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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도 깊은 공간 추천, 데이트립앱에서 더 빠르게

뛰어난 실력을 가진 국내 건축가가 만든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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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근

한국기독교장로회 경동교회

종교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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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공간” - 경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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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교회는 종교인을 넘어 일반인도 쉽게 방문하는 공간이었다.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공간으로 사용되었던 교회는 오늘날 붉은 LED와 스테인드글라스 시트지로 외관만 흉내 내기에 급급했고, 일반 건물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교회는 종교건축으로서 가치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자신에게 집중할 공간을 찾는 이들이 굳이 교회를 방문할 이유가 없었다.

경동교회는 십자가가 없고 스테인드글라스 시트지가 유리에 덕지덕지 붙어있지도 않다. 문과 창 몇 개가 전부인 1층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개구부가 없어, 이곳은 교회로 보이고 싶은 욕심이 없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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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앞 작은 마당은 벽으로 둘러싸인 느낌을 주기에 건물 안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없어지고, 건물의 용도는 간판을 보기 전까지 짐작하기 힘들어 일반인도 그곳에 발을 들일 용기가 생긴다.

자연스레 마당을 경험한 사람은 폭이 넓은 계단을 오르고, 벽에 붙여진 모자이크 타일을 감상한다. 건물 뒤편, 본당 입구를 마주하게 되었을 땐, 비대칭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좌우대칭의 건물 형태가 사람들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성스러운 공간에 진입하기 전, 옷매무새를 다듬으라 말하는 것 같다.

본당은 벽돌로 마감된 외부와 달리, 노출 콘크리트로 장엄함을 극대화한다. 대공간을 형성하기 위해 드러나는 구조는 기둥, 보가 일체화되어 유기적인 형태를 띠고, 이것이 반복되어 공간에 리듬을 부여한다. 본당의 끝엔 십자가와 오르간이 대칭을 깨기 때문에 비대칭과 리듬은 긴장된 마음을 풀어준다. 천장 곳곳, 십자가 위에 뚫린 작고 큰 개구부에서만 빛이 들어와 사람들은 십자가에 집중하게 되며, 자연스레 종교인은 그들의 믿음을, 일반인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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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거리에서 한 블록 물러난 주거지는 쉼 하나 없이 들어선 건물과 DDP에서 쏟아지는 활기참만 가득해 거주민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교회의 열린 공간은 숨통을 틔게 하고 혼잡한 도시에 대응하는 간결한 외관은 거주민의 부담을 줄여주며, 본질에 집중하게 하는 내부 공간이 잡생각을 지워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경동교회는 역동적인 도시에 자리하여 종교인을 넘어 일반인도 위로받고 재충전할 기회를 제공하기에, 이곳은 종교건축이 가져야 할 태도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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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김수근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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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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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장충단로 204 경동교회

The System Lab

플레이스 원 PLAC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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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은 더 나은 우리네 삶을 위해” - PLAC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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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이 집이었던 시절, 원시인들은 제한된 환경에서만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원하는 환경보다 동굴이 있는 주변 환경에 적응해야 했고, 거처를 옮기더라도 강가가 아닌 산속에 들어가 생활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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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전하고 나무와 벽돌, 석재로 집을 지을 수 있게 된 사람들은 동굴이 아닌, 강가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쉽게 물을 끌어올 수 있었고, 땅도 비옥하여 수렵 채집이 아닌, 농경, 목축 생활로 한 장소에 오래 머물 수 있었다. 그렇게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형성했고, 마을은 하나의 성을 이루었으며,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의 기틀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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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더 발전하면서 산업 시대가 도래했다. 철을 대량생산 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인장력에 약한 콘크리트에 철근을 배근하여 다양한 건축적 실험을 해왔고, 그렇게 바닥과 기둥, 계단으로 이루어진 ‘도미노 프레임’이 발표되었다. 자유로운 입면과 평면을 구성할 수 있어, 덕분에 강도 높아진 철근 콘크리트와 그 활용법은 순식간에 널리 활용되었다. 이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고층 빌딩의 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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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콘크리트가 굳으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한번 굳으면 재활용할 수 없는 건축물은 콘크리트의 수명이 끝나갈 시점인 3-40년 후에, 그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과정에서 나오는 건설 폐기물은 지구 전체 폐기물의 70%를 차지했으며, 이는 곧 건축계에 또 다른 기술적 발전을 필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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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탄생한 새로운 공법, ‘PC(Precast Concrete) 공법’은 플라스틱처럼 공장에서 콘크리트를 성형해 작업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둥, 바닥, 보와 같은 주요 부재부터, 장식으로 사용되는 콘크리트 타일까지, 자재를 미리 만들어 현장으로 운송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것은 공기 단축, 공사비 절감, 품질 관리에 용이했다. 롯데월드타워의 상층부는 이 공법을 통해 엘리베이터와 계단 부분의 구조를 해결했으며, 오늘 소개할 공간 또한 이 공법을 활용하여 재료와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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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별관, ‘PLACE 1’은 안보다 밖이 더 흥미롭다. 3차원 형태의 원형 셀(cell)을 모아 전체 입면을 구성하여,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각인 될 수 있는 평이한 건물 외관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각각의 셀에는 다채로운 예술품으로 구성된 아트 디스크를 설치했고, 비로소 흥미롭게 변화하는 입면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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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공법을 통해 붙여진 외관은 일부가 손상되면 부분 교체가 어려운 기존의 공법과 달리, 부분마다 뜯어내어 교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건설 폐기물은 줄어들고, 건물 전체를 철거할 때도 성능만 보장된다면 재활용할 수도 있으니, 이 공법은 주목받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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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PLACE 1이 리모델링 프로젝트로, 외관에만 PC 공법이 사용되었으나, 더 많은 건물이 주요 부재까지 해당 공법을 사용한 사례가 늘어난다면, 앞으로 바뀔 우리네 공간 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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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발전했고, 이번에도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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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 김찬중 ( @thesystemlab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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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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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영동대로96길 26 하나은행삼성동


