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전당
부산, 해운대구 • 문화

“츤데레와 공동체” - 영화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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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고무신에서 인상 깊던 장면 하나가 떠오른다. 그때 당시 흔치 않았던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심지어 티켓까지 판매하며 가장 좋은 자리를 점하려 하는 모습 말이다. 그 모습이 지금의 영화관과 다르지 않아, 영화관을 방문할 때면, 간혹 떠오르는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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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지붕에 올라가 안테나를 돌리며 소리로만 영상을 감상하고, 자리가 없는 이들은 담장 너머로 까치발을 들며 텔레비전을 보려 한다. 지금보다 훨씬 작은 화면에 송출되는 드라마, 영화는 사람들을 끌어모아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했고, 여기에 마당은 극장으로도 변신할 수 있는 가변성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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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하나가 되는 순간은 시대를 불문하고 계속해서 이어져 온 예술 활동이다. 예나 지금이나 영화관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의 장면을 통해 같은 추억을 간직한다. 그리고 이런 행위는 ‘영화의 전당’에서 정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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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의 접점에 있는 부산은 언제나 역동적인 모습을 가진다. 그래서 예술 분야를 대표하는 영화와 관련된 시설이 부산에 들어선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전당’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넘어 시상하고 그 순간을 간직하며 기록하는 의미 있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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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영화만을 위한 도서관과 전시실, 영상실이 있으며, 다양한 공간감을 가진 영화관도 들어서 있다. 여기에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 때 경험했던 마당의 가변성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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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 마련된 공연장의 규모는 상당하다. 웬만한 행사를 수용할 수 있는 이곳은 행사가 없으면 열린 공간으로, 길을 이어주는 지름길로, 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로 변모한다. 이곳이 언제나 사람들을 담아내는 공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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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더블 콘’이다. 아이스크림콘 2개를 겹쳐 놓은 형태는 사람들이 맨 처음 마주하게 되는 모습이자, 다른 곳에서 뻗어 나오는 구름다리가 수렴하는 공간이기도 하며,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있는 코어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에 큰 지붕을 떠받치는 구조물 역할도 하니, 더블 콘은 이곳에서 핵심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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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의미 있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형태는 어쩔 수 없이 주변을 압도해야만 했다. 하지만 융통성 있게 변하는 외부 공간이 이곳을 정감있게 만들어줘, 차가운 외관이지만, 츤데레 기질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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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했던 우리네 모습은 공간을 통해 더 확실하고 끈끈하게 맺어진다. 이곳은 영화의 전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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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쿱 힘멜블라우 ( @coophimmelblau_wolfprix )
사진, 글 : 신효근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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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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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수영강변대로 120 영화의전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