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서쪽에 위치한 간사이 지방은 일본 여행 초심자들에게 흔히 추천하는 지역입니다. 제2의 도시라 하는 오사카와 한때 일본의 수도였던 나라와 교토가 인근에 붙어있어 이 3곳을 묶어서 짧은 여행을 다녀오곤 합니다. 놀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풍부한 이곳, 10박 11일 동안 다녀온 경험을 되살려 하나하나 소개할테니 일본 여행 갈 때 참고가 되었음 좋겠습니다 :)
니넨자카

전통이 살아있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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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나무꾼인 노부부가 살았는데 장에 가려면 고개를 넘어야 했다. 이 고개에서 넘어지면 삼년 뒤에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삼년고개라고 불리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고개를 넘어가다가 갑자기 토끼 한 마리가 나와서 그 고개에서 넘어졌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이제 난 3년밖에 못 살게 생겼구나.’하고 고민을 하다가 결국 병석에 눕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고개에서 넘어진 지 3년이 얼마 남지 않은 그때 손자가 앓고 계시는 할아버지께 그 이유를 물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뒤 손자는 계속 넘어지면 더 살 것이라고 말했고, 할아버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삼년고개에서 열 번 더 넘어지면서 30년을 더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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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들어봤을 우리나라의 삼년고개 설화이다. 교토의 니넨자카와 산넨자카도 이와 비슷한 전설을 갖고 있는데, 니넨자카에서 넘어지면 2년을, 산넨자카에서 넘어지면 3년 이내로 죽는다는 이야기다. 넘어지더라도 여러 번 구르면 괜찮다고 하는 것을 보면 삼년고개 설화와 매우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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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넨자카와 산넨자카는 교토에 위치하고 있는 거리로, 기온에서 청수사로 가는 거리에 위치한 골목길이다. 거리는 온통 기념품 가게와 전통 공방, 찻집, 먹거리 가게, 전통 식당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청수사의 방문객들에게 음식이나 물건을 파는 점포 및 상인들의 주거지로 형성된 마을이라고 보면 된다.
책 「교토, 천년의 시간을 걷다」는 이러한 장소를 사하촌이라고 부르는데, 절이나 신사 주변에 형성된 기념품 상가를 의미한다. 교토의 다른 절이나 신사에도 이런 장소가 형성된 것을 볼 수 있지만, 대표적인 사하촌은 청수사 앞의 상점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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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넨자카와 산넨자카를 둘러싼 옛 가옥들과 전통적인 상품들은 일본의 정체성을 나타내며, 관광객들은 그 일본스러움에 매료되어 물건을 구입하고 상인들은 생계를 이어간다. 사람들의 생활은 건축으로 나타나며, 건축들은 모여서 도시를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도시는 계획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자연스레 생겨나기도 한다. 이런 사하촌은 일본의 정체성이 담겨있는 신사와 절이 있기에 주민들이 자연스레 전통을 이어가고 그 전통을 판매하며 살아가고 다시 그런 주민들의 삶이 건축으로 표현되고 모여서 도시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것이다.
흔히들 주변 대지의 맥락을 건축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사찰과 신사는 전통을 가지고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맥락이며, 그 장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전통을 지키고 관광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려 한다. 이러한 공간은 역사, 인간, 건축, 도시와 상업적 목적, 관광자원 사이의 이해관계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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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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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넨자카 #산넨자카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2-chōme-211 Kiyomizu, Higashiyama Ward, Kyoto, 605-0862 일본
기요미즈데라

뛰어내릴 각오가 되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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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무대에서 뛰어내릴 각오로 열심히 하면 이루어진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과감히 큰 결정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나 높은 무대이기에 그 정도의 각오가 드는가 하면, 지면에서 13m에 달하는 청수사의 본당 무대를 말하는 것이다. 에도 시대에는 젊은 사람을 중심으로 본당 무대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무대에서 뛰어내려 살아남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 234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 중 사망한 사람은 전체의 15%인 34명 정도였다고 하니, 성공률은 꽤 높았나 보다. 과연 이들이 원하는 바는 이루었을까? 당시 본당 무대 아래는 나무가 우거져 있었다고 하는데, 살아남은 이유는 그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무대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1872년 교토부로부터 나온 금지령에 의해 감소했다고 하고, 현재는 뛰어내리는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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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사는 교토의 수많은 사찰과 신사 중 가장 인기 있는 사찰이며, 교토의 동쪽에 위치한 오토와 산 중턱에 위치한다. 오토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맑아 청수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교토가 수도가 되기 전인 778년에 나라에서 온 승려가 오토와 산의 폭포가 떨어지는 절벽 아래에 천수관음상을 모신 것이 시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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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사의 정문인 인왕문(仁王門 : 사찰의 대문 역할을 하는 문)은 붉은색으로 칠해진 것이 특징이다. 양측에 두 개의 인왕상이 놓여있는데, 한편은 입을 다물고 있고 맞은편은 입을 벌리고 있다. 이는 ‘아’에서 시작해 ‘음’으로 끝나는 일본어에 빗대 탄생과 죽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청수사의 특징 중 하나로 사찰 경내의 건물들이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시대를 걸쳐 만들어졌다는 점이 있는데, 인왕문은 무로마치 시대에 지어진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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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문을 지나면 서문이 눈에 들어오는데, 에도 초기에 지어진 이 건물은 바깥 풍경을 보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붉은 빛의 건물에 검은 지붕이 인상적이다. 서문은 인왕문과 마찬가지로 악한 자들을 쫓아내고, 죄 지은 자에게 벌을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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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뒤편에는 청수사의 대표적인 건물 중 하나인 삼층탑이 있는데, 헤이안 시대 초기에 지어져 에도 시대 초기에 재건되었다. 31m의 높이로 일본 최대의 목조탑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 인왕문과 서문, 그리고 삼층탑을 보면 일본의 불교 건축은 붉은 색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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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걸어가 회랑을 지나게 되면 청수사의 중심인 본당을 마주하게 된다. 1633년 재건되었으며, 정면 36m 측면 30m 무대높이 18m로 매우 거대하다. 열주로 외진, 내진, 내내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쉽게 말하자면 기둥으로 인해 공간이 세 겹으로 나눠진다는 것이다. 일반 관람객은 가장 바깥쪽인 외진에서 청수사를 바라볼 수 있다.
건물은 험한 절벽 위에 세워져 있는데, 일본의 건축 기법인 가케즈쿠리(懸造 : 산, 벼랑, 바닷가 등에 일부분이 돌출되게 짓는 방법)가 사용되어 격자형으로 짜여진 목재가 외관으로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 구조물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나무만으로 139개의 기둥을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가로로 된 보에 작은 지붕을 올려 썩지 않도록 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본당 지붕은 노송나무 껍질을 여러 겹 붙인 일본 특유의 지붕이다. 볏집을 올리는 초가는 매년 지붕을 갈아야 하지만, 노송나무는 수명이 길고 가벼워 일본의 주요 건축물에 많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기와와 다르게 가공하기도 쉬워 지붕에 사용되었을 때 다양한 선이 나온다고 한다.
본당에서 내려오면 세 줄기의 물이 떨어지는 전각이 그 유명한 오토와 산의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물을 받아먹을 수 있는데, 왼쪽부터 학문, 사랑, 장수를 기원하는 물이며 하나만 골라서 마시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여러 개의 물줄기를 받아 마시면 어느 소원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불교의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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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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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사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1 Chome-294 Kiyomizu, Higashiyama Ward, Kyoto, 605-0862 일본
📍입장시간 : 6:00~18:00
📍휴무일 : 연중무휴
📍정원 입장료 : 400엔(성인), 200엔(어린이)
Eirakuya Ihee Hosotsuji shopping Gion shop