The System Lab

서울식물원

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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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랜드마크가 가져야 할 덕목” - 서울 식물원 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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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지구 시작점에는 한강에서 뻗어 나온 물줄기가 만들어낸 습지원이 있다. 비옥한 땅에서 자라나는 식생이 동식물의 터전이 되고, 우리에게 삭막한 도심 속 숨통을 틔게 해주는 열린 공간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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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변곡점에 자리한 ‘서울 식물원 온실’은 도시의 정체성에 마침표를 찍으며, 이곳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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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푸르름을 유지하는 온실은 마치 꽃을 연상케 한다. 가운데가 높게 솟은 돔 형태의 일반적인 온실과 다르게, 중심부가 오목하고 테두리 부분이 높아지는 그릇 형태를 사용해서 시선은 자연스레 밖을 향하게 한다. 덕분에 크게 자라는 식물이 중심부에만 심어지는 것을 막아, 아기자기한 식물을 다양한 위치에 심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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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구조는 건물 바깥에서 프레임을 만들었고, 덕분에 내부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있는 중심부를 제외하곤 기둥 하나 없는 넓은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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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시작하여 스카이워크를 통해 식물 사이사이를 누비고 탐험하는 경험은 그래서 더욱 극적이다. 공간을 방해하는 구조물 하나 없이, 높게 자란 식물의 잎을 감상하거나 직접 만져볼 수도 있고, 먼 거리에 있는 숲을 감상하며 사색에 잠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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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은 마곡지구를 대표하고 정체성에 마침표를 찍는 건물이다 보니, 친환경에 많은 신경을 썼다. 단어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아무렇게나 난발하는 다른 건축물과 다르게, 이곳은 오목한 지붕으로 우수를 집수하고 정화하여 조경용수로 재활용하는가 하면, 식물 세포 형상의 구조로 된 지붕에 ETFE를 사용해 가시광선을 유리보다 20% 더 높게 투과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유지관리 비용이 줄어들고 식물은 더 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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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로 인식되는 온실은 그것이 가진 조형 요소에 의해 사람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으로 생각한다. 누군가는 꽃 한송이를 떠올리며 광활한 자연과 어울린다며 좋아하지만, 누군가는 1차원적으로 보이는 건물 형태에 반감을 가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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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느 방향이건, 건물의 형태가 인상적이고, 쉽게 눈에 띄며, 한 번 더 뒤돌아보게 만드는 동시에, 친환경 건축의 본보기 또한 보여주니, 서울 식물원 온실은 도시에서 랜드마크가 가져야 할 덕목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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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김찬중 ( @thesystemlab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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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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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마곡동로 161 서울식물원
매일 09:30 - 17:00 (월요일 휴무)

Nameless Architecture

광진숲나루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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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성장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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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대화하면서, 빈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람이 살지 않은 채, 오랫동안 비워진 집은 눈 깜짝할 새도 없이 낡아,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남겨진 강원도에 있던 집은 텅 비게 되었다. 가끔 삼촌과 아버지가 그곳에 들려 집 상태를 확인하지만, 비워 놓은 시간이 더 많기에, 그 집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곳곳에 곰팡이가 피고 낡아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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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생명체와 달리, 성장하지 않는다. 퇴화만 할 뿐이다. 땅을 파고 건물을 세워 올리는 일련의 과정을 성장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엄연히 생성의 과정이지, 완벽하게 형성된 개체가 완숙하게 자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도 없어, 쉽게 늙고 쉽게 상처받아, 그 흔적이 고스란히 몸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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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는 서서히 벗겨지고, 나무는 울어 곡소리를 낸다. 모든 틈을 막아주던 실리콘은 딱딱하게 굳고 떨어져, 그 사이로 빗물이 새기 시작한다. 수북이 쌓인 찌든 때는 비가 와서 흘러내려 건물에 눈물 자국을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건물도 늙어가는 자신이 슬픈가 보다. 이런 상처를 우리도 보기 싫었는지, 건물을 수도 없이 고친다. 다시 칠하고 창문을 닦고, 마룻바닥에 기름을 먹여 시간의 흐름을 늦춘다. 그렇기에 사람의 손길과 발길이 끊긴 공간이 퇴화하는 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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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건물의 퇴화를 부정적으로 보고,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려 온 힘을 쏟아붓지만, 이곳은 되려 그 흐름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엘리베이터와 계단, 무작위로 꽂힌 막대기가 전부인 이곳은 전망대다. 특별한 시설 없이 언덕 위에 홀로 서있기에, 비를 잘 맞고,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변덕스러운 날씨를 그대로 겪는다. 그래서 이 전망대는 그 상처가 더 깊게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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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사실 한참 전에 완공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전망대 사용이 불가능했고,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이미 예전부터 상처받고 있었다. 하지만, 녹슨 자국과 눈물 자국은 깊어지는 상처만큼 함께 자라나는 덩굴식물이 이를 치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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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이름인 ‘자라나는 숲’처럼 상처는 푸른 잎이 가려주어 흉물이 아닌, 하나의 커다란 나무로 보이게 할 것이며, 전망 공간을 나무 위에 마련한 집처럼 보이게 할 것이다. 머지않아 전망대 지붕에는 새가 둥지를 트고, 벽에는 버섯이 자랄지도 모른다. 덩굴식물은 난간과 계단, 하물며 엘리베이터 안까지 들어와 영역을 표시하고, 주변 식물은 더욱 무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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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깃들어 있지 않지만, 자연이 이곳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자라나는 숲’의 이름처럼 이곳은 자연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할머니 집도 낡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 가득 채워지려고 하는 게 아닐까. 그런 관점으로 이 두 공간을 바라본다면,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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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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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 광장동 401-14
매일 10:00 - 19:00 (월요일 휴무)

