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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전공자가 추천하는 서울 꼭 가봐야할 좋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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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숲속쉼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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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속 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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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중턱에 자리 잡은, 산속의 별장을 생각나게 하는 공간이 있다. 7212번 버스를 타고 윤동주 문학관에서 내려, 시인의 언덕을 지나, 한양도성을 따라 올라가면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경치는 흥미롭다. 청와대도 보이고 경복궁도 보이며 산이 겹쳐 만들어낸 다양한 레이어가 풍경을 풍성하게 만든다. 중간에 바위가 전망대를 만들어 서울의 강북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주니, 그곳까지 오르는 여정은 지겹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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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원래 군 초소였다. 청와대가 바로 보이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보안과 안전상의 이유로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단계를 두고 북악산, 인왕산을 개방함에 따라 그곳에 있던 군 시설이 철수했고, 그렇게 초소는 지금의 숲속 쉼터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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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외관을 처음 봤을 때, 형태보단 재료의 디테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철사를 격자형으로 맞춰 바닥과 난간, 지붕에 사용함으로써, 흙먼지 많은 이곳이 언제나 깔끔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건물의 형태가 한눈에 읽히고 유리로 외관이 마감된 쉼터가 더 깔끔하고 정갈하게 보인다. 건물 입구에서 초소의 원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지금의 모습과 그때의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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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게 마감된 외관을 즐기며 안으로 들어서면, 자욱하게 깔린 나무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온다. 벽 하나 없이 유리로 내부를 감싸, 걸리는 선 없이 나무와 산,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내부 마감이 깔끔하고 가구도 결구 방식으로, 나무가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사용해 넓지 않지만 곳곳을 둘러보며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간 한쪽에는 자연과 관련된 책이 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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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북악산 일대가 시민에게 개방됨에 따라 한양도성 순성길이 완성되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이제서야 제대로 갖추어진 셈이다. 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산에 오른 거라 순성길을 전부 걷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시간이 되어 제대로 산을 오르다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공간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편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쉼터가 초보 등산객에게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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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인왕산 숲속 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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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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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운동 산4-36
매일 10:00 - 17:00 (매주 월요일 휴관)

녹사평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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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이런 곳이 '더' 많아져야 한다”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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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설은 뭘까? 지하철과 버스정류장이 아닐까? 이곳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공간에 관심이 없다. 기능적인 부분만 중요시하고, 최대한 단가를 낮춰 합리적으로만 설계된 공간에서 우리는 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다. 물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시설과 공간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바에는 그것을 다른 곳에서 더 좋게 사용하면 될 터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주변에 더 좋은 것들이 생겨났을까? 그것 또한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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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옷은 SPA브랜드를 사서 입더라도 매일 쓰는 지갑과 신발은 돈을 더 주고 좋은 제품을 사는 게 낫다고. 필자는 가격이 30만 원인 코트를 사서 그 계절에 3번만 입었다면, 그 옷의 가격은 10만 원이고, 100만 원의 지갑을 사서 365일 사용한다면 그 지갑의 가격은 3,000원도 안 한다고 생각한다. 초기 비용이 부담될 수 있지만, 그만큼 자주 이용하고 사용하는 물건과 시설, 공간에 투자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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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공간은 이태원의 '녹사평역'이다. 지하로 깊게 파여 형성된 대공간과 그곳으로 떨어지는 천창, 서로 엇갈리는 에스컬레이터는 미래의 도시 속 지하철역을 보는 듯하다. 천창을 바라보면 하늘이 아닌 우주 속 행성이 보여야 할 것 같다. 그만큼 우리가 보던 일반적인 지하철역과 비교했을 때, 규모에서도, 분위기에서도 다르다. 곳곳에는 여유 공간도 많아 다양한 전시가 펼쳐져 쉽게 문화공간을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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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평역의 탄생 배경을 살펴본다면, 넓은 대공간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2000년, 서울 시청 신청사 이전 장소로 녹사평역 인근 부지가 선정되었고,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이곳을 교통의 중심지로 계획한 공간이다. 그래서 이곳은 이렇게 큰 규모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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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시청 이전이 무산되고 역만 덩그러니 남게 되어 홀로 그곳을 지키고 있다. 주변 시설에 비해 과하게 큰 공간으로, 세금 낭비라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넓고 쾌적한 지하철역이 생긴 덕분에 우리는 기존의 지하철역이 얼마나 차가우며 재미가 없는 공간인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이곳을 경험해보면서 우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공공시설의 수준이 더 높아지고 그런 곳이 더 많아져야 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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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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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195 6호선 녹사평역

국립중앙박물관