400년을 이어온 데누구이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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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누구이는 직사각형의 면으로 된 수건이다. 면 소재에 얇은 데누구이는 일본 생활에 있어 매우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손수건이나 타월을 대신해 사용하거나 와인 및 도시락을 포장하는 용도로도 쓰이고 머릿수건, 더 나아가 마스크로도 사용된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 선물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에이라쿠야는 에도 시대 초기, 1615년에 창업한 이래 400년 이상 14대에 걸쳐 가게를 이어오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지녔다고 일컬어지는 면포상이다. 가게에 들어서면 200종 이상의 데누구이를 볼 수 있는데, 창업 당시부터 만들어진 오래된 데누구이 도안을 복원하고, 일본 전통무늬와 교토의 문화가 프린트된 데누구이와 이를 이용해 만든 가방, 벨트, 모자 등의 디자인 제품이 즐비해 있다.
일반적인 사이즈의 데누구이 제품은 1980엔으로, 함께 판매하는 액자에 넣어 보관할 수도 있고 위에서 언급한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2만원대의 가격이 부담된다면, 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으로 작은 손거울도 판매하고 있으니 일본에서 에이라쿠야 매장을 보면 한 번은 들어가서 구경해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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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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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라쿠야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254-1 Gionmachi Kitagawa, Higashiyama Ward, Kyoto, 605-0073 일본
📍운영시간 : 11:00~19:00
폿치리

동전지갑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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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시조역에서 7번 출구로 나와 가모 강을 등지고 야사카 신사 방향으로 걸으면 온갖 음식점과 상점이 나오는데, 동전지갑과 가방이 즐비한 상점을 하나 볼 수 있다. ‘폿치리(ぽっちり)’라는 상점으로, 동전지갑의 전문점이라고 한다. 일본에 여행가기 전부터 지인들의 기념품으로 뭘 사갈지 고민하다가 나온 답이 동전지갑과 손수건이라 엄청 기대를 하고 방문했다.
‘가마구치’라는 이름의 일본 전통 지갑은 윗부분을 물림쇠로 여닫는 동전지갑으로, 동전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인 일본에 걸맞은 지갑이다. 재물과 복을 부른다고 해서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오늘 소개할 폿치리는 가마구치를 만드는 전문점으로 기획부터 생산까지 모두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곳이다.
가게에 들어서게 되면 동전지갑 말고도 가마구치형 가방, 안경집 등 여러 물건을 볼 수 있다. 스트라이프나 도트 패턴이 메인이어서 그런지 그 가짓수가 많았고, 그 외에 꽃이나 문양 등 일본의 전통 문화를 담은 형태의 가마구치도 많아 뭘 살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계산대 앞에는 비즈 및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심플한 패브릭 디자인의 가마구치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사용할 수 있어 많이들 구매하는 것 같았다. 가마구치와 같이 액세서리를 구매하면 결제 후 그 자리에서 액세서리를 직원 분이 달아주신다.
가격은 가마구치 기준 2~3만원으로, 싼 가격은 아니지만 선물용으로 가져가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일본의 감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실용성도 좋은 기념품을 찾고 있다면, 폿치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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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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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폿치리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254-1 Gionmachi Kitagawa, Higashiyama Ward, Kyoto, 605-0073 일본
📍운영시간 : 10:00~18:00
마츠바 본점

