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랫
경기도, 파주시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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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월 ‘문(文)’에 피어날 ‘발(發)’을 쓰는 ‘문발동(文發洞)’은 단어 그대로 문자가 피어나는 동네다. 이름에 걸맞게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출판 단지를 만들었고, 그렇게 탄생한 ‘파주 출판 단지’는 우리에게 ‘문발동’보다 익숙한 이름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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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출판 시스템이 한곳에 모인 덕에 낭비되는 자원 없이 책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출판 업계는 나날이 발전할 수 있었다. 여기에 지역 특색도 명확해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글이 피어나고 문명이 발전한 여느 도시처럼 파주 출판 단지는 급속도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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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랐던 걸까. 자연과 공존하는 동네라 홍보하지만 하천이 전부고, 맥락 없이 자기 자신만 뽐내기에 급급한 건물은 한국 전쟁 이후 무작위로 건물을 올렸던 우리네 과거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이곳은 우리 눈을 즐겁다 못해 피곤하게 만든다. 여기에 근본 없는 장식으로 뜬금없이 자리한 롯데 아울렛이 ‘파주 출판 단지’를 더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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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난잡하고 모호하며 맥락 없는 건물들 사이로 자신을 보호하려 노력하는 건물이 눈에 띈다. 바로 ‘디플렛 파주’가 1층에 자리한 ‘디자인 비따’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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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서 건물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육중하게 높은 벽이 건물을 가린다. 중간에 뚫린 길고 가는 구멍이 전부인 이 벽은 오롯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세워진 방어막이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짓는 건물을 들추지 않고 도리어 감추는 모습이 흔한 행동은 아니다. 그렇지만 맞은 편에 자리한 롯데아울렛이 경관을 해치고 이곳의 맥락과도 어울리지 않는 장식으로 우리 눈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보편적이지 않은 건물의 행동이 납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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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세웠다고 한다면, 주변과 단절을 꾀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벽에 뚫린 구멍과 이면도로 쪽은 열려 있어 건물은 도시와 적당하게 ‘거리두기’를 실천한다. 코로나19로 경험한 적당한 거리두기는 생명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삶을 피폐하게 만들지 않듯이, 건물도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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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과 벽 사이는 공간이 마련되어 답답하지 않고 주변과도 열려있다. 여기에 작은 정원이 도심 속 사색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아쉽게도 카페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경험할 수 없다. 하지만 외관에서 보이는 돌출 창과 최소한으로 뚫린 창을 통해 다른 층의 공간도 도시와 적당한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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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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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회동길 446 1층
매일 11:00 - 18:00
화요일: 휴무일
수요일: 오전 11:30 ~ 오후 7:00
목요일: 오전 11:30 ~ 오후 7:00
금요일: 오전 11:30 ~ 오후 7:00
토요일: 오전 11:30 ~ 오후 7:00
일요일: 오전 11:30 ~ 오후 7: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