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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도 깊은 공간 추천, 데이트립앱에서 더 빠르게

건축 전공자가 추천하는 종교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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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건축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들의 믿음을 건축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그 때문에 원시적인 목적으로 종교 건축을 바라본다면, 비효율적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종교건축 덕분에 건축 공간이 엄청난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현대에 들어와서 우리 시대와 알맞은 종교 공간을 경험해보시면, 분명 기존의 공간에서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원불교 원남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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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을 찾는 이들에게” - 원불교 원남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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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요즘이다. 격변하는 사회에서 희망적인 뉴스는 들리지 않고, 날씨는 점점 추워져 마음의 외로움은 깊어져 간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켜지만 시간 낭비인 거 같고, SNS에 들어가 세상살이를 들춰보면, 돌아오는 건 남과 비교하며 상처받는 나 자신뿐이다. 그나마 취미였던 공간 탐험도 언제부터인가 일처럼 느껴져 부담으로 다가왔고, 어딜가든 휴대폰을 손에 꼭 쥐며 공간이 바뀔 때마다 사진찍기에 급급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일상에서 여유가 없음을 절실히 느꼈다. 뒤숭숭함을 해결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건 ‘쉼’ 그 자체였다.

나에게 쉼이라는 건 정신적인 휴식과 육체적인 휴식 두 가지로 나뉜다. 정신적 휴식은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사색에 잠기는 순간이고, 육체적 휴식은 누워서 가만히 있는 순간이다. 후자는 잠을 통해 몸이 회복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 되지만, 전자는 그렇지 않다. 기분이 다운된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하여 대화하는 과정만이 원인을 해결하고 정신을 맑게 할 수 있다.

일상에서 육체적 휴식보다 정식적 휴식 공간을 찾는 게 더 어렵기 때문에 내가 주기적으로 종교 공간을 찾는 이유이며, 오늘 소개할 공간 역시 종교 건축물로 쉼을 찾는 이들에게 적합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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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원남교당’은 1969년에 지어져 2022년 새롭게 탄생한 공간이다. 원남교당은 서쪽으로 창경궁과 종묘가, 북쪽으로는 근현대 최초 의료시설인 서울 대학병원, 동쪽으로는 마로니에 공원과 대학로가 자리하고 남쪽으로는 청계천과 광장시장이 위치하여 지리적으로 중요한 장소성을 가진다.

원불교는 일상생활에 녹아들어 신앙과 수행을 가능하도록 장려하는 종교이기에, 새롭게 들어설 종교 공간은 장소성과 함께 도시적인 관점으로 주변과 조화를 이루어야 했다. 건물의 형태를 사각형, 원형, 삼각형 등, 그 어떠한 도형으로 규정짓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4개의 골목길을 7개로 확장하고 건물과 주변을 연결하려는 시도를 통해 원남교당은 휘어지고 조각나고 분리되었다. 끊김이 없는 동선은 건물 전체를 아울러 자연스레 옥상까지 이어지는 ‘여래길’을 거닐게 하고, 건물의 제일 높은 곳에 서서 창경궁, 인왕산, 북악산을 바라보게 한다.

여래길 중간중간에 마련된 입구는 ‘대각전’으로 향하게 한다. 대각전은 원남교당의 메인 공간으로 일원상이 자리한다. 일원상은 원불교 신앙이며 수행 표본으로 우주와 만물의 근본을 뜻한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일원상과 천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시시각각 변화하여 만들어내는 공간의 대비는 극적이다. 12미터 높이에 경험을 방해하는 기둥 하나 없으며, 조금씩 기울어진 콘크리트 벽은 일원상으로 수렴한다. 여기에 나무 바닥과 가구에서 풍겨오는 나무 내음이 몸을 감싸 편안하게 하니, 잡생각을 떨치고 일원상에 집중하게 하여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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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러 왔지만, 어김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여기서까지 공간을 분석하고 앉아있는 내가 안타깝지만, 사진을 찍고 내 생각도 정리하였으니, 이제는 마음 편히 카메라 없이 공간을 제대로 즐길 일만 남았다. 또다시 일상에 여유가 필요해졌을 때, 이곳을 방문한다면 분명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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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조민석 ( @mass_studies)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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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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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경궁로22길 22-2