청어소바의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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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년에 문을 열어 15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노포이다. 청어소바, 일본어로 니신소바는 에도 말기에 교토에서 유행했다고 하는데, 이곳 마츠바가 그 원조라고 한다. 기온시조역 6번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가게가 보인다.
가게 내부는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청어 국수와 말린 청어를 파는 가판 형태의 가게였고, 지하와 2층은 식당 공간이었다. 나는 지하로 내려가 음식을 먹었다. 다른 메뉴도 많지만 여기의 메인 메뉴인 청어소바 단일메뉴는 1300엔, 사진 속의 밥과 함께 나오는 세트 메뉴는 1925엔이다.
자리에 앉으면 따뜻한 녹차와 물티슈를 먼저 준다. 그리고 면 밑에 청어가 숨어있는 청어소바가 나온다. 청어를 꺼내 맛을 보면 단 맛이 나는 양념이 청어의 살에 배어 있는 느낌을 받는다. 국물은 처음에는 조금 심심할 수 있으나, 양념이 국물에 배어 나올수록 맛이 진해져 시간이 지날수록 맛있어진다. 청어 덮밥은 청어가 으깨진 것이 흰 쌀밥 위에 올라가 있는데,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정말 맛있었다.
여기 청어소바의 청어는 날 것은 아니고 머리와 꼬리를 떼서 말려서 달게 찐 청어다. 청어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추천하는 맛집이다. 아마 기온에 방문할 기회가 생기면 또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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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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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바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192 四条大橋東入ル川端町 Higashiyama Ward, Kyoto, 605-0075 일본
📍운영시간 : 10:30~20:40
📍휴무일 : 수요일, 목요일
도게츠 교

교토 서쪽에서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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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역에서 열차를 타고 서쪽으로 40분 정도 가면 높은 산이 보이고 도심의 풍경은 점차 사라진다. 연말이라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열차에서 내린다. 현지인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길엔 낮은 가옥들이 보이고 노면열차의 철로 위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오사카의 신세카이에서 봤던 각진 택시들과 인력거들도 이곳저곳을 움직이고 있었다. 신세카이에 갔을 때와 비슷하게 과거의 일본에 온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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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게 되는 이유는 공간이 주는 영향도 있지만, 그 과정도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이곳 아라시야마가 그런 장소였다. 일본 여행의 마지막날, 연휴로 인해 갈 데가 없던 찰나에 우연히 방문하게 된 대나무숲. 오래된 노면 열차와 애니메이션 속에서만 보던 철로, 도심과 다르게 한적한 풍경. 이런 요소들로 인해 아라시야마는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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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을 걷다 보면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이거 담양에도 있는 거 아냐?”라는 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굳이 타지에 와서 대나무숲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그 이유는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경험을 하고자 대나무숲에 갔다. 빽빽한 대나무들 사이로 나 있는 좁은 길과 사람보다 훨씬 높게 뻗어 하늘을 가리고 있는 대나무들. 길의 폭은 사람에 맞춰져 있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높이는 대나무들에 맞춰져 있기에 도심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즉, 건물들 사이를 걸을 때와는 다른 공간감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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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야마는 아라시야마 산과 아타고 산이 만드는 호즈쿄 협곡과 이 사이를 지나는 가츠라 강이 넓게 펼쳐지는 지역으로, 헤이안 시대에 귀족들의 별장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강은 달이 건너는 다리라고 불리는 도게츠교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주변으로 료칸과 상업시설이 즐비해 있다. 노면열차의 종착역인 ‘란덴 아라시야마’역은 역 주변을 둘러싼 기모노 기둥으로도 유명한데, 기모노 원단을 아크릴로 감싼 조형물이 밤길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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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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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게츠교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1-5 Sagatenryuji Susukinobabacho, Ukyo Ward, Kyoto, 616-8384 일본
기모노 숲

교토 서쪽에서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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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역에서 열차를 타고 서쪽으로 40분 정도 가면 높은 산이 보이고 도심의 풍경은 점차 사라진다. 연말이라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열차에서 내린다. 현지인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길엔 낮은 가옥들이 보이고 노면열차의 철로 위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오사카의 신세카이에서 봤던 각진 택시들과 인력거들도 이곳저곳을 움직이고 있었다. 신세카이에 갔을 때와 비슷하게 과거의 일본에 온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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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게 되는 이유는 공간이 주는 영향도 있지만, 그 과정도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이곳 아라시야마가 그런 장소였다. 일본 여행의 마지막날, 연휴로 인해 갈 데가 없던 찰나에 우연히 방문하게 된 대나무숲. 오래된 노면 열차와 애니메이션 속에서만 보던 철로, 도심과 다르게 한적한 풍경. 이런 요소들로 인해 아라시야마는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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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을 걷다 보면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이거 담양에도 있는 거 아냐?”라는 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굳이 타지에 와서 대나무숲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그 이유는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경험을 하고자 대나무숲에 갔다. 빽빽한 대나무들 사이로 나 있는 좁은 길과 사람보다 훨씬 높게 뻗어 하늘을 가리고 있는 대나무들. 길의 폭은 사람에 맞춰져 있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높이는 대나무들에 맞춰져 있기에 도심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즉, 건물들 사이를 걸을 때와는 다른 공간감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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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야마는 아라시야마 산과 아타고 산이 만드는 호즈쿄 협곡과 이 사이를 지나는 가츠라 강이 넓게 펼쳐지는 지역으로, 헤이안 시대에 귀족들의 별장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강은 달이 건너는 다리라고 불리는 도게츠교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주변으로 료칸과 상업시설이 즐비해 있다. 노면열차의 종착역인 ‘란덴 아라시야마’역은 역 주변을 둘러싼 기모노 기둥으로도 유명한데, 기모노 원단을 아크릴로 감싼 조형물이 밤길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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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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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노숲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20-2 Sagatenryuji Tsukurimichicho, Ukyo Ward, Kyoto, 616-8384 일본
텐류지

