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 숭인 채석장전망대
서울, 혜화 / 대학로

“높은 곳에 서서 숲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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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역에서 내려 창신 골목 시장에 들어서면, 처마 같이 길게 뻗은 차양막이 골목을 감싼다. 굽어진 골목길 때문에 제대로 맞물리지 못한 가림막 사이로는 은은한 빛이 들어와 이곳을 더 몽환적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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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과 동네 주민이 대화하는 소리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 동대문 시장으로 원단을 나르려 바삐 움직이는 오토바이는 백색 소음이 되어 배경과 함께 깔리고, 식욕을 자극하는 각종 음식 냄새와 볼거리는 이방인으로 방문한 사람들을 여럿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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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시간이 지체될까 정신 차리고 시장을 빠져나오지만, 일자로 빼곡히 나열된 주택가와 적막을 깨고 바삐 움직이는 봉제 기계는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이질적인 모습으로 나를 다시 한번 붙잡는다. 그리고 살며시 뒤로 보이는 거무튀튀한 절벽은 창신동이 가진 역사의 켜를 한눈에 보여주니, 동네 자체가 풍성하여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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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은 본래 채석장이었다. 식민 도시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일제는 경성에 대형 건축물을 지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조선은행, 경성역(구 서울역), 경성부청(구 서울시청), 조선총독부를 불과 10년 만에 전부 완공했으며, 이 모두 석조 건축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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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짧은 시간에 저렇게나 많은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화강암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재료의 근원지가 창신동이었기에, 곳곳을 돌아다녀 보면 어렵지 않게 인공적으로 잘려 나간 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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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은 역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동시에 해방 이후 서울의 기반을 다지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한국 패션 시장을 이끈 동대문 시장을 필두로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과 그렇게 해서 형성된 시장과 주택가들. 주택가는 절벽을 배경으로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루었고 마을 초입엔 시장이 들어서면서 서문에서 말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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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시선엔 허름한 주택과 낡은 동네가 보잘 것없는 장소라 치부하며 아파트를 짓기에 좋은 땅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창신 숭인 채석장 전망대’에 올라 이곳을 바라본다면, 창신동을 보존하고 기억하려 했던 불특정 다수의 생각이 옳았음을 깨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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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는 간결하지만 인상 깊다. 수직선은 엘리베이터, 수평선은 카페와 전망대로 사용되어 건물의 기능은 단순하다. 하지만 두 선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형태와 비로소 볼 수 있는 동네의 경치는 절대 단순하지 않다. 십자가 형태를 가진 전망대는 기둥 하나 없는 캔틸레버 구조를 가진다. 덕분에 관람객은 걸리는 선 하나 없이 창신동 일대를 내려다 볼 수 있으며, 옥상에서 도로 쪽으로 걸어가면 몸이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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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는 남산타워가 보이고 중간에는 동대문 역사문화공원과 고층 건물이, 가까이는 한양도성도 보여, 한 곳에서 다양한 역사의 켜를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창신 골목 시장과 봉제 거리, 절벽을 뒤로한 채, 건물이 모여 역동적인 동네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귀한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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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되면 무작정 밀고 보는 우리네 건축계 현실 속에서 전망대를 통해 이곳의 가치를 증명하려 했던 소수의 움직임은 헛되지 않았다.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본 덕에, 곳곳에는 창신동만이 보여줄 수 있는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고, 다른 지역구에서는 이곳을 본보기 삼아 지역재생을 도모하려 할 정도니, 더 부차적인 설명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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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도 ‘창신 숭인 채석장 전망대’에 올라 창신동의 매력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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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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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낙산5길 51
평일 11:00 - 20:00 (월요일 휴무)
주말 10:00 - 2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