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제강기념관
부산, 수영구 • 문화

“재료의 가능성” - 고려제강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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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는 건축의 기본이다. 건축의 3대 요소인 기능, 구조, 미에서 주로 ‘미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건축의 재료는 설계 초기에 함께 고려될 때, ‘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재료가 구조가 될 수 있으며, 건축의 기능도 충족시켜줄 수 있고, 그렇게 해서 공간에 드러난 재료는 미적인 감각으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래서 재료의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과 실험은 건축가의 역할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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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수영구 망미동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공간이 있다. 하늘색으로 칠해진 익스펜디드 메탈(expanded metal)로 외관을 장식하고 근대를 대표하는 공장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F1963이다. 이곳은 와이어를 생산하는 고려제강의 모태가 되는 공장이며, 리모델링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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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크레인이 있던 자리에 지혜의 북 타워를 세워, 공간 속 공간이 만들어낸 다양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공간의 천장 일부는 뜯어내어 열린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등, 기계를 가동하려면 넓어야만 했던 공간의 장점을 잘 이용했다.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그에 적합한 공간을 제공해주었기에, 이곳은 복합문화공간이 가진 가능성을 몸소 증명해내었고, 덕분에 수성구를 넘어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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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선한 영향력을 뽐내며, 시민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공간을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이곳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한편으로는 ‘와이어 공장’의 특징을 잘 찾아볼 수 없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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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흔적은 찾을 수 있어도, 고려제강의 시발점이었던 와이어 공장의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다. 간간히 와이어를 인테리어로 사용하거나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물로 사용했지만, 그것이 공간 전체를 아우르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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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고려제강 기념관’은 그들의 명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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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입구에서 보이는 와이어는 장식처럼 보이지만, 기념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와이어로프 한 가닥은 30톤의 무게를 지지하고 총 28개의 로프가 벽에서 빠져나와 땅에 박혀있는 이곳은 840톤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는 구조체는 지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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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의미하는 건, 와이어가 그만큼의 무게를 가진 지붕을 지지할 수 있다는 것이며, 다르게 말하자면 지붕을 받칠 기둥이 필요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념관의 2층은 기둥 하나 없이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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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건물 내 외부를 이어주는 나선형 경사 동선은 굵은 선 하나 없이 다른 위치에서 공간을 내려다 볼 수 있게 하며, 주황색 문을 열면 마주하는 수공간의 경험을 극적으로 바꿔준다. 램프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의구심을 품게 했던 와이어의 강인함을 구조물 하나 없이 안전하게 버티고 있는 다리를 건너며 재료의 가능성에 확신을 가지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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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언덕에 묻혀있기 때문에 F1963과 가까움에도 존재감은 한없이 작다. 하지만 재료를 통해 보여준 공간이 가진 힘은 절대 작지 않다. F1963에 방문할 예정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곳도 들려 공간의 진가를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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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조병수 건축가 ( @bcho_partners , @byougcho_arch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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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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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구락로141번길 63 고려제강 기념관
화 - 토 : 10:00 - 18:00 (매주 일, 월 휴무)
화요일: 오전 10:00 ~ 오후 6:00
수요일: 오전 10:00 ~ 오후 6:00
목요일: 오전 10:00 ~ 오후 6:00
금요일: 오전 10:00 ~ 오후 6:00
토요일: 오전 10:00 ~ 오후 6:00
일요일: 휴무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