정원이 아름다운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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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이 즐비한 교토답게 서쪽의 아라시야마에도 유명한 사찰이 한 곳 있는데, 사찰의 연못을 둘러싼 정원이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라시야마에 위치한 텐류지는 1339년 쇼군 아시카가 다카우지가 고다이고 천황의 명복을 빌며 세운 절이다. 일본 최고 권위자인 천황의 명복을 빌기 위해 당시 최고 권력자인 쇼균이 명을 내려 지은 절이다 보니 절은 무척 크게 지어졌다. 그러나 1356년부터 8번의 화재가 나면서 소실되었고 현재 남아있는 전각은 대부분 메이지 시대에 재건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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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류지를 대표하는 곳은 방장(方丈 : 주지가 머무는 방)의 역할을 하는 전각이다. 대부분의 일본 사찰과 마찬가지로 방장 전각 앞에는 회랑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정원이 있는데, 몇 번 이야기했던 가레산스이(枯山水 : 일본 정원의 한 가지 양식으로서 돌과 자갈, 모래로 구성된 정원)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선종 정원들을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무소 소세키가 조성한 정원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데, 연못을 둘러싸고 각종 정원들을 배치하여 둘러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히 눈에 띈다. 정원을 향해 길게 놓인 의자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앉아 정원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연못 주위를 돌면서 감상했을 때보다 가만히 앉아서 풍경을 눈에 담는 게 더욱 인상적인 모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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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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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류지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일본 〒616-8385 Kyoto, Ukyo Ward, Sagatenryuji Susukinobabacho, 68
📍입장시간 : 8:30~17:00
📍휴무일 : 연중무휴
📍정원 입장료 : 500엔(성인), 300엔(어린이)
아라시야마 치쿠린

교토 서쪽에서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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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역에서 열차를 타고 서쪽으로 40분 정도 가면 높은 산이 보이고 도심의 풍경은 점차 사라진다. 연말이라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열차에서 내린다. 현지인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길엔 낮은 가옥들이 보이고 노면열차의 철로 위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오사카의 신세카이에서 봤던 각진 택시들과 인력거들도 이곳저곳을 움직이고 있었다. 신세카이에 갔을 때와 비슷하게 과거의 일본에 온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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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게 되는 이유는 공간이 주는 영향도 있지만, 그 과정도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이곳 아라시야마가 그런 장소였다. 일본 여행의 마지막날, 연휴로 인해 갈 데가 없던 찰나에 우연히 방문하게 된 대나무숲. 오래된 노면 열차와 애니메이션 속에서만 보던 철로, 도심과 다르게 한적한 풍경. 이런 요소들로 인해 아라시야마는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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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을 걷다 보면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이거 담양에도 있는 거 아냐?”라는 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굳이 타지에 와서 대나무숲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그 이유는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경험을 하고자 대나무숲에 갔다. 빽빽한 대나무들 사이로 나 있는 좁은 길과 사람보다 훨씬 높게 뻗어 하늘을 가리고 있는 대나무들. 길의 폭은 사람에 맞춰져 있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높이는 대나무들에 맞춰져 있기에 도심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즉, 건물들 사이를 걸을 때와는 다른 공간감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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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야마는 아라시야마 산과 아타고 산이 만드는 호즈쿄 협곡과 이 사이를 지나는 가츠라 강이 넓게 펼쳐지는 지역으로, 헤이안 시대에 귀족들의 별장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강은 달이 건너는 다리라고 불리는 도게츠교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주변으로 료칸과 상업시설이 즐비해 있다. 노면열차의 종착역인 ‘란덴 아라시야마’역은 역 주변을 둘러싼 기모노 기둥으로도 유명한데, 기모노 원단을 아크릴로 감싼 조형물이 밤길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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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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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야마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일본 〒616-8393 Kyoto, Ukyo Ward, Saganonomiyacho, 野宮神社内
금각사

불괴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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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아버지는 나에게 자주 금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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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의 첫 문장이다. 제목에서도, 소설가들이 가장 신경을 쓴다는 첫 문장에서도 ‘금각'을 언급한 만큼 이 소설에서 금각사는 여러 상징을 갖고 있으며 매우 섬세하게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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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에 수청을 두고 2층에는 유달리 가느다란 구경정을 올려놓은 금각, 이 불균형하며 섬세한 건축은, 흐린 물을 맑은 물로 바꾸어 놓는 여과기와도 같은 작용을 하였다. 사람들이 제각기 떠들어 대는 소음은, 금각에 거부당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바람이 통하는 기둥 사이로 스며들어가, 이윽고 하나의 정적, 하나의 징명으로까지 여과되었다. 그리하여 금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연못의 투영과 똑같은 모습을, 어느 틈엔가 지상에도 성취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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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묘사한 금각의 한 부분이다. 나는 교토에 다녀온 뒤 이 소설을 접했다. 소설을 읽고 감흥을 주체하지 못해 금각을 직접 보기 위해 무작정 교토로 떠난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여행 중에 만난 금각을 다시 생각하며 글을 읽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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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는 원래 무로마치 시대의 3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츠가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 지은 별장으로, 그의 아들이 선불교 사원으로 변경시키면서 사원이 되었다. 1467년 오닌의 난이 일어나면서 수차레 연소되었다가, 1950년에 정신병을 앓던 금각사의 수도승이 방화하여 대부분이 소실되었고 1955년 다시 세워졌는데 이때 일어난 방화 사건을 배경으로 제작한 소설이 처음 언급했던 「금각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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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의 사원이었던 만큼 불상과 선대 스님들의 사리를 모시는 누각으로 사용되었다. 물과 닿아있는 바닥층을 제외하고 2층과 3층은 금박으로 뒤덮어 불교의 상징색을 표현함과 동시에 아시카가 요시미츠의 권력을 과시하는 화려한 장식으로 사용되었고 지붕에는 황금색 봉황이 있다. 원래는 녹원사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금박을 입힌 부분이 ‘금각'으로 알려지면서 금각사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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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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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1 Kinkakujicho, Kita Ward, Kyoto, 603-8361 일본
📍입장시간 : 9:00~17:00
📍휴무일 : 연중무휴
📍입장료 : 400엔(성인), 300엔(어린이)
키타노텐만구