남양성모성지

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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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확인하고 확신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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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원시적인 목적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기에 공간은 지극히 기능적인 요소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공간이 종교 건축으로서 작동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종교 건축은 보호의 목적보다 그들이 믿는 가치를 건축적으로 어떻게 풀어내어 보여줄 수 있을지에 관한 문제다. 원시적인 목적으로 종교 건축을 바라본다면 비기능적인 건축이라 할 수 있겠다. 복도인데 지붕이 없어 비를 맞으며 본당으로 들어가는 동선이나, 창이 없어 어두컴컴한 공간에 홀로 앉아 신께 기도드리는 공간 모두, 비기능적이고 위험하며 불편한 공간이다. 하지만 그들의 믿음을 건축적으로 해석해 내는 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표현은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줬고, 건축이 발전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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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날 종교 건축은 어떤가?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게 따라 하는 종교 건축, '있어 보이는 형태'에만 집착하고 내부 경험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너도나도 빛나는 LED 십자가며 이상하게 조합된 일반건물 몸통 위에 얹어진 기와지붕, 스테인드글라스가 종교 건축에 쓰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붙인 조악한 시트지까지. 모두 사용자의 경험이 아닌, 외관에만 집중해 디자인의 의도와 이유는 모르면서 이것저것 갖다 붙이기에 바쁘다. 그 결과 이도 저도 아닌 건물들이 우리 주변을 채우기 시작했고 이런 건물이 많아지면서 우리나라의 진정한 종교 건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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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소개했던 생명의 빛 예수마을 : 예배당과 Spirit Cube, 하양무학로교회와 명례성지성당, 서소문역사공원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건물의 위치와 크기, 사용 목적은 다르지만 모두 그들의 믿음을 확인하고 확신하며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방문한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었고 좋은 경험을 제공했다. 각자 직면한 땅과의 관계를 해결하고 오늘날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영적인 공간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형태와 경험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덕분에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시대에 맞게 해석된 공간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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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공간도 지금까지 소개했던 종교 건축물 중에서 크기가 제법 크지만, 그들의 믿음을 건축적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남양성모성지'는 병인박해(1866) 때,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된 순교지이고 1991년 이곳이 봉헌되면서 한국 천주교회의 첫 성모 성지로 선포된 곳이다. 이런 곳에서 가장 멀리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한 쌍의 타워가 시선을 압도하는 곳이 바로 '대성당'이며, 이번에 소개할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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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외관에서부터 일반적인 종교 건축물과 결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늘을 찌를 듯한 두 타워의 끝은 뭉툭해, 신에 대한 공격보다는 신에게 다가가고 싶은 인간의 바람을 표현한 듯하다. 이 타워는 예배당 안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직사광선을 타워의 긴 통로를 통해 은은한 빛으로 바꾼다. 그리고 그 빛은 십자가를 비춰 십자가가 있는 무대를 영적인 공간으로 만들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시에 바람의 통로 역할도 해서 대공간을 기계장치 없이 공기가 자연 순환되도록 했으니,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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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간은 예배당 이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여지를 주기 위해, 기둥 하나 없는 포물선 형태의 지붕, 트러스 구조로 지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패턴을 만들어내고 그 사이로 빛을 들인다. 그래서 체육관 형태의 지붕을 가졌음에도 내부의 경험은 완전히 다르니, '있어 보이게'만 만든 다른 건축물과 비교하기 아깝다. 다만 그런 목적으로 내부에는 공간을 채우는 가구가 없다.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플라스틱 의자가 예배당을 채우고 있는 게 아쉽다. 대공간 아래층에 마련된 작은 예배당은 일반적인 강당이지만, 불을 끄면 한 줄기의 빛이 내부를 비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홀로 서서 빛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이들은 각자의 침묵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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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신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외관만 멋있게 단장하여 만든 건축물보다, 그 흔한 십자가와 어울리지 않는 양식의 조화라던지 이유 없이 덧붙여진 장식 하나 없는 이곳이 진정으로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고 침묵하기에 알맞은 장소가 아닐까. 그렇기에 성지순례를 하러 온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일 것이다. 이곳은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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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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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남양읍 남양성지로 112
입장 시간 : 9:30 - 11:00 (선착순 입장)

