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한국의 가을은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 10일 사이 다가올 때쯤 사라지는 그날을 생각하자. 가을 하면 떠오르는 ‘독서, 야외공간, 피크닉’을 주제로 공간을 골라보았다. 모두를 경험할 수 없겠지만 각자의 취향껏 멀리멀리 퍼져 다양한 가을을 느끼길 바라며 큐레이션을 소개한다. 모두의 황홀한 가을을 위하며, 찾아올 추위에 가슴속 품고 있을 따뜻한 기억을 바라며,
경복궁
가장 아름다운 가을
나에게 가을에 가장 가고 싶은 곳을 고르라고 한다면 성북과 종로 어귀이다. 그중에서도 경복궁의 은행은 조선의 스펙터클을 상상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궁을 거닐며 즐기는 가을의 색들을 실로 환상적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도시조직을 꼽으라면 나는 의심하지 않고 이곳을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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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 :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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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을 걷다 보면 고층 빌딩 숲 사이로 낮고 웅장한 광화문이 보입니다. 서울에서 땅값이 비싸다면 손에 꼽는 이곳은 서울의 중심이자 한복판에 있는 노른자위 땅이며 이곳엔 우리 민족의 근본이 있습니다. 경복궁, 1396년 태조 5년에 지어진 궁입니다. 왕이 업무를 보고 신하들과 경연을 펼치는 곳이자 왕과 왕비의 주거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세종에 들어서는 교태전이라 불리우는 왕비가 국모로서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업무공간이 생겼습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청와대’가 과거 이 공간의 성격과 같습니다. 그리고 아직 경복궁은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채 서울 한복판에 있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화려한 빌딩 숲 사이 근엄하게 내려앉아 그 중심을 잡아 주며, 우리의 근본을 잊지 않게끔 해줍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자태는 세계의 여러 사람이 흥미를 느끼고 방문하게끔 하며 모 유명 화장품 회사의 광고에도 나올 정도로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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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생각하기에 경복궁은 서울에서 가장 특별한 도시조직입니다. 유럽 도시를 떠올리면 중세부터 있던 혹은 르네상스에 생긴 공간들을 끼고 새로 지어진 건물들이 들어서 있지만, 서울의 경복궁처럼 높고 화려한 현대건축물에 단지 전체가 둘러싸여 있지는 않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이 땅에서 비교적 낮은 높이의 고 건축물이 보이고, 반대로 궁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신기하게도 현대 도시의 장면이 보입니다.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도 이와는 전혀 다른 맥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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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복궁은 지금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 만큼 매력적인 공간이지만, 지금 경복궁은 사실 조선시대에 지어진 모습이 아닙니다. 이 궁은 임진왜란에 불타 없어져 재건했고, 일제 강점에 의해 광화문의 위치는 한양의 축에서 벗어나 다시 지어졌으며 조선 총독부가 우리의 궁을 떡하니 막아섰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한국전쟁을 겪으며 파손된 궁은 여러 정권에 걸쳐 총독부를 허물고 궁을 복원했습니다. 광화문의 위치도 다시 조선의 그 자리에 놓아둔 것입니다. 지금의 경복궁은 서울 한복판에서 빛나고 있지만, 무수히 많은 풍파와 전란을 이겨내고 일어난 강인한 공간입니다. 그 사이 우리 민족의 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무수히 많은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이는 이 공간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 알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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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이제는 ‘서울’이란 물음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로 이 광화문 광장의 모습을 쉽게 떠올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반도라는 땅의 특성상 수많은 전란과 외세의 침략에 수없이 많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난 민족입니다. 그 사이 과거의 공간은 생존을 위해 지켜지기보다는 허물어져 갔으며 남은 것은 몇 없지만, 현재는 공간들을 복원하여 서울이라는 현대도시에서 그 존재감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다.”,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를 꿈꿨던 과거의 리더들의 말이 지금 한국이라는 나라의 힘이 되고 있습니다. 공간이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하는 상자인 만큼 오늘의 공간은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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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도시는 이 ‘경복궁 일원’을 중심으로 가지처럼 뻗어 나갑니다. 우리가 가진 문화의 힘을 지금은 도심 곳곳에서 쉬이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은 이곳에 있습니다. 도시가 보여주는 특별한 그 장면들이 우리의 힘이며 본입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란 없다”라는 그 말과 함께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며 이번 글을 끝으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과 함께하는 6개월간 도시 이야기는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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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를 통해 독자분들께 뜻깊은 인사를 올리고자 경복궁을 소재로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태조가 이 궁을 계획할 때 정도전은 “이미 술에 취하고 이미 덕에 배부르니 군자 만년 그대의 큰 복을 도우리라”라는 시에서 이 궁의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큰 복’이라는 뜻을 가진 만큼 2020년 병마와의 전쟁에서 지칠 때로 지친 모든 분들에게 내년엔 복이 왔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인사를 올립니다. “모두 경복되시길 바랍니다” 제가 이 도시 이야기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이유는 독자분들 덕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좋은 기회에 함께 고생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도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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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경복궁
미쉬매쉬
경복궁의 동편에는 은행이 걸려있다
소공헌, 고궁의 담벼락을 넘어 비밀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곳이다. 걸려있는 은행나무를 보며 덴마크 음식을 맛보는 것. 아주 특별하지 않을까? 배경은 조선 식사는 덴마크. 소설적 배경에 나의 하루를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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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담벼락을 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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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의 후원은 비원이라 하였다. 조선 왕족들의 정원이었기에 몇 년 전만 해도 일 년에 며칠 열지 않는 그런 공간이었다. 대학 1학년 학과 답사 시간에 다 같이 도슨트를 들었던 그 이야기에 의하면 이곳의 정원은 한국 최고라고 하였다. 그 말도 참 당시에 그냥 끄덕이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정말 내 눈으로 보이는 장면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런 정원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과거에는 그곳을 감히 넘어 보지 못했으리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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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덕궁은 아직도 그 조선 왕실의 공간으로 그 가치가 높아 가능한 그 원형을 살린 채로 잘 보전된 공간 중 하나이다. 지금에서야 옆으로 그곳에 비하면 높은 공간들이 들어와 이곳을 감히 넘어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역시 그런 공간 또한 극소수이며, 걸으면 사람의 눈높이에서 그 정원을 감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각설하고 그런 공간을 찾노라 하면 일부 뷰가 아쉽거나 혹은 별 관심 없이 보게 되는 장면들이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오늘의 공간처럼 떡하니 멋진 전경을 담고 있는 공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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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헌, 좋은 일을 부르는 공간이라 한다. 일 층에 앉아 이 가을의 정취를 즐기로 온 이들 때문에 나도 그 무리에 끼어 이층의 본 공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나는 내 직업적 호기심을 이용해 신축 한옥을 열심히 구경하며 알게 된 사실이다. 써야 할 글들과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짧은 시간이지만 기록하며 얼마가 지났으려고, 얼마 흐르지 않은 것 같은데 어서 이층으로 가자 한다. 왼쪽으로 난 계단을 6칸쯤인가 올랐을 때는 한옥의 뒤편이 보였지만 바로 고개를 돌리자 이곳에서의 기다림은 그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붉고 노란 그림 같은 전경. 노랑의 그 은행잎들이 풍성하게 창밖으로 걸려 있다. 조금 더 다가가 보니 창덕궁의 지붕들이 햇빛을 받아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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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지만 내적으로 호들갑을 떨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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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준비된 자리에 앉아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기다린다. 계단을 올라오기 전의 일이다. 이곳은 참 특별한 음식을 내어준다. 덴마크 요리와 한식의 콜라보라고 하는데, 나는 덴마크 음식을 전혀 모른다. 메뉴판을 천천히 읽어보았지만, 그 맛이 전혀 상상되지 않아 난감해 할 때 씀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에서 읽은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 쉐프님들 대부분이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메뉴를 어느 정도 큰 규칙에 맞춰 배열한다고 했던가. 알 수 없는 맛을 피해 나는 가장 성공확률이 높다는 그 방법으로 주문을 했다. 그중에 내 취향은 잃지 않고 꼼꼼하게 수프와 와인까지 시켰다. 하나씩 상위에 올라오는 처음 보는 요리들. 다행히도 백발의 파랑 스웨터를 입고 멋있는 진주알 목걸이를 하신 서버께서 내 맘을 아셨는지 천천히 음식에 관해 설명을 해주신다. 나는 사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을 꺼리지 않지만, 가끔 읽어도 알 수 없는 맛을 가질 때는 내심 설명을 기대하는 것 같다. 그렇게 은행나무와 창덕궁 지붕을 전경 삼아 기대하던 일요일 오후의 늦은 식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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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이 어떻게 살았을지 그 전경을 보며 상상하고 근사한 식사를 한다. 짜릿하다. 그리고 짧은 우리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와인잔은 비었고, 해는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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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맘때쯤이면 다시 한번 즐기러 와야지, 겨울도 멋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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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고궁의 전경을 들여온 차경의 공간 #소공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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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47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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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시간 _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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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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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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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제가 먹은건 피스크필래, 스봠브, 소브, 로제와 화이트 와인 입니다.