온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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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있는 신사들 중 ‘텐만구'가 붙은 장소는 모두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는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모시는 신사다. 일본 전역에 대략 12000사가 넘는 텐만구가 있지만, 이 곳 기타노텐만구 신사는 모든 텐만구의 총본사로, 다른 곳에 비해 규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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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와라 미치자네는 어린 나이에 과거 시험에 합격해 재능을 인정받아 당대 권세가 최고에 달한 사람이다. 그를 질투하는 세력들에 의해 좌천되어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는데, 그가 사망한 뒤 정적들이 연이어 사망하거나 궁중에 벼락이 떨어졌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의 원령이 저주를 내린 것이라 믿었고,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의 무덤에 신사를 지었는데, 이것이 텐만구의 유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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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앞에 위치한 거대한 도리이(とりい : 신성한 곳이 시작됨을 알리는 관문)를 지나 경내로 들어가기까지 수많은 석조물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모두 민간에서 기부한 것이라고 한다. 신사의 입구 역할을 하는 누문은 새해가 되면 그 해의 십이간지에 해당하는 동물을 그린 초대형 나무판이 걸리는데, 올해는 계묘년인지라 토끼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경내 안에 있는 소 동상은 대부분 엎드려 있는 자세로 있는데, 미치자네의 유해를 옮기던 중 갑자기 소가 그 자리에 눕고 엎드리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그 장소에 있는 절에 매장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자신의 몸 중에 나쁜 부분을 만진 후, 소 동상의 같은 부분을 만지면 몸의 나쁜 부분이 나아진다고 한다. 더군다나 소 동상의 머리를 만지면 똑똑해진다고 하여 많은 수험생들이 와서 머리를 만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여기서도 다른 신사와 마찬가지로 에마(絵馬 : 신사에 소원을 담아 봉납하는 목판)을 볼 수 있는데, 텐만구의 총본사인 만큼 엄청난 양의 에마가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그 내용은 대부분 합격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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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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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텐만구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Bakurocho, Kamigyo Ward, Kyoto, 602-8386 일본
📍입장시간 : 5:00~18:00(4월~9월), 5:30~17:30(10월~3월)
📍휴무일 : 연중무휴
📍입장료 : 무료
도후쿠지

교토 최고, 최대의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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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동대사(도다이지)와 흥복사(고후쿠지)에서 각각 한글자씩 따온 이름을 가진 동복사(도후쿠지)는 일본 최대의 선종 사찰로, 임제종 도후쿠지파의 총본산이다. '넓은 터는 동대사와 맞먹고, 성대함은 흥복사와 같으리라'라는 상량식 발원문으로 왜 ‘동복’이라는 절 이름이 나왔는지를 알 수 있다.
가마쿠라 시대인 1236년 구조 미치에에 의해 건립되었으나 그 후 화재로 여러번 소실, 재건되길 반복하면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삼문이나 선당 등 무로마치 시대에 지어진 건물은 아직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가마쿠라 시대의 전형적인 선종사찰의 건축과 배치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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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당가람(七堂伽藍 : 사찰 가람의 주요한 7가지 건축물) 구성인 동복사는 삼문, 불전, 방장(주지스님 방), 고리(종무소), 선당, 동사(화장실), 욕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국보로 지정된 삼문(三門 : 사찰로 들어가는 세 가지 문)은 일본 사찰 삼문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사찰이 지어지고 세차례의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425년에 재건된 삼문으로, 일본 선종 사찰의 가장 오래된 삼문이다. 선종 양식을 본따 복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양 옆의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본당에 들어갈 수 있다.
삼문 뒤에 놓인 대로처럼 큰 길을 따라가면 큰 향나무 한 그루와 같이 있는 불전을 볼 수 있는데, 높이 26m, 정면이 41m, 측면이 30m의 크기로, 20세기에 재건된 건물이다. 화재로 소실되기 전에는 15m의 거대한 불상이 모셔져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석가입상이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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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전 뒤에 위치한 방장은 주지가 거주하는 곳으로, 화재로 소실된 후 1890년에 재건되었으며 정원은 시게모리 미레이에 의해 1939년에 만들어졌다. 도후쿠지는 삼문 뿐만 아니라 방장 정원의 가레산스이(枯山水 : 일본 정원의 한 가지 양식으로서 돌과 자갈, 모래로 구성된 정원)로도 유명하다.
건물의 동서남북에 정원이 꾸며져 있으며 팔상의 정원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데, 팔상은 '팔상성도'라고 하는 석가모니의 생애에 일어난 여덟 가지 중요한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다.
맨 처음 들어가면 마주하는 동쪽 정원은 다른 건물의 남는 주춧돌로 북두칠성을 구성한 것으로, 북두의 정원이라 불린다. 남쪽 정원은 백색의 돌로 물을 표현하고, 거석으로 섬을 표현한 전형적인 가레산스이 정원이다. 서쪽과 북쪽 정원에는 각각 철쭉과 모래, 돌과 이끼로 격자 모양의 정원이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정원은 들어가지 않고 마루나 방에 앉아서 바라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건물 주위에는 숲과 계곡이 있는데 굳이 담장 안에 모래와 돌 등으로 정원을 꾸미고 이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든 것은 일본 특유의 문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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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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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후쿠지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15 Chome-778 Honmachi, Higashiyama Ward, Kyoto, 605-0981 일본
📍입장시간 : 9:00~16:00(4월~10월), 8:30~16:00(11월~12월 초), 9:00~15:30(12월 초~3월)
📍휴무일 : 연중무휴
📍입장료 : 1000엔(성인), 500엔(어린이)
후시미 이나리 신사

