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무더운 더위에 한 걸음 한 걸음 지치고 땀에 범벅 되어 찌들어버린 하루가 되는 계절. 하지만 가장 아름답게 남아있는 청춘과 낭만의 계절이다. 사람은 추억으로 살아간다 했던가? 여름에 남길 기억을 선명하게 해줄 17선의 공간들을 모아 보았다. 울창한 나무와 선선한 바람 그리고 여름 하면 떠오르는 자연과 함께 하는 공간들에서 좋은 시간 되길 바라며 큐레이션을 준비했다.
엔학고레
일상을 찾아서
계절을 느끼고 즐긴다는 것은 네트워크상으로 하기 힘들다. 아니 하고 싶지 않다. 단 며칠 얼마 되지도 않는 가을을 보고만 있는 것은 고문 같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병마와 싸우느라 그것을 포기하고 집에만 있었다. 답답함과 자유를 박탈당한 고통 속에 우리는 무엇을 부르짖었는가? 가을이 왔다. 이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두를 위해 최선의 방역을 지키며 공간을 즐겨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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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짖는 자의 샘, 엔학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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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사사기] 15장 19절의 내용이다. “하느님이 레히에 한 우묵한 곳을 터치 시니 물이 거기서 솟아 나오는지라 삼손이 그것을 마시고 정신이 회복되어 소생하니 그러므로 그 샘 이름은 엔학고레라 이 샘이 레히에 오늘까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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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부르짖고 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감정의 굴레에서 정신없는 현실을 피해 어딘가로 떠나 정신을 가다듬고 싶다. 6월이 다가오면 매년 쉽지 않은 일상 속에 놓인다. 지난 5년간 그래왔듯이 매년 나아짐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겪어야 하는 여러 경험과는 괴리가 크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있다. ‘말이 쉽지’. 그래 맞는 말이다. 누군가의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가 없다. 그 고통이 경험하는 주체 따라 크고 작음이 다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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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달고 살았던 말이 있다. ‘개미를 실수로 밟아 죽여 마음 아파하는 이가 있다 해도 그 사람은 마음이 정말 아픈 것이다’. 주변 지인들에게 수도 없이 전한 말이다. 이를 듣고도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괜찮다고 말한다. 그것으로 위안 삼으라는 말은 남의 고통을 상대급으로 전락 시켜 진정으로 당신의 아픔을 외면하게 하는 말이다. 위로와 보듬음은 아니란 소리다. 우리는 이 문장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진정으로 끝까지 그의 곁에 계속 함께하지 않을 거라면 언제고 쌓아둔 감정이 터질지 모르니 비교급은 삼가길 바란다. 진정 그자를 생각한다면 그자의 아픔에 집중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한마디가 필요한 자아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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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경험을 늘어놓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요즘 다들 지쳐가는 것이 보인다.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피로가 쌓여가는 것이 보인다. SNS로 통해 사회적 소통은 이어가고 있겠지만, 물리적인 만남과 공간에서 느끼는 경험의 부재는 이를 가속화 하고 있다. 요즘 가장 자주 보이는 문장이 ‘여행 가고 싶다. 정말.’이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동시에 이야기를 전하는 작자도 깊이 공감하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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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적으로 같이 시간을 태우며 쌓는 ‘유대’라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심심찮게 또 아무렇지 않게 올라오는 ‘여행을 갈망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언제고 터질 것만 같아 불안하고 마음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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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정말 정신적으로 아주 고통스러운 일인인지도 몰라 이리도 쉽게 서술할 수도 혹은 정말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이 들어 오히려 담담하게 서술하는 것인지 몰라도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상황은 무척 고통스러운 것이 맞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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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부르짖고 있다. 자유를 탐하고 있다. 날마다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생활을 떠나 홀연히 나를 돌아보기를 갈망하고 있다. ‘삼손’이 마시고 정신을 차린 ‘샘물’을 찾고 있음이 분명하다. 각자의 여행을 돌이켜 보자. 무엇이 좋았길래 그것을 그리는 것일까? 같이 간 사람과의 추억일까? 아니면 혼자 간 그 여행에서 나를 돌아봤던 그 시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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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 공주에서 불장골 저수지를 바라보며 지금 시대에 많은 이들이 바라는 샘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나에겐 해결할 수 없는 숙제와 같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임을 알지만 스스로 소명을 가지고 생각해 본다. 과연 공간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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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부르짖음이 터지는 시대의 샘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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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대전에서 더 가까운 공주의 아름다운 공간이다. 옥색의 호수와 아름드리 흐드러진 나무들이 바람을 맞으며 들려주는 소리가 나의 ‘샘물’이 되어준 공간, #엔학고레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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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충남 공주시 반포면 불장골길 113-12 엔학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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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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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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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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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은 정부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콘하스 한남
조용한 서울의 여름밤
서울의 밤은 화려하다. 여기저기 불빛이 휘황찬란하게 하늘의 쏘아대는 대도시. 비록 병마로 인해 그러한 화려함은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서울은 시끄럽다. 조용한 부자 동네 한남동에 있는 주거단지에서는 원하던 조용함을 찾을 수 있으리라. 시원해 보이는 수중정원과 심겨있는 목련 나무들은 선선히 부는 바람에 여름의 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테라스도 널찍하고 좌석이 많아 여름 저녁, 이 공간에서의 경험은 행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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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산임수 : 양반집, 고택이 주는 감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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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연희동과는 다른 부촌이다. 연희동이 정계인사들이 밀집한 부촌이었다면 이곳은 재계인사들이 모여있는 부촌이다. 해방 이후 부를 축적한 신흥 재력가들이 밀집되어있으며 기업 회장들의 주택단지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재계 인사들이 많이 몰린 곳이다. 그만큼 연희동보다 은밀하고, 높은 담장으로 그 은밀함을 대변한다. 이 담장은 그들의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한다. 높은 담장은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큰 목적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한남동 땅은 우리 오래전부터 터가 좋다고 말하는 풍수지리의 배산임수형 땅이기 때문이다. 밑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뒤로는 산이 있다. 조선의 유명한 명문가 땅인 안동도 이런 지형을 띄고 있으며, 양반과 부잣집은 이 한남동과 같이 높은 언덕에 위치하는 동일함이 있다. 진입부의 담장은 이 언덕이라는 단차지형 때문에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지리적, 사회적 요인 때문에 이 한남동 땅의 주택은 우리가 알 수 없는 미지의 땅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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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도 ‘연희동 고택 이야기’에서도 말했듯이 이 땅에서 커피 한 잔의 한남동 주택의 삶을 상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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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구를 지나면 나오는 정원의 작은 수공간과 충분히 앉아서 계절을 즐길 수 있는 정원. 오래된 나무 계단을 한 칸 오를 때면 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그 주택의 삶을 한 칸씩 상상하게 된다. 수많은 테이블 그 테이블의 볼륨을 다 담고도 널찍한 공간이라니. 이곳에서 살던 사람의 삶은 어땠을까? 유럽이나 미국의 부자를 다루는 영화에서나 볼법한 그 아름다운 생활이었을까? 