남양성모성지

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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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추가 매운 법"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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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성모성지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한 쌍의 타워에 시선을 빼앗긴 채 걷다 보면, 초봉헌소를 마주할 수 있다. 입구와 대성당 중간길, 보행자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뒤로 물러서 있는 것은 건물이라 하기엔 작고 아담해 창고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유리 뒤로 보이는 내부의 모습과 그 속의 경험은 적다고 무시하면 큰코다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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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유리 뒤로 보이는 초, 그리고 그 뒤 직사각형으로 뚫린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과 성모상은 대성당으로 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 데 충분하다. 날이 좋든 안 좋든, 매서운 추위로 봉헌소 내부가 뿌옇게 습기로 찬들, 그 불투명해진 막을 뚫고 나오는 초의 빛과 창문에서 반사되어 들어오는 빛 그리고 성모상의 실루엣은 이 공간에 부차적인 설명이 필요 없음을 말해준다. 초를 봉헌하고 풍경에 녹아든 성모상을 바라보며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 그런 그들을 보며 멈춰선 이들은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어 그 모습을 촬영한다. 그리고 내부 경험이 궁금해 안으로 들어가 그들도 공간을 즐긴다. 건물의 크기가 작음에도 공간의 경험과 그 과정은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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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봉헌소 뒤에는 전망대이자 변전소가 있다. 변전소는 지극히 기능적인 이유로 땅 위에 존재하지만, 사람이 이용하지 않는 시설로 방치되는 시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은 변전소가 전망대 역할도 하여 기능적이기만 한 건물이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로 활용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언덕 위에 얹어진 건물 1층은 변전소로, 그 위 옥상은 성모 성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로 기능한다. 봉헌소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부터, 타워를 보며 한없이 걷는 사람들, 곳곳에 흐트러진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까지. 전망대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남양성모성지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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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건물에 별 기대를 하지 않는 이도 있겠으나, 작은 고추를 얕잡아보다 매운맛에 정신이 혼미해지듯, 이곳 또한 작은 공간 속 풍부한 경험이 사람들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곳은 '남양성모성지 초봉헌소 + 변전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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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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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남양읍 남양성지로 112

한국천주교 순교자박물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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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깊은 곳, 상처를 꿰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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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나고 아문 자리는 깊은 상처일수록 그 흔적이 몸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스스로 아물지 못하고 의학의 힘을 빌린다면, 흔적은 더 자세히 남아 두고두고 그때의 아픔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 소개할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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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한강 변에 있는 봉우리는 누에의 머리를 닮았다하여 ‘잠두봉’이라는 이름을 갖는다. 하지만 이곳은 또 다른 명칭이 존재하는데, 그 명칭이 우리에게 더 친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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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두산(切頭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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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을 ‘절(切)’, 머리 ‘두(頭)’를 쓴 이 산은 1866년에 아물 수 없이 깊게 팬 상처가 났다고 한다면, 이름에 대한 유래를 짐작할 수 있을까. 이곳은 병인박해 때, 천주교인들이 처형된 순교지로 무려 8,000여 명이 학살된 가슴 아픈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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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아픔만큼, 잠두봉 자체도 이리저리 긁히고 잘린 상처가 있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강변북로와 남북을 가로지르는 합정역과 당산역을 잇는 지하철 2호선. 두 개의 굵은 선이 절두산을 쪼개고 또 쪼개어 역사와 장소의 상처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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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인박해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고 치명터를 성지로 가꾸어 나간 ‘남양성모성지’와 ‘서소문역사공원’ 그리고 ‘명례성지’처럼,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또한 절두산 일대를 천주교순교성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순교 성지 기념탑과 기념관, 야외 순례지를 세우고 조성했다. 하지만 이곳은 앞서 언급한 공간과 달리,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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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에 들어가기 전, 절두산을 복원하는 게 최우선의 과제였다. 순례지로 조성하기엔 절두산의 모습은 좋은 상태가 아니었고, 그래서 강변북로 일대를 지하화하여 시민들이 쉽게 절두산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다음, 지형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념관을 설계한 덕분에 아름다운 곡선과 함께 시원하게 뻗은 지붕이 땅과 역사의 아픔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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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 순교자박물관’에 흐르는 시간만큼 쌓여가는 장소의 기억과 물질적인 역사의 적층은 연간 30만 명이 넘는 순교자들이 다녀갈 정도로 명실상부한 순교 성지가 되었지만, 그만큼 보수하고 고칠 부분도 많았다. 늘어나는 전시품에 비해 한정된 전시 공간과 노후화될수록 필요해지는 각종 설비 시설. 이제는 조금씩 보수하며 버텨낸 시간이 무색해질 정도로 대대적인 보수 공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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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상당 부분 자리를 차지했던 천장 설비 시설을 새롭게 짜 맞추고 재배치한 덕에 천장을 허물 수 있었다. 덕분에 무려 5m가 넘는 층고가 확보되었고 그렇게 해서 드러난 골조가 리듬을 만들어 정적인 공간을 동적으로 바꿔준다. 여기에 은은하게 내부를 밝히는 천창은 탄화목재와 만나 전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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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고 확보로 설치할 수 있었던 복층 형태의 전시 브릿지는 부족했던 전시 공간을 채워주었고 사용자가 1층에 있은 땐 공간의 오브제로, 2층에 있을 땐 전시를 볼 수 있는 기능적인 요소로 사용되어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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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푸른 나무와 풀이 초록 내음을 맘껏 풍기면서도, 기념관 안에서는 탄화 목재 특유의 편안하고 고풍스러운 내음을 풍기니, 밖은 언제나 새롭게 돋아나는 자연이, 안에서는 앞으로 새겨질 시간의 흔적이 대비되어 겹쳐 보인다. 그래서 더욱 이곳은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깊어진 상처를 아물게 하고 그 흉터를 우리에게 보여주며 그때의 아픔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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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한국천주교 순교자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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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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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토정로 6
매일 09:30 - 17:00 (월요일 휴무)