붉은 도리이로 가득한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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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의 추억」.
영국 소설 「Memoirs of a Geisha」를 영화로 만든 미국 영화다. 중국인이 영어로 말하면서 일본인의 삶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면이 있지만 이는 차치하고 이야기를 해보자.
가난한 어촌마을 두 자매가 병든 엄마의 치료비 때문에 교토 하나마치 오키야로 팔려오는데, 동생인 치요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극 중 게이샤(芸者)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치요가 붉은 도리이 사이를 뛰어다니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곳이 후시미 이나리 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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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전국에 있는 약 3만여개의 이나리 신사의 총본산이다. 이 곳은 쌀, 농업, 술, 재물, 성공을 기원하는 신사로 이나리 신을 섬기고 있다. 이나리 신의 사자가 여우인지라 여우 신사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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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입구에 도착하면 거대한 붉은 도리이를 볼 수 있다. 도리이는 신사 입구에 세운 기둥 문으로, 일본 신사 건축을 대표하는 구조물이다. 도리이를 기준으로 속세와 신성한 공간의 구분이 일어나는데, 도리이의 안은 경내로 매우 신성한 공간이며 밖은 속세로 인식된다.
붉은색은 재앙과 악귀를 물리치는 의미도 갖고 있기에 일본의 신사, 불전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단청에 오방색을 활용함으로써 악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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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상징은 도리이가 길게 늘어선 센본도리이이다. 1000개의 도리이라는 뜻으로 실제로는 만 개가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고 몇 천개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매년 새롭게 지어지고 뽑히는 만큼 정확한 갯수는 추정 불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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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이는 원래 각 신사가 기증받은 돈이나 나무로 세운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기와에 글씨를 써서 건물을 올릴 때 돈을 내듯 여기는 봉헌을 하며 돈을 내는 사람들의 이름을 도리이에 새겨 길을 만들고 있었다. 정상으로 걸어 올라갈 때는 보이지 않지만 뒤돌아보면 도리이 뒤편에 글씨가 적혀 있는데, 이는 도리이를 봉납한 회사나 개인 사업자들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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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미 이나리의 에마(絵馬 : 신사에 소원을 담아 봉납하는 목판)는 다른 신사와 다르게 흰여우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 걸려있는 것을 자세히 보면 참배객들이 각자 목판에 그린 여우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소원 성취를 기원하며 봉납하는 작은 도리이도 산을 올라가다 보면 볼 수 있는데, 이나리 신사의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도 있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신사라 그런지 그 수가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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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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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미이나리신사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68 Fukakusa Yabunouchicho, Fushimi Ward, Kyoto, 612-0882 일본
📍입장시간 : 24시간
📍휴무일 : 연중무휴
📍입장료 : 무료
📍해발 233m의 이나리 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순례길은 왕복 2시간이 소요되는데, 시간이 없거나 힘들면 중간에 4개의 터널이 교차하는 요츠츠지(四つ辻)까지만 올라가도 교토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혼케 다이이치 아사히 본점

교토 간장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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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부터 여는 라멘집으로,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많아 8시 즈음에 방문해서 40분 정도를 기다렸다. 교토역에서 도보로 4분인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고 매장이 넓지 않아 대기줄이 꽤 긴 편인데, 줄을 서 있으면 직원이 나와서 메뉴판을 준다.
매장에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가게 되면 혼자 방문했을 시 모르는 사람과 합석할 수 있으니 이 점 유의하길 바란다. 나는 아크릴 판을 사이에 두고 한 테이블에서 모르는 일본인 아저씨와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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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제 라면이 시그니처 메뉴인데, 950엔이라 일본의 다른 음식 가격에 비하면 평범한 느낌이다. 특제 라면은 돼지뼈 국물 베이스의 간장 라멘으로, 면과 차슈에 숙주와 파가 가득 올라가 있다. 고기도 두툼하고 양이 많지만 간장 맛이 강하고 약간 짜다.
교자 만두도 따로 시켰는데, 맛있다 정도의 수준은 아니고 일반적인 교자 만두의 맛이다. 유명한 맛집은 가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갔던 음식점인데, 40분에서 1시간 정도 줄을 서서 먹을 만한 음식인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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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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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케다이이치아사히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845 Higashishiokoji Mukaihatacho, Shimogyo Ward, Kyoto, 600-8213 일본
📍영업시간 : 6:00~익일 1:00
📍메뉴판 사진 첨부했습니다.
케이분샤 이치조지점

BOOKS, GIFTS & SOMETHING FO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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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하여 근처 대형 서점을 구경했었다. 서점 안으로 들어서면 ‘베스트셀러’, ‘새로 들어온 책’ 등 여러 이름표를 달고 있는 책을 볼 수 있지만 대부분 거기서 거기인 기분. 제목으로 눈길을 끄는 에세이류, 자기계발서와 소설 등 비슷한 느낌만을 받는다.
이러한 대형 서점에 지친 몇몇 사람들은 독립 서점이라는 대안을 찾아가는데,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교토의 한적한 마을 이치조지에서 만날 수 있는 케이분샤 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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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분샤 이치조지점은 영국 「가디언」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Top 10 중 하나로 꼽힌다. 교토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어 서점으로 가는 길은 작은 가게들 외엔 구경할 게 별로 없지만 평범한 일본의 일상이나 소소한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다.
서점으로 들어서면 나무로 만들어진 책장과 테이블로 꾸며진 공간을 보게 된다. 전부 앤틱가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밟을 때마다 소리를 내는 나무바닥, 그리고 진열장에 전시한 미니어처 책과 여러 소품들은 방문객들을 아늑한 아날로그 감성으로 둘러싼다. 내부 사진촬영 금지라는 마크가 보여 점원에게 공간에 대한 사진과 글을 쓴다고 하니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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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3부분으로 나뉜 서점은 여러 물건들이 조화롭게 섞인 느낌을 주었다. 회현동의 지하 상가에 LP를 보러 갔을 때와 비슷한 쿰쿰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정겨운 기분이 들었다. 안도, 후지모토와 같은 일본 건축가들의 도록, 가구에 관련한 책들이 가장 눈에 띄었다. 시집과 소설책, 잡지들, 동화책 그리고 LP와 에코백, 펜 같은 각종 굿즈가 책들 사이사이에 자리잡고 있었다.
일본 사진 작가들의 사진집, 아버지의 사진을 담은 책, 일상의 기억을 담은 지도 등 번역본이 없어 안타까운 책들을 구경하다 보니 타지의 서점에서 1시간 30분을 쏜살같이 보냈다. 일본어에 대해서는 까막눈인지라 검은 것이 글씨요, 흰 것은 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훑어봤는데도 인상 깊었던 책이 꽤 많았다.
특히 자신이 어릴 때부터 살아온 동네에 대해 기억을 되살려 마을 지도와 가게들을 그려 넣은 지도에서는 그 대상이 장소에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사진과 그림을 통해 볼 수 있어서 감명 깊은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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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편에 위치한 공간엔 그릇이나 컵, 식료품, 뜨개질 용품 같은 일상 용품들을 팔고 있었다. 원래는 케이크 집이었는데, 문을 닫게 되면서 건물주가 케이분샤에게 맡아 달라고 먼저 제안해서 생긴 공간이다. 그렇게 케이분샤는 자기만의 큐레이션을 가진 서점이면서도 라이프스타일 물건을 파는 공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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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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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분샤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10 Ichijōji Haraitonochō, Sakyo Ward, Kyoto, 606-8184 일본
📍운영시간 : 11:00~19:00
헤이안 신궁