여러 가지 상상들이 머릿속으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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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가격에 한남동이 간직해오던 미지의 영역은 조금씩 그 속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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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바로 대한민국의 양반집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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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과거 조선의 양반들이 살던 땅의 지리적 맥락도 닮아있다. 과연 풍수리 지가 통계로 봐야 할지? 군사학으로 봐야 할지 혹은 미신으로 봐야 할지 명확하게 그 답을 내릴 수 없지만, 마음으로 그것을 온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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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이 고택에서 생각한 짧은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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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한남동의 미지를 품은 공간 #콘하스한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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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나길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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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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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_ 발렛 파킹 가능
- architechu
레디투웰니스
어쩔 수 없는 더위, 삶의 질을 높여보자
무더운 여름에도 잘 살 준비가 되었는가? 여름의 더위는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삶의 질을 높여보자. 내 삶을 풍족하게 해줄 아름다운 물건을 찾으러 가는 것은 어떨까? 이곳 서울 중구 ‘피크닉’ 뒤편에 위치한 ‘레디 투 웰니스’. 도착부터 공간은 여름날과 어울려 아름다운 장면을 선물한다. 이 공간에서 자신에게 작은 선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고 소소한 물건이지만 나의 삶을 아름답게 해줄 여름 아이템을 장만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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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해변가, 나만의 보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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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 일주일가량 머물렀던 적이 있다. 운 좋게도 건기의 맑은 날씨와 매일매일 시간 맞춰 찾아오는 해 질 녘이 아름다운 기간이었다. 매일 같이 스미냑의 #라블란챠 를 찾아 발리하이 맥주를 들고 털레털레 걸어갔었다. 스미냑 중심부쯤에 있던 숙소에서 20분 좀 넘어 떨어진 거리였지만, 온갖 이국적인 장면들을 구경하며 오느라 그리 시간이 드는지도 몰랐던 거 같다. 매일 오전과 오후에 내가 하는 일이 그렇듯 색다른 공간들을 찾아다니고 새로운 경험을 했지만 내가 매일 저녁에 하는 일은 같은 일이었다. ‘맥주를 들고 해 질 녘을 보러 가는 것.’ 스미냑 라블란챠의 저녁은 글로 묘사하기 힘들다. 그래도 내가 당시에 느낀 감상이 조금이라도 그곳을 상상하게 할까 싶어 그 공책에 있던 문장을 빌려와본다. 하늘의 시간 조각들 사이에 나와 누군가의 시간의 조각을 숨겨두고 싶었다. 영원을 기약할만한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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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내가 특히나 애정 한순간이 있다면 지기 막 시작했을 때 점점 붉어지는 하늘, 온 세상이 따뜻한 그 색으로 물들고 모두가 손에 쥔 맥주를 꼴깍하고 숨죽이는 그 순간이 참 맘에 들었다. 언젠간 다시 이런 삶을 살러 와야지 하며 그 발리에서의 매일을 다짐했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때쯤인가? 그 해변 뒤편으로 찾은 작은 골동품점을 기억한다. 가죽 신발도 팔았었고, 오래된 불상과 칼 그리고 양초 같은 것들도 팔았다. 물건을 하나하나 집을 때마다 어디서 가져온 것이라며 조잘거리는, 자신의 소장품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알려주는 그 주인장의 눈빛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 이 가게는 때가 되면 매일 저녁에 이 공간을 따뜻하고 아찔한 그 색으로 물들인다. 마치 그 해 질 녘을 한 조각 훔쳐 와 공간을 밝힌 것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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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생활, 점점 그때 그 발리의 기억이 흐릿해져 갔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해 질 녘을 한 조각 들여온 공간이 그리웠던 지난주, 우연히 찾아간 공간에서 그 기억을 다시금 선명하게 할 수 있었다. 그때 그 골동품 집처럼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몇 가지 물건들과 새로이 선보인다는 프로그램들 이 작지만 거대한 선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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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피크닉 옆 라이프스타일 숍 #레디투웰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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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중구 퇴계로2길 9-8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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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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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시간 매일 11-19
피크닉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여름과 어울리는 전시공간
매번 충만한 전시를 가져오는 피크닉! 항상 전시의 마무리는 옥상 공간에서의 경험이다. 일전에는 티하우스로 제공하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좀 더 여름의 맞는 공간이 되었다. ‘정원 만들기’라는 전시의 주제로 옥상에는 조경작품이 전시되어있다. 루프탑에서 무성한 초록 나무들과 눈을 맞추고 정적이고 수평적인 공간에서 식물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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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fulness,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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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자연 속에 홀로 살지 않는 한 둘러 산 것은 사회라는 환경입니다. ‘나와 다른 인간, 나와 시간, 나와 돈’ 이런 관계로 환경과 나라는 존재가 상호작용을 하며 의식 속에서는 그것들과의 관계를 하루에 수만 번씩 고민하게 하며 살아가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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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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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복잡하고 어렵고 지나치게 아프게 할 때가 많습니다. 홀로서기가 그렇게 힘듭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고대의 인간처럼 산에서 나무를 하고 약초를 캐고 불을 지펴 하루에 밥을 먹고 자기 위한 일들이 전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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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인간이 유한이라는 시간 동안 살아가며 죽음을 맞이할 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삶과 죽음이라는 큰 제목 아래 사회에서 뭐라도 이루어 보려고 혹은 살아남아 보고자 나를 돌아보기보단 작은 제목들에 집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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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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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가 돌아봐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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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 돌아봐 줄 수 없습니다. 오로지 자신만에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신쯤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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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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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존재가 바로 서지 못 한다면, 사회에서 이룬 모든 것들은 유한한 삶 속에서 가치를 가질 수 없습니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 없이 만들어진 허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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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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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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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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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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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멋진 작업들만 고집하는 공간.