생명의 빛 예수마을

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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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추가 매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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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원시적인 목적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기에 공간은 지극히 기능적인 요소로 사용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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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간이 종교 건축으로서 공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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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건축은 보호의 목적보다는 그들이 믿는 가치를 건축적으로 어떻게 풀어내는 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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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인 목적으로 종교 건축을 바라본다면 비기능적인 건축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의 믿음을 건축적으로 해석해내는 과정에서 나타난 건축적인 표현은 사람들에게 다양하고 좋은 경험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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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빛 : 예배당’에서 나무를 스쳐 공간을 비추는 빛은 공간 자체를 따뜻하게 해주며 시각적으로, 촉각적으로 일반적인 건물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을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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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건축에서 빛은 신이며 이런 빛이 내부와 외부를 구분지으며 공간을 감싸고 때로는 가르침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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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해드릴 공간은 빛이라는 요소를 잘 활용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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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정말 단순하고 건축에서 가장 기본인 정육면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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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으로 꺾이는 굵은 선은 외부에서 봤을 땐, 장식적인 요소로 보일 수 있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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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내부 천장을 가로질러 십자가를 만들고 내부를 비추며 공간을 감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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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인 외부와는 달리 내부는 목재로 마감해 안정감을 주며 동그랗게 깎인 나무들이 동굴안에서 한줄기의 빛을 맞이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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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영적인 공간으로 작용하며 스스로 침묵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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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 설계된 입구는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으며 이런 행위가 사람들을 겸손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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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건물에 비해 그 규모가 매우 작지만 사람들에게 주는 인상은 강합니다. 여기서 빛은 외부와 내부를 이어주는 장치이자 내부를 비춰주는 빛줄기며 종교인에게는 신의 모습이자 나를 되돌아보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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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규모지만 사람들에게 주는 인상은 강했던 이번 공간은 ‘Spirit Cube 기도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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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생명의 빛 예수마을