스태픽스
가을에도 약속된 일요일은 찾아올 거야
바쁜 나날들이 계속되는 해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짧은 가을만큼은 노력으로 그날을 잡아보고 싶다. 어쩌면 덩그러니 찾아간 공간에서 나의 글을 보고 찾아온 이들이 있다면 고개 숙여 인사를 나누는 우연의 장소로 두고 싶다. 거대한 나무 아래 화려함을 수놓는 풍경이라면 우연의 장소로 딱 맞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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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된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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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인가 주말과 주중을 나누는 일이 어색해졌다. 매일 눈을 뜨고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는데 쓰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직업으로 나눠 설명한다면 사회가 약속한 단어들로 나열해 보건대, ‘건축가, 인플루언서, 작가, 브랜드 디렉터’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 일들을 훌륭히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는 사람이다. 모두 사랑하는 일이고 아직도 애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눈을 뜨고 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직업을 바꾸어 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사회를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공간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행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의 표현이 어떨 때는 ‘건축물’이 어떨 때는 ‘SNS상의 게시글’이 어떨 때는 공간에 대한 ‘다양한 장르의 글’이 되기도 또 어떨 때는 ‘브랜드의 이야기’로 표현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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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바쁘게 살고 있다. 그러니 통상적으로 쉬는 날이라고 인식이 된 주말과 일하는 날이라고 인식된 주중은 나에게 의미가 없다. 덕분에 체력적 한계를 계속 이겨내야 하는 상황을 자주 만나기도 하지만 동시에 만족의 한계도 없다는 것을 매일 확인하는 보람찬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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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일을 하기로 약속된 날. 그 약속된 일을 하는 것도 무척 행복하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보던 일을 직접 하는 것 같기도 해 그 주인공과 나의 일치된 장면이 주는 행복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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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운이 좋게 ‘토, 일’ 물리적 공간에 제약이 없는 일들이 겹친 날이었다. 더군다나 집 에어컨에서 물이 샌다. 간단하게 읽고 싶었던 책과 노트북을 챙긴 채로 집 밖을 떠난다. 해야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자유롭기에 집을 떠나는 즐거움, ‘이가락’을 즐겨보기로 한다. 그렇게 아침부터 나왔다. 그러나 나의 즐김을 별것 없다. 이 무더운 날 열이 많은 나로서는 어디를 오래 돌아다니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호캉스를 떠나기로 했다. 모름지기 시원하고 집안일이 없는 개인적인 공간일수록 자유를 더 쉽게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매달 통장에 남는 잔고를 생각해 적당히 쉬고 글을 쓸 수 있는 최선을 공간을 선택한다. 도착한 호텔은 꽤 비싼 곳이지만 현대 문명의 도움을 받아 합리적인 가격으로 묵을 수 있었다. 몇 년 전 코로나가 창궐하기 이전 해외에서 오래 생활을 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생긴 예약사이트의 할인 혜택을 받은 덕분이다. 체크인하러 올라간다. 으리으리한 로비는 아니다. 그래도 마음에 든다. 사실은 집 에어컨에서 물이 새는 덕에 도망쳐 나왔다고 말하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호화스러운 곳이다. 부려보는 사치에 식은땀은 잠깐 그 덕에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서 방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코로나 4단계의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호텔 체크인 시에 해야 하는 일들이 배수로 많아진 것이다. 신분증명과 발열 체크, 투숙객의 수 제한, 엄격한 규정과 퇴실 조치에 대한 긴 안내. 다 듣고 대답하는 대만 10분이 더 넘어간다. 처음 겪는 일에 곤혹스럽기도 하지만 이제 주말 간 머무를 임시거처를 간다는 생각에 금세 곤혹스러움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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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도착해 풀어야 할 짐도 얼마 없다. 그러나 일단 씻기로 한다. 더운 날 쉽게 땀을 흘리는 발열 인간이라 해야 할 일들을 젖혀두고 몸부터 씻어야 한다. 씻고 나오니 한결 개운하다. 인제야 꺼내어보는 공책과 노트북. 그것들을 언제든 쓸 수 있는 상태로 준비해두고 주말 간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정한다. 하나둘 나열하고 공책에 기록된 일들을 옮겨보니 이미 9가지의 일들이 정해져 있다. 나름 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기대하고 왔지만, 오늘 쉬기는 글렀다. 써야 할 글이 4편에 보내줘야 할 메일이 4통이다. 그리고 만들어야 할 기획안도 있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종로 어귀의 공간에서 나름 호캉스라는 것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에 위안으로 삼고 토요일 하루는 그렇게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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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 새벽까지 달려버린 몸을 겨우 일으켰다. 주거공간에선 잘 보기 힘든 암막 커튼 덕인지 잠은 푹 잔 것 같다. 동시에 에어컨도 시원하게 틀고 자니 나름 어제의 업무량보단 덜한 피로감이다. 그래도 무리해서 끝낸 어제의 나를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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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운이 좋게도 18시에 체크아웃을 할 수 있는 플랜이었다. 그래서 얼른 몸을 씻고 나갈 채비를 한다. 오늘은 정말 책만 들고 가기로 했다. 근방에 가보고 싶었던 공간이 있다. 나는 건축재료 중에 벽돌을 가장 좋아하는데, 서촌 어딘가에 근사한 벽돌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종로구에는 멋진 근대식 벽돌공간이 많아 내가 사랑하는 동네이기도 하다. 여하튼 더위가 거세지기 전에 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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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공간은 언덕에 있었다. 그리고 그 언덕 위에 덩그러니 놓인 거대한 벽돌 건물. 그 앞마당엔 건물 크기에 걸맞은 거대한 나무가 한 그루 있다. 언덕이라 그런지 바람이 잘 분다. 거대한 나무는 여름의 무더위를 가려준다.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일요일 아침 커피라니. 영화에서나 보는 그 장면 아닌가? ‘영화에서는 꼭 일요일 아침에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나도 에스프레소를 시켜 본다. 몇 년 전만 해도 어디를 가면 꼭 에스프레소를 즐기던 나인데, 오랜 기간 시간에게 건강을 뺏겨 이제는 그러지 못한다.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이 또 언제 찾아올까?’ 하며 커피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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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잔에 나온 커피를 들고 거대한 나무 그늘 안에 앉아본다. 불어오는 바람. 편안한 복장을 한 마을 사람들도 일요일 오전이면 많이 찾는 곳인가 보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편안한 복장을 하고 읽을거리를 즐기거나 같이 온 이와 대화를 하고 있다. 그 분위기 덕분에 나도 마치 일요일 오전이면 아름다운 공간에서 커피를 시키고 여가생활을 즐기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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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참 미묘한 날이다. 어떤 이에게는 최고로 바쁘게 일하는 날 이기도, 어떤 이들에게는 온전히 쉬는 날 또 나 같은 사람에게는 운 좋으면 쉬는 날이지만 독특하게도 통상적으로 쉬는 날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이 쉬는 날이라고 하는 그 약속된 날에 나도 마치 그날 해야 하는 약속된 일을 지금 하는 것이다. 살면서 꿈꾸던 가치와 벗어나긴 하지만 썩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기쁘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바쁜 일상을 벗어나 지루한 천국에 사는 이들을 부러워 한 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그 분위기에 취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간을 구경해 본다. 재밌다. 강아지를 데려온 이도 있고, 이쁘게 차려입고 와 누군가와 사진을 찍기 놀이를 하는 이들도 있다. 어떤 흥미로운 일인지 잘 모르겠으나 미간에 한껏 힘을 주고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무리도 보인다. 그러나 대체로 표정은 여유롭다. 사람이 북적이지도 않는 이른 아침이기도 했지만 불어오는 적당한 온도의 바람과 더위를 뺀 여름의 장면은 여유로운 표정과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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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의 공간에 초록 나무들 그리고 푸른 하늘 조합은 마치 간장 계란밥과 같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꾸준한 그 맛. 어쩌면 이 공간은 그 맛과 닮았다. 약속된 날에 약속된 일을 하는 비교적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나에겐 무척이나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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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픽스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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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소개이기도 하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한 현실소설입니다. 편하게 읽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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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종로구 사직로9길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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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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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10:00~21:00[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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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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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은 수도권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공간을 운영중입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올모스트홈 카페 아트선재센터점
가을에 잎을 쥔 대나무들
대나무는 가을이 오면 입을 떨군다.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바람에 몸을 맡긴다. 그러나 가을이 이렇게 짧다면 우습게도 가을에 대나무 소리를 동시에 들을지도 모른다. 공간에서 들리는 피아노곡에 마음을 놓고 선선한 날씨를 만끽하는 하루가 되길 바라며, 공간을 골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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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회전목마 - 여름 공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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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라~딴, 따 따라라라~’, 이 공간에서 가장 바라는 소리다. 오늘도 어김없이 여기서 듣고 싶었던 그 노래가 나온다. 앉아서 책을 읽던 글을 쓰던 이 노래가 나오면 잠깐 멈춰 본다. 이 음악이 나오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쭉쭉 뻗은 대나무 숲에 둘러싸인 공간은 여름의 바람이 불면 잎들이 바람에 이는 소리와 함께 음악을 더욱 서정적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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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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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김없이 돌아 찾아오는 여름이면 매번 들리는 공간 중 하나이다. 위 첫 문단이 그 이유이다. 이 한순간을 위해 나는 이곳을 매년 찾고 있다. 복잡한 북촌에 위치하지만, 도시조직 속에 조용한 곳으로 숨어든 공간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도 않아서 그런지 매번 올 때마다 조용하다. 소곤소곤 대화 소리 위로 음악과 대나무 소리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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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한옥이다. 내부공간은 입식으로 구성해 두었지만, 외부 공간은 한옥의 평면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식탁에 앉아 책을 읽고 싶다면 내부에 걸터앉아 처마 밑의 바람을 즐기고 싶다면 툇마루에 앉으면 된다. 두 곳 다 대나무와 음악이 함께하기에 내가 공간에 온 목적에 따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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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은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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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장식적 요소는 없다. 편안하게 나무라는 주재료에 맞춰 들여놓은 가구들과 바닥 마감. 편안한 좌석 그리고 공간에 음악과 자연의 소리 그리고 향으로 채워둔다. 적당하게 스며들어오는 햇빛도 물론 좋다. 단순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기본에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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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가지는 기본적인 매력을 극대화 한 것이다. 눈도 즐겁지만 오감으로 느끼는 매력이 나를 매년 여름 다시 찾아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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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궤도를 돌고 도는 회전목마처럼 가을, 겨울, 봄을 지나면 나는 다시 이곳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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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나의 회전목마 여름파트 #올모스트홈아트선재점 이다.