이곳은 회현의 #pik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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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소개하는 공간은 공간보다 전시가 더 중요합니다. 공간은 그를 담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전시를 즐기시며 공간의 장치들을 즐길 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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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중구 퇴계로 6가길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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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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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시간 _ 11-19[월off]
청수당 베이커리
서울의 대나무 숲 그리고 한옥 1
여름 하면 대나무, 대나무 하면 떠오르는 공간은 전통가옥이다. 익선동에서 만나는 전통가옥을 리모델링한 카페. 이곳은 그 진입부에서 푸릇한 대나무들이 나를 다른 공간으로 데려가 주는 거 같다. 조심히 한 칸식 걸어 들어가 보면 운집된 익선의 인파의 소리는 대나무 소리에 묻혀 금세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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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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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건물과 전통의 양식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다만 모두를 잃어버린다면 우리의 정체성도 잃어버리는 상황까지 가게 됩니다. 그래서 1900년대부터는 유럽을 필두로 전통과 양식의 보존 그리고 공존의 목적으로 공공이 혹은 개인이 투자를 하며, 이를 보전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한국까지 오는 대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했지만 한국에서도 1990년대부터는 이를 위한 연구와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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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생’이라는 단어가 무척 고리타분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우리의 정체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특히나, 한국의 건축?이라고 하면 무엇!이라고 대답을 못하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우리 민족은 현명합니다. 늦었다는 걸 알았는지 이곳 #익선동이라는 땅에서는 전통양식을 수용한 것이 어떤 가치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이를 살린 새로운 공간을 향해 모두가 달려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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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또한 이에 공감을 하며, 그 새로운 공간에 대한 감상을 즐깁니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의 익선동은 단순하게 비싼 자본이 들어간 사업성 있는 땅!이라기보다는 미래를 향한 가능성이 담긴 땅!이라고 말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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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건축가로서의 작은 소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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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의 건축을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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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미래를 향한 보물을 담은 보고 #청수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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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나길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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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11:30 -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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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우노 주차장 이용 [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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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 합니다. 참고하시어 이용이 불편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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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착석 후 메뉴 주문
올모스트홈 카페 아트선재센터점
가을에 잎을 쥔 대나무들
대나무는 가을이 오면 입을 떨군다.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바람에 몸을 맡긴다. 그러나 가을이 이렇게 짧다면 우습게도 가을에 대나무 소리를 동시에 들을지도 모른다. 공간에서 들리는 피아노곡에 마음을 놓고 선선한 날씨를 만끽하는 하루가 되길 바라며, 공간을 골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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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회전목마 - 여름 공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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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라~딴, 따 따라라라~’, 이 공간에서 가장 바라는 소리다. 오늘도 어김없이 여기서 듣고 싶었던 그 노래가 나온다. 앉아서 책을 읽던 글을 쓰던 이 노래가 나오면 잠깐 멈춰 본다. 이 음악이 나오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쭉쭉 뻗은 대나무 숲에 둘러싸인 공간은 여름의 바람이 불면 잎들이 바람에 이는 소리와 함께 음악을 더욱 서정적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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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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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김없이 돌아 찾아오는 여름이면 매번 들리는 공간 중 하나이다. 위 첫 문단이 그 이유이다. 이 한순간을 위해 나는 이곳을 매년 찾고 있다. 복잡한 북촌에 위치하지만, 도시조직 속에 조용한 곳으로 숨어든 공간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도 않아서 그런지 매번 올 때마다 조용하다. 소곤소곤 대화 소리 위로 음악과 대나무 소리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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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한옥이다. 내부공간은 입식으로 구성해 두었지만, 외부 공간은 한옥의 평면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식탁에 앉아 책을 읽고 싶다면 내부에 걸터앉아 처마 밑의 바람을 즐기고 싶다면 툇마루에 앉으면 된다. 두 곳 다 대나무와 음악이 함께하기에 내가 공간에 온 목적에 따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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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은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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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장식적 요소는 없다. 편안하게 나무라는 주재료에 맞춰 들여놓은 가구들과 바닥 마감. 편안한 좌석 그리고 공간에 음악과 자연의 소리 그리고 향으로 채워둔다. 적당하게 스며들어오는 햇빛도 물론 좋다. 단순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기본에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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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가지는 기본적인 매력을 극대화 한 것이다. 눈도 즐겁지만 오감으로 느끼는 매력이 나를 매년 여름 다시 찾아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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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궤도를 돌고 도는 회전목마처럼 가을, 겨울, 봄을 지나면 나는 다시 이곳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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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나의 회전목마 여름파트 #올모스트홈아트선재점 이다.
그린랩
나만의 서울숲, 쓰름매미 울 적에
서울숲의 경계에 위치해 서울숲의 울창한 숲 전경을 그대로 공간에 받아주는 ‘그린랩’. 일전에는 전시하기도 필라테스 클래스를 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나만의 서울숲 즐기기’다. 너무나도 북적이는 서울숲에서 오로지 나만을 위한 숲이 열린다. 예약제로 운영되며 옥상에서는 차를 즐길 수도 있으니 취향에 맞춰 여름을 즐기길 바란다. 무더운 여름날 매미가 울쩍이는 그 시절에 나만을 위해 기다리는 공간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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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름매미 울 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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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햇빛 뜨겁지만 선선한 산자락 나는 그곳의 작은 계곡에서 여름을 보냈었다. 새벽같이 눈을 뜨거든 아직 어린 나의 동생을 깨워 손을 잡고 계곡으로 갔었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뻐꾸기와 매미소리 그리고 귀 뒤로 흐르는 물소리에 잠겨 물 위에 둥둥 떠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참방이는 동생의 물장구 소리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멍하니 소리에 빠져들어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 있었다. 나의 유년기는 아름다운 동화에나 나올법한 그런 산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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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여름, 비가 억수처럼 쏟아진다. 부산 촌사람의 성공이라면 성공이었다. 서울로 올라온 나의 생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다달이 나오는 월세와 홀로서기 위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한다. 정신없는 소음들과 나무 대신 빼곡히 들어선 회색 빌딩들은 그 감상이 있지만 정신없는 이곳에서는 아름답게 바라보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가까운 한강도 억수처럼 오는 비에 버티지 못하고 울음을 토해낸다. 다리는 잠기고 교통은 마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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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나마 여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쓰름매미의 울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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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그래도 숲이라는 뚝섬역 근처의 이 작은 공원 그곳이 이 도시에서 유일한 숨구멍인 듯 매미들의 소리가 시원하다. 오는 비에도 아랑곳 안고 10년의 한을 광광 울어 보인다. 서울숲 쪽을 바라보며 놓인 이 공간은 유리벽을 통해 내부 외 외부의 경계를 허문다. 숲에 편안하게 앉아 유리창 너머로 들리는 적당한 매미소리가 그 당시 계곡에 누워 상상에 잠겼던 그 소리와 닮았다. 다시 한번 그려본다. 어릴 적 꿈꾸던 나의 삶. 공간을 공부하겠다 다짐했었다. 