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시소 서촌
서울, 서촌 / 인왕산 • 문화

"터무니있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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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라는 단어가 있다. 터에 새겨진 흔적이라 해석할 수 있다. 집을 지을 자리나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밑바탕의 뜻을 가진 '터'에 흔적을 남기는 '무늬'가 변형된 '무니'가 결합한 단어다. 그래서 그런 밑바탕이 없는, 근본 없는 말을 두고 우리는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건축에서도 '터무니없다'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 잡초처럼 건물을 뽑아 다른 곳에 옮겨 심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건물은 애초에 땅과의 관계가 약하기에 가능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건축물은 터무니없는 건축이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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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시작은 대지 분석부터다. 땅 위에 지어지는 것이 건물이니, 그 땅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은 정말 중요하다. 빛, 향, 바람, 소음과 같은 물리적 분석부터 대지가 가지고 있는 맥락, 분위기, 역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건물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그것이 형태로, 내부 공간으로 표현되어 좋은 경험을 주는 공간이 탄생하게 된다. 때문에 이런 건축물은 잡초와 달리,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면 어색하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금방 시들어버린다. 땅과의 관계가 자석처럼 강력해서, 그곳이 아니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서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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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건물도 그렇다. 이곳이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터무니 있는 공간은 바로 '그라운드 시소 서촌'이다. 건물의 형태는 주변의 건물과 비슷하며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그 비슷한 맥락 속에 마련된 특별한 중정을 본 순간, 이곳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마치 우물처럼 중간이 뻥 뚫린 중정은 빽빽하게 건물이 들어선 도심 속에 쉼터를 만들어준다. 내부에는 나무도 심겨 있고 물도 흘러, 1층에서부터 4층까지 오르내리며 그곳의 자연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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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앉혀진 곳 바로 옆은 백송터가 자리한다. 1991년 나무가 죽기 전까지 우리나라 백송 중 가장 크고 아름다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몸통만 남아 있어, 그것만으로 지난 200여 년의 시간을 회상할 뿐이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 나타나는 백송 나무가 마을 주민들의 쉼터가 되었듯, 이곳에 새롭게 들어선 그라운드 시소 서촌이 그 역할을 대신하려 한다. 그래서 이 건물은 다른 곳에 그대로 옮겨 심어지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시들어 버릴 것이다. 백송터를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고 수직적으로 열린 공간을 확장하려 했던 아이디어가 쓸모없어지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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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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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6길 18-8
매일 10:00-19:00(매달 1번째 월요일 휴무)
화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수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목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금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토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일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