인왕산 숲속쉼터
인왕산 초소에는
인왕산 초소에는 가을이 걸릴 것이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가는 길부터 가을에 흠뻑 취하는 곳이 되지 않을까? 책방이기도 하니 옥상에 앉아 따뜻한 라떼를 마시며 금방 골라온 따끈한 신상책을 펴는 그 순간. 가을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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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조 사건, 초소 그리고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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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인왕산 자락 새벽 1시 30분쯤에 검거된 무장공비. 우리가 익히 역사 시간에 배워 잘 알고 있는 김신조 사건의 요약이다. 그 이후에 한국의 많은 것들이 변한다. 예비군, 신분증 검사, 복무기간 연장 등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 생긴 곳이 바로 인왕산 초소이다. 이곳은 경찰들이 경계 근무를 하기 위해 생긴 초소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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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산책길 잘 아는지 모르겠다. 본디 공간의 목적은 무장 공비가 발견된 곳의 인근이었기에 사람이 쉬이 지나다닐 만한 편한 길은 아니다. 산 중턱에 있으며, 쉽게 접근할 순 없는 곳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이곳에 1813번 버스가 다녔다고 전해지지만, 지금은 버스로도 접근이 쉽지는 않은 곳이다. 그런 만큼 이곳으로 오려거든 튼튼한 하체와 강인한 체력이 있거나 운전면허와 자가가 있어야 한다. 물론 택시를 타도 좋다. 그러나 잘 잡히지 않는 택시를 타고 다시 돌아다니려면 꽤 고생할 것이다. 작자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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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위치한 곳의 땅의 이야기는 위와 같다. 이제 초소라는 공간이 가진 속성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보는 게 좋겠다. 당연히 초소 였기에 전망이 열린 곳이며, 방어에 유리한 포지션이기도 하다. 이것은 지금에서는 전망대로 치환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곳. 동시에 위치적 특성 때문에 오히려 자연과 가깝고 한적하며 기존의 책방들과는 확연히 다른 감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요약하건대 과거 공간의 위치적, 속성적 특성 때문에 이곳은 한적하고 전망이 좋은 카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책방과 함께 전망대의 기능도 잘하고 있다. 가는 길은 쉽지 않다. 그러나 등산의 묘미가 이것 아니겠는가? 낑낑거리고 땀 흘려가며 겨우 도착한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경과 불어오는 바람에 채워지는 성취감. 이 공간은 등산과 같은 경험적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윤동주문학관 에서 한참을 올라가야 하지만 만났을 때의 그 기쁨은 등산의 그것과 흡사하다. 동시에 산장보단 좋은 빵과 커피를 제공한다. 꽤 괜찮은 메뉴 구성 더군다나 맛있기도 하다. 놓여있는 책들이 눈에 띄지만,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책걸상의 배치이다. 어딘가 고급주택의 거실 같은 멋진 전경이 담긴 편안한 좌석들은 책을 읽기에 딱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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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층 부의 책방과 카페를 뒤로하고 이층으로 올라가 본다. 이곳에는 넓은 카페 좌석이 있다. 전시의 기능을 하는 단상도 보인다. 그러나 역시 이층도 더 눈에 띄는 것은 옥상 공간이다. 반 층의 높이차를 두고 계단의 끝에서는 루프탑이 훨씬 접근하기 쉽다. 옥상 공간을 경계하는 것은 유리 벽. 그 너머로 보이는 것은 인왕산에서 바라본 종로의 해 질 녘이다. 해 질 녘을 잘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좌석이 배치되어있다. 심지어 난간에도 좌석을 만들어 그것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곳임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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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이렇게 지속하면서 작자 또한 기력이 많이 쇠하고 있지만 날마다 기다리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다. 해 질 녘. 혹자가 그랬었다. ‘여름이 젤 짜증 나는데, 이상하게 아름답게 기억된다’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작자도 실소를 지으며 그냥 넘겼지만, 오늘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실제로도 ‘이 여름이 가장 아름답다.’라고 말하고 싶다. 은은한 핑크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녹음이 우거진 산의 모습 그리고 인왕산답게 바위들이 뒤로 걸려 느껴지는 그 감상은 다른 공간과는 확연히 다른 전망을 보여준다. 해 질 녘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다시 자리로 내려간다. 책을 읽으며 이곳저곳을 구경해 보았다. 역시나 공간의 구성이 알찬 만큼 많은 의미가 담긴 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일층부 테라스에 남아 있는 초소의 옛 벽은 벤치 역할을 하고 있다. 공간의 본이 무엇이었는지 남겨둔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이곳의 위치가 현대의 맥락에서는 쉽게 정할 수 없는 곳이기에 그 존재로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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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뜬 붉은 달을 보며 걸어 내려간 인왕산 산책길. 무더운 여름 땀에 절어 기력은 닳았지만, 기분은 달아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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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청운산 중턱에 위치한 #인왕산초소책방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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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종로구 인왕산로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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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완비[약 6-7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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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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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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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직원분이 참 친절하십니다. 본 공간은 수도권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공간을 운영중입니다. 참고하시어 공간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수연산방
운암산방, 이곳은 문인들의 얼이 서린 곳
성북동, 가을이면 꼭 찾는 두 곳 중 하나이다. 역사문화 유적의 도시조직이기도 한 이곳을 정처 없이 걷다 보면 이런 공간들을 쉬이 마주 할 수 있다. 이곳은 과거 문인들이 문학을 탐구하던 곳. 더욱이 한옥에서 ‘누마루’는 가장 계절을 잘 담는 곳이다. 그렇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담겼을 때를 봐야 하지 않을까? 따뜻한 차와 함께 사색의 시간을 가지기에 참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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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9명의 문인은 이 집에서 문학을 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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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9명 중 우리가 정말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유리창’을 쓴 정지용 시인이다. 이 집은 구인회 중 한 명인 상허 이태준 작가의 가옥이다. 양식은 개량한옥이다. 工형으로 입구에서 왼편으로는 건넌방이 오른쪽으로 본채가 있다.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의 특징은 안방에서 튀어나온 ‘누마루’가 있다는 것과 주방과 화장실이 한쪽으로 배치되어 한옥치고는 기능적 실들이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더군다나 이 누마루에서 즐기는 정원의 풍경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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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유적지인 줄 알고 찾았던 공간이다. 간단하게 들러 어떤 사람이 언제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줄 알고 갔었다. 참으로 사람일 모른다는 것이 유적지를 찾아왔더니 번호표를 뽑으라 한다. 그것도 카카오톡으로 웨이팅 순번을 알려준다. 신기하다. 요즘은 이런 작은 유적지도 참 인기가 많다고 하던 찰나, 안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잠깐 문밖에서 바라본 내부의 풍경은 환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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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한옥[개량한옥]에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다. 그 정원에서는 사람들이 자연경관과 함께, 날씨와 함께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그저 박물관 같은 유적지 인 줄로만 알았는데, 꽤 근사한 다과를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사람도 많다. 옥외 공간도 툇마루부터 정원 중심부 정자까지 다양한 자리가 있었다. 옥외 공간에서 차를 즐기기 위해 여기저기 모기향을 피워 두었는데, 그 연기마저 아름다운 통에서 흘러나온다. 여러모로 기분이 좋았다. 영업하기 위해 최소한 실용을 위해 건든 흔적도 몇 보였지만 가능한 원본을 살려 두려는 의지도 함께 보인다. 특히나 이런 작은 규모의 한옥에서 누마루가 나와 있는 것이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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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보통 선비들의 공부를 하는 곳이었으니 아마 이곳에서 토론하지 않았을까? 넘겨짚어 본다. 한국 단편소설의 큰 획을 그었던 선생님의 집이며 유명 문인들의 토론방이었다. 너무 궁금했다. 몇 초간 살펴본 장면에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른 돌아 나와 기다리기를 몇 분이 흘렀을까. 나는 오로지 저 ‘누마루’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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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안내에 따르면 3곳의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그 후보에 누마루 자리는 없었다. 그러나 가능한 누마루와 바로 붙어있는 안방의 자리를 고를 수 있어 그리했다. 뒤 돌아보는 누마루의 내부는 안방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 단상과 서랍. 창으로 들이치는 햇빛이 오래된 나무와 만나 보이는 장면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곳 가옥에서 집필된 글 중에 우리가 아는 것이라면 ‘황진이’ 정도가 익숙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오래전 한국문학의 한 획을 그은 분이 공부를 하던 공간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웅장해졌다. 그리고 나머지 8분과는 이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지 상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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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기침해가며 점잖게 한 수 한 수 바둑을 두듯 말을 이어 가셨을지? 아니면 지금의 우리처럼 동네 술집에 앉아 어떤 게 더 좋을까? 하며 서슴없이 이야기했을지 말이다. 참 재미난 생각이었다. 작가라고 하는 직업의 고정관념이 있다면 ‘어딘가 점잖음’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것을 전혀 믿지 않는다. 사람이 직업에 따라서 보이는 모습을 바꾼다는 것이 내게는 참 아쉽기 때문이다. 여하튼 재미난 상상은 그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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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단호박범벅 팥빙수이다. 어린 시절부터 작자가 유별나게 좋아해, 어머니가 자주 데려가 먹였던 팥빙수. 지금도 많이 좋아한다. 열이 많은 사람이라 아직은 더워, 빙수라는 단어에 단박에 선택한 것 같다. 더욱이 종이 메뉴판이 아녀서 다시 스크롤을 올려 다른 메뉴를 살펴보기 싫었던 이유도 조금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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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지 않은 삼삼한 맛의 팥빙수. 단호박도 인위적인 단맛은 전혀 없다. 우유 빙수에 올라간 단호박 범벅과 팥앙금. 약간의 떡과 함께 뿌려져 나온 과하지 않은 연유까지 어릴 때 즐겨 먹던 그 맛의 상위호환 버전 같았다. 한입에 마음이 녹아서였을까? 추억에 빠져 마구잡이로 입에 넣으며 먹는다. 찬 기운에 된통 혼나기도 했지만 누마루에 들이치는 빛처럼 아름다운 시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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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공간이 현대에서 그 모습을 가능한 한 지켜가며 다시 생기를 머금고 있다는 것은 언제봐도 감사하다. 어쩌면 이곳이 한국이 가질 유일함이자 높은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공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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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오래전 9명의 문인이 한국의 문학을 이끌었고, 지금은 수없이 많은 이들이 문화를 만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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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성북동에 위치한 한옥 카페 * #수연산방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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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산방=여러 사람이 모여 산속의 집에서 책을 읽고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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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성북구 성북로26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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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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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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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11:30~18:00
주말 11:30~22:00 [18~19시는 브레이크 타임]
월, 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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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일부만 첨부합니다. 가격대를 알기에는 충분한 사진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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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은 수도권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공간을 운영중 입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카메라로는 담기 힘든 곳입니다. 눈으로 보시는 게 훨씬 아름답습니다.
