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전당
부산, 해운대구 • 문화
로고스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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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건축은 과거 오래도록 서양 철학관을 지배해온 플라톤 철학을 따른다. 과거엔 이것을 동일성, 일치 등의 단어들로 형상을 만들어 ‘로고스’ 혹은 ‘이데아[idea]’라는 것으로 지켜 왔다. 그리고 그 근대에는 더 새로운 공간이 나오지 않고, 이것들을 ‘반[反]’하는 현대건축이 등장하게 된다. 물론 역사를 칼로 나눈 것처럼 이등분할 수 없기도 하며 동시에 과도기적 시기를 어떻게 논하고 다뤄야 할지는 매우 중요하고 확정 짓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오늘은 ‘역사는 그 과거의 잔상들이 차이를 만들며 현전과 다른 의미를 들어내는 그 과정을 중요시한다’고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바르다고 할 수 있다[자크 데리다의 *차연 diffe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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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도 너무 잘 알려진 그들 ‘자크 데리다’, ‘피터 아이젠만’ 그리고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쿱 힘멜블라우[회사]’. 현대건축을 논하기 위해선 ‘철학자’와 ‘건축가’들의 발자취와 생각의 발전 과정들을 면밀히 살펴 봐야 하지만 오늘 작자가 준비한 주제는 ‘현대라고 말하는 이 시대 이후의 새로운 공간은?’이다. 쉽게 말해 현대건축은 아직도 그 계보를 이어가며 무수히 많은 양상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가고 있다만 ‘이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공간은?’이라는 질문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논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미래의 예상도라 했던가.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 과거 그리고 지금 활동하는 노장 ‘공간가’들의 발자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명백하게 ‘코로나’라는 것은 우리가 삶을 즐기는 공간들의 유형을 급격하게 바꾸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건물을 뜯어보며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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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 힘멜블라우’의 ‘영화의 전당’은 과거 피터 아이젠만이 데리다의 ‘차연’을 수용하며 건축적으로 표했던 ‘흐릿한 공간’이라는 것이 ‘비영역적 공간’으로 잘 드러난다. “길일까?, 다리일까?, 복도일까?, 전의 공간일까?, 명백한 동선 공간일까?” 모든 질문을 명확하게 구분 짓기 힘들게 한다. ‘작자가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는 하는가?’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의 전당’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 말을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을 좀 더 직관적으로 말해보자면 목적 없는 공간들이 개인의 이동과 의도에 따라 경험하며 유의미한 해석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곳의 공간감은 마치 시대가 흐르며 다가오는 상황에 사람들을 삶의 형태를 바꾸는 것과 같다. 굽이치고 휘어 들어가는 공중에 뜬 다리, 유리 난간과 얇은 선, 정의되지 않은 바닥의 면적은 유클리드 기하학으로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 위상기하학의 공간들을 끊임없이 생성해 나간다. 비정형적인 형태들이 만드는 역동적이고 긴장감 도는 형태들은 이곳 공간에서 느끼는 감상을 정갈하게 정리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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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은 ‘정의’하지 않는다. 명백히 계속해서 차이를 발생시키며 의미를 들추는 것이 그 과정이며, 행위 자체일 수도 있다. 이렇게 아리송한 문장이지만 우리는 각자의 삶을 비추어보면 아마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무거운 신념을 가지고 살다가도 거친 파도가 몰려오면 배를 묶어둔 닻을 풀어 파고를 타고 변화하는 높이에 따라 순응하고 의미를 만든다. 그리곤 다시 방향을 잡아 나아가듯이 이 격변의 시기를 어떻게 잘 풀어나갈까? 이것이 이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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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로고스를 반[反]하고 지금의 현대건축을 이끈 그들. 작자도 그들의 발자취를 다시 따라 읽으며, 미래에 대한 의문을 남기고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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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과연 우리는 변화하는 이 시대에 무엇을 경험하고 들어내 나만의 의미를 재생성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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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격변의 시기의 변화를 알려준 공간 부산 센텀시티의 #영화의전당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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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영화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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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_ 영화관, 영화 전문자료실, 아카데미, 전시, 뮤지컬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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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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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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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 : 현상은 이전에 항상 연기되어 있는 흔적이 선행하며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 현대 건축과 비표상-에서 일부 발췌. 저자, 정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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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은 정부 코로나 방역 지침 2단계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니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