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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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또 다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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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으로는 오기조차 힘든,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이곳은 은퇴한 선교사들을 위해 지어진 복합 센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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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 지어져도 이질감 없는 외관과는 달리 내부에 들어서면 그 생각을 달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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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 안 되는 것처럼 건축물도 그렇습니다. 건축물은 공간을 가지고 있고 이 공간은 사람들이 경험하기에 가장 중요하고 신중하게 고민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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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4개의 러시아 홍송 나무로 구성된 이 예배당이 그런 고민의 흔적들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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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4개의 나무들이 이글루처럼 공간을 감싸는 모습은 신비로울 정도며 천장에 떠있는 600개의 나무들이 중력을 거슬러 종교 건축으로서 묘한 감동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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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권위를 강조하는 기존의 예배당과는 달리 원형으로 구성된 이곳은 중앙에 십자가를 배치하여 목사의 권위는 낮추면서 시선은 십자가로 향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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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게 한 이유는 예배당 공간을 경험하는 순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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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는 직사광선을 차단시켜주며 은은한 빛을 공간에 전달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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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에 구조체인 나무는 보호하면서 은은한 빛이 나무와 어우러져 내부에 신비로움을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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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 배치된 십자가 밑에는 아주 커다란 나무 기둥이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이 모습 덕분에 예배당이 한그루 나무 안에 지어진 집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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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로 뚫린 입구, 천장에 뚫린 구멍, 동그랗게 파여져 만들어진 작은 공간은 기독교의 12제자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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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인 신비로움과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된 소재, 나무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수직으로 나무를 배치한 방식, 이런 특징들로 빛과 수직 나무가 만나 만들어지는 은은한 빛. 이를 극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고려된 예배당의 위치.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공간이 아름답고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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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공간의 모습이 특별해서 좋은 공간이 아닌, 공간의 형태, 구성 재료, 공간의 위치, 크기 모두 우연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물이기에 좋은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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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변해도 변함없을 이 좋은 공간을 꼭 경험해보시면서 “숲속에 또 다른 숲”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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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무학로교회

종교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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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다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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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예로부터 그들의 믿음을 건축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공간을 채우며 당대 최고의 건축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덕분에 교회가 당시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경험을 주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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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겉모습만 따라 하고 정작 내부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은 따라 하지 않은 채 일반 건물과 다르지 않는 교회들이 늘어났습니다. 붉게 빛나는 LED 십자가, 장식으로 덧붙여진 벽돌 외관, 일반적인 건물과 차이 없는 내부. 이런 교회들이 많아지면서 우리나라의 진정한 교회는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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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에 답을 해준 공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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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교회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교회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창고라고 하기엔 세련됐고 건물이라고 하기엔 창문이 없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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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지 않은 담과 야외에 마련된 예배당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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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소박하고 어떠한 장식도 없지만 건축적 경험은 그렇지 않습니다. 입구에 있는 수공간, 천장 없는 복도가 속세에 벗어나게 해주고 자신을 낮추게 하며 필요 없는 감정을 없애줍니다. 여기에 두터운 철문이 한 번 더 불필요한 감정을 없애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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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소박합니다. 빛은 오로지 천장에서만 쏟아지고 이 빛이 십자가를 비춰 두꺼운 그림자를 만들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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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으로 가는 계단은 기존 계단보다 단의 높이가 높습니다. 때문에 난간을 잡지 않으면 위험할 정도로 가팔라 잡생각을 떨쳐주며 그들의 믿음에 한층 더 집중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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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담으로 감싸진 옥상에 십자가를 연상케하는 세로로 깊게 파인 벽과 벽돌로 된 의자가 자신을 낮추며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에 마침표를 찍듯 이곳에 앉아 벽과 하늘을 바라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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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일부만을 남겨둔 것은 건물 앞의 작은 광장과 야외 예배당으로 외부 사람들도 쉽게 이곳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종교가 없는 사람도 이곳에서 사색에 잠길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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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예산이 절실했던 교회에게 불필요한 장식은 없애고 가장 중요한 부분에만 집중하게 해줬습니다. 우리나라 교회가 이제는 어떤 모습으로 건물을 바라봐야 할지를 보여준 이번 공간은 “하양무학로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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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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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하양읍 무학로 9-4