PDM partners

선유도원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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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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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금정구 선동을 가보면 부산의 또 다른 모습에 놀란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와 산을 빼곡하게 채운 건물, 낙동강 일대에서 볼 수 있는 산과 강이 만들어내는 두꺼운 수평선의 모습과 다르다. 산을 둘러싸고 채워져 있는 저수지와 그곳에 깔린 운무는 이곳이 내가 알던 부산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마치 신선이 살법한 무릉도원과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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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의 뜻은 두 가지가 있다. 선바위처럼 돌이 서 있다 해서 '선돌'로 지어졌다 '선동'으로 변형된 것과 다른 하나는 '신선이 노닐었던 장소'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비가 내려 산의 푸름이 짙어지고 저수지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던 그때의 날씨가 한몫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부산의 역동적인 모습과 비교하여 조용한 동네 분위기가 신선이 노닐던 장소와 어울린다. 이렇게 지명과 실제 분위기가 알맞은 장소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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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분한 분위기를 가진 '선동'의 동네를 돌아다녀 보면, 저수지를 바라보며 앉힌 다섯 개의 마당과 세 개의 별채로 구성된 건물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선유도원'이다. 신선이 즐기던 복숭아꽃 핀 수원지란 뜻인데, 이곳을 거닐다 보면 정말 신선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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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동은 동천, 동재, 서재로 구분된다. 신선의 삶을 동경했던 고산 윤선도가 유배지에서 여러 사물과 정자를 두고 붙인 이름을 차용해왔다. 가장 낮게 깔린 서재에서는 가장 가까운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 기존에 있는 언덕을 살리기 위해 자연스럽게 생긴 계단식 좌석은 공간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어, 건물 입구 쪽에 배치된 이끼 정원과 원래 있던 저수지의 자연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덕분에 내부이지만 마치 외부에서 휴식을 즐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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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로 높은 건물인 동재는 서재에서 바라볼 때보다 멀리 있는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서재에서는 산책길을 걷는 사람과 뒤편의 저수지가 배경이 되었다면, 이곳은 산의 자연스러운 선과 자욱하게 깔린 운무가 배경이 된다.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동천은 동네의 전체를 감상할 수 있다. 고개를 돌리면 주변 마을 분위기를, 저수지를 향해서는 동재와 서재가 산과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돌의 정원, 이끼 정원, 현대식 평상 등. 곳곳에 마련된 다섯 개의 정원이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여유를 맘껏 즐길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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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 하나 그냥 넘어간 것이 없다. 공간에 맞게 디자인된 스피커와 가구, 이곳과 어울리는 차와 디저트, 심지어 직원의 복장까지. 신선이 노닐며 지내던 도원이 실제로 있다면 이런 곳일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외관은 박공지붕에 굴뚝까지 있어 그 생각은 더 짙어지고, 부산과 다른 분위기를 가진 선동의 동네와도 어우러지니, 신선의 초대를 받아 이상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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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여유를 찾기 힘든 지금, 여러분도 얼른 신선이 노닐던 '선유도원'에 들러 여유를 맘껏 즐겨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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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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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상현로 64
5월 3일 가오픈

