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 원 PLACE 1
서울, 삼성역

“기술의 발전은 더 나은 우리네 삶을 위해” - PLAC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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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이 집이었던 시절, 원시인들은 제한된 환경에서만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원하는 환경보다 동굴이 있는 주변 환경에 적응해야 했고, 거처를 옮기더라도 강가가 아닌 산속에 들어가 생활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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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전하고 나무와 벽돌, 석재로 집을 지을 수 있게 된 사람들은 동굴이 아닌, 강가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쉽게 물을 끌어올 수 있었고, 땅도 비옥하여 수렵 채집이 아닌, 농경, 목축 생활로 한 장소에 오래 머물 수 있었다. 그렇게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형성했고, 마을은 하나의 성을 이루었으며,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의 기틀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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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더 발전하면서 산업 시대가 도래했다. 철을 대량생산 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인장력에 약한 콘크리트에 철근을 배근하여 다양한 건축적 실험을 해왔고, 그렇게 바닥과 기둥, 계단으로 이루어진 ‘도미노 프레임’이 발표되었다. 자유로운 입면과 평면을 구성할 수 있어, 덕분에 강도 높아진 철근 콘크리트와 그 활용법은 순식간에 널리 활용되었다. 이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고층 빌딩의 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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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콘크리트가 굳으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한번 굳으면 재활용할 수 없는 건축물은 콘크리트의 수명이 끝나갈 시점인 3-40년 후에, 그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과정에서 나오는 건설 폐기물은 지구 전체 폐기물의 70%를 차지했으며, 이는 곧 건축계에 또 다른 기술적 발전을 필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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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탄생한 새로운 공법, ‘PC(Precast Concrete) 공법’은 플라스틱처럼 공장에서 콘크리트를 성형해 작업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둥, 바닥, 보와 같은 주요 부재부터, 장식으로 사용되는 콘크리트 타일까지, 자재를 미리 만들어 현장으로 운송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것은 공기 단축, 공사비 절감, 품질 관리에 용이했다. 롯데월드타워의 상층부는 이 공법을 통해 엘리베이터와 계단 부분의 구조를 해결했으며, 오늘 소개할 공간 또한 이 공법을 활용하여 재료와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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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별관, ‘PLACE 1’은 안보다 밖이 더 흥미롭다. 3차원 형태의 원형 셀(cell)을 모아 전체 입면을 구성하여,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각인 될 수 있는 평이한 건물 외관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각각의 셀에는 다채로운 예술품으로 구성된 아트 디스크를 설치했고, 비로소 흥미롭게 변화하는 입면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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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공법을 통해 붙여진 외관은 일부가 손상되면 부분 교체가 어려운 기존의 공법과 달리, 부분마다 뜯어내어 교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건설 폐기물은 줄어들고, 건물 전체를 철거할 때도 성능만 보장된다면 재활용할 수도 있으니, 이 공법은 주목받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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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PLACE 1이 리모델링 프로젝트로, 외관에만 PC 공법이 사용되었으나, 더 많은 건물이 주요 부재까지 해당 공법을 사용한 사례가 늘어난다면, 앞으로 바뀔 우리네 공간 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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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발전했고, 이번에도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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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 김찬중 ( @thesystemlab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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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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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영동대로96길 26 하나은행삼성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