천주교 명례 성지

종교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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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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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낮춰 겸손하게 행동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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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은 남을 높여주는 동시에 자신도 빛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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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1938년에 지어져 지금까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옥 건축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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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축물은 천주교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천주교회의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는 중요한 건축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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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건물의 크기가 작아 새 성당을 설계해야 했고 이 성당이 오늘 소개해 드릴 “명례성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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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설계된 성당은 언덕 위에서 자신을 충분히 뽐낼 수 있었지만 이 건축물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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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동안 이곳을 굳건히 지킨 건물에게 존경을 표하듯 새로운 콘크리트 건축물은 멀찌감치 떨어져 건물의 지붕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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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새로운 성당이 이곳을 압도하지도 기존 성당이 낡아 보여 초라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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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첫인상은 전망대 같습니다. 계단 광장에, 장식으로 보이는 난간 없는 계단, 그 앞으로 펼쳐진 잔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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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맞은편에 제단이 있어 이곳이 야외 미사장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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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입구는 숨겨져 있으며 아래로 내려가 내부로 들어가는 방식은 순례를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자신을 성찰하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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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동안 보이는 다른 높이의 벽들이 지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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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충분히 드러내고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었지만 이 건축물은 그 방식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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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사람과 비슷해 겉모습보단 공간이 중요하며, 주변 건물과 어우러져야 합니다. 여기에 한 장소를 대표하는 건물을 존중하고 배려한 건축물은 칭찬받아야 마땅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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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겸손한 건축물이 주변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명례성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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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곳은 건축물을 보러 가는 곳이 아닌, 자기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 가는 곳입니다. 공간을 소개하기 위해서 사진촬영과 공간을 소개한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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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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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안길 44-1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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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역사공원’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겉으로 보기에는 사람들을 압도하는 건축물은 없으며 공원 한편에 있는 ‘서소문 현양탑’이 이곳의 역사적 아픔을 보여줄 뿐입니다.

창은 없고 붉은 벽돌의 건물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을 시작으로 이곳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내리막길을 통해 공간에 들어가는 방식은 세상과 단절시켜주지만 입구까지 이어져 있는 곡선 벽돌 벽은 사람들에게 친근감과 긍정적인 인상을 줍니다.

입구에서부터 급격히 낮아진 층고, 길게 뻗어 있는 복도, 이런 요소들로 인해 더욱 부각되는 십자형 구조물은 사람들을 침묵시키고 복도 사이사이에 있는 전시품들이 이곳의 아픈 역사를 상기시켜줍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이야기를 전개해주는 터널형 천장에 밝은 전시공간을 보게 됩니다. 이곳의 공간 형태가 아픈 역사를 감싸주어 위로해주는 것 같습니다.

각자가 이곳을 경험하면서 받은 감정은 ‘위안의 방(consolation hall)’에서 절정에 다다릅니다.

위안의 방의 지붕은 떠있으며 떠있는 높이가 낮아 외부와 내부를 연결해주면서도 단절시킵니다. 내부에서 나오는 영상을 통해 감정은 극대화되며 검고 어두운 공간이 각자의 생각에 집중하게 해주고 스스로 감정을 추스르게 해줍니다.

이곳에서 뻗어 나오는 빛줄기는 ‘하늘광장’을 관통하며 사람들을 안내합니다. 어두웠던 지난 공간과는 완전히 상반된 공간을 맞이하게 되고 높은 벽들이 사람들을 압도합니다.

천장은 없고 시야가 확보되어 슬픈 감정이 하늘광장에서 위로를 받듯 홀가분해지는 것 같습니다.

위안의 방에서 극대화되었던 감정은 이곳에서 끝을 맺으며 벽 한쪽에 있는 복도를 따라 지상으로 올라가면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위안의 방과 하늘광장은 서로 대비되지만 가장 중요한 공간이며 관람객을 다른 방식으로 압도하며 추모 공간을 극대화해 줍니다.

아픈 역사를 상기시키고 어루만져 주며 추모를 하게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관람객 스스로 행하게 해줍니다. 즉, 건축가의 개입이 상당히 절제되어있습니다.