조병수 건축가

박태준 기념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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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것은 기준이 되어 우리에게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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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땅 위에 건물을 짓는 행위이기 때문에, 땅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건축가에게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이 덕목은 우리 선조들이 뛰어났다 자부할 수 있는데, 그들은 자연을 경외의 대상으로 삼아 바위가 있으면 피하고 물이 흐르면 동을 나눠 배치했으며, 가파른 경사로 집을 지을 수 없다면 짓지 않았다. 창덕궁만 봐도 알 수 있다. 오와 열을 맞춰 반듯하게 배치되어야 할 것 같은 궁궐 건축이 생각과 달리,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고 어딘가 질서정연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땅이 주는 메시지를 읽고 이를 해석해내며 건물을 배치한 결과다. 산을 타고 내려오는 경사에 순응하며 이리 비키고 저리 비켜 건물을 앉힌 결과, 자연과 조화로운 배치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선조들의 덕목이 실로 대단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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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선조들의 피가 우리에게도 아직 흐르고 있음을 이곳 '박태준 기념관'을 경험하면서 느꼈다. 부산 기장군 임랑마을에 앉혀진 이것은 잔잔하게 바닥과 밀착되어 깔려있다. 주변 건물도 대부분 1층이고 바로 앞은 바다가 있기 때문에, 높이가 높은 건물은 애초에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건물 밖에서 건물을 한 바퀴 빙 둘러 걸어보면, 내부를 볼 수 있는 창문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층짜리 건물에 창문도 없고, 그 너머로 보이는 높이 솟은 소나무로 볼 때, '혹여나 이게 건물이 아닌, 담장인가?' 하는 의문까지 든다. 얼마나 소중한 게 있길래, 이렇게 꼭꼭 숨겨 두려 했을까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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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을 안고 들어가면 어두운 복도가 나온다. 그리고 그 앞에 나무 그림자가 벽에 비춰 일렁이는 모습에 저기가 출입구임을 지레짐작할 수 있다. 시선이 이끄는 그곳으로 가보면 예상치 못한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다. 왜 그렇게까지 외관을 담장처럼 만들어 내부를 보여주지 않았는지, 이제 이해할 수 있겠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수정원은 두 개의 소나무가 정원 양 끝에 심어져 균형을 잡는다. 그리고 흰색 띠로 원형을 두르며 정원을 감싸는 복도가 불필요한 것들을 삭제하고 오롯이 하늘, 나무, 땅만을 보여줘 자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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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기념관 옆은 박태준의 생가가 있다. 그래서 당연히 그 옆, 빈터에 기념관을 짓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리는 없겠다. 하지만 기념관을 반듯한 사각형이 아니라 비정형 건물로 설계한 이유와 두 그루 소나무가 타원형의 정점에 서서 균형을 잡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은 땅에 있다. 땅에 몇십 년 동안 뿌리 내려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고목이 ‘기준’이 되고 자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폐쇄적인 정원을 만들고자 했던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타원형의 정원이 생기게 된 것이다. 자연스레 복도는 구부러졌으며, 그 중간에 베인 듯한 아래 창과 전시실 창문은 빛을 들이고 소나무를 내부로 끌어들이기 위해 뚫린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아무 이유 없이 단지 예뻐 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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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이야기했듯, 우리네 선조들은 자연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삼아, 자연은 그들이 건들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었다. 그래서 기존에 있는 자연이 기준이 되어 집의 배치를 결정했고 창을 뚫는 위치까지 결정하여 자연의 경치를 빌리는 ‘차경’을 통해 집 안으로 수백 수천 개의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박태준 기념관'에서 보여준 땅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에서 선조들의 감각과 덕목이 닮아있으니, 그래서 이곳을 거닐 때 작위적이지 않으며 정원이 건물로 감싸 막혀있음에도 어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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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것이 기준이 되어 건물이 이에 순응하며 이리저리 흐트러졌듯, 이곳 또한 자연과 하나 되기 위해 일렁였다. 이곳은 ‘박태준 기념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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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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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장안읍 임랑해안길 1 박태준 기념관
매일 9:00 - 18:00 (월요일 휴무) 

조병수 건축가

F1963

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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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이는 시간 함께 새롭게 새겨지는 장소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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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켜가 쌓일수록 그 흔적은 고스란히 건물에 새겨진다.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수북하게 쌓인 먼지는 비와 함께 눈물 자국을 만든다. 치고 올라오는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위협하듯, 낡고 허물어진 건물은 새롭게 지어지는 화려한 건물의 기에 눌려 초라해진다. 한때 주목 받고, 한때 전성기를 맞았던 건물도 예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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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물이 다시 그때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F1963’을 보면, 가능성이 없어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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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수영구 망미동에 자리한 수영공장은 고려제강의 모태가 되는 첫 공장이다. 45년간 와이어를 생산하면서 광안대교, 이순신대교 등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게 한 장본인이었기에, 그들은 짧고 긴 시간 동안 종잡을 수 없는 속도로 발전했다. 커진 몸집과 야속한 세월은 공장이 더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만들었고, 말 그대로 버려지고 방치되어 동네의 흉물로 전락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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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시선에선 흉물이지만, 한국전쟁 이후, 급속도로 증가한 부산의 인구수에 맞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내어준 고마운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이곳은 부산 시민들에게 상당히 의미 있는 공간이었을 터, 처음으로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아,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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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건물 형태와 골조는 최대한 유지한 채, 필요한 부분만 추가했다. 낡고 허물어진 건물의 외관은 일부분 손을 보고 정문은 부산에 걸맞은 색으로 칠해진 익스펜디드 메탈(expanded metal)을 달아, 치고 올라오는 신축 건물 못지 않는 깔끔하고 세련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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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크레인이 있던 자리는 지혜의 북 타워가 세워져 공간 속 공간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공장의 천장 일부분은 뜯어내고 중정을 만들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었으며, 그 과정에서 나온 자재들은 벤치와 표지판으로 재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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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를 가동하기 위해 넓어야만 했던 공간이 도리어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도서관, 전시장, 카페, 음식점, 공연장까지, 옛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대에 발맞춰 변화한 수영공장은 ‘F1963’으로 또다시 부산시민들에게 추억을 남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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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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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구락로 123번길 20
매일 09:00 - 21:00