칠암사계
칠암사계, 계절을 노래하기도 했다.
이곳은 부산의 기장 바다 앞에 놓인 거대한 공간이다. 공간의 중심에는 계절이 전시되어있다. 한국 건축만의 특권이다. 바다 앞이라는 공간의 위치 또한 훌륭하다. 명장이 만든 빵과 따뜻한 라떼 그리고 발 앞에 놓인 가을이면 풍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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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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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문장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덥고 습해 버티기 힘든 날이며 실질적으로 짜증이 가장 많이 나는 계절이지만 지나고 나면 가장 아름답게 기억되는 계절이다. 여름은 꼭 장면을 남기고 떠난다. 이 문장은 한국인들 혹은 4계절을 가진 나라의 국민들만 느낄 수 있다. 특별하게도 우리 한국에는 4계절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공간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4계절이 있는 것은 단일 계절만 있는 여타 국가들과는 다르게 그만큼 어려운 설계를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를테면 싱가포르의 경우는 여름만 있는 나라이기에 비교적 창이나 옥외공간에 대해 너그러운 설계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은 극적인 계절 변화에 따라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어려운 설계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 대신 우리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공간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설계의 난도 만큼 공간이 얻어 갈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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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란 통상적으로 ‘봄에는 꽃, 여름에는 녹음과 바다, 가을에는 낙엽과 산, 겨울에는 눈’ 자연의 변화에 따라 변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잘 살펴보건대 공간은 이것의 변화와는 무관해 보인다. 그러나, 내외부로 보이는 장면의 변화와 들어오는 햇빛의 온도 및 색에 따라 공간 내부의 경험은 변하며, 특히나 공간에서 정원을 가지는 순간 그 변화의 폭은 더욱 커지며 그만큼 경험치 또한 극적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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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공간은 그 사계절의 변화를 받고자 함이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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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에 위치해 바다의 향과 파도 소리를 기본적으로 얻어가는 부산 기장의 한 공간이다. 재미난 것은 오랜 과거에 전통적으로 모셨던 팽나무를 심어둔 중정[중앙 정원(court yard) : 공간이 정원을 중심으로 빙 둘러치며 생긴 인위적인 정원, 공간의 유형 중 하나이며 유럽국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이다. 한국의 경우 전통 가옥 양식 중, ㅁ자형 한옥이 이에 해당한다.]이 있다. 안녕을 기원하던 팽나무를 중심으로 물푸레나무와 생강나무, 조팝나무 그리고 라일락과 연달래가 함께 한다. 꽤 퀄리티 높은 정원임은 틀림없다. 다양한 식재의 종류만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중정은 공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단차가 심한 해안지형에서 반은 일 층 반은 이층으로 갈리며 사람의 눈높이에서 보는 장면과 정원을 내려다보는 장면이 높이에 따라 변화하며 그 계절의 감상하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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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마지막 3층에서의 경험 또한 바다와 함께하며 4계절 내도록 이곳의 감상은 다양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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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건축가와 협업해 지역의 유명한 빵집을 리브랜딩한 프로젝트, 단순히 공간에서의 경험만 두고 보아도 훌륭하나 이곳에서 먹는 빵과 커피 그리고 브랜드 스토리 모두 칭찬받아 마땅한 수준이다. 아마 작자가 다녀간 공간 중 시간을 가장 잘 담은 공간이 아닐까? 생각하며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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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부산 기장 칠암의 사계절을 담은 공간 #칠암사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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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칠암1길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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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매일 10:00~20:00 Last Order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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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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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빵, 커피 둘 다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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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은 부산시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공간을 운영중입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수연목서
돌아갈 길은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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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살다 보면 어떤 게 될지 모르겠으나, 뛰어드는 일들이 있습니다. 사소한 것일 수도 거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작자가 요즈음에 뛰어든 일이라고 하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여긴 참 00[국가] 같아’라고 말하는 사람들 봤습니다. 그래서 도시에서 어떤 요소들이 다른 나라로 읽히게 하는지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도로 폭과 건물의 비례 높이 등이 그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떠나 다른 요인들이 있는 거 같아 그렇습니다. 조금 더 사소해 보이는 것은 ‘포켓몬 고’ 입니다. 아주 열중하고 있습니다. 매일 걷던 길에 숨은 의미들을 휴대폰으로 연동하여 찾아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00동이라는 곳이 조선 때부터 있던 마을 이었다든지, 혹은 무심코 지나치면 안내판이 마을에서 아주 중요한 정보를 보여주는 곳이라든지 열심히 찾아보려 해도 쉽게 찾지 못하는 도시의 정보들을 보는 것과 그 비석 옆에 처음 보는 포켓몬이 놓이는 상황 등 여러모로 흥미로운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을 한 커풀 더 경험하는 도구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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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렇게 뛰어드는 일이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와 같이하고자 하던 일과 아주 연관된 일이기도 오히려 정말 연관 없이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둘 다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단순하게 ‘하고 싶어’였고, 사족은 없이 순수한 감정의 이끌림으로 시작하는 일들. 이걸 취미라고 한답니다. 그렇게 부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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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취미’라는 ‘단어’마저 계급을 나누고 등급을 매기는 현실이 참 무섭습니다. 있어 보이는 사람들은 책을 읽고 골프를 치더라 그러나 그들도 다른 무언가를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별것 아닌 거 같지만, 나에겐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행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분명 존중 받아야 하는 것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어쩌면 그것 하나가 그 사람을 대변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예시를 들어서 이것이 당연히 지당하다는 의견을 펴야 한다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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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최근 만나던 사람이 ‘저는 게임을 취미로 합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 지금 이 시대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해 봐야 합니다. 누군가는 그저 단순하게 할 말이 없어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스트리머 인가? 혹은 프로 게이머인가? 혹은 정말 게임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이 분야에서 음악을 만들든 스토리를 짜든 무엇인가 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이라는 분야는 불과 ‘15년 전만 해도 그냥 생산적이지 못한 일이며 최상위의 한두 명만 인정받고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취급받았었던걸 생각하면 이 이야기는 분명 아주 의미 있는 이야기입니다. 별것 아닌 것으로 보였지만 그것을 오래도록 애정을 가지고 잘해온 이들은 분명 이것을 위한 길을 택했을 겁니다. ‘직업’이라는 단어로 국한하지 않는 이유는 인터넷상에서 각 분야에 대단한 애정을 가지고 꾸준한 이들이 보여주는 행보는 이 시대에 주목받는 일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취미는 곧 직업이, 직업과 취미의 경계는 더 이상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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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있습니다. ‘사랑하는 일을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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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얼마나 사랑했느냐? 그리고 ‘얼마큼 진심이었느냐’는 참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환경’이라는 것이 힘들게 할 때가 많습니다. 그 환경에는 사회, 대중이 문화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원하는 일을 환경이 주는 제약 없이 시작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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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무것도 의미 없어 보이던 일을 사랑하던 이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사실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은 본인이 사랑하는 일을 예술의 경지로 올려 둘 수 있습니다. 올림픽을 예시로 들어 볼까요? 요즘 참 하루하루 즐겁게 해주는 올림픽 말입니다. 별것 아닌 작자의 경험에 빗대어 보건대, 그들은 학교 다닐 때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던 혹은 수업을 빠지고 운동을 하러 가던 친구 중 한 명일 것입니다. 분명 그 중 성실하게 학교 수업 시간을 이수한 이들도 있을 것이지만 제가 경험한 학창 시절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실 명확하게 말하면 ‘성실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무척 ‘성실했다’였습니다. 그들은 제가 학문에 집중하던 그 시간에 그들의 사랑하는 일에 집중했으니까요. 그리고 그들 중 극소수 정상에 선 누군가 들은 지금 도쿄 올림픽에서 목에 묵직한 땀을 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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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포켓몬고를 하며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포켓몬 교환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교환자 둘이 특정 거리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과 ‘그것이 좋은 포켓몬을 들고 베틀에 임할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포켓 스톱은 도시적 맥락을 가진 특정 시설물들이 이용자들 및 전문가들의 평가를 거쳐 등록된다는 것’ 끝으로 ‘이것을 잘 이용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대단위 집단이 카카오톡이라는 매체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이용해 ‘포켓몬 고’라는 놀이 문화를 좀 더 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도시적 맥락에서 제안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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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실현된다면 어떨까요? 재미있을 겁니다. 그리고 사회가 말하는 대단한 일을 한 건축가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과 저의 작은 목표를 나열해 보아도 이것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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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일을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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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에는 뒤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쉽게 선택할 수 없습니다. 무책임하게 이 사랑하는 일에 모두 뛰어드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정말 사랑하는 일이고 이걸 하다 죽어도 좋아! 라는 마음이었다면 이미 하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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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공간은 그러합니다. 사랑하는 일을 하는 공간입니다. 사진 작가님이신 ‘수연 선생님’ 부부의 공간입니다. 건축책방 이기도 카페 이기도 장인어른께 배운 목공소 이기도 합니다. 이것들의 조합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조합입니다. 사실상 현대 사회의 평준화된 장면의 조합들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곳은 그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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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공간의 지속성과 직결되는 ‘사업성’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반면에 이 공간의 가치와 가능성 그리고 또 다른 지속성은 보입니다. 사랑하는 작업이었기에 그것들을 잘 담을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말하건대,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이 세상에 없었고 유일하며 심지어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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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들은 뒷길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잘 보이는 길을 선택하더라도 잃는 순간은 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주장하건대, 사랑하는 일을 하십시오. 그게 잃더라도 더 나아갈 점이 많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늘의 공간이 아름다워 보여 뒤는 생각하지 않고 다녀갔던 작자가 경험을 비추어 말합니다. 이곳을 가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돌아가는 버스와 택시가 전혀 오지 않아 한참을 고생하다 겨우 ‘곤지암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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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에 오늘의 글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일에는 돌아갈 길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나아갈 길’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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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통해 사랑하는 일을 생각하는 시간 가지길 바라며 공간을 소개합니다. 이곳은 경기도 여주의 #수연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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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경기 여주시 산북면 주어로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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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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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수-금 11-19, 토, 일 11-21 [월, 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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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디저트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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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은 수도권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공간을 운영중입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써라운드
굽은 산길엔 가을이 왔을 거야.