멋진 건축가가 되어 기회가 부족한 이들을 돕겠다던 어린 나의 마음. 그때 그리던 상상과는 조금 다르게 현실적이지만 그 마음만은 잊지 않고 살아온 내가 대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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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쓰름매미 울 적에 다시 나를 보러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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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서울숲에 위치한 명상의 공간 #그린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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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lab_seoulforest 을 통해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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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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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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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불가 _ 성동구민종합체육센터 주차장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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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13, 14:30, 16, 17:30 time 각 1시간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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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_ 1인 17000원, 음료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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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조용히 책을 읽고 차를 즐기는 공간입니다. 무음 촬영만 허용하고 있으며 모두 조용히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카페 러슬
어린이 대공원의 뒤 편에는
이곳은 서울의 또 다른 대형 숲 광진구 어린이 대공원의 경계에 위치해, 그 울창한 전경을 가져간다. 루프탑에는 파라솔이 놓인 테이블들이 있다. 그것도 단 3자리 정도? 여유를 위해 띄엄띄엄 놓인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물론 바로 뒤로 숲이 꽉 차게 걸리는 것도 장관이다. 공간은 특이하게 돌아 올라가는 계단을 통해 입장하며, 입장과 동시에 숲과 함께함을 경험할 수 있다. 들리는 나무 소리와 귀여운 강아지 그리고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은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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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바스락대는 소리 – 여름 공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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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바람에 이는 소리. 익숙한 소리, 비가 쏟아지는 날 어둑한 방 안에서 듣는 빗소리만큼이나 편안한 소리이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히며 나는 소리. 불특정한 간격으로 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잎들이 움직이다 서로 맞부딪히며 시원하고 상쾌한 소리를 낸다. 이것 또한 숲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다. 반면에 공간이 숲에 둘러 쌓여있다면 앉아서도 편안히 들을 수 있는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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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내 둥지는 어린이 대공원과 무척 가까웠다. 당시에는 그곳 지리를 토박이만큼은 알지 못했다. 나름 역마살이 낀 사람답게 이사를 하면 꾀 넓은 반경을 걸어서 가보는 나이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많은 곳을 알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집 근처에 공원이 있는데, 즐겨봐야지 하며 갔던 것이 두어 번 손으로 셀 정도이다.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계절이 바뀔 때나 한 번 씩 들렀던 곳. 그러나 그마저도 입구에서 깔 짝, 건물과 꽃들을 보고 나면 금세 마음이 식어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2년이 지난 지금의 둥지는 전혀 다른 곳이지만 괜스레 바람에 이는 나무소리를 듣고자 하면 가장 가까운 곳이 어린이 대공원이다. 왠지 있을 것 같아 또 현대 문명의 이기인 SNS를 통해 열심히 검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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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공간들을 찾아 소개해보고자 시작된 큐레이션이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만큼 검색의 속도는 빠르고 정성스럽다. 집착적이게도 여러 번이나 같은 지역명의 업종을 달리하여 검색해 보기도 한다. 그런 고생 끝에 찾은 맘에 드는 공간이다. 어린이 대공원 뒤편의 하얀 건물이 맘에 들었다. 더군다나 한 번 더 가 본 적 없는 어린이 대공원의 단편과 맞닿아 있어 더욱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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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카페 주인장의 소개 글이다. ‘나무가 바람에 이는 소리’. 내가 찾던 공간이다. 루푸탑도 있고 꽤 한적해 보이는 동네에 딱 찾던 그런 공간이었다. 서슴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주말에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느니, 나는 그래도 오늘 당장 원하는 경험을 하러 찾아 나가는 것이 적성에 맞아 행동을 그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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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멀지도 않은 거리, 아차산에서 유명한 떡볶이를 먹고는 그곳으로 천천히 걸어가니 금방 나오는 거리였다. 깊이깊이 동네를 향해 들어갈수록 지도로 살펴본 것처럼 역시나 이 동네는 아주 조용한 동네였다. 많은 학교와 유치원이 있었지만, 골목의 닳음 정도와 담벼락 밑으로 흐드러진 조경을 보아도 꽤 조용한 동네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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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도착한 하얀 건물, 동네 끝쪽에 놓여 정말 코앞이면 공원과 함께였다. 더욱더 반가웠던 것은 특별한 계단실. 도면상으로는 물론 실내이지만 경험상으로는 실내인지 실외인지 알 수 없는 형태였다. 비는 막을 수 있겠지만 바람은 막을 수 없다. 그리고 빛은 일부는 막을 수 있지만, 또 일부는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건물의 2면을 돌아서 올라가는 계단이다. 그렇게 굴로 들어가는 느낌의 계단을 다 돌아 올라가면 카페가 나온다. 아늑하다. 그리고 시원한 창으로는 공원의 울창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걸려있다. 창문으로 보이는 움직임에 소리까지 들릴 지경이다. 아늑한 공간에서 매운 혀를 달래고자 망고 스무디를 시켰다. 그리고 늘 그랬듯 궁금했던 공간을 천천히 살펴본다. 똑같은 방향으로 돌아 올라가니 몇 테이블이 놓인 루프탑이 나온다. 그곳에선 나무가 바람에 이는 소리가 잘 들려온다. 새 찬 비바람이었지만 그래도 날씨를 떠나 소리만 생각한다면 무척 기분이 좋아지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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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을 피해 다시 아늑한 공간 창가에 앉아 내부를 살펴본다. 놓여있는 미술책들과 건축책 그리고 그만큼이나 흥미를 끄는 것은 귀여운 강아지다. 이름은 ‘케빈’이라고 한다. 반기고 쓰다듬고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래도 행여 싫어할까 멀찌감치 앉아 바라보기만 한다. 자기도 마음에 들거든 찾아오겠지. 말을 나눌 수 없는 동물에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그의 몸짓뿐이니 조금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만족한다. 바람에 이는 소리와 강아지 그리고 즐겁게 즐긴 책들은 이 공간에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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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름이면 찾아오겠지. 바람에 이는 나무 소리처럼 ‘촤르르륵’하고 알 수 없게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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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어린이 대공원 뒤편에 나무의 소리를 담은 공간 #카페러슬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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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광진구 자양로37길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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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10-22[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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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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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빌즈 강남
장마를 기다리며 _ 여름 공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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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비가 끝없이 내릴 시기가 다가온다. 장마, 매년 여름이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이 시즌을 맞아. 방이 꿉꿉해질세라 향을 사다 왔다. 비가 퍼붓는 여름 꿉꿉해진 방을 이 향 하나면 어느 정도 습함과 그 특유의 물 비린내를 잡아준다. 그리고 어디를 나갈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어디를 가든 우산을 쓰든 차를 타든 집을 나서 1분이면 흠뻑 젖고 만다. 이 시기엔 며칠을 방에 있다가 지루함에 중독된 순간이 오면 이 개으름에서 벗어나고자 홀연히 떠나고 싶어 한다. 행여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을까 봐 오늘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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꿉꿉하고 참방거리는 이 여름날, 여행은 무리다. 장마 시즌 한국은 어디가 비가 안 올지 장담을 할 수 없다. 비가 오기에 운치 있는 여행지가 아니라면 나는 가까운 서울을 택한다. 그런 와중에 아이러니하게도 비가 느껴지는 곳이면 좋겠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에서 따뜻하고 쾌적한 곳에서 근사한 식사를 하고 싶다. 적당히 어둑한 감성이며 내가 바라던 그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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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이런 곳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하나 골라 소개해 본다면 오늘의 공간을 말해주고 싶다. 이곳은 호주식 레스토랑이다. 멋들어진 인테리어와 큼직큼직한 테이블은 한국이 아님을 쉽게 직감할 수 있는 곳이다. 더군다나 항상 이곳은 빛이 잘 드는 큰 창을 끼고 둥지를 튼다. 빛이 잘 드는 큰 창이 있는 공간이라면 빗소리를 듣기에 적당히 좋은 환경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여름의 감상을 극대화해주는 나무가 바람에 이는 소리가 들리느냐? 이곳은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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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대형 오피스 타워 1층에 위치한다. 늘 그렇듯 이런 대형 오피스 타워의 일 층은 층고가 높다. 상업공간이 높이감 있는 층고를 가져가기에 참 좋은 조건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주중에 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가진다. 