Mass Studies

스페이스K 서울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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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속 돌연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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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도시 형태는 '그리드'다. 그리드는 격자형식의 무늬이며 격자는 수직과 수평의 선이 직교하여 생긴 형태다. 수직 가로와 수평 가로가 만나 교차로를 형성하고 남은 사각형의 면은 건물이 들어설 자리를 마련한다. 그리드를 구성하는 사각형이 하나의 모듈이 되어 확장되기 때문에, 쉽게 공간의 스케일을 인지할 수 있고 낭비되는 공간이 없어 효율적이다. 게다가 장식적인 요소도 없어 단순하다. 그래서 합리성과 효율성을 가진 그리드를 규모가 큰 공간에 적용하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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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 체계로 도시를 구성하는 방법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집트, 중국, 멕시코, 우리나라 경주도 격자무늬로 도시를 형성했다. 그때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건물의 높이도 낮았고 도로의 폭도 좁아 흔히 말하는 '휴먼스케일'로 공간이 구성되었다. 여기에 모든 곳을 건물로 꽉꽉 채우지도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도시와 그 당시 도시의 그리드는 형태가 같을지언정 경험은 완전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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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도로의 폭이 넓어져 차도가 도시를 분할하고 좁은 도로는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아 인도를 침범해 사람들을 위협한다. 여기에 건물은 이미 휴먼스케일이 사라지고 하늘을 찌르며 우리를 집어삼키니, 숨통을 조이는 지금의 도시는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다. 하물며 빈자리엔 무조건 건물로 채우기까지 해, 답답함은 물론 수직과 수평으로 도미노 세우듯 세운 건물이, 강박감에 사로잡힌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기까지 한다. 도시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계획되어 완성된 도시를 바꾸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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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K'를 보면 일말의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여기는 마곡역 2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마곡역 주변은 전형적인 그리드 형식으로 자연적인 배치라곤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차갑고 답답하며 특정 시간대엔 빛도 들지 않아 우울하기까지 한 도시에서, '스페이스 K'는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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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가로가 만나는 교차점에 있으면서 뒤로 최대한 물러나 있고 형태를 원형으로 깎아 보행자에게 쾌적한 보행로를 제공한다. 자연스럽게 램프를 타고 올라가는 동선과 시선을 사로잡는 포물선의 계단 입구는 삭막한 도시 안에 부드러운 인상을 자아낸다. 옥상에 마련된 쉼터와 텃밭, 예술품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끌어모으며, 날이 좋을 때, 사람들로 북적일 이곳을 상상하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여기에 주변보다 낮은 건물의 높이가 오히려 포인트가 되어 더 눈에 띄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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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은 자연스럽게 옥상으로 올라와 계단 광장에서 휴식하고, 외부에 마련된 램프를 따라 올라온 사람들도 편하게 계단에 앉아 쉬어간다. 그리고 내부로 들어가는 램프를 타고 미술관을 돌아다닌다. 내부 공간의 수와 크기가 부족할지언정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순환하므로, 몸에 피가 흐르듯, 건물에 사람이 흐른다. 그래서 이곳은 살아있는 공간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생명력을 지닌 건물이 그리드 속 게릴라처럼 등장하여 부비트랩을 설치해 답답한 도시를 뒤흔드니, 속이 뻥 뚫린다.(다만, 코로나로 인해 현재 옥상 문이 잠겨있어, 이 생명체는 잠시 겨울잠을 자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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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며 쉽게 공간을 배분하고 배치할 수 있어 관리에도 용이했다. 그래서 큰 규모를 다루는 도시에서 이것의 사용은 당연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자동차가 도시를 점령하고 빽빽한 건물이 우리를 위협하면서, 그리드에 변화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이스 K'는 질서 속 돌연변이처럼 나타나 우리의 숨통을 틔게 했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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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자형 도시로 대표되는 뉴욕의 맨해튼은 가장 답답한 도시가 되는게 맞다. 하지만 넓은 차도가 동네를 구분하지도 않고 곳곳에 작은 공원과 엄청난 크기의 센트럴파크가 도시에 공기를 불어넣어 주니, 공원이라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때문에 '스페이스 k'와 같이 건물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편하게 휴식하고 모이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열린 공간이 더 많이 생겨난다면, 효율성과 합리성을 가져가는 동시에 살기 좋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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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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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마곡중앙8로 32 스페이스K 서울
현재는 전시 준비 중