과거 푸릇푸릇한 산길을 걸으며, 가을을 약속했다. 사실상 과도한 업무량에 작자는 책상에 앉아 이곳을 소개만 해야 하지만 독자분들이 이곳을 대신 가서 좋은 경험을 한다면, 나는 그것에 감사한다. 분명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조금 힘들겠지만, 작자는 걸어가는 것을 권한다. 역에 내려 20~3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 올라도 마주치는 가을에 계속 기분이 좋을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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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툭툭, 걷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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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산길을 올랐다. 푸릇푸릇한 산길, 들리는 시냇물 소리. 시골 마을 같은 곳에 오르며 드디어 쉬는구나 하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바쁘지 않게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디디며 잃어버렸던 삶의 속도를 찾아본다. 조금씩 흐르는 땀방울이 싫지 않다. 굽이치는 산길을 두어 번 지났던가? 우거진 나무 틈 사이로 묵직하고 정갈한 기둥들이 보인다. 나란히 선 모습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같은 간격으로 ‘툭 툭 툭 툭’ 하고 놓인 그 장면에서 느린 정박자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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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 카페가 있다니? 몇 년 전만 해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지만, 점점 커피라는 문화가 빠른 속도로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커피 문화가 점점 올바른 가치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잔 커피를 마시더라도 사람들은 운율이 있는 곳에서 자신의 색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새로운 경험, 자신의 취향 이외에도 많은 조건이 공간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그 다양성은 다양한 공간들을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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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마을의 해 질 녘은 깊고 따뜻하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들 빼곡히 들어서는 빛들과 커피의 온도는 무척 기분이 좋다. 모두가 느긋하게 앉아서 그간 바쁘단 핑계로 못다 한 말들을 쏟아낸다. 지는 해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유대를 다져간다. 공간은 더 깊어지고 인상 깊은 장면을 만들어 낸다. 이런 인상적인 장면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오늘의 대화를 더 깊게 기억 시켜 주길. 조금 남은 커피를 털어내고 슬슬 다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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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굽은 산길은 또 어떤 기억이 될까? 땅거미를 뒤로하고 터벅터벅 내려가 본다. 툭툭 툭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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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써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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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소래비로85번길 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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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매일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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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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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엔학고레
일상을 찾아서
계절을 느끼고 즐긴다는 것은 네트워크상으로 하기 힘들다. 아니 하고 싶지 않다. 단 며칠 얼마 되지도 않는 가을을 보고만 있는 것은 고문 같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병마와 싸우느라 그것을 포기하고 집에만 있었다. 답답함과 자유를 박탈당한 고통 속에 우리는 무엇을 부르짖었는가? 가을이 왔다. 이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두를 위해 최선의 방역을 지키며 공간을 즐겨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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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짖는 자의 샘, 엔학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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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사사기] 15장 19절의 내용이다. “하느님이 레히에 한 우묵한 곳을 터치 시니 물이 거기서 솟아 나오는지라 삼손이 그것을 마시고 정신이 회복되어 소생하니 그러므로 그 샘 이름은 엔학고레라 이 샘이 레히에 오늘까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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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부르짖고 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감정의 굴레에서 정신없는 현실을 피해 어딘가로 떠나 정신을 가다듬고 싶다. 6월이 다가오면 매년 쉽지 않은 일상 속에 놓인다. 지난 5년간 그래왔듯이 매년 나아짐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겪어야 하는 여러 경험과는 괴리가 크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있다. ‘말이 쉽지’. 그래 맞는 말이다. 누군가의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가 없다. 그 고통이 경험하는 주체 따라 크고 작음이 다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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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달고 살았던 말이 있다. ‘개미를 실수로 밟아 죽여 마음 아파하는 이가 있다 해도 그 사람은 마음이 정말 아픈 것이다’. 주변 지인들에게 수도 없이 전한 말이다. 이를 듣고도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괜찮다고 말한다. 그것으로 위안 삼으라는 말은 남의 고통을 상대급으로 전락 시켜 진정으로 당신의 아픔을 외면하게 하는 말이다. 위로와 보듬음은 아니란 소리다. 우리는 이 문장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진정으로 끝까지 그의 곁에 계속 함께하지 않을 거라면 언제고 쌓아둔 감정이 터질지 모르니 비교급은 삼가길 바란다. 진정 그자를 생각한다면 그자의 아픔에 집중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한마디가 필요한 자아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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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경험을 늘어놓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요즘 다들 지쳐가는 것이 보인다.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피로가 쌓여가는 것이 보인다. SNS로 통해 사회적 소통은 이어가고 있겠지만, 물리적인 만남과 공간에서 느끼는 경험의 부재는 이를 가속화 하고 있다. 요즘 가장 자주 보이는 문장이 ‘여행 가고 싶다. 정말.’이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동시에 이야기를 전하는 작자도 깊이 공감하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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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적으로 같이 시간을 태우며 쌓는 ‘유대’라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심심찮게 또 아무렇지 않게 올라오는 ‘여행을 갈망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언제고 터질 것만 같아 불안하고 마음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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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정말 정신적으로 아주 고통스러운 일인인지도 몰라 이리도 쉽게 서술할 수도 혹은 정말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이 들어 오히려 담담하게 서술하는 것인지 몰라도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상황은 무척 고통스러운 것이 맞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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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부르짖고 있다. 자유를 탐하고 있다. 날마다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생활을 떠나 홀연히 나를 돌아보기를 갈망하고 있다. ‘삼손’이 마시고 정신을 차린 ‘샘물’을 찾고 있음이 분명하다. 각자의 여행을 돌이켜 보자. 무엇이 좋았길래 그것을 그리는 것일까? 같이 간 사람과의 추억일까? 아니면 혼자 간 그 여행에서 나를 돌아봤던 그 시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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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 공주에서 불장골 저수지를 바라보며 지금 시대에 많은 이들이 바라는 샘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나에겐 해결할 수 없는 숙제와 같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임을 알지만 스스로 소명을 가지고 생각해 본다. 과연 공간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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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부르짖음이 터지는 시대의 샘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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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대전에서 더 가까운 공주의 아름다운 공간이다. 옥색의 호수와 아름드리 흐드러진 나무들이 바람을 맞으며 들려주는 소리가 나의 ‘샘물’이 되어준 공간, #엔학고레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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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충남 공주시 반포면 불장골길 113-12 엔학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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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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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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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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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은 정부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커피 인터뷰
아직 떨어져 있지만
아직 대면하지 못한다. 떨어져 있다. 그렇다고 먼 것은 아니다. 계절을 느끼는 것에는 분명 가까움이 있어야겠지만 공간에서 떨어짐은 곧 계절을 담는다고 바꿔 말 할 수 있다. 넓은 정원과 잘 꾸며진 옥외 공간들에서 각자의 취향껏 계절을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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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있다고 멀어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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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의 전통 주거의 유형을 살펴보면 한 동으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본동이 있으면 그 옆에 사랑채와 헛간을 둔다. 동시에 우리는 ‘안마당’이라는 공간을 잘 활용한 민족이다. 안방과 사랑채는 일정 거리 떨어져 있으나 나를 찾아온 손님을 모시는 장소다. 비록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조용히 편하게 머물다 가라는 배려가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소중히 대했다고 말하는 게 좋겠다. 우리네 선조들은 지혜로웠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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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통문화의 유형에서 벗어나 지나온 지 반백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한 동에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경우에 익숙하다. 백화점이 그러하고 주상복합아파트도 그러한 맥락이다. 또한 요즘에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상업공간의 큰 틀을 잡아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반대의 방향이 가지는 매력을 알아차리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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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동의 경우 자연환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온 추운 겨울이면 동과 동사이를 지나는 동안 불가피 불편함을 마주하게 된다. 사실 이 똑같은 현상은 이런 단점만 가지는 것이 아니다. 동과 동사이 이동하는 동선들은 분절된 공간들의 사이 공간이 되고 계절을 받아들인다. 이곳에서는 무더운 여름날의 시원한 바람이 부는 안뜰이 될 수도, 소복이 눈이 쌓이는 날 눈을 받아들여 눈밭에 들어온 아늑함을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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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심리적으로 이동 간에 느끼는 다른 공간감은 기존의 동에서 다른 동으로 가는 동안의 ‘설렘’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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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우리 모두 물리적으로 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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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 사람과 사람의 대면을 막아버리고 말았다. 분명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 있다면 이 벽은 반드시 인류에 의해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지금의 우리는 그 벽 앞에 멀어진 것을 느끼기보다, 보고 싶은 이가 있다는 것에 행복했으면 한다. 조금 많이 힘들고 지치는 일상이 지속하는 요즘. 떨어져 있다고 멀어졌다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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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병마의 벽을 허물고, 보고싶은 이들을 찾아가는 과정의 설렘으로 받아들이면 조금 더 그 벽을 허무는 것에 힘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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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공간은 지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떨어진 분동들이 여기저기 뿌려져 있지만, 사이가 나빠 보이지 않는다. 그 공간들이 만드는 사이 공간은 보이지 않는 유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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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대전의 떨어진 유대를 보여준 공간 #커피인터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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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대전 유성구 한밭대로371번길 25-1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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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시간 _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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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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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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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곳은 ‘코로나 방역지침 2단계’과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에 준하여 공간을 지키고 있습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한 번 더 인지하시어 공간을 이용하면서 불편함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코유
