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카페는 커피 뿐 아니라 공간과 브랜드를 향유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는 것 같아요. 규모에 상관없이, 공간과 컨셉이 유독 특이했던 곳들을 모았습니다.
충무공 커피바
"충무공의 기운이 연남동에“
송파구에서 거북선 조형물로 유명했던
충무공 커피바가 연남동으로 터를 옮겨 가오픈 중이다.
근엄했던 거북선 모양의 커피바는 이제 볼 수 없지만,
거북선 머리를 주방 상단에 올려
기존 매장의 컨셉을 그대로 계승하는 듯하다.
인테리어는 이전보다 훨씬 밝고 모던해진데다,
바 테이블까지 갖추어져 손님들과 다채롭게 채워질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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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커피바는 겉으론 거북선 오브제로 유명세를 탄 것 같지만,
커피맛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주문했던 커피는 핑크버번 향이 강조되는 원두였는데,
최근 인상적이었던 뎀셀브즈의 버번캐스크 원두와
비슷한 결이어서 마음에 쏙 들었다.
야밤에 마시니 위스키를 마시는 것 같기도 하고,
입안 가득 아로마가 풍기는 느낌에 기분 좋게 하루가 마무리됐다.
충무공의 강렬한 기운이 광화문도, 송파도 아닌 연남동에서 느껴진다.
이런 맛있는 곳은 적에게도 널리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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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공커피바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81-6(동교동)
🕰 월 - 목 08:00 - 21:00 / 금 08:00 - 22:00 / 토 11:00 - 23:00 / 일 11:00 - 22:00
유즈리스 어덜트
"Useless가 모여 만든 Useful”
보문동 거리를 거닐던 중, 검소한 외관만 보고선
여느 감성 카페들과 비슷하겠거니 지나쳤던 곳.
큰 오산이었다.
문을 열고 매장을 들어갈 수록
생각지 못한 내부에 모두가 ’우와‘ 하며 감탄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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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이름은 Useless Adult(쓸모없는 어른)다.
자존감이 하향평준화 되어가는
요즘의 현대인들을 대변하는 말이어선지,
부정적으로 느껴야 할 상호명은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진다.
내부의 물건들은 대부분 오래된 것들로,
가만히 보면 이 모든 것들이 ‘Useless Adult’란
가게 이름과 참 닮았단 생각이 든다.
옛날 것으로 치부되어 누군가에겐 쓸모 없다며 버려진 것들.
하지만 그것들은 이곳에서 분위기로, 예술로, 역사로,
새로운 쓰임을 부여받아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옛 구옥의 형태를 그대로 지닌 공간 자체도 그런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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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넷플릭스로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이란
일본 드라마를 재미나게 보고 있다.
한 편에 한 디저트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코미디 드라마인데,
이 날 전철에서 본 ‘안미츠’라는 디저트가 참으로 궁금했다.
안미츠는 팥과 우뭇가사리 묵(푸딩)을 베이스로
달달한 과일이나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음식인데,
팥을 곁들인 다채로운 맛이 빙수와 꽤 비슷하다.
곧 일본에 가면 안미츠를 먹어봐야지 다짐하며
약속에 나왔는데 웬걸.
마치 운명처럼 이곳에서 안미츠를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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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즈리스 어덜트
🏷 서울특별시 성북구 보문로18길 25(안암동)
🕰 매일 12:00 - 22:00
레이지파머스
"경리단길에 개교한(?) 비건카페“
낙후된 동네의 보이지 않는 손,
글로우서울이 경리단길에도 새 공간을 선보였다.
‘경리간길이 그 정도로 낙후됐나?’ 싶다가도
2010년대 초중반 뜨거웠던 경리단길을 되새겨보면,
성수동을 비롯한 각종 동네의 부흥을 보면.
최근의 경리단길은 회생이 어려워 보일 만큼
내리막을 걷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글로우서울은 익선동과 소제동, 창신동에 이어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영예를 누린 경리단길에서 새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남산대학교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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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의 범위가 어디까지가 될 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곳 새비지가든은 남산대학교의 ‘식물학과’ 컨셉으로
건물 전체가 이국적인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건물 내벽이 식물로 뒤덮여져 있는가 하면 종자보관실, 강의실 등
호그와트가 실제로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기도.
식물이 전공이어서 그런지, 음료나 디저트는 대부분 비건으로 구성돼 있다.
연결된 다른 동에는 비건 레스토랑도 마련해
비건을 좋아하는 분들은 연계해 둘러볼 만하다.
더불어 글로우서울 프로젝트의 일환이기에,
청수당, 온천집 등과 적립포인트를 공유하는 건
알아두면 좋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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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음 신설학과는 무엇인가요, 총장님?
비건은 식물학과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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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비지가든
🏷 서울특별시 용산구 회나무로35길 5(이태원동)
🕰 매일 10:30 - 21:00
YM Espresso Room
“나는 저 바리스타를 믿사오니”
끝내 맛있는 커피를 받을지어다.
성당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YM커피프로젝트의 두 번째 공간.
컨셉 만큼이나 파격적인 위치 선정을 보여주는 이곳은
구파발 래미안아파트 1층에 자리해 있다.
경건해지는 공간만큼이나 기분 좋은 음악은
뒷편의 스피커에서 좌석을 향해 흘러나오는데,
앞에선 시각을, 뒤에선 청각을 호소하는 설계가 매우 감탄스럽다.
연신내에 있는 첫 번째 공간이 필터커피를 다룬다면
이곳은 에스프레소와 일부 논커피를 다룬다.