ONE O ONE ARCHITECTS

국립중앙박물관

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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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과 하나 되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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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과 대비되는 전시장 복도를 걸어가면 미디어 작품이 어두컴컴한 복도를 비춘다. 물인지, 아니면 안개인지 구분되지 않는 흑과 백의 대비로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몽환적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다. 흙과 편백, 계피를 섞어 발라 안정된 향을 풍기는 붉은 벽은 기울어져 있다. 그 벽을 타고, 미세하게 높아지는 바닥을 타고, 무수히 많은 별을 연상시키는 2만여 개의 봉이 달린 천장을 타고. 그것들을 타고 수렴하는 시선의 끝에는 우리의 국보 반가사유상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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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좌를 풀 것인지, 아니면 가부좌를 틀어 명상에 잠길 것인지 알 수 없는 움직임. 수행과 번민이 맞닿거나 엇갈리다 그 끝에 도달하여 비로소 깨달음을 얻어 얻게 된 잔잔한 미소가 얼굴에 새겨질 때. 그렇게 생긴 몸짓과 표정은 그야말로 하나의 단편 영화다. 멈추어진 동작에 우리는 그것을 멈춰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명상에 잠길 것 같은 동작에 숨소리조차 내쉬면 안 될 듯 눈치를 보기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깨달음을 생생하게 들려줄 것처럼 선한 미소가 우리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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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벽과 미세하게 높아지는 바닥과 작품으로 수렴하는 천장과 두 상을 받치는 원형 전시대가 만들어낸 비정형 공간은 현대에 들어와 모든 것을 수치화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덧없음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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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에 벗어난 사람들은 시선에 걸리는 선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어느 방향에서도 반가사유상을 감상할 수 있다. 위치에 따라 변하는 두 상의 모습과 원근감을 가지며 작아지는 다른 상과의 관계를 보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 두 상이 뿜어내는 아우라에 심취하기도 하며, 가까이 다가가 표정, 몸짓, 금방이라도 휘날릴 것 같은 옷깃을 바라보며 그 디테일에 놀라기도 한다. 전시대로 수렴하는 모든 것이 그곳에 시선을 머무르게 하지만, 수평, 수직하지 않는 모든 것이 사람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한다. 두 상이 가진 움직임을 공간이 관람객에게 그대로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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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리저리 사유하며 돌아다니다 저마다의 생각 끝에 도달한 깨달음을 가지고, 관람객은 이곳의 경험을 마치며 다시 현실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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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넓은 공간에 오롯이 두 작품만을 전시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용기와 도전이 대단하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도 한 전시장에 오롯이 모나리자 한 작품만 전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실 전체를 우리의 국보 반가사유상을 위한 공간으로 할애했고, 더 나아가 뻔한 전시장이 아닌, 입구부터 출구까지 탄탄한 구성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갔다. 작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설명글은 최대한 배제하여 고리타분한 전시장이 아닌 '사유의 방' 그 자체로서 작품과 하나 되는 방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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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했다. 직접 경험하고 직접 느껴보아야 이곳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모든 공간이 백번 글로 읽는 것보다 한번 보고 경험하는 게 백배 낮다. 특히나 이곳은 글로써 표현되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백번 읽어본들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없으니, 여러분도 얼른 가서 이곳을 경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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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은 사진보다 어둡습니다.
* 사유의 방을 온전히 혼자서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박물관 개장과 동시에, 상설전시관 2층 사유의 방으로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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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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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매일 10:00 - 18:00 (수요일과 토요일은 21시까지)

ONE O ONE ARCHITECTS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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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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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한 바닥에 단이 생기면 수직 면이 생겨 그림자가 지고 공간을 두 개로 분할한다. 단의 높이가 낮으면 쉽게 오르내릴 수 있기에, 빗물이 높은 바닥층에 고이지 않도록 하는 기능적인 역할이 더 크지만, 단의 높이가 높아지면 위계가 생겨 심리적인 요인이 추가된다. 위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에, 높은 단에 있는 사람은 높은 지위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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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두 층의 간극이 더 커진다. 하지만 그사이 중간 높이의 단이 놓이게 되면, 낮은 단과 높은 단 사이에 간극을 줄여주고 심리적인 우월성도 완충시킬 수 있다. 이를 '설화수 북촌'이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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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수 북촌을 보면 낮고 높은 많은 단이 있다. 한옥의 나무 기둥을 받치는 기단부터 양옥을 받치는 엄청나게 높은 단, 그리고 그사이 중정을 만들어내는 낮은 단과 내부의 공간을 분할하는 단까지, 다양한 높이와 역할을 하는 단이 모여 이곳을 구성한다. 밖에서 보면, 한옥보다 양옥이 높게 있고 그 거리가 가까워 자연스럽게 위계가 생긴다. 학교 운동장 단상 위에 올라간 사람의 지위가 높 듯, 이곳 또한 높은 단 위에 앉혀진 양옥의 지위가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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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지어진 양옥과 30년대 지어진 한옥이 만나 만들어낸 서로 다른 시대와 양식의 공존은 그야말로 흥미롭다. 하지만, 단차가 많이 나는 두 공간을 함께 경험해야 하는 사용자로서는 좋은 상태는 아니다. 위계가 있고, 높은 단위에 있는 공간을 많은 계단을 타고 오르내리는 수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옥과 양옥 사이에 새로 중축된 백색 건물이 두 공간을 완충시켜주고 서로 이어주기까지 하니, 내부의 경험을 더 탄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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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건물의 중정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지하를 쾌적하게 하고 사람들의 동선과 시선을 유도한다. 중정을 만들면서 튀어나온 건물의 덩어리가 양옥 1층의 테라스를 만들어 시각적으로도 한옥과 연장선에 있음을 알린다. 그리고 한 단, 한 단씩 놓인 내부 공간 구성은 사람들을 매끄럽게 양옥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기에, 이곳에서 단의 역할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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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에 마련된 많은 계단을 올라 양옥에 도달하는 동선보다 한옥을 거치고 중정을 거쳐 위로 올라가는 동선이 더 자연스럽고, 그렇게해서 보게 되는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는 여정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한 단씩 오르며 변화하는 주변의 모습과 분위기, 어느 순간 다른 공간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수평과 수직만 있는 공간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은 '단면'이 굉장히 흥미로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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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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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47
매일 10:00 - 20:00