천년고도의 시작과 끝을 모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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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수도라고 불리는 교토는 중세 이후 근세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수도로 남았다. 교토가 일본의 수도로 남아 있던 기간에 한반도의 역사는 신라, 고려왕조를 거쳐 조선시대 말까지, 중국은 당나라 중반부터 송, 원, 명을 거쳐 청나라 말까지 이어진다. 교토가 오랜 시간 동안 수도로 남아 있을 수 있던 이유는 천황의 지위 때문으로 보이는데, 신성불가침의 천황이 교토에 머무는 한, 교토는 수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794년에 간무 천황이 수도를 나라에서 교토로 옮겨왔다. 그 당시 교토는 헤이안쿄(平安京)라고 불렸다. 이 시기부터 나라 시대가 막을 내리고 헤이안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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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안 신궁은 1895년에 헤이안 천도 1100주년을 기념하여 세운 신사다. 처음에는 헤이안쿄로 천도한 간무 천황을 제신으로 모셨다가, 이후에 교토에서 사망한 마지막 천황인 고메이 천황도 같이 모시게 되었다. 사후에 신이 된 선대 천황들의 신사를 신궁이라고 하는데, 그런 이유로 다른 신사와는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신궁의 정문인 응천문 정면에서 볼 수 있는 24m 높이의 거대한 도리이는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크기를 갖고 있다. 헤이안쿄 황궁 대궐 구역의 정청(政廳 : 정치나 국가 행정에 관계되는 사무를 보는 관청)을 토대로 5/8 크기로 축소하여 만들었기에 건물 자체를 황궁 건축 양식으로 만들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헤이안 신궁 자체는 교토에 있는 문화재 치고는 만든 지 얼마 안 되어 역사적인 가치가 떨어지나 뒤편에 놓인 정원을 보러 가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도리이 너머 정문을 지나면 거대한 마당이 나오고 본전이 보이는데, 일본 특유의 주황빛 기둥에 청기와를 올린 형태를 갖고 있다. 건물 뒤편으로는 1만 평에 달하는 신엔(神苑 : 신의 정원)이 있는데, 일본 정원의 소박함보다는 넓은 공간에서 오는 고즈넉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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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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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안신궁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Okazaki Nishitennocho, Sakyo Ward, Kyoto, 606-8341 일본
📍입장시간 : 6:00~17:30(최종 입장시간), 8:30~17:00(정원 입장시간)
📍휴무일 : 연중무휴
📍정원 입장료 : 600엔(성인), 300엔(어린이)
📍 계절별 운영시간이 상이하니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 매년 10월 22일에 교토 3대 축제 중 하나인 지다이마츠리가 열리니 이 점 참고하세요.
마르브랑슈 키타야마 본점

말차 과자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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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브랑슈는 1982년에 교토에서 시작하여 일본 전역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말차 과자 전문점이다. 말차는 녹차의 찻잎을 분말로 만든 것을 말하는데, 일본인들은 말차를 활용하여 다양한 스타일의 디저트로 개발해왔다.
말브랑슈에서는 말차를 활용한 디저트 말고도 다른 디저트가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 그 중에서도 고급 말차 ‘코이차’로 만든 말브량슈의 시그니처 ‘차노카’가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말차 본연의 향과 은은하고도 깔끔한 맛이 돋보인다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노카를 구매하러 방문하는 것 같았다. 나는 말브랑슈가 유명한 가게인 줄도 모르고 말차로 유명한 가게인 것은 더더욱 몰랐기에 다른 과자를 구매해서 나왔는데, 나중에 다시 일본을 가보게 된다면 차노카를 사보고 싶다.
말브량슈 본점에는 카페도 함께 있어서 차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가게 내부로 들어서면 왼쪽은 상품을 구매해서 나가는 줄, 오른쪽은 카페를 이용하는 줄 같았다. 카페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으나 일정이 빡빡했기에 통에 들어있는 과자세트를 하나 사서 나왔다. 차노카는 개당 136엔 정도의 가격이었다.
여기는 옛 수도 교토의 브랜드라는 로열티와 물 좋은 교토에서 재배된 녹차 베이스의 과자라는 프라이드가 있다. 제품 대부분의 상미기한이 2주 내외로 되어 있으니 여행 끝자락에 잠시 들러 사가기 좋은 디저트다. 기타야마 본점 말고도 교토역이나 청수사 근처에도 있다고 하니 유명한 관광지에 가는 길에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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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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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브랑슈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일본 〒603-8053 Kyoto, Kita Ward, Kamigamo Iwagakakiuchicho, 40
📍운영시간 : 9:00~18:00
B-lock 北山

