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순교자박물관
서울, 마포구 • 문화

“상처 깊은 곳, 상처를 꿰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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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나고 아문 자리는 깊은 상처일수록 그 흔적이 몸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스스로 아물지 못하고 의학의 힘을 빌린다면, 흔적은 더 자세히 남아 두고두고 그때의 아픔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 소개할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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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한강 변에 있는 봉우리는 누에의 머리를 닮았다하여 ‘잠두봉’이라는 이름을 갖는다. 하지만 이곳은 또 다른 명칭이 존재하는데, 그 명칭이 우리에게 더 친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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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두산(切頭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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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을 ‘절(切)’, 머리 ‘두(頭)’를 쓴 이 산은 1866년에 아물 수 없이 깊게 팬 상처가 났다고 한다면, 이름에 대한 유래를 짐작할 수 있을까. 이곳은 병인박해 때, 천주교인들이 처형된 순교지로 무려 8,000여 명이 학살된 가슴 아픈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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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아픔만큼, 잠두봉 자체도 이리저리 긁히고 잘린 상처가 있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강변북로와 남북을 가로지르는 합정역과 당산역을 잇는 지하철 2호선. 두 개의 굵은 선이 절두산을 쪼개고 또 쪼개어 역사와 장소의 상처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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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인박해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고 치명터를 성지로 가꾸어 나간 ‘남양성모성지’와 ‘서소문역사공원’ 그리고 ‘명례성지’처럼,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또한 절두산 일대를 천주교순교성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순교 성지 기념탑과 기념관, 야외 순례지를 세우고 조성했다. 하지만 이곳은 앞서 언급한 공간과 달리,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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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에 들어가기 전, 절두산을 복원하는 게 최우선의 과제였다. 순례지로 조성하기엔 절두산의 모습은 좋은 상태가 아니었고, 그래서 강변북로 일대를 지하화하여 시민들이 쉽게 절두산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다음, 지형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념관을 설계한 덕분에 아름다운 곡선과 함께 시원하게 뻗은 지붕이 땅과 역사의 아픔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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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 순교자박물관’에 흐르는 시간만큼 쌓여가는 장소의 기억과 물질적인 역사의 적층은 연간 30만 명이 넘는 순교자들이 다녀갈 정도로 명실상부한 순교 성지가 되었지만, 그만큼 보수하고 고칠 부분도 많았다. 늘어나는 전시품에 비해 한정된 전시 공간과 노후화될수록 필요해지는 각종 설비 시설. 이제는 조금씩 보수하며 버텨낸 시간이 무색해질 정도로 대대적인 보수 공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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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상당 부분 자리를 차지했던 천장 설비 시설을 새롭게 짜 맞추고 재배치한 덕에 천장을 허물 수 있었다. 덕분에 무려 5m가 넘는 층고가 확보되었고 그렇게 해서 드러난 골조가 리듬을 만들어 정적인 공간을 동적으로 바꿔준다. 여기에 은은하게 내부를 밝히는 천창은 탄화목재와 만나 전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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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고 확보로 설치할 수 있었던 복층 형태의 전시 브릿지는 부족했던 전시 공간을 채워주었고 사용자가 1층에 있은 땐 공간의 오브제로, 2층에 있을 땐 전시를 볼 수 있는 기능적인 요소로 사용되어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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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푸른 나무와 풀이 초록 내음을 맘껏 풍기면서도, 기념관 안에서는 탄화 목재 특유의 편안하고 고풍스러운 내음을 풍기니, 밖은 언제나 새롭게 돋아나는 자연이, 안에서는 앞으로 새겨질 시간의 흔적이 대비되어 겹쳐 보인다. 그래서 더욱 이곳은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깊어진 상처를 아물게 하고 그 흉터를 우리에게 보여주며 그때의 아픔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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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한국천주교 순교자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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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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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토정로 6
매일 09:30 - 17:00 (월요일 휴무)
화요일: 오전 9:30 ~ 오후 5:00
수요일: 오전 9:30 ~ 오후 5:00
목요일: 오전 9:30 ~ 오후 5:00
금요일: 오전 9:30 ~ 오후 5:00
토요일: 오전 9:30 ~ 오후 5:00
일요일: 오전 9:30 ~ 오후 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