지하에서 빛이 들어오게 하는 방식, 공간을 구성한 재료의 디테일, 자연스러운 공간 흐름 등 완성도가 높으며 8년이라는 ‘숙성’ 끝에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이런 공간이 생겼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며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어도 많은 분들이 이곳은 꼭 경험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탄허기념박물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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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곳이 되었든 공간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지하철보다는 버스로, 버스보다는 도보로 건물에 진입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행동은 아주 짧은 순간에 동네의 분위기를 알게 해주며, 바람, 빛, 그날의 날씨를 오감으로 느끼며 공간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 또한 할 수 있다. 이 과정이 비록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가의 재량 밖이더라도 이것은 해당 건물을 경험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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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번 공간은 건축가의 재량에서 벗어난 외적인 것들이 이곳을 경험하면서, 좋게 작용함을 느낀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완만한 경사를 올라가는 동안 음식점, 카페, 주택들을 마주하지만, 건물에 가까워질수록 이것들은 우리와 멀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곳이 '탄허 스님'을 기리기 위한 곳임을 알고 있다면, 당연 이런 과정은 속세에서 멀어지게 하는 요소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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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느낌은 건물의 입구에서 빛을 발하는데, 108계단을 형상화한 108개의 산화철 기둥과 형형색색 연등이 만들어낸 벽과 천장은 외 내부의 모호한 경계를 만들어주는 동시에 완전히 다른 곳과의 경험을 차단한다. 앞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입구에서 이런 경험도 효과가 덜 했을 것이다. 건물에 들어와 신발을 벗는 행위 또한 어쩌면 위의 경험의 연장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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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로부터 입구까지의 경험이 사람들에게 내부를 경험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게 해주며 덕분에 내부의 경험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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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학승으로 유,불,선 삼교를 화통하신 탄허대종사를 기리기 위해 건립되었다. '대종사'는 대종교에서 가장 높은 종교적 경지에 이른 사람에게 주는 최고의 품계이니 그런 '탄허 대종사'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에 진입하는 과정은 더 특별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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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을 기리기 위한 내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직접 경험해보면 공간이 뿜어내는 카리스마가 상당하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앞서 말한 공간의 흐름이 없다면 그 느낌은 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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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이번 기회에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건물에 들어서는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이곳은 '탄허기념불교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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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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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강남구 밤고개로14길 13-51
매일 10:00~17:00

한국기독교장로회 경동교회

종교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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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공간” - 경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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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교회는 종교인을 넘어 일반인도 쉽게 방문하는 공간이었다.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공간으로 사용되었던 교회는 오늘날 붉은 LED와 스테인드글라스 시트지로 외관만 흉내 내기에 급급했고, 일반 건물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교회는 종교건축으로서 가치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자신에게 집중할 공간을 찾는 이들이 굳이 교회를 방문할 이유가 없었다.

경동교회는 십자가가 없고 스테인드글라스 시트지가 유리에 덕지덕지 붙어있지도 않다. 문과 창 몇 개가 전부인 1층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개구부가 없어, 이곳은 교회로 보이고 싶은 욕심이 없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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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앞 작은 마당은 벽으로 둘러싸인 느낌을 주기에 건물 안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없어지고, 건물의 용도는 간판을 보기 전까지 짐작하기 힘들어 일반인도 그곳에 발을 들일 용기가 생긴다.

자연스레 마당을 경험한 사람은 폭이 넓은 계단을 오르고, 벽에 붙여진 모자이크 타일을 감상한다. 건물 뒤편, 본당 입구를 마주하게 되었을 땐, 비대칭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좌우대칭의 건물 형태가 사람들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성스러운 공간에 진입하기 전, 옷매무새를 다듬으라 말하는 것 같다.

본당은 벽돌로 마감된 외부와 달리, 노출 콘크리트로 장엄함을 극대화한다. 대공간을 형성하기 위해 드러나는 구조는 기둥, 보가 일체화되어 유기적인 형태를 띠고, 이것이 반복되어 공간에 리듬을 부여한다. 본당의 끝엔 십자가와 오르간이 대칭을 깨기 때문에 비대칭과 리듬은 긴장된 마음을 풀어준다. 천장 곳곳, 십자가 위에 뚫린 작고 큰 개구부에서만 빛이 들어와 사람들은 십자가에 집중하게 되며, 자연스레 종교인은 그들의 믿음을, 일반인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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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거리에서 한 블록 물러난 주거지는 쉼 하나 없이 들어선 건물과 DDP에서 쏟아지는 활기참만 가득해 거주민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교회의 열린 공간은 숨통을 틔게 하고 혼잡한 도시에 대응하는 간결한 외관은 거주민의 부담을 줄여주며, 본질에 집중하게 하는 내부 공간이 잡생각을 지워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경동교회는 역동적인 도시에 자리하여 종교인을 넘어 일반인도 위로받고 재충전할 기회를 제공하기에, 이곳은 종교건축이 가져야 할 태도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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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김수근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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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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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장충단로 204 경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