관요, 조선 시대 궁중에서 쓰는 자기를 만드는 기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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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널리 알고 있는 유명한 한국 전통 도기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관요’라는 기관은 이곳 이천에 터를 두고 있었으며, 500년 동안 조선왕조의 자기를 만들었다. 이 기관은 19세기 말, 조선왕조의 몰락과 함께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공간의 온기는 그 가마터만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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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전통 자기의 맥을 이어온 자기 브랜드 광주요. 1963년 설립되어 그 자기 양식의 맥을 이어내기 위해 장인을 모으고 오름식 가마를 복원하는 등 갖은 노력을 동원해 우리의 것을 지켜가고 있다. 우리는 이 브랜드를 술 ‘화요’로 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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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마터가 있는 오늘의 공간은 독특한 공간이다. 기능에 맞게 굴뚝이 있는 옛날 조적식[벽돌집] 건물. 그 처마는 일본의 양식을 한 기와가 그리고 그 앞에서는 한국 전통양식의 기와가 오름식 가마 위를 지키고 있다. 역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한 공간의 배치. 역시나 눈에 띄는 것은 우리네 양식이 도드라진 이 오름식 가마가 눈에 띈다. 그 앞에는 광주요의 역사와 업적을 나열해둔 브랜드 전시관과 앞에는 이곳에서 만든 자기를 파는 숍 그리고 주동에서는 옛 건물을 리모델링한 카페가 들어서 있다. 카페의 가장 큰 창과 메인 공간은 이 오름식 가마가 잘 보일 수 있도록 전면창을 내어 그 장면을 강조한다. 거대한 굴뚝의 단면이 공간에 남아 이곳의 본을 지키고 알리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목구조가 아닌 철근구조로 천장의 높이와 구조가 주는 감상도 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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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는 볼거리가 많다. 커피 한 잔을 시키고 브랜드의 전시와 그릇들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넓은 좌석과 널찍한 자리 배치 평면으로 보거든 동양화처럼 한쪽이 빈 모습이 이곳과 참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경기도 이천으로 먼 걸음을 했다. 지루한 지하철을 견디고 골짝에 숨어든 이 공간까지 오는 길은 지루했지만, 지금은 지루했다기보단 서사가 있는 짧은 소설을 즐기고 있지 않았나?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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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이천의 전통을 이어온 공간 #코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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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경기 이천시 신둔면 경충대로 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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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09-18[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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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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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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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은 수도권 코로나 방역 지침 2.5단계에 따라 운영중입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제이스생텀커피
가을 편백, 글램핑
이곳은 북카페이면서 글램핑장을 인접해 운영하고 있다. 편백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까딱거리는 모닥불이면, 가을의 향기가 더욱더 짙어지지 않을까? 공간 내외부로 보이는 풍경들도 분명 여름의 그것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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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숲 - 여름 공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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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에 둘러싸인 공간. 덕분에 공간에서는 편백 뷰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높은 천장과 나무를 이용한 편안한 분위기의 인테리어. 들리는 음악은 공간에 맞춰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곡들만 들린다. 글램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 그런지 이 공간은 자연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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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 부산을 오갈 때는 보통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가던 공간만 들리던 나이다. 오늘은 일 때문에 안 가본 동네까지 왔다. 그 김에 근처에 멋진 공간을 발견하고 들렀다. 그만큼 어색할 만도 한데, 녹색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보이는 첫 장면이 무척이나 편안해 어색함은 어느새 반가움으로 바뀌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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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산촌에 살았던 나는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좋아했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숲의 소리를 듣고 향을 맡는 걸 좋아한다. 단지 겉보기에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뿐 나는 자연과 하나가 되려 속으로 큰 노력을 하는 중이다. 여름 방학이면 깊은 계곡의 숲에서 매일 매일 하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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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린 시절의 경험은 내 기억 속에서 강하게 남아있다. 그것도 행복한 기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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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행복한 기억과 공간에서 본 첫 장면이 겹쳐 보였다. 그 장면의 교차가 어색함을 편안함으로 바꾸었다. 익숙함도 어딘가 느껴진다. 어느새 마음은 편해지고 늘 왔던 공간처럼 나무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는다. 공간은 벽과 천장으로 둘러 쌓여있는데 어째서인지 숲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숲은 리듬과 감상을 공간에 온전히 들여둔 것처럼 어느새 머릿속으로는 이 공간엔 벽과 천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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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꺼내고 늘 그랬듯 글을 끄적인다. 어릴 적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어느새 꽤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도 싫지는 않다. 좋아하는 일을 썩 마음에 드는 공간에서 할 수 있다는 것. 공간의 장면은 어린 시절 그 기억과 겹쳤지만, 오늘의 나는 어릴 적 나와 행동이 다르다. 그래도 어린 시절 그때의 나보다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줄 안다. 그것에 위안으로 삼으며 다시 나의 전쟁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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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는 또 다른 숲에서 다시 행복한 기억을 새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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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편백 숲속 카페 부산 기장의 #생텀커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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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부산 기장군 일광면 이천8길 1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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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_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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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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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_ 글램핑장, 펜션, 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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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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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의 (구) 제이스커피 이며, 부산광역시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오월학교
오월 학교엔 가을이
학교의 개념은 감옥과 같다. 그러나 리모델링된 학교 밖 운동장은 자유와 계절이 담겨있을 것이다. 맛있는 디저트와 식사, 커피를 한 번에 하는 곳. 주변에 놓인 캠핑 장비들도 구경하며, 가을의 장면들은 한껏 가져갈 수 있는 곳이다. 오월의 학교엔 가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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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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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공간의 본은 감옥이었다. 감옥의 그 유명한 파놉티콘(Panopticon)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이 제안한 일종의 감옥 건축양식을 말한다. 파놉티콘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를 뜻하는 'opticon'을 합성한 것으로 벤담이 소수의 감시자가 모든 수용자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을 제안하면서 이 말을 창안했다. 그가 말한 ‘파놉티콘’이라는 개념에 3가지 이점이 있는데, 그중 3번째인 ‘죄수들을 교화 시켜 사회로 내어 보낸다’라는 이야기가 곧 학교의 목적과 비슷하다. 다만, 아동들은 죄수가 아니며 단지 교육을 통해 사회로 나아간다고 이해하면 좋다. 그런 교육의 효율성을 위해 이 파놉티콘이라는 개념이 잘 적용되어 한국에 수많은 학교에서도 이를 관찰할 수 있다. 나와 같은 또래의 혹은 이상의 독자분들이라면 ‘우리 학교는 왕 자형 학교였어! 혹은 ㄷ자형, ㄱ자형이었다’라고 말을 하면 셋에 하나는 ‘나도 그랬다’ 답할 수 있다. 그런 파놉티콘의 개념은 학교에서 복도의 교점 혹은 모퉁이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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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 겨울이 다가오는 이 가을의 끝자락에 대학 신입생부터 유대를 다져온 친구가 자신의 고향으로 나를 초대했다. 춘천, 일 년에 한 번은 오는 곳인 것 같다. 친구 놈이 캠핑 장비를 엄청나게 샀다며 쉬러 가자는 게 그 취지였다. 만나면 역시 공간 이야기. 그런 와중에 춘천에 학교를 리모델링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 기억났다. 우리는 첫날의 밤을 잘 보내고 다음 날 점심 서둘러 그곳을 갔다. 굽이치는 강원도의 산도로는 그 매력이 있다. 단풍이 다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낙엽과 낡은 도로 그리고 자연의 색이 만연한 이곳은 아름답다. 호수를 끼고 달려 30분 만에 도착한 이 공간은 아주 외진 곳의 넓은 공원 같은 곳이었다. 전형적인 학교의 외관이다. 1 자형 건물의 가운데 역시나 입구가 있다. ‘그곳에 들면 복도를 통해 좌우로 모든 것이 보였으리’라고 생각하며 그 공간으로 들어갔다. 예상과는 달랐다. 복도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남은 것이라고 여전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과 마룻바닥이 벽면으로 붙어 그 공간의 흔적을 담고 목구조의 형상이 남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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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공간의 진짜 본 목적은 ‘아이들을 위하는 것’ 그런 근본을 공간에 들어내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정문과 어른들을 위한 포토존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넓은 운동장 그리고 ‘모이 세트’라는 흥미로운 이름의 구움과자들. 이 공간은 차가운 내 생각과는 다르게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입구 오른편으로는 스테이가, 그리고 메인 공간엔 카페. 그것을 넘어가면 목공방과 레스토랑이 있다. 알찬 프로그램 배치와 공간의 따뜻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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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운 겨울날 더없이 좋을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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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 #오월학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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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강원 춘천시 서면 납실길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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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이용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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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 _ 스테이폴리오 예약
카페 _ 11-20
레스토랑 _ 12-20[LO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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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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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메뉴 _ 6,7번 사진
레스토랑 메뉴 _ 10번 사진
윤동주 문학관
코스모스 하나에도 감동하리
