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파리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미식 도시입니다. 이번 큐레이션에서 소개드리는 6곳의 최고 중에 최고로 개인적으로 도쿄 레스토랑 씬의 리더라고 생각하는 곳들이에요. 동공을 확장시키는 압도적인 미식경험은 여기서 시작될 것입니다.
대체 불가능한 수준의 중식
사젠카
첫번째 데이로그에서 소개드렸지만,
사젠카는 제가 도쿄의 최고 중에서도 최고로 뽑는 단 두 레스토랑 중 한 곳입니다.
모든 음식과 모든 서비스가 완벽한 것은 물론이고 적지 않은 부분에서 상상 가능한 범위를 크게 웃도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욧파라이에비酔っぱらい海老라고 불리는 소흥주에 절인 보탄에비牡丹海老요리는 동공이 커질 정도로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이빨 사이사이를 포근히 감싸는듯 했던 식감은 정말 대단했어요.
페어링 코스는 중국/이태리/프랑스/뉴질랜드/일본을 누비며 최고의 마리아주를 찾아냈고, 단지 값비싼 와인을 매칭해 맛이 좋을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비쌀 수밖에 없는 페어링이 아니라 음식과 어울려 +@를 만들어 내는 음료, 개 중에서도 특별히 관리상태가 좋은 것들을 엄선해 냈습니다.
이날 식사대는 페어링 포함 인당 약 75만원 (7만엔) 정도였는데요, 높은 식사대지만 가성비가 좋다고 느껴질 만큼 기대를 훨씬 넘는 식사였습니다.
자신있게 추천하는 식감의 마법사
크로니
“백 번 가도 처음과 같은 감동을 주는 요리”
지속 가능한 미식 경험을 추구하는 레스토랑 Crony는 마치 꽃다발을 보는 듯 한 앙증맞고 귀여운 비주얼의 요리로 손님의 마음을 매료합니다. 저는 도쿄에 있을 때 어쩔 때는 한달에 두번 세번도 크로니를 찾을 정도로 이 레스토랑의 열렬한 팬인데요, 오늘은 제가 가장 아끼고 애정하는 레스토랑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겉보기에 예쁠 뿐만 아니라, 크로니의 요리는 ‘맛’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면에 있어서도 특별히 뛰어납니다. 도쿄의 3스타 Quintessence, 오슬로의 3스타 Maaemo, 샌프란시스코의 3스타 Saison 등 세계 유수의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고 독립한 셰프 하루타春田상과 quintessence의 총지배인으로 있었던 소믈리에 오자와小澤상은 훌륭한 팀워크로 최고의 음식과 최고의 음식에 맞는 최고의 와인을 제공합니다.
크로니는 특별히 ‘식감’에 강점이 있는 레스토랑입니다. 아뮤즈 부쉬로 내어주는 몇 가지의 타르트는 주 재료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쉘의 두께를 미세하게 조정해 식감에 다양성을 주었고, 이어지는 전체 요리도 꽃잎/튀일/칩/캐비어 등을 식감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생선/육류 메인의 퀴숑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도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심부와 표면부에 통한 열은 동일하게, 수분을 최대한 보존하면서겉면에는 얇은 크러스트를 만드는 크로니의 조리법은 조리에 있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쉐프와 키친팀의 집념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흔히들 말하는 마이야르 효과가 해낼 수 있는 것을 훨씬 넘어서서 가열로 만들어낼 수 있는 궁극이 무엇인지,크로니는 결코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손님들에게 선보입니다.
와인 페어링도 도쿄의 레스토랑 평균보다 3~4단계는 앞서 있다는 인상입니다. 헤드소믈리에 오자와상은 경력이 대단할 뿐 아니라 훌륭한 와인을 찾기 위해 직접 프랑스의 와이너리를 여행하며 계약을 할 정도로 와인에 대한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입니다. 그가 제안하는 페어링은 요리와 와인의 조합은 단순 덧셈이 아닌 +@가 실재한다고 모두를 납득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크로니는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2스타와 함께 Green star을 받았는데, 이들의 요리야 말로sustainable dining의 편견을 깨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요.
Crony
전화 예약 가능
저녁만 영업/ 1인 20,000¥~35,000¥
예약 대기만 2년인 레스토랑
SUGALABO inc
“도쿄에서 가장 가기 어려운 레스토랑”
도쿄에는 비밀스럽게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곳곳에 있습니다. 등록된 멤버 혹은 멤버의 소개로만 손님을 받아 멤버가 아니면 예약을 할 수 없고, 심지어는 존재조차 모르는 곳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번 데이로그로 소개 드리는 SUGALABO역시 철저히 member invitation only로 운영하는 레스토랑 중 한 곳입니다. 예약을 시도하기도 어려운데, 예약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예약 대기가 1년 이상 걸려있는 초인기 레스토랑 이기도 해요.
인기의 비결이 뭘까요? 물론 마케팅도 있겠지만 제 눈에 들어온 곳은 요리를 대하는 스가 요스케 솊의 진심과 열정과 애정이었습니다. 천재가 노력까지 열심히 하면 무시무시한 결과를 이룬다는 말이 무엇인지, 카운터 너머 그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사시사철 열도의 최고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직접 농부와 어부를 찾아가고, 때로는 직접 농사를 짓기도 합니다. 또 보통 유명 오너셰프의 행보와 달리 항상 자신의 레스토랑을 지키면서 직접 조리를 합니다. 언제나 항상 오너셰프가 직접 만드는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얼마나 될까요.