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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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과 하나 되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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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과 대비되는 전시장 복도를 걸어가면 미디어 작품이 어두컴컴한 복도를 비춘다. 물인지, 아니면 안개인지 구분되지 않는 흑과 백의 대비로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몽환적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다. 흙과 편백, 계피를 섞어 발라 안정된 향을 풍기는 붉은 벽은 기울어져 있다. 그 벽을 타고, 미세하게 높아지는 바닥을 타고, 무수히 많은 별을 연상시키는 2만여 개의 봉이 달린 천장을 타고. 그것들을 타고 수렴하는 시선의 끝에는 우리의 국보 반가사유상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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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좌를 풀 것인지, 아니면 가부좌를 틀어 명상에 잠길 것인지 알 수 없는 움직임. 수행과 번민이 맞닿거나 엇갈리다 그 끝에 도달하여 비로소 깨달음을 얻어 얻게 된 잔잔한 미소가 얼굴에 새겨질 때. 그렇게 생긴 몸짓과 표정은 그야말로 하나의 단편 영화다. 멈추어진 동작에 우리는 그것을 멈춰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명상에 잠길 것 같은 동작에 숨소리조차 내쉬면 안 될 듯 눈치를 보기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깨달음을 생생하게 들려줄 것처럼 선한 미소가 우리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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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벽과 미세하게 높아지는 바닥과 작품으로 수렴하는 천장과 두 상을 받치는 원형 전시대가 만들어낸 비정형 공간은 현대에 들어와 모든 것을 수치화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덧없음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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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에 벗어난 사람들은 시선에 걸리는 선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어느 방향에서도 반가사유상을 감상할 수 있다. 위치에 따라 변하는 두 상의 모습과 원근감을 가지며 작아지는 다른 상과의 관계를 보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 두 상이 뿜어내는 아우라에 심취하기도 하며, 가까이 다가가 표정, 몸짓, 금방이라도 휘날릴 것 같은 옷깃을 바라보며 그 디테일에 놀라기도 한다. 전시대로 수렴하는 모든 것이 그곳에 시선을 머무르게 하지만, 수평, 수직하지 않는 모든 것이 사람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한다. 두 상이 가진 움직임을 공간이 관람객에게 그대로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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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리저리 사유하며 돌아다니다 저마다의 생각 끝에 도달한 깨달음을 가지고, 관람객은 이곳의 경험을 마치며 다시 현실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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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넓은 공간에 오롯이 두 작품만을 전시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용기와 도전이 대단하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도 한 전시장에 오롯이 모나리자 한 작품만 전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실 전체를 우리의 국보 반가사유상을 위한 공간으로 할애했고, 더 나아가 뻔한 전시장이 아닌, 입구부터 출구까지 탄탄한 구성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갔다. 작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설명글은 최대한 배제하여 고리타분한 전시장이 아닌 '사유의 방' 그 자체로서 작품과 하나 되는 방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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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했다. 직접 경험하고 직접 느껴보아야 이곳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모든 공간이 백번 글로 읽는 것보다 한번 보고 경험하는 게 백배 낮다. 특히나 이곳은 글로써 표현되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백번 읽어본들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없으니, 여러분도 얼른 가서 이곳을 경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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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은 사진보다 어둡습니다.
* 사유의 방을 온전히 혼자서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박물관 개장과 동시에, 상설전시관 2층 사유의 방으로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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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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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매일 10:00 - 18:00 (수요일과 토요일은 21시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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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경험을 주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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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중력에 저항하며 안정적으로 서있어야 하므로 공학에 속해있다 말하는 이도 있고, 외관이나 공간의 인테리어적 요소만을 말하며 미술의 일부로 건축을 바라보는 이도 있다. 하지만 건축은 결국 사람을 위한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기에 인문학에 가깝고, 건축은 공학과 미술보다 더 오래된 학문이기에 이 두 학문이 건축을 포괄하지 못한다. 따라서 벽과 천장이 만나는 부분의 마감이 어떻다거나 구조적으로 어떻다고 눈에 보이는 시각적 요소들만 들춰 공간을 평가하는 것은, 단지 공학적으로 미술학적으로만 건축을 바라보는 것이며 제대로 공간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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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각적인 요소들 하나하나 분석해 이래서 어떻다든지 저래서 좋은 경험을 준다는 등의 방식이 확실하게 공간을 음미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독자들에게 공간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 중에 이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런저런 말을 붙여가며 공간을 표현하고 듣는 것보다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공간을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거기서 누구는 건물의 디테일을 보고, 누구는 공간 속 사람들을 보며, 누구는 창을 뚫고 들어온 따뜻한 햇살이 공간을 감싼 순간을 음미하며, 그들 나름대로 공간의 좋고 나쁨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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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공간을 경험하기 시작해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선택된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은 굳이 이게 어떻고 저게 어때서 좋은 경험을 주는 공간입니다라고 설명할 필요가 없다. 좋은 공간은 글로 완전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강력한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의 지식 유무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공간을 가보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도 그 공간을 즐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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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근처를 들릴 때면 전시를 보지 않더라도 꼭 가는 곳이 있는데,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다. 이곳까지 가는 교통은 그렇게 좋지는 않은데 정류장이나 역이 근처에 없어 생각보다 꽤 걸어가야 하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매일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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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싫어서 늘 개장시간에 맞춰 미술관을 찾지만, 간혹 본의 아니게 점심시간이 지나서 그곳을 들릴 때가 있다. 그때마다 크게 열린 마당에 어린이부터 연인, 가족들이 그 공간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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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미 검증된 공간을 시각적인 요소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하며 이래서 좋고 저래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겁니다라고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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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공간에 굳이 내가 시각적 요소를 들춰내어 여러 사람들의 감정을 하나로 한정 짓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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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면서 정작 내가 서울에서 가장 많이 가는 장소들을 소개하지 않는 것은 모순된 일이라 생각하여 이번 기회에 이렇게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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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많은 사랑을 받는 건축물에 저의 시선으로 공간을 평가해 여러분들의 감정을 한정 짓고 싶지 않았습니다. 전시를 보지 않아도 이곳에 마련된 외부 공간들이 좋아 겸사겸사 산책하기 좋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좋은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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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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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매일 10:00 - 18:00, 월요일 휴무