순수함은 어떻게 지키는 것인가? 오래전 그가 보여준 태도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지자. 순수함이야말로 가장 강인한 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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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가압장[공간 설명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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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참 좋아하는 시인이다. 문학 교과서에 나온 하나의 시를 읽고 가슴이 메인 감동을 한 적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너무나 유명한 시구. ‘자화상’, ‘쉽게 씌여진 시’ 등 그 이후로도 그의 시를 사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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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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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살아서 그 누구도 험담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끝까지 순수한 사람이었다. 어려서 조금만 한 소리를 들으면 금세 눈물을 흘릴 정도로 순박한 아이였지만 한 편으로는 특별한 용기를 가진 아이였다고 한다. 그런 그는 자라서도 그 순수함을 유지했다. 그의 작품을 보아도 그러하고 그가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 순수한 아이가 아버지의 권유에 이기지 못해 일본으로 유학을 하러 가는 그날. 그 심정,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을 우리가 어떻게 알까?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이겨 냈을까? 그런 와중에도 그는 어떻게 순수함을 지킬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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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작자는 닳고 닳은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그 나이에 가능한 돈벌이라면 해야 했고, 망설임 없이 하고는 그날의 품삯을 받았다. 그 푼돈을 모아 학원비도 내어 봤고, 공부하고 싶었던 교재를 사며 그리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돈 좋은 것’을 ‘세상을 보는 법’ 보다 빨리 경험한 사람이라 털어놓고 싶다. 지금에서야 작자는 뒤늦게 ‘세상을 걱정하는 사람’이 되려 하지만 돈 앞에 서럽게 운 적도 무너진 적도 있는 닳고 닳은 사람인 것은 사실이다. 힘들었고 순수함을 많이 잃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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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작자는 꽃 한 송이에도 감동하는 우리 어머님들의 순수함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어떻게 그렇게 지켜 내셨을까? 그 소녀의 마음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하며 의구심을 아직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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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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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제강점기의 그 암담하고 어려운 상황에도. 시에 대한 열정은 잃지 않았다. 실제로 살아생전 내어보지도 못한 시들은 그가 죽고 나온 것들이다. 또한 일본을 가서도 그는 한국말을 했다는 기록을 보아 추측건대, 돈처럼 보이지 않은 힘 앞에 굴복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 작자는 9살부터 ‘공간’을 통해서 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고, 가난한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꿈을 지킨 사람 중 하나라는 것에 작은 위안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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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참으로 사람을 어렵고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환경이 좋아야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전부 옳은 말은 아니다. 순수함을 지켜오신 산 증인들이 있고, 그들의 환경이 지금처럼 좋다고 명백히 선포할 수 없다. 그러니 ‘자아, 내면적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 마음을 바꾸고 행하는 의지와 용기. 그리고 그것을 받쳐주는 강인한 체력. 아무것도 몰랐다고 생각했지만, 몰라도 될 것까지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작은 격려를 보낸다. ‘그래도 양초 끝에 남은 심지만큼의 순수한 만큼은 지켜냈다.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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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지 않았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지만, 현실의 상황 속에 포기를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직도 작자는 썩 좋은 형편은 아니지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가끔은 영혼이 흔들리는 유혹과 어려움에 흔들리고 무너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우연하게도 힘이 나는 이야기가 들려오곤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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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본디 ‘가압장’이었다. 산지에 있던 아파트에 물을 쏴주기 위한 시설이었다. 아파트가 철거되고 버려진 이 공간은 여러 번의 철거 소식을 버텨내야 했지만, 그 가압장의 순수함을 지키고 또 다른 가압장으로서 지금의 공간이 되었다. 공간은 작았지만, 그 이야기를 실감할 수 있는 옹골찬 공간이었다. 그의 삶을 시청각적으로 담아낸 영상전시실을 가는 구간은 다른 전시관과 확연히 다른 울림이 있다. 가압기가 있던 낡고 거대한 콘크리트 중정은 천장이 있던 공간이었지만 그것을 걷어내고 순수한 하늘을 담아낸다. 그리고 그가 겪었던 암울한 시기로 들어가 그의 삶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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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이 나의 영혼은 끌어 올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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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비교를 통한 태도의 전환이 아니다. 순수한 동경과 존경을 담은 내면의 변화였다. 작디작게 남아있던 양초 끝 심지가 다시 불타오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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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청운산 자락에 있는 영혼의 가압장 #윤동주문학관 이다.
위치 _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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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시간 _ 10~18[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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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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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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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은 정부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공간을 운영중입니다. 또한 공간 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으니 이점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청운문학도서관
한옥에는 계절을 담았다.
한옥은 자연과 함께하는 공간이다. 물소리, 바람 소리, 풍경소리, 새소리와 함께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책 넘기는 소리도 즐긴다면 아마도 ‘나는 이번 가을엔 온전히 즐겼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낙엽, 독서’를 한 번에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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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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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8년도 기준 91.8%에 달하는 인구가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나요?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 내에 살며, 주거라는 공간은 차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들이지만 동시에 차 소리와 공사장 소리를 함께 들리기도 합니다. 잠깐, 오래전 우리 조상들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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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한옥에 살 수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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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아닙니다. 현대의 기술과는 분명한 격차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손본다면 충분히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한옥은 생각보다 건축 공간으로서 환경이 잘 잡힌 ‘건축양식’입니다. 특히나 ‘온돌’이라 하는 것은 겨울을 대비한, 대청마루와 처마는 여름이라는 것을 대비한 건물 시스템입니다. 그 외에도 한옥은 한국의 4계절을 대비해 많은 디테일들이 숨어 있는 기술의 집대성입니다. 그런 공간은 동시에 서정적인 공간의 감상 부분도 지금의 공간보다는 뛰어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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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더운 여름이 되면 창살을 다 들어 올립니다. 처마가 그림자를 만들고 앞뒤로 열린 공간은 외기가 이동하며 바람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열린 창으로는 지금처럼 도시의 소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너른 마당의 들이친 햇빛을 타고 자연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땅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한옥은 그러합니다. 오래전 양반들이 사는 한옥의 배치를 마을 범위에서 살펴보건대, 좋은 한옥일 수록 산속 언덕에 위치합니다. 그 이유는 그 당시 사회적 배경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현대를 비추어보면 이것은 ‘펜트하우스’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높은 곳. 높은 공간. 좋은 공간. 그것이 과거 우리 선조들은 언덕의 중턱이었던 겁니다. 조금 더 자연 속인 곳. 이곳은 한적합니다. 숲에 둘러싸여 장터의 소리보다는 자연의 소리와 가까운 친자연적인 배치입니다. 아마도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이 이야기가 익숙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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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 오늘의 공간은 맑은 구름이 걸리는 언덕, 인왕산에 위치합니다. 윤동주 시인의 문학관을 거처 언덕을 오르다 보면 산속에 위요된 한옥이 한 채 보입니다. 오늘의 공간은 이렇게 계단을 타고 내려가야 합니다. 언덕 위에서 움푹 파인 지형으로 몸을 옮기려 좀 더 안정적이고 보호받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땅에 발을 닿는 그 순간. 인간의 스케일에서는 자연에 둘러싸이고 맙니다. 나무가 바람에 이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근사한 한옥은 코너부에서 처마를 고개 높이 들쳐 올리고 위풍당당한 자태로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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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신발을 벗고 들어갑니다. 시원하게 열린 문들 사이로 간지러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나무와 햇빛 귀에 들리는 것은 정말 온통 자연의 소리뿐입니다. 어디선가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나도 모르게 그 청량한 소리를 따라 위치를 옮깁니다. 공간 가장 뒤편에 작은 별채가 있습니다. 4명 정도 상을 두고 둘러앉으면 딱 맞을 정도의 공간, 그곳 창 너머로는 물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가방에 넣고 틈날 때마다 읽던 책을 꺼내 봅니다. 어쩐지 이곳에서는 독서가 잘 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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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깊이 읽다 보니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며, 돌아 나와야 했습니다. 몇 분 되지 않았지만, 무척 청량한 시간이었습니다. 바람이 불며 풍경이 울립니다. 고개를 들었다 햇빛에 놀라 내려보니, 한옥에 지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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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마음에 내려가 본 지하 공간에는 현대의 공간이 있습니다. 대신 한옥과의 수직적 연계를 생각한 ‘중정’과 ‘대나무 정원’. 이곳은 한국 문학을 지향하는 도서관입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다양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 도서관에는 자신의 취향에 맞춰 공간을 선택한 적당한 수의 사람들이 독서를 즐기고 있습니다. 열린 정원의 문으로 대나무 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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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에서는 계속해서 자연의 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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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우리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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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종로구 인왕산에 위치한 #청운문학도서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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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36길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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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_ 가능[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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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시간 _ 10-22[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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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공간은 정부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운영중입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재단법인 아름지기
아름지기 열렸네
일 년에 단 한 번 여는 곳. 딱 이맘쯤이다. 가을이 가장 아름다워서였을까? 아름다운 것을 유독 사랑하는 이 재단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이번에도 특별한 전시가 준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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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디디어 오르다 : 펄떡펄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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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북촌, 경복궁 가을 이맘때쯤이면 많은 사람이 연어처럼 이곳으로 몰려든다. 이곳엔 여러 도시를 다녀본 내가 보아도 다른 도시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아름다움이 있다. 고궁과 현대 도시의 전경이 어우러진 그 경관에 말도 안 되게 멋진 은행나무들이 길가를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떨어진 노랑 잎에, 떨어지는 노랑 잎에, 바람에 떨고 있는 노랑 잎이 파르르 떠는 그 소리에도 우리는 가을이 완연하다는 것을 도시의 인프라와 그리고 고궁의 전경을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거니는 서촌의 그 거리, 사람들이 버려진 유휴지의 은행나무가 너무 멋진 공터를 알고 있을 정도로 또 사라진 ‘프로젝트트온다로드’를 기억할 정도로 이곳의 가을 거리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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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며 가며 그 길을 아는 이들이 갖는 궁금함은 3층이지만 밖에서 보면 매 층이 다른 건물이며, 다른 의미가 있는 것처럼 각기 다른 재료로 켜를 내놓은 건물을 궁금해한다. 언뜻 밖에서 보면 뭐 하는 곳인지 쉽게 알 수 있는 요즘과는 다르게 이곳은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옆으로 지나다 보면 살짝 사이로 보이는 이 층에 올려진 한옥은 그 궁금증을 더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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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런 곳이 이 공간은 일 년에 한 번 연어처럼 전시를 연다. 가을 이맘때쯤이고 한 달 정도를 새로운 전시와 함께 연다. 아마도 잘 지어진 이 건물이 가장 이쁜 시기이기도 하고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일깨워 현시대의 생활 문화에 올바르게 적용하고 이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다’라는 이 재단의 비전에 딱 맞는 이 건물을 가장 이쁜 이 시기에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한옥은 지상에서 진·출입을 하며 그 주변과 강력하게 힘을 얻는다. 그것을 2층으로 올리고 중정이라는 안마당과 현대 사회에서 가지는 수직적 이동의 쉬움이 결합하여 또 다른 그 주변과 강력한 연계를 일으킨다. 일 층 부에서 지나다니며 이 층의 그곳을 궁금해하는 것도 그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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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 층 부 바닥에서 디디어 오른 이 한옥의 위치에너지는 바닥의 한옥보다 역시 더 큰 힘을 담고 있다. 잘은 몰라도 그 시각적 위치에너지는 이상하게도 우리의 운동에너지로 전환돼 그곳으로 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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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과거의 우리 선조들의 바닥에서부터 지금의 바닥까지 층별로 그 시대를 점점 앞당기며 바닥이 가지는 건축적 역사적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다양한 의미의 해석을 새로 내어둔다. 체험형 전시인 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것을 즐기고 있다 보면 낑낑거리다 목이 마른 데, 그걸 미리 알았는지 전시의 마지막인 지하 공간에서는 오는 관람객들을 위해 차를 준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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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를 마시며 다짐한다. 내년에도 펄떡펄떡 연어처럼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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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종로구 효자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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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개관 시즌 _ 매년 이쯤 한 달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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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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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예약 _ 네이버 예약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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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시간 _ 10시부터 매 한 시간 15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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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_ 10000현장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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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간 _ 10.16-12.08