끝으로 화장실까지 청결하고 그 수준이 있으니 근사한 레스토랑이 들어오기엔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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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내가 근사한 식사와 푹신한 팬케이크가 당길 때면 찾아가 식사를 하던 곳이다. 당장에 가장 많이 갔던 광화문점은 이제 없지만 그래도 이곳의 위치선정은 믿고 가는 편이다. 늘 환상적인 장면을 준비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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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경험을 전하기 위해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들러봤다. 입구에서부터 우산을 정리하고 들어갈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이다. 역시 비가 오는 주중은 한적하다. 대기 순번 없이 들어간다. 그리고 알고 있던 그 맛을 위해 막힘없이 주문한다. 천천히 둘러보건대, 내가 바라던 그 감상이 맞다. 어둑하고, 빗소리들이며 울창한 여름의 나무들이 뒤로 난 전면 창으로부터 쏟아 내린다. 천천히 나온 메뉴에 포크와 나이프 질 몇 번이면 금방 음식은 동이 나고 만다. 역시 알던 맛이 젤 무섭다 했던가? ‘여전히 맛있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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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앉아 남은 블랙커피를 비워낸다. 아늑하니 태워지는 커피 향처럼 감미로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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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강남 테헤란에 위치한 #빌즈강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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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142 아크플레이스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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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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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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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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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은 수도권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운영중입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하우스플랜트
강아지의 도시 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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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 중 하나인 하남시 ‘스타필드’의 준공과 함께 그 이름을 알렸던 도시이고 꽤나 오래전부터 나의 흥미를 끓었던 도시이다. 안산에서는 멀고도 먼 그 하남에 단순히 자연과 도시가 아직은 어우러졌을 거라는 기대와 스타필드를 이번엔 보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출발한 짧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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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부부터는 택시로 이동하며 하남의 초입부터 여행의 느낌이 물씬 나기 시작했다. 서울보다 밀도가 낮아진 건물의 밀도와 서울보다 훨씬 많아진 녹지의 영역이 다른 도시로 넘어왔음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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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진 시골 마을의 전경이 보이는 산속에 떡하니 위엄 있는 풍채를 한 건물과 이곳에 사람이 많이 올 거라는 듯 널찍한 주창 공간들이 보인다. 택시에서 내리고 나서 입구로 돌아가는 순간부터 들리는 짖는 소리. 강아지가 많다는 소식을 듣고 속으로 기대하던 마음이 그 기대에 부흥하며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넓고 높은 창고의 공간을 둘러 내외부 모두 그곳에서 전시하는 가구들과 무척이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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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영화의 세트장처럼 영화 속 장면 장면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는 우리는 이곳이 썩 마음에 든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해 질 녘엔 엇나가도 안타”라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곳이 그들이 말한 그 해 질 녘 같은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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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주인장이라고 하는 강아지 ‘뭉이’는 어찌나 사람을 좋아하던지 조금만 이층 사무실에 묶여 있노라면 낑낑거리며 주인에게 산책을 보챈다. 그 소리를 듣고는 마음이 쓰여 올라갔었다. 물이는 사람의 손을 좋아하는지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가져다 대고 쓰다듬으라 한다. 20분쯤 마사지를 해줬던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손과 얼굴을 마구 핥아 준다. 이도 그렇지만 이곳이 오던 강아지들과의 시각적 교감도 잊을 수 없는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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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빵과 커피, 자연의 공기 그리고 강아지들과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공존하며 점유하는 공간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 깊다. 이 도시는 신기하다. 이곳뿐만 아니라 스타필드로 이동하는 그 순간에도 스타필드 안에서도 다양한 종의 강아지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인간과 반려동물이 살아가기 적합한 요인들이 이 도시에 담겨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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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해답을 내리지 못했기에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서울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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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강아지 도시 하남의 축소판 @houseplant 하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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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경기 하남시 덕풍북로6번길 14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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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시간 _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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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애견 동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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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 합니다. -
Ps. 케잌 치사해, 치즈 치아비타 강력추천 합니다. 라떼도 맛있네요.🤤 아이를 데려가기도 좋은 공간인 것 같습니다.
카페 이숲
여름 동화
이름부터 숲. 여름의 울창한 뒤 동산과 숲의 산책로가 함께한다. 공간에 어울려진 수정원과 외부 테라스들은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온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 공간의 포인트는 여름의 아찔한 해 질 녘이 수정원과 함께 환상적인 세상을 보여준다는 것. 더군다나 편안한 소파 의자들과 외부 공간들의 경험은 종일 머물러도 편안하고 즐거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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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그린 집,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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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집을 그릴 때 지붕을 ‘ㅅ모양’으로 그리곤 한다. 전형적인 집의 형태라는 것인데, 그 아이들의 집 그림을 잘 보면 현실에서는 말도 안 되는 비율의 지붕들이 등장한다. 아이의 상상력이다. 지붕이 길면 어떨까? 지붕이 아주 뾰족하면 어떨까? 전자와 후자 중 오늘은 전자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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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둘러싸이고 차도로부터 한참을 안으로 들어와야 밭과 잔디 사이에 놓이 아이가 그린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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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란 박공 지붕 앞에는 징검다리가 있다. 이 다리를 통통하고 건너야 집으로 들어올 수 있다. 박공 지붕 아래에는 아이의 상상처럼 조명들이 중구난방으로 하늘을 날고 있다. 가운데 소꿉놀이의 주인장이 기다렸다며 주문을 받는다. 달달한 고구마 라테와 페퍼민트 티 따각 또각 하며, 금세 나와버린 잔을 들고 자리를 찾는다. 토끼가 괘종시계를 들고 헐레벌떡 오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자리로 가고 싶었다. 은밀하고 조용한 창가 자리 때마침 토끼가 앉을 자리도 남는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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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득 비가 쏟아졌다 금세 또 그친다. 비가 그치더니 이번엔 아기 사슴이 꽃밭을 뛰어놀고 있다. 다람쥐 친구는 홀딱 비를 맞고는 정신이 나갔는지 길바닥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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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언제 오려나? 페퍼먼트 티도 고구마 라테도 이젠 다 마셨다. 오늘은 토끼도 쉬는 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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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나도 나의 세계로 돌아가야지, 엘리스의 구두는 아니지만 그것처럼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다시 징검다리를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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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토끼를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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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천안에 위치한 동화 속 공간 #카페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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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망향로 5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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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11:00-21:30[Mon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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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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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정말 사슴이 튀어나오고 다람쥐를 볼 수 있습니다. 뒷길에는 이숲 산책길이 있습니다. 날이 좋아지면 즐겨 보시길-🙏🏻
써라운드
굽은 산길엔 가을이 왔을 거야.