*전시는 사전 예약을 하셔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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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간에 짙어지는 세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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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회나무길 끝자락에 우뚝 서 있는 백색 건물이 시선을 압도한다. 동그랗게 깎인 모서리는 조금씩 뒤로 밀려나 단을 만들고 그렇게 생겨난 특이한 형태는 창문 하나 없이 세상을 등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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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나 사옥을 연상케 하는 비밀스러운 형태가 궁금하여 이리저리 기웃거려 보지만, 간판도 입구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이곳은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특별한 공간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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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서점과 달리 그림 위주의 책을 비치하고 판매하는 서점인 ‘그래픽’은 서점계의 샤넬이라 한다면 이해가 쉬울까. 아무 책이나 갖다 놓지 않고, 시중에 쉽게 구할 수 없는 레어 제품부터 소장 가치가 높은 책, 작가의 개성이 묻어나는 책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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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짜임새로 만들어진 ‘그래픽’의 개성이 마니아 층을 형성했고, 그래서 책을 읽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전개했다. 이러한 이유로 건물이 폐쇄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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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울 거리는 좋은 뷰를 가지지 않는다. 전깃줄과 어수선한 건물의 외관, 이리저리 날뛰는 간판은 오히려 공간에서 경험을 방해한다. 그렇기에 이곳은 건물을 조금씩 뒤로 밀어 천장에 틈을 만들고 주변의 시야를 차단했다.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공간을 밝히고 동시에 울퉁불퉁한 세라믹 타일에 그림자를 새겨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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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라믹 타일은 건물을 돋보이게 한다. 책의 단면을 형상화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바래지는 모습은 자연스럽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도 추하지 않고 고급스러워 지금보다 훗날 짙은 색으로 물든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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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이태원의 ‘그래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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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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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회나무로39길 33 그래픽
매일 13:00-23:00 (월요일 휴무)

송은 미술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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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빛날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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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대로 한복판에 하늘을 찌르고 가를 듯한 형상을 가진 건물이 들어섰다. 형태부터 '나는 다른 건물과 다르다'라는 이미지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주는 이곳은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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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청담동이라는 부지는 땅값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최대한 낭비되는 공간 없이 가능한 한 층이라도 더 많이, 한 층이라도 더 넓게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건축이라는 것이 건축가 마음대로 선을 긋게 내버려 두지 않다 보니, 각종 법규를 지키면서도 주변 건물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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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롯데타워는 키가 크고 매끈하며 아름다운 외관 덕분에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지만, 주변 건물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무식하게 층수를 높인 덕분에, 인근의 아파트는 롯데타워의 그림자에 가려져 햇빛을 충분히 보지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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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그곳과 달리, 주변 건물의 일조권을 보장하면서 최대한 많은 층수와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의 날카로운 디자인이 나오게 된 것이다. 물론 건축 법규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하겠지만, 로비에 들어가 보면 이런 생각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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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이라는 비싼 땅에 1층을 전부 로비로 사용하여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의 제공, 지하 2층까지 뚫린 커다란 구멍을 타고 들어오는 빛이 내부를 극적으로 바꾸는 지하 2층, 로비와 갤러리를 이어주는 계단형 영상 전시실이자 시민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쉼터를 보면 그다지 면적 확보에는 욕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욕 덕분에 빽빽한 건물들 사이로 자동차만 편하게 지나다니고 정차할 수 있는 도산대로에서, 사람들은 조용하고 넓으며 답답하지 않게 작품을 감상하며 쉬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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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험을 의도했는지 나뭇결이 느껴지는 콘크리트는 차가움보다 따뜻함이 먼저 느껴진다. 나무 그림자가 투영된 외관이 갤러리에 사용된 나무 바닥과 계단을 시각적으로 연결해주어 내부의 좋은 경험을 한층 더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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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며 우리의 숨통을 조이는 다른 건물들과 달리, 이곳 '송은'은 도시에서 그들의 제스처가 어떻게 시민들에게 다가가야 하며 보여야 하는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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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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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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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441
매일 11:00 - 18:30
코로나로 인해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