력은 닳았지만, 기분은 달아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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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청운산 중턱에 위치한 #인왕산초소책방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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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종로구 인왕산로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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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완비[약 6-7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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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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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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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직원분이 참 친절하십니다. 본 공간은 수도권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공간을 운영중입니다. 참고하시어 공간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Tuesday: 8:00 AM – 9:50 PM
Wednesday: 8:00 AM – 9:50 PM
Thursday: 8:00 AM – 9:50 PM
Friday: 8:00 AM – 9:50 PM
Saturday: 8:00 AM – 9:50 PM
Sunday: 8:00 AM – 9:50 P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