과거 푸릇푸릇한 산길을 걸으며, 가을을 약속했다. 사실상 과도한 업무량에 작자는 책상에 앉아 이곳을 소개만 해야 하지만 독자분들이 이곳을 대신 가서 좋은 경험을 한다면, 나는 그것에 감사한다. 분명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조금 힘들겠지만, 작자는 걸어가는 것을 권한다. 역에 내려 20~3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 올라도 마주치는 가을에 계속 기분이 좋을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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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툭툭, 걷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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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산길을 올랐다. 푸릇푸릇한 산길, 들리는 시냇물 소리. 시골 마을 같은 곳에 오르며 드디어 쉬는구나 하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바쁘지 않게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디디며 잃어버렸던 삶의 속도를 찾아본다. 조금씩 흐르는 땀방울이 싫지 않다. 굽이치는 산길을 두어 번 지났던가? 우거진 나무 틈 사이로 묵직하고 정갈한 기둥들이 보인다. 나란히 선 모습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같은 간격으로 ‘툭 툭 툭 툭’ 하고 놓인 그 장면에서 느린 정박자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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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 카페가 있다니? 몇 년 전만 해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지만, 점점 커피라는 문화가 빠른 속도로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커피 문화가 점점 올바른 가치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잔 커피를 마시더라도 사람들은 운율이 있는 곳에서 자신의 색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새로운 경험, 자신의 취향 이외에도 많은 조건이 공간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그 다양성은 다양한 공간들을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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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마을의 해 질 녘은 깊고 따뜻하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들 빼곡히 들어서는 빛들과 커피의 온도는 무척 기분이 좋다. 모두가 느긋하게 앉아서 그간 바쁘단 핑계로 못다 한 말들을 쏟아낸다. 지는 해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유대를 다져간다. 공간은 더 깊어지고 인상 깊은 장면을 만들어 낸다. 이런 인상적인 장면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오늘의 대화를 더 깊게 기억 시켜 주길. 조금 남은 커피를 털어내고 슬슬 다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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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굽은 산길은 또 어떤 기억이 될까? 땅거미를 뒤로하고 터벅터벅 내려가 본다. 툭툭 툭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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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써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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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소래비로85번길 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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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매일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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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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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그린플래그커피
바다 vs 호수 – 여름 공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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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바다는 ‘활기’와 ‘광기’의 공간이다. 부산에 태어나고 20살 서울로 올라오기 전까지 계절에 상관없이 바다를 자주 들렸다. 당시의 경험한 기억을 나열해 보건대, 내게 바다는 ‘활기와 광기’의 공간임이 틀림없다. 이건 어쩌면 여름의 바다가 그 대부분의 감상을 지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겨울과 가을, 봄보다는 역시 여름의 기억이 확실하게 남아있다. 7살 아버지와 함께 갔던 그 여름의 바다, 8살 가족들과 함께한 여름 바다, 9살도 마찬가지. 매년 여름이면 가족들과 바다를 갔다. 광안리, 해운대는 기본이며 일광, 송정, 다대포, 대변 등 다양한 바다를 경험했다. 그리고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17살의 일이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학교 친구들과 함께한 바다 여행이 기억에 남는다. 지치지 않는 17살, 아침부터 송정 ‘불짬뽕’을 먹고 바다 수영을 하다 오후 내도록 배가 아파 뒹굴던 친구들과의 기억은 ‘활기’로 방안에서 뭘 그리했는지 기억도 나질 않지만 즐거움에 휩싸여 웃음으로 가득 채웠던 그 밤은 ‘광기’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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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어느새 꽤 나이를 많이 먹었다. 내가 말하는 건 단순히 신체나이다. 이제는 하루를 꼬박 새워 작업을 하는 것도 쉽지가 안다. 해 뜰 때까지 술을 퍼마시던 그 체력도 남아있지 않다. 요약하면 10년 전 그 바다의 기억은 앞으로도 그리움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단 소리다. 빨리 지치고 회복이 더뎌짐을 느끼는 요즘에는 오히려 정서적 평온함을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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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처럼 물이 가득한 공간이지만 다르다. 이곳은 시원한 파도도 왁자지껄 각자의 즐거움에 취해 터져 나오는 탄성도 없는 곳이다. 오로지 잔잔한 물결과 한적한 물새들의 날갯짓 그리고 유유자적 그 정취를 즐기는 도보객들 뿐이다. 아무도 웃통을 벗고 배에 튜브를 끼고 있지 않다. 이곳은 호수다. 호수의 맛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워낙 물을 좋아해 한 번은 마음잡고 들러 그 맛을 즐겼을 거라 생각되지만 돌이켜보면 또 그렇지는 않다. 나는 단지 여행지에서 ‘관광지이니 한 번 가보자’라는 뜻의 호수가 많았다. 얼마 전 들렀던 ‘엔학고레’라는 공간에서 즐겼던 호수의 경치 때문인지 가기 힘든 바다보다 그래도 가까운 호수를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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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공간은 그 호수의 정취를 맘껏 즐길 수 있다. 호수길을 따라 걸어볼 수도 있으며 여름 나무들이 시원하고 울창하게 빼곡한 둘레길 그늘서 여름날의 이야기를 엿듣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호수를 즐기다 지칠 때쯤이면 나무로 근사하게 만들어진 오늘의 공간에서 시원한 음료와 맛있는 디저트를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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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호수’ 대학 시절 인덕원을 집 드나들듯이 다녔던 나이지만 당시 나는 단 한 번도 이 호수를 온 적이 없다. 그 시절이 한참이 지난 지금 호수의 맛을 즐기러 이곳을 찾았다. 백운호수 가를 따라 돌다 보면 붉은빛을 띄는 나무 살이 아름답게 붙어있는 건물이 보인다. 어디든 이런 경치가 좋은 공간은 주차장이 항상 잘 준비되어있다. 돌아 들어간 공간의 초입에서는 싱글벙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곳은 외관만 장식적으로 나무를 쓴 것이 아니다. 나무구조가 내부를 받치고 있다. 그 구조가 일부는 인테리어가 되고 공간을 만들며 이곳의 정취를 극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물론 사람들은 가득 차 있지만 유독 호수가 잘 보이는 자리는 다들 호수를 보러 온 것인지 나란히 호수를 보고 있다.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바다와는 또 다른 즐거운 대화가 들린다. 쨍한 여름날 시원한 호수 바람에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 그리고 괜찮은 공간에서 호수의 장면까지, 여름이면 다시 들릴 공간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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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바다와는 다르다. 그러니까 나에게 호수는 ‘또 다른 활기’의 공간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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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의왕시 백운호수에 위치한 #그린플래그커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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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경기 의왕시 백운로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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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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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11:00~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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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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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위 공간은 수도권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운영중입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제이스생텀커피
가을 편백, 글램핑