안도의 초기 상업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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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타다오의 초기 작품인 B-Lock은 1985년 설계를 시작해서 1990년에 완공이 된 교토 키타야마 역 근처에 위치한 상업시설이다.
명화의 정원의 대각선 맞은편에 위치해 있어 안도의 작품 2곳을 한 번에 경험하기 좋은 기회였으나, 일본을 연말 연초에 방문했어서 명화의 정원은 가보지 못했다. 연말에는 일본의 전시관, 미술관이 대부분 휴관일에 들어가 있어 Galleria Akka와 B-Lock만 볼 수 있던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B-Lock은 건물의 이름처럼 콘크리트 블럭을 이용해 지은 것이 특징이다. 부지 전체를 채운 그리드 안에 동선을 위한 원호가 삽입되어 내외부로 다양한 공간이 형성된다. 원형 벽 안쪽에는 상자 형태의 매스가 있고 원형 벽을 따라 계단이 있는데, 상층부로 갈수록 좁아지면서 벽의 형태를 느낄 수 있다.
벽에 의해 건물과 도로는 직접적으로 닿아 있지 않다. 벽을 따라 생긴 계단은 벽의 안쪽과 바깥쪽 모두 만들어져 있으며, 안쪽에 설치된 계단은 도로에서 2층까지, 바깥쪽에 설치된 계단은 도로에서 3층까지 연결되어 있다. 옆 건물과도 벽으로 인해 단절된 상태다. 상업시설로서 쇼윈도 파사드를 보여줘 사람을 유인해야 하는 상업적 측면으로서는 부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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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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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ck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41 Kamigamo Iwagakakiuchicho, Kita Ward, Kyoto, 603-8053 일본
지쇼지

고요와 절제가 담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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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금각사를 이야기할 땐 이름 때문에 매번 은각사가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은각사는 1482년 쇼군 아시카가 요시마사가 할아버지의 은퇴 별궁인 금각사의 모양을 본 따 자신이 은퇴하고 머물 별궁을 지은 것으로, 1490년 요시마사가 죽은 후 선종 사찰로 전환되었다.
금각사를 먼저 접하고 은각사를 방문하게 되면 그 이름과 다르게 은박이 입혀지지 않은 본전(本殿)을 보고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다. 금각사와는 다르게 고요하고 절제된 문화가 반영된 은각사의 모습은 비교적 심심하게 보인다. 실제로는 금각사처럼 은을 입힐 예정이었지만, 요시마사가 일찍 사망하기도 했고 오닌의 난으로 인한 재정적 문제 때문에 옻칠로 마무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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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각사는 6동의 사찰 건물과 이끼 정원, 모래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찰 부지를 둘러싼 산책로를 따라 순서대로 산책하면서 정원과 사찰 건물을 감상할 수 있는 기승전결 구조로 되어있다. 사찰로 들어가는 참도(参道 : 사찰로 들어가는 길) 양쪽에는 7~8m 정도의 동백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는데, 자연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한 일본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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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부지에 들어와 백사로 깔린 정원을 지나면 2층으로 된 본전이 눈에 들어온다. 두 층은 금각사의 금각과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안에는 관음상이 모셔져 있다. 1층에는 방 전체에 다다미를 깔고 공간을 나누는 양식인 쇼인즈쿠리를, 2층에는 선종 양식이 반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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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을 보고 나면 모래로 꾸민 일본식 정원을 만나게 되는데, 그 모습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봐왔던 정원과 달라 낯설면서도 인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석정(石庭)이라고도 하는 가레산스이(枯山水)는 일본의 선종 사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으로, 물을 사용하지 않고 돌과 모래, 풀과 나무 등으로 산과 강, 바다를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모래와 돌로 후지산을 형상화한 향월대와 흰 모래를 굳혀서 만든 백사탄에서 절제와 비유를 통해 자연환경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잘 드러난다. 동구당을 배경으로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법한 돌다리와 소나무로 꾸며진 정원을 보면 ‘보기 위한 정원’이라는 말이 확 와닿는다.
동구당을 지나 산책로를 따라가면 이끼 정원이 나오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만 봤던 포실포실한 이끼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돌로 된 섬과 다리, 작은 연못과 다양한 식물로 이루어졌는데,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사찰 전체와 교토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찰을 나오기 전에 본전의 모습을 한 번 더 감상하면, 기승전결이 마무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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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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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각사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2 Ginkakujicho, Sakyo Ward, Kyoto, 606-8402 일본
📍입장시간 : 8:30~17:00
📍휴무일 : 연중무휴
📍입장료 : 500엔(성인), 300엔(어린이)
니시혼간지

시내에 위치한 거대한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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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역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거대한 사찰 2개가 맞닿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히가시혼간지와 니시혼간지다. 정토종의 혼간지파의 총본산으로, 일본 최대 불교 종파의 총본산으로서 강력한 세력을 자랑했던 혼간지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히가시(동)과 니시(서)로 세력이 나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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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절 모두 크게 보면 비슷한 구조로 지어졌는데, 고에이도(어영당 : 종파의 창시자의 초상을 모신 곳)와 아미타도(아미타당 : 아미타불을 본존으로 모신 당)가 복도를 통해 연결되어 있고, 마당을 건너 정문 밖으로 나가면 교토 시내가 보인다. 두 절 모두 도심 한복판에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참배할 수 있는데, 고에이도에 들어서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히가시혼간지의 고에이도가 교토에서 가장 큰 목조건축물로 꼽히는데, 길이 76m 너비 58m, 높이 38m의 크기로 12층의 높이다. 일본 건물의 넓이 단위 중 하나로, ‘조’라는 것이 있다. 이는 다다미 한 장을 말하는데 약 90cm x 180cm의 크기로 싱글 침대보다 약간 작은 크기이다. 고에이도는 927개의 다다미가 들어가는 크기로, 대략 927명이 누울 수 있는 넓이로 보면 상상하기 쉬울 것이다. 나라현에 있는 동대사의 대불전에 이어 두 번째 크기라고 하는데, 거대한 목조건축물은 일본에서 많이 경험 해봤음에도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 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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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정세영( @se_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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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혼간지 에 대한 추가 정보
📍위치 : 일본 〒600-8358 Kyoto, Shimogyo Ward, Honganji Monzencho
📍입장시간 : 5:30~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