The System Lab

가로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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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속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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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은 꽤 흥미로운 공간이다. 좁은 길 때문인지 주변을 둘러싼 낮은 건물이 더 높게 보이지만 불쾌하지 않고 사이사이 나타나는 다른 길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많은 갈림길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걷다가 운이 좋으면 평소에 몰랐던 맛집이나 힙한 카페를 발견할 수도 있어, 대로변을 걷는 것보다 골목길을 걸어 다니는 게 더 즐겁다. 게다가 이런 길들은 구불구불 굽이져, 어디에 뭐가 있는지 한눈에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여러 번 방향을 틀어 발견한 예상치 못한 장소는 즐거움을 배로 증가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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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공간은 골목길이 주는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가로 골목'이라 불리는 이곳은 동네의 골목길을 건물 안으로 가져왔다. 수평의 길을 수직으로 확장해 램프를 타고 자연스레 다른 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여기에 열려있는 1층이 건물 뒷길로 건너갈 수 있게 해주어서 지름길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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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로 각 층을 이동하는 방식은 마치 완만한 경사를 가진 골목길을 오르는 듯 하다. 덕분에 똑같은 크기를 가진 상점이 나열되어 있지만, 동선이 흐를수록 층의 높이가 달라져 가로수길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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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의 드라마처럼, 이웃들이 평상에 앉아 옹기종기 담소를 나누며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듯, 이곳 또한 날이 좋은 어느 날, 옹기종기 모여 추억을 쌓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1층에 마련된 카페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수직으로 확장되는 골목이 이들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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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무슨 영문인지, 상가가 전부 비었다. 잘 지어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저물어져 가는 가로수길의 상권을 대변해주고 싶은 걸까. 다시 상점들이 들어서 일대를 밝게 비춰줬으면 한다. 좋은 공간이 주변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나는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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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13길 36 가로골목

ONE O ONE ARCHITECTS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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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속 특별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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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옥 위에 한옥이 앉혀진 모습은 당연 건축을 전공하는 나에겐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거기다 비스듬하게 놓여 있는 거며, 다른 동의 건물도 반듯하지 않고 비틀어져 배치된 모습이 어딘가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서, 동시에 자연스러움이 묻어나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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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타고 올라가 마주한 광경은 안과 밖의 대비가 뚜렷했다. 어두운 벽돌과 그렇지 않은 밝은 내관의 마감재, 도로에 완전히 밀착되어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는 외관과 중간을 비워내어 다양한 활동이 일어날 수 있는 여지를 준 내부 중정, 정돈되지 않은 외관과 달리 직사각형으로 반듯하게 잘리고 정리된 배치가 더욱이 이곳의 구석구석을 탐험해보고 싶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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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내부를 경험하기도 전에 이곳은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아님을 직감했다. 공공이 운영한다고 하기엔 좁았고, 만약 그렇다 한들 절대 이런 퀄리티의 건물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기업이 운영하는 공간이었고, 현대카드를 소지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것도 달에 몇 번, 이렇게 횟수가 제한되어있었다. 그래도 입장료는 없으니 여러 번 들러 공간을 경험하기엔 충분하였고, 카드도 있었으니 맘껏 공간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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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첫 경험은 꽤 담백했다고 할 수 있다. ‘담백하다’는 음식에 주로 쓰이는 단어다. 공간에 쓰는 단어로 설명하자면 평면이 깔끔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담백하다는 말이 더 어울렸다. 어딘가 어수선한 것 하나 없었고 그렇다고 너무나 정갈해서 불편한 것도 아니었다. 적당히 덜어내고 적당히 채워, 욕심 없이 구성된 내부가 단어 그대로 ‘담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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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 너머로 보이는 한옥과 그것을 바라보게 배치된 의자, 집에 사용될 정도로 좁은 폭을 가진 계단과 다락방을 연상시키는 3층은 오랫동안 예술에 몸을 담근 디자이너의 집 같았다. 그곳에는 그가 그동안 수집했을 것 같은 디자인 계열의 책들이,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책부터 구한다 한들 리셀 가격이 붙어 구매할 엄두도 못 내는 책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나는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의 작품집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책을 읽었고, 이곳을 방문한 다른 이들은 무슨 책을 보는지 궁금해 한참을 돌아다녔다. 그들은 저마다 관심 있는 책에 빠져 집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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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왜 현대카드에서 입장료도 받지 않고 고객들에게 무료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그리고 왜 하필 도서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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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우리를 덮치고 있기에, 우리는 그 정보를 선별해내는데 바빠, 정작 여유를 가지며 생각하는 시간을 사치처럼 여기게 되었다. 정말 중요한 건 후자인데 말이다. 그런 현대인들에게 나타난 이 공간은 디지털 정보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너무나 필요한 공간이었다. 책을 찾아보고 꺼내어 읽는 아날로그 경험이 여유롭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쉽게 구할 수 없는 책과 대출이 불가능한 시스템이 더욱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래서 이곳의 경험은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함'이 되었고 그것이 도서관의 형태로 나타나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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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현대카드 소지자들은 무료로 이곳을 경험할 수 있으니 기존의 고객도 잡을 수 있고, 이곳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은 카드를 발급 하게되니 기업에서 손해 볼 장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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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많은 기업과 브랜드가 공간에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이곳이 생기기 시작한 2012년에는 SNS로 인증샷을 찍으며 도장깨기 했던 이들이 거의 없었으니, 그들의 전략은 대단하고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그 가치를 좋게 본 결과 이곳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말고도 다른 동네에 다른 테마를 가진 라이브러리가 생겨났다. 고객들 입장에선 당연히 좋은 서비스고 공간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정말 좋은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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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다양한 라이브러리 중, 강남의 현대카드 트레블 라이브러리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라이브러리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더 다양한 현대카드 도서관이 곳곳에 생겨난다면, 잊고 있었던 여유로움과 생각의 시간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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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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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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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31-18
매일 12:00 - 21:00 (월요일 휴무)