이곳은 북카페이면서 글램핑장을 인접해 운영하고 있다. 편백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까딱거리는 모닥불이면, 가을의 향기가 더욱더 짙어지지 않을까? 공간 내외부로 보이는 풍경들도 분명 여름의 그것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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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숲 - 여름 공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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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에 둘러싸인 공간. 덕분에 공간에서는 편백 뷰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높은 천장과 나무를 이용한 편안한 분위기의 인테리어. 들리는 음악은 공간에 맞춰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곡들만 들린다. 글램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 그런지 이 공간은 자연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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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 부산을 오갈 때는 보통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가던 공간만 들리던 나이다. 오늘은 일 때문에 안 가본 동네까지 왔다. 그 김에 근처에 멋진 공간을 발견하고 들렀다. 그만큼 어색할 만도 한데, 녹색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보이는 첫 장면이 무척이나 편안해 어색함은 어느새 반가움으로 바뀌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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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산촌에 살았던 나는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좋아했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숲의 소리를 듣고 향을 맡는 걸 좋아한다. 단지 겉보기에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뿐 나는 자연과 하나가 되려 속으로 큰 노력을 하는 중이다. 여름 방학이면 깊은 계곡의 숲에서 매일 매일 하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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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린 시절의 경험은 내 기억 속에서 강하게 남아있다. 그것도 행복한 기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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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행복한 기억과 공간에서 본 첫 장면이 겹쳐 보였다. 그 장면의 교차가 어색함을 편안함으로 바꾸었다. 익숙함도 어딘가 느껴진다. 어느새 마음은 편해지고 늘 왔던 공간처럼 나무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는다. 공간은 벽과 천장으로 둘러 쌓여있는데 어째서인지 숲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숲은 리듬과 감상을 공간에 온전히 들여둔 것처럼 어느새 머릿속으로는 이 공간엔 벽과 천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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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꺼내고 늘 그랬듯 글을 끄적인다. 어릴 적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어느새 꽤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도 싫지는 않다. 좋아하는 일을 썩 마음에 드는 공간에서 할 수 있다는 것. 공간의 장면은 어린 시절 그 기억과 겹쳤지만, 오늘의 나는 어릴 적 나와 행동이 다르다. 그래도 어린 시절 그때의 나보다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줄 안다. 그것에 위안으로 삼으며 다시 나의 전쟁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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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는 또 다른 숲에서 다시 행복한 기억을 새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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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편백 숲속 카페 부산 기장의 #생텀커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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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부산 기장군 일광면 이천8길 1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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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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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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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_ 글램핑장, 펜션, 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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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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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의 (구) 제이스커피 이며, 부산광역시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풍류소제
소재동의 오래된 집에는 대나무가 있다
대전 소재 동에는 오래된 집들이 많다. 정확히 말하면 거의 버려진 도시조직 한 블록이 전부 오래된 건물이다. 이층건물도 찾아보기 힘든 곳. 단층의 건물들로 된 이질적인 도시조직에서 경험하는 오래된 공간들의 각각의 맛이 있다. 특히나 풍뉴가라는 공간은 건물보다 대나무 숲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상적인 여름의 공간이다. 말소리 보다 온통 자연의 소리로 가득 차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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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년기는 산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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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까지 30분을 걸어내려가야 했고, 다시 40분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대신 걸어야 하는 시간만큼 나는 도시와 떨어져 자연 속에서 삶을 즐길 수 있었다. 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 뛰어노는 토끼와 보기 드문 나비들까지. 그중 내가 무척 좋아했던 것은 대나무 숲이었다. 겨울 동안 힘을 비축하다 봄이 되어서야 빼꼼하고 고개를 내밀던 죽순은 반년 만에 내가 한참을 올려다봐야 할 만큼 자라 있었다. 여름이 되면 산바람이 등골이 시리도록 내려쳤었다. 그 바람은 대나무를 흔들어 댔고, 대나무가 바람에 이는 소리는 그 시절 나의 asmr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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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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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오는 소리에 대나무와 같이 바람을 맞으며 많은 상상을 했었다. 대나무 위를 무협지처럼 밟고 날아오르는 상상, 대나무 바람에 같이 몸을 맡기고 날아가는 상상. 어린 시절 그런 순수한 기억들은 창살 넘어 달을 올려다보게 하는 도시에서는 자연스럽게 잊혀 갔었다. 가끔 그 창살들이 숨을 조여와 떠나간 자연의 공간들 중 유독 찾기 힘들었던 곳은 바로 대나무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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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좋아하지만 산에서 놀았던 그 기억에 대나무가 아주아주 울창한 그런 곳을 가려거든 나 같은 뚜벅이로는 조금 벅차고 힘든 여정이었기에 아쉽지만 “다음에…” 하며 미룰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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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완전히 까먹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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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가 바람에 이던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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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올해 1월까지 죽어라 일만 하고 돌아간 고향집, 학교로 준비를 해서 돌아가겠다며 몸 둘 새 없이 바삐 부산부터 대구, 대전, 수원, 분당, 판교, 의정부, 남양주, 양양까지 바람처럼 휩쓸고 다녔었다. 그러다 우연히 찾은 대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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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버려진 소제동이라는 땅이었다. 물론 버려졌었던 땅이다. 지금은 아니다. 케케묵은 먼지를 털고 다시 곱디곱게 단장한 공간들이다. 그곳 소제동 창작촌의 한 가운데에서 바람에 이는 대나무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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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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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인가 싶은 찰나에 들으라는 듯이 대나무는 더 크게 소리를 내왔고, 덕분에 쉽게 그 장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 입구부터 가득 찬 대나무, 시원한 소리와 어딘가 오래돼 보이는 기와집. 어릴 적 그 상상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아버지랑 새벽에 칼 한 자루 들고 길을 타며 오르던 산길에서 느꼈던 그 신비로움이 문뜩 떠올랐다. 낡고 허름해 보이던 그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단정히 속을 꾸며낸 공간에서는 차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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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소리가 담긴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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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풍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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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매일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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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_ 전통나래관 및 대전역 이용[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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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참고하셔요-🙏🏻
스페이스페로몬
강릉 산기슭의 경치가 창문에 걸리다
