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TY
서울, 성수 • 숍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 - 성수 EMP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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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이 가치 있는 건, 비어있음으로 음식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옷장이 가치 있는 건, 비어있음으로 옷을 수납할 수 있기 때문이고, 공간이 가치 있는 건, 비어있음으로 옷장을 담고 그릇을 담아, 비로소 한 사람의 취향까지 담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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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그릇은 음식을 담을 수 있지만, 음식은 알맞은 그릇을 원한다. 밥그릇, 국그릇, 반찬 그릇 등. 어느 그릇에 어느 음식을 담는가는 주인장 마음이지만, 그래도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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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라서 다를 이유가 있을까. 공간에 담기는 다양한 요소는 알맞은 공간을 원한다. 책은 도서관다운 공간을 원하고 옷장은 옷방다운 공간을 원한다. 공간과 그것에 담긴 요소가 알맞게 어우러지면, 비로소 공간은 우리에게 좋은 경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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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EMPTY는 무신사에서 런칭한 온, 오프라인 편집숍이다. 비어있는 국내 하이엔드 패션 시장을 겨냥하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은 직관적이어서, 잘못하면 유치해지기 쉽다. 하지만 알맞은 옷을 입은 공간은 의미조차 세련되게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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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가격대와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브랜드가 한곳에 모인 만큼, 이곳의 입구는 남다르다. 좁은 문과 간결한 간판이 진입장벽 높은 하이엔드 패션 시장을 대변해주며, 아무나 들락거릴 수 있는 곳이 아님을 말해준다. 금속으로 마감된 문손잡이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은 온몸을 타고 흐르고, 공간 곳곳에 보이는 조명, 난간, 바닥재, 심지어 구조까지 금속으로 만들어져,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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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공간은 비어있어 채울 수 있고, 채워져 있어 덜어낼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에 공간도 이에 알맞게 대응하도록 했다. 이동할 수 있는 가구와 시시때때로 변하는 디스플레이는 전시되는 옷에 알맞은 공간으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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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와 공간 구성을 넘어, 눈에 띄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유리로 감싸진 외관 덕분에 더욱 살아나는 내부 경험이다. 자본의 논리에 의해 높고 화려한 건물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의 성수동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어,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재료인 금속과 덕분에 높이 지을 수 있게 된 고층 건물이 겹쳐 보이는 모습은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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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부터 가변성있는 공간, 거기에 풍경까지. 비어있음으로 모든 공간이 옷을 담을 수 있지만, 매년 바뀌는 패션계 트랜드를 담을 수 있는 곳은 이곳이 가장 적합한 듯하다. 그래서 EMPTY는 보기에도 먹기에도 좋은 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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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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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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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97
매일 11:00 - 20:00
화요일: 오전 11:00 ~ 오후 8:00
수요일: 오전 11:00 ~ 오후 8:00
목요일: 오전 11:00 ~ 오후 8:00
금요일: 오전 11:00 ~ 오후 9:00
토요일: 오전 11:00 ~ 오후 9:00
일요일: 오전 11:00 ~ 오후 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