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산방
서울, 성북구 • 카페
운암산방, 이곳은 문인들의 얼이 서린 곳
성북동, 가을이면 꼭 찾는 두 곳 중 하나이다. 역사문화 유적의 도시조직이기도 한 이곳을 정처 없이 걷다 보면 이런 공간들을 쉬이 마주 할 수 있다. 이곳은 과거 문인들이 문학을 탐구하던 곳. 더욱이 한옥에서 ‘누마루’는 가장 계절을 잘 담는 곳이다. 그렇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담겼을 때를 봐야 하지 않을까? 따뜻한 차와 함께 사색의 시간을 가지기에 참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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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9명의 문인은 이 집에서 문학을 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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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9명 중 우리가 정말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유리창’을 쓴 정지용 시인이다. 이 집은 구인회 중 한 명인 상허 이태준 작가의 가옥이다. 양식은 개량한옥이다. 工형으로 입구에서 왼편으로는 건넌방이 오른쪽으로 본채가 있다.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의 특징은 안방에서 튀어나온 ‘누마루’가 있다는 것과 주방과 화장실이 한쪽으로 배치되어 한옥치고는 기능적 실들이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더군다나 이 누마루에서 즐기는 정원의 풍경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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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유적지인 줄 알고 찾았던 공간이다. 간단하게 들러 어떤 사람이 언제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줄 알고 갔었다. 참으로 사람일 모른다는 것이 유적지를 찾아왔더니 번호표를 뽑으라 한다. 그것도 카카오톡으로 웨이팅 순번을 알려준다. 신기하다. 요즘은 이런 작은 유적지도 참 인기가 많다고 하던 찰나, 안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잠깐 문밖에서 바라본 내부의 풍경은 환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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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한옥[개량한옥]에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다. 그 정원에서는 사람들이 자연경관과 함께, 날씨와 함께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그저 박물관 같은 유적지 인 줄로만 알았는데, 꽤 근사한 다과를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사람도 많다. 옥외 공간도 툇마루부터 정원 중심부 정자까지 다양한 자리가 있었다. 옥외 공간에서 차를 즐기기 위해 여기저기 모기향을 피워 두었는데, 그 연기마저 아름다운 통에서 흘러나온다. 여러모로 기분이 좋았다. 영업하기 위해 최소한 실용을 위해 건든 흔적도 몇 보였지만 가능한 원본을 살려 두려는 의지도 함께 보인다. 특히나 이런 작은 규모의 한옥에서 누마루가 나와 있는 것이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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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보통 선비들의 공부를 하는 곳이었으니 아마 이곳에서 토론하지 않았을까? 넘겨짚어 본다. 한국 단편소설의 큰 획을 그었던 선생님의 집이며 유명 문인들의 토론방이었다. 너무 궁금했다. 몇 초간 살펴본 장면에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른 돌아 나와 기다리기를 몇 분이 흘렀을까. 나는 오로지 저 ‘누마루’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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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안내에 따르면 3곳의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그 후보에 누마루 자리는 없었다. 그러나 가능한 누마루와 바로 붙어있는 안방의 자리를 고를 수 있어 그리했다. 뒤 돌아보는 누마루의 내부는 안방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 단상과 서랍. 창으로 들이치는 햇빛이 오래된 나무와 만나 보이는 장면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곳 가옥에서 집필된 글 중에 우리가 아는 것이라면 ‘황진이’ 정도가 익숙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오래전 한국문학의 한 획을 그은 분이 공부를 하던 공간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웅장해졌다. 그리고 나머지 8분과는 이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지 상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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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기침해가며 점잖게 한 수 한 수 바둑을 두듯 말을 이어 가셨을지? 아니면 지금의 우리처럼 동네 술집에 앉아 어떤 게 더 좋을까? 하며 서슴없이 이야기했을지 말이다. 참 재미난 생각이었다. 작가라고 하는 직업의 고정관념이 있다면 ‘어딘가 점잖음’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것을 전혀 믿지 않는다. 사람이 직업에 따라서 보이는 모습을 바꾼다는 것이 내게는 참 아쉽기 때문이다. 여하튼 재미난 상상은 그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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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단호박범벅 팥빙수이다. 어린 시절부터 작자가 유별나게 좋아해, 어머니가 자주 데려가 먹였던 팥빙수. 지금도 많이 좋아한다. 열이 많은 사람이라 아직은 더워, 빙수라는 단어에 단박에 선택한 것 같다. 더욱이 종이 메뉴판이 아녀서 다시 스크롤을 올려 다른 메뉴를 살펴보기 싫었던 이유도 조금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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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지 않은 삼삼한 맛의 팥빙수. 단호박도 인위적인 단맛은 전혀 없다. 우유 빙수에 올라간 단호박 범벅과 팥앙금. 약간의 떡과 함께 뿌려져 나온 과하지 않은 연유까지 어릴 때 즐겨 먹던 그 맛의 상위호환 버전 같았다. 한입에 마음이 녹아서였을까? 추억에 빠져 마구잡이로 입에 넣으며 먹는다. 찬 기운에 된통 혼나기도 했지만 누마루에 들이치는 빛처럼 아름다운 시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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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공간이 현대에서 그 모습을 가능한 한 지켜가며 다시 생기를 머금고 있다는 것은 언제봐도 감사하다. 어쩌면 이곳이 한국이 가질 유일함이자 높은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공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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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오래전 9명의 문인이 한국의 문학을 이끌었고, 지금은 수없이 많은 이들이 문화를 만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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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성북동에 위치한 한옥 카페 * #수연산방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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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산방=여러 사람이 모여 산속의 집에서 책을 읽고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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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성북구 성북로26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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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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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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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11:30~18:00
주말 11:30~22:00 [18~19시는 브레이크 타임]
월, 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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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일부만 첨부합니다. 가격대를 알기에는 충분한 사진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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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은 수도권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공간을 운영중 입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카메라로는 담기 힘든 곳입니다. 눈으로 보시는 게 훨씬 아름답습니다.
화요일: 휴무일
수요일: 오전 11:30 ~ 오후 5:50
목요일: 오전 11:30 ~ 오후 5:50
금요일: 오전 11:30 ~ 오후 5:50
토요일: 오전 11:30 ~ 오후 9:50
일요일: 오전 11:30 ~ 오후 7: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