필터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은 아쉬울 수도 있으나,
공간 때문이라도 한 번쯤은 방문해 봐야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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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M에스프레소룸
🏷 서울특별시 은평구 진관3로 67, 래미안아파트 909동
🕰 매일 11:00 - 21:00(비정기휴무 인스타그램 확인)
ⓒ 2022 Eenomsiki. All rights reserved.
맨홀커피
“다른 세계”
이곳은 2층엔 미술학원,
1층엔 피자집과 부동산이 있는
흔한 아파트 상가의 지하다.
신비로워 보이는 지하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초록색 문으로 은밀한 빛이 새어 나오는데,
문 옆에 붙은 호그와트 정류장 표시가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문을 들어가면 펼쳐지는 전혀 다른 세계.
이곳이 당산 아파트 단지가 맞나 싶다가,
마법 같은 분위기에 동화되어
바로 위가 센트럴아이파크아파트란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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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가게에 가면 가게 이름의 뜻을 생각해보곤 한다.
어느 누가 귀띔하지 않았는데
고객이 짐작한 뜻과 오너가 의도한 뜻이 일치하면
그 브랜딩은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다.
이곳의 이름은 맨홀커피다.
가게 이름이 왜 맨홀커피인지는
매장 계정에도 소개돼 있지 않지만,
내가 생각하는 맨홀은 비밀스럽고
갑작스러운(혹은 쌩뚱맞은) 통로 같은 느낌이다.
재개발로 아파트 단지가 빽빽이 들어서고 있는
영등포구청 지하에, 지상과는 단절되어
전혀 다른 세계를 구축한 이 카페 자체가 맨홀 아닐까.
입구에 있는 호그와트 정류장 표시는
이미 이곳 안과 밖의 세계가 다르다는 걸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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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홀커피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동5가 43, 당산센트럴아파트상가B 지하1층(당산동)
🕰 매일 12:00 - 22:30(월요일 휴무)
ⓒ 2022 Eenomsiki. All rights reserved.
온고지신
“온고지신”
서울대입구 살 때 가장 좋아했던 카페지만
방방곡곡 역마살 덕에 한 번밖에 와보지 못한 곳.
온고지신이란 이름처럼 매장과 메뉴 모두 다도를 표방하나,
디저트의 구성이나 플레이팅은 웬만한 파인다이닝 못지 않다.
주문은 1층, 서빙과 음용은 2층에서.
낮시간대에 방문하면 햇살이 해시계처럼
시간에 따라 매장 구석까지 따사롭게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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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고지신
🏷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14길 101(봉천동)
🕰 매일 12:00 - 22:00
* 거리두기에 따라 영업시간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 2022 Eenomsiki. All rights reserved.
커피한약방
“여전히 약을 짓고 있습니다”
먼 옛날, 허준이 약을 지었다는 혜민당 자리에는
허름한 카페가 들어서 있습니다.
쓰디쓴 한약을 달이던 곳이 먼 훗날,
씁쓸한 커피를 내리는 곳이 되었을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하지만 한약이랑 커피는 몇 가지 닮은 구석이 있어서
그다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씁쓸한 맛이 익숙해지면 향이 느껴지기도 하고,
매일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건 둘의 공통된 역할이기도 하죠☕️
어쩌면 조선 사람들의 약을 지어주던 곳이
현대인의 약을 짓는 곳으로 변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 때와 분명히 달라진 건,
쓴 맛을 달래주는 맛있는 디저트가 생겼다는 거?🍮
락떼스피릿
"준비됐지, 카우보이?”
조용하고 아늑한 곳만 있을 것 같은 망원동에
슬슬 자기 목소리를 내는 가게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의 분위기가 감도는 락떼스피릿은
단순히 컨셉이라기보단 주인의 취향이 듬뿍 묻어난 곳이에요✨
소품부터 음악, 재생되는 노래들은 모두
주인장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의 모음집이었고,
이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신선한 기분을 요즘 들어 많이 느껴본 것 같은데요👀
힙합 분위기가 풍기는 군드립커피숍,
블링블링한 조명이 눈을 사로잡는 엥겔커피,
그 외 많은 곳들이 처음 갔을 땐 낯설고 신선했지만,
어느새 그들의 취향에 동화되어 다시금 찾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는, 고정관념 같은 카페의 모습을
부숴줄 곳을 기다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망원동의 고정관념도 이곳이 부숴줄 거예요.
준비됐지, 카우보이?
궤도
“궤도에 들다”
마냥 좋은 곳은 정작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공간부터 메뉴, 브랜딩까지 모든 연출이 완성도 높고 치밀합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커다란 스크린 앞에서
브루잉하는 바리스타의 사진을 보고 왔겠지만,
아마 우리가 얻어가는 것은 단순한 커피타임 그 이상일 거예요☕️
한번이 아닌 여러번 재방문을 다짐했으니,
제 마음 속에도 말 그대로 궤도가 생겨버렸네요🪐
여러 곳을 돌고 돌아, 조만간 또 방문하겠습니다.
로그
“우주같은 공간, 우주같은 음식”
역삼동 오피스단지에 있다기엔 믿기 어려운 컨셉.
오브제부터 배경음까지,
인터스텔라에 나올 법한 공간 연출이 돋보이는 곳이에요👨🚀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영화 세트장,
혹은 전시 한 편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랄까요?🛰
공산품 디저트와 맛없어서 깜짝 놀란 커피는
우주식량이라 그런 걸로…🥲
스웨이커피스테이션
“연희동 판타지”
문을 열면 해리포터 같은 세계가..!
독특하면서도 확고한 컨셉, 그리고 넓직한 공간이
마치 이 카페만의 ‘세계관’을 만든 것 같아요😯
밖에서만 봤으면 몰랐을텐데 커피도, 공간도 강렬한 곳☕️
외유내강한 동화 속 카페같달까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11길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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