맛을 보면 이곳의 인기는 결코 이유 없이 과열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입에 머금고 씹었을 때 마치 수 백개의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어우러지는 주재료•부재료•소스의 심플한 조화는 눈으로 보았을 때가 아니라 입으로 맛보았을 때 빛을 발합니다. 그의 요리는 그의 스승인 조엘 로부숑의 요리처럼 겉 보기에 화려한 타입은 아니지만, 입 속에서는 가장 화려합니다. 어쩌면 맛이라는 본질적인 면에서는 이미 스승을 뛰어넘은 것 같기도 하구요.
배타적인 예약 정책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 그의 요리를 직접 맛보기는 쉽지 않지만, 그가 프로듀싱한 레스토랑은 도쿄도 내에 여럿 있어요. 대표적으로 긴자 루이비통 레스토랑이 그러니, 근처에 방문하셨을 때 들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SUGALABO
소개를 통한 예약만 가능
1인 60,000¥-100,000¥
호텔 레스토랑의 신성
SÉZANNE
포시즌스 호텔 마루노우치丸の内에 입점한 프렌치 레스토랑 세잔SÉZANNE은 런던, 파리, 뉴욕, 홍콩의 정상급 레스토랑에서 오랜시간 경력을 쌓은 스타셰프 다니엘 칼버트가 이끄는 곳으로 오픈 전부터 굉장한 이슈가 되었던 곳입니다.
일반적인 프렌치 퀴진의 틀에서 벗어나와 다니엘 셰프의 색깔이 많이 들어나는 요리였던 것 같습니다. 프랑스산 샤퐁(닭)과 쥐라 와인 베이스로 만든 뱅존 소스는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맛이었어요. 이외에도 균일하게 조리한 사슴 고기 메인, 세미 드라이 토마토 타르트등 상당히 수준 높은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포시즌스 호텔의 메인 레스토랑인 만큼 훌륭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 같고, 화이트 톤의 차분한 다이닝 홀에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신칸센新幹線 정차역은 역동적인 느낌을 더해 좀처럼 보기 어려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요.
예약도 어렵지 않고, 포시즌스 호텔은 워낙 컨시어지 서비스도 뛰어나니 도쿄 여행중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오감을 자극하는 극장형 레스토랑
unis
토라노몬 힐즈에서 간판 없이 비밀스럽게 운영하는 프렌치 레스토랑 유니UNIS는, 도쿄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인 SUGALABO에서 수셰프로 계셨던 야쿠시진薬師神셰프가 야심차게 준비한 ‘공감각 레스토랑’입니다. 미각은 물론 손님의 모든 감각을 충만하도록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키친/서비스팀의 의지 덕분인지, 도쿄 레스토랑 씬의 리더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UNIS의 공간은 레스토랑보다 뮤지컬 극장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손님과 셰프의 간격은 배우와 관객의 관계에 가깝고, 공간은 무대와 객석으로 보여요. U자형으로 설계한 카운터는 가운데 키친 둘러싸고 있으며, 키친에서 분주하지만 리듬있게 움직이는 쉐프들은 요리의 순서에 따라 달라지는 조명과 소리에 맞게 멋진 공연을 선보입니다.
고급 레스토랑은 비단 맛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인테리어도 까다로운 평가를 받습니다. 맛의 바운더리를 확장하면 결코 맛은 입으로만 느끼는게 아니라 여러 감각을 통해서 복합적으로 느끼는 거니까요. UNIS에 방문해 보신다면 제 말이 몸으로 와닿게 될 겁니다. UNIS는 식사를 위해 방문한 손님들의 모든 감각을 만족시키기 위해 음식에 맞춰 조명, 소리를 달리하고 요리의 컨셉에 맞는 미술품을 배치할 정도로, 공간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여줍니다.
레스토랑은 다이닝 공간과 웨이팅 라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양쪽 모두 대단히 품격과 격식이 있습니다. 신규예약은 omakase.in을 통한 취소석 예약만 가능하다는 불편한 점이 있지만, 고생해 방문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긴자 한복판의 오베르쥬
로지에(L'OSIER)
시세이도 그룹이 긴자에서 운영하는 3스타 프렌치 레스토랑 로오지에입니다. 로오지에는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굉장히 규모있는 레스토랑인데, 프랑스의 샤또를 연상케 하는 웅장한 건물 앞에 도어맨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부터 대기업의 저력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최근 트렌드와 달리 손님에게 꽤나 엄격한 드레스 코드를 요구하는 레스토랑인데, 그만큼 포멀하고 격식있는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로오지에의 요리는 일본요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절감각의 에센스를 프랑스요리에 녹여냈습니다. 때문에 계절의 맛을 살리기 위해 로오지에가 사용하는 소스는 다소 가볍고 섬세한 것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파리보다도 더욱 파리스러운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음식은 그에 맞지 않게 가볍고 산뜻한 뉘앙스라는게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런 스타일을 로오지에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을지도요.
요리의 퀴숑과 플레이팅은 3스타의 명성 답게 완벽에 가까웠고, 서비스는 최고 중에서도 최고였습니다. 와인 리스트도 가격은 있지만 종류가 풍부했고 이날 즐긴 볼랭져의 그랑아네, 콩스가르드, 다비드 뒤방의 에쎄조 모두 글라스로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로오지에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예약 추천
전화예약 가능
점심 1인 18,000¥~
저녁 1인 4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