-architechu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내가 만든 가을
꼭 전시를 보라는 법은 없다. 어슬렁어슬렁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가을이 보인다. 문화생활이 같이 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각자의 선택으로 원하는 대로 길을 만들며 가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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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도시를 닮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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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몰린 다양한 사람들. 도시는 일자리라는 큰 목적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잠재된 기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인류학자들이 말하는 ‘같은 시간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지’의 척도로 ‘시급’이라는 개념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이를 도시에 적용해 본다면 ‘같은 시간 동안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냐?’가 됩니다. 각자의 취향과 정말 다양한 가치를 가진 현대인들은 지금 서울이라는 도시에 과도하게 몰려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도시에서는 잠재된 기회를 백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일자리는 물론 그들의 여가에 하고 싶었던 경험을 각자의 개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용합니다. 그렇기에 도시는 누군가 계획한 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좀 더 명백하게 말하자면 그 누구도 한 인간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도시에는 그들의 예측할 수 없는 개성을 반영하고자 각양각색의 문화 공간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우리는 미술관이라는 문화 공간을 가장 쉽게 접하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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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동양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이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문화공간의 대표주자였습니다. 19세기 이전의 미술관들은 당시의 도시계획들과 비슷하게 전시 관람 동선에 따라 전시실이 배치[사람들이 미술관에 입장하는 순간 그 전시의 순서에 따라 관람하게 되는 동선]되었으나, 그 이후에는 전시 동선의 탈맥락화와 그에 맞춰 그 전시장에서 바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현대미술이 등장하면서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큰 변화가 옵니다. 그것의 대표적인 한국 문화공간이라 하면 바로 오늘 소개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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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입장하는 순간 그 전시의 순서에 따라 움직여야만 하는 과거의 미술관과는 다르게 오늘의 미술관은 정해진 관람 동선이 없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전시를 볼 수 있도록 그 전시실을 연계해주는 ‘전이 공간[Transitional Space]’ 을 줄 뿐 관람객에게 어떠한 질서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런 유형을 우리는 ‘군도형 미술관’이라 칭합니다. 이런 군도형 미술관의 특징들이 있다면 전시공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화이트 큐브’라는 방의 개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대도시에 몰린 잠재된 기회의 이용자 즉, 다양한 개성과 취향을 가진 도시민들을 닮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오늘의 공간은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여가에 문화생활을 즐기고자 온 이들도 혹은 미술관 앞의 중정에서 아이들과 잠깐의 나들이로 또는 북촌을 오가며 즐기는 길목 중 하나로 이 미술관의 영역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과거의 엄격한 질서로 구성된 그리고 근엄하고 위엄있는 모습들을 갖춰 장소적 영역성을 명확히 하는 미술관과는 사뭇 다른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마치 이 미술관이 도시의 일부인 것처럼 길로, 공원으로도 이용되며 동시에 문화 공간으로도 작동합니다. 또한 이 미술관의 형태적 구성에서도 우리는 그 제스처를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과거 국군 보안사령부였던 붉은벽돌의 건물과 뒤편으로 더 과거 조선의 사무를 담당하던 종친부의 경근당을 그대로 살려둔 채 조심스럽게 그 장면을 해치지 않고 끼여 들어간 형상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제스처들과 속 내용을 구현하기 위해 공간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이들은 수없이 큰 노력을 해야 했지만, 그 노력은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즐거이 이 공간을 향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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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민들에게 미술사를 바탕으로 흥미롭고 의미 있는 전시와 창의적 교육의 산실이 되겠다’는 이 공간. 이곳을 즐거이 향유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러하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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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예술의 향유를 통해 개인의 취향을 깊게 해 주는 이 미술관의 가치는 도시의 문화공간으로서 큰 의미가 있으며, 많은 예술가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는 공간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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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현대도시를 닮은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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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안국역 1번출구 도보 10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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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시간 _ 화, 수, 목, 일[10-18], 금, 토 [10-21], 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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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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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현재 ‘거리 두기 관람’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을 이용하시고자 하는 분들은 공식 사이트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별도 공지 시까지 무료입장입니다. 참고하시어 공간 이용에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관람 시에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주십시오. 오늘도 감사합니다.
선유도공원
가을을 느낀다는 것
역시 계절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자연과 가까운 곳이다. 어떤 인조물이든 그것을 감히 넘어설 수 없다. 그러나 과거 인조물에서 자연물로 돌아가다, 살짝살짝 사람이 건든 매력적인 섬은 분명 가을을 즐기기에 가장 편리하게 아름다운 곳이 아닐까? 섬 안에 있는 카페와 식당은 이제 테라스를 활짝 열고 가을을 들여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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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느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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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간은 인간을 위해 존재합니다. ‘동물원 수족관, 식물원’ 은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실 수 있겠지만 명백히 생각해보면 그들을 위하기보단 인간을 위한 것입니다. 그렇듯 공간이라는 것은 인간을 위한 것이며, 도시는 인간이 밀집해 살기에 그 공간들이 밀집된 거대한 공간 덩어리입니다. 또한 공간이라 함은 광장, 보도블록이 깔린 인도, 지하철 역사, 다리 밑 모두 포함되어 있겠지만 대부분이 완전한 콘크리트를 만들어진 건물들의 나열이 맞습니다. 그것이 도시라는 이미지에 훨씬 가깝습니다. 도시에서는 계절을 완연히 느끼기 어렵습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분들은 퇴근길 쌀쌀해진 공기 사이로 전해오는 짙은 향기를 통해 가을이 왔다며 속으로 ‘천 원짜리 지폐를 품고 다녀야겠다’며 즐거워하실 수 있겠지만 대부분 도시에서 삶을 꾸리는 이들에게는 그것을 느끼며 산다기보단 ‘삭막하다’ 말하는 게 좀 더 공감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회색빛의 화려함 속에 감춰진 이면에는 태초의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끼며 즐기는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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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계절이 바뀐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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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부터 존재하던 현상입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삶의 유지하는 공간의 형태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였으며, 동시에 삶의 형태 또한 바꾸는 큰 기준이었습니다. 과거의 계절은 이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대라고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추워지거나 더워졌을 때 생존을 위해 삶의 형태를 바꾸는 것보다는 생존을 넘어 그 시간과 계절을 즐기는 것으로 행위가 진보해 왔습니다. 놀음은 곧 인간이 진화한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이런 생각을 통해 느끼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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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오늘 이야기는 도시에서 계절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도시의 녹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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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공간과 그리고 시간의 개념인 계절. 그것을 느끼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질을 향상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단순하게 공원이 있는 도시의 공간이 다른 곳에 비해 훨씬 값을 많이 쳐준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듯 도시에서 녹지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공공적인 재화로서 작용하기도 합니다. 도시의 열섬현상과 각종 소음과 공해로부터 어느 정도 방어책으로서 기능하지만, 도시민들의 삶으로 봤을 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도시에서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공 공간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봄이면 꽃놀이를. 여름이면 푸른 나무 아래 한강에 앉아 건너편 도시의 화려함을 보며 멀찌감치 떨어져 당신의 여름을 즐깁니다. 가을이면 낙엽을 밟으며, 폭폭 거리는 소리에 아이들과 부모들은 웃음꽃을 겨울에는 하얀 눈밭 위에서 덩그러니 놓여 사랑하는 이들은 그 공간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도심에서 녹지 중 도심 공원은 그런 역할을 합니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삶의 부분 중에 가장 따뜻하고 인간적인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배경이 되어 그들의 ‘삶의 질’을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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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공간 중에 제가 애정하는 공간이 있다면 오늘 소개하는 이 ‘선유도 공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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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정수장이 이었던 선유도, 조선 때부터 ‘선유봉’이라는 이름으로 그 본을 두고 오랫동안 한양, 지금의 서울까지 존재하며 자리를 지켜온 섬입니다. 잠깐 정수장의 역할을 하기도 한 공간 그 덕인지 정수장이나 여과 공장에서만 볼 수 있는 거대한 골조들이 그대로 남아 이곳의 식생들과 한대 어울려 이질적인 감상을 보여줍니다. 죽은 공장에 생명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렇게 역설적인 단어들이 만나 환상적인 감상을 만들어 냅니다. 그 감상은 서울의 많은 도시민이 아는지 계절에 따라 많은 사람이 찾습니다. 봄에는 흐드러진 꽃들 속에서 소풍을 여름에는 다리를 건너며 불어오는 바람과 멋진 야경을 가을에는 수많은 종류의 식생이 각자의 본색으로 돌아가며 만드는 분위기를 눈이 오는 겨울에는 따뜻한 식물원과 눈밭에 가려진 조용한 숲의 감상을 즐기고자 이곳을 찾습니다. 조용한 적막을 찾아 공간에 버려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자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는 ‘시간의 흐름 속에 지금 나는 어디 있는가?’ 그 물음에 답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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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계절을 느끼고 그것을 즐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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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도시민들의 삶 속에서 없어선 안 될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우스갯소리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기쁨과 환희라는 감정으로 이성을 유지하기도 하니까요. 도시의 녹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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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선유도 공원 (양화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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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시간 _ 매일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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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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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가을의 선유도를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