강릉 산기슭을 오르다 보면 하나 있는 건물 그 2층의 검은색으로 가득한 묵직한 공간. 검정이 지배적인 이 공간에서 오로지 선명히 보이는 것은 뒤편의 숲. 공간에 맞춰 만들어진 창작 음료들은 입으로 가져가기 전에 눈부터 즐겁게 해준다. 무채색의 공간의 화려한 색감의 음료들. 맛도 보장하는 곳이다. 모쪼록 여름에 들러 조용히 책 읽기 좋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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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뿜는 페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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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간을 좋아한다. 9살부터 건축가라는 목표를 고수해와서 그랬는지 어린 시절엔 몰랐지만 ‘나는 여기저기 목적 없이 방황하며 건물과 도시를 관찰하기’를 즐겼다. 나의 고향은 부산인데, 정신없이 공부만 하다가 머리를 식히고자 놀러 간다고 하면 나는 부산대학교 부산은행 사거리 빵집에 걸터앉아 사거리 횡단보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었다. 어떤 이들은 빵을 들고 횡단보도를 뛰어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느긋하게 전화를 하며 그 거리를 지나다니기도 했다. 그 관찰을 통해 다른 거리도 흥미가 생겨 도시 속에서 각각 성격이 다른 교차로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덤으로 그 도시 조직에서 흥미로운 공간을 들어가 보기도 했다. 공간이란 늘 만하지만 결과물이 유형이지 무형의 산물이라 보는 것이 맞다. 어릴 땐 알 수 없었지만, 그때 갔던 흥미로운 공간들은 지금에서야 그 속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이런 맥락에서 흥미롭고 매력적인 공간들에 왜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는지는 대부분 무의식의 영역에 묻어 둔다. 어린 시절의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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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그 매력이 있다. 보통 ‘평면도’와 ‘단면도’로 그 공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지만, 그것은 건축가들이 같이 일하는 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매력은 실제로 공간에 갔을 때야 비로소 그 맛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바닥의 색이 어떻고, 천장의 색이 어떻고 재료가 어때서 어떤 느낌이 든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이 공간을 쓰는지 공간에서는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는 그것 모두가 그 맛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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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도면으로 예상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곳에 가 경험한 것을 능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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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그 각자의 매력을 담고 있다. 그 매력 중에 오늘 소개하는 공간은 분위기가 압도적인 공간이다. 전면 창이 주는 산경의 감상과 진입부 천장의 들이치는 빛 그리고 온통 검정으로 치장되어 묵직하게 눌러주는 그 감상이 이 공간의 매력이다. 검정의 박스, 그리고 빛과 장면을 집중시키려는 공간의 좌석 배치 모두 그 매력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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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고 진중한 느낌을 주는 이 공간의 장면들은 페로몬이 되어 나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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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강릉 여행 마지막 날 갔던 이끌림을 담은 공간 #스페이스페로몬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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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강원 강릉시 사임당로107번길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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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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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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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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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현재 강릉은 사회적 거리 두기 1.5단계 시행에 따라 공간을 운영 중이니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저희가 먹었던 메뉴는 ‘바이올렛, 우디, 뽀또’ 입니다. 첫 장 사진 사람 태그 계정에 들어가시면 메뉴 사진들이 많이 나와 있네요. 참고하십시오!
커피 인터뷰
아직 떨어져 있지만
아직 대면하지 못한다. 떨어져 있다. 그렇다고 먼 것은 아니다. 계절을 느끼는 것에는 분명 가까움이 있어야겠지만 공간에서 떨어짐은 곧 계절을 담는다고 바꿔 말 할 수 있다. 넓은 정원과 잘 꾸며진 옥외 공간들에서 각자의 취향껏 계절을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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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있다고 멀어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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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의 전통 주거의 유형을 살펴보면 한 동으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본동이 있으면 그 옆에 사랑채와 헛간을 둔다. 동시에 우리는 ‘안마당’이라는 공간을 잘 활용한 민족이다. 안방과 사랑채는 일정 거리 떨어져 있으나 나를 찾아온 손님을 모시는 장소다. 비록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조용히 편하게 머물다 가라는 배려가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소중히 대했다고 말하는 게 좋겠다. 우리네 선조들은 지혜로웠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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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통문화의 유형에서 벗어나 지나온 지 반백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한 동에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경우에 익숙하다. 백화점이 그러하고 주상복합아파트도 그러한 맥락이다. 또한 요즘에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상업공간의 큰 틀을 잡아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반대의 방향이 가지는 매력을 알아차리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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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동의 경우 자연환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온 추운 겨울이면 동과 동사이를 지나는 동안 불가피 불편함을 마주하게 된다. 사실 이 똑같은 현상은 이런 단점만 가지는 것이 아니다. 동과 동사이 이동하는 동선들은 분절된 공간들의 사이 공간이 되고 계절을 받아들인다. 이곳에서는 무더운 여름날의 시원한 바람이 부는 안뜰이 될 수도, 소복이 눈이 쌓이는 날 눈을 받아들여 눈밭에 들어온 아늑함을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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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심리적으로 이동 간에 느끼는 다른 공간감은 기존의 동에서 다른 동으로 가는 동안의 ‘설렘’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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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우리 모두 물리적으로 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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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 사람과 사람의 대면을 막아버리고 말았다. 분명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 있다면 이 벽은 반드시 인류에 의해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지금의 우리는 그 벽 앞에 멀어진 것을 느끼기보다, 보고 싶은 이가 있다는 것에 행복했으면 한다. 조금 많이 힘들고 지치는 일상이 지속하는 요즘. 떨어져 있다고 멀어졌다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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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병마의 벽을 허물고, 보고싶은 이들을 찾아가는 과정의 설렘으로 받아들이면 조금 더 그 벽을 허무는 것에 힘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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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공간은 지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떨어진 분동들이 여기저기 뿌려져 있지만, 사이가 나빠 보이지 않는다. 그 공간들이 만드는 사이 공간은 보이지 않는 유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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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대전의 떨어진 유대를 보여준 공간 #커피인터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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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대전 유성구 한밭대로371번길 25-1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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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시간 _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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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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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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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곳은 ‘코로나 방역지침 2단계’과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에 준하여 공간을 지키고 있습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한 번 더 인지하시어 공간을 이용하면서 불편함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