SoA

그라운드시소 서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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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있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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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라는 단어가 있다. 터에 새겨진 흔적이라 해석할 수 있다. 집을 지을 자리나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밑바탕의 뜻을 가진 '터'에 흔적을 남기는 '무늬'가 변형된 '무니'가 결합한 단어다. 그래서 그런 밑바탕이 없는, 근본 없는 말을 두고 우리는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건축에서도 '터무니없다'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 잡초처럼 건물을 뽑아 다른 곳에 옮겨 심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건물은 애초에 땅과의 관계가 약하기에 가능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건축물은 터무니없는 건축이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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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시작은 대지 분석부터다. 땅 위에 지어지는 것이 건물이니, 그 땅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은 정말 중요하다. 빛, 향, 바람, 소음과 같은 물리적 분석부터 대지가 가지고 있는 맥락, 분위기, 역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건물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그것이 형태로, 내부 공간으로 표현되어 좋은 경험을 주는 공간이 탄생하게 된다. 때문에 이런 건축물은 잡초와 달리,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면 어색하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금방 시들어버린다. 땅과의 관계가 자석처럼 강력해서, 그곳이 아니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서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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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건물도 그렇다. 이곳이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터무니 있는 공간은 바로 '그라운드 시소 서촌'이다. 건물의 형태는 주변의 건물과 비슷하며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그 비슷한 맥락 속에 마련된 특별한 중정을 본 순간, 이곳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마치 우물처럼 중간이 뻥 뚫린 중정은 빽빽하게 건물이 들어선 도심 속에 쉼터를 만들어준다. 내부에는 나무도 심겨 있고 물도 흘러, 1층에서부터 4층까지 오르내리며 그곳의 자연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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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앉혀진 곳 바로 옆은 백송터가 자리한다. 1991년 나무가 죽기 전까지 우리나라 백송 중 가장 크고 아름다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몸통만 남아 있어, 그것만으로 지난 200여 년의 시간을 회상할 뿐이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 나타나는 백송 나무가 마을 주민들의 쉼터가 되었듯, 이곳에 새롭게 들어선 그라운드 시소 서촌이 그 역할을 대신하려 한다. 그래서 이 건물은 다른 곳에 그대로 옮겨 심어지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시들어 버릴 것이다. 백송터를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고 수직적으로 열린 공간을 확장하려 했던 아이디어가 쓸모없어지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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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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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6길 18-8
매일 10:00-19:00(매달 1번째 월요일 휴무)

SoA

mrnw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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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다시 친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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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자연과 친해질 기회가 많았다. 비가 오면 처마 아래에 앉아 흙내음을 맡으며 빗소리를 감상하고 뒷산에 올라가 도토리를 캐며 나뭇잎이 부서지는 소리와 질감을 느꼈다. 냇가에서는 미끄러운 바닥 위를 조심스럽게 오가며 다슬기를 잡는 사냥꾼의 기질도 뽐냈다. 자연을 통해 우리는 의식주를 해결했으며, 그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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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보다 도시 생활이 일반화되면서 나무보다 높은 건물이 우리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풀과 나무는 없어지고 시원하게 흐르던 강물은 땅에 묻혀 자취를 감췄다. 우리는 자연스레 자연과 멀어졌으며, 시간을 내야만 푸른 들판과 산의 유려한 곡선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자연을 통해 의식주를 해결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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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정원 가꾸기와 도시 농업. 그리고 오늘 소개할 미래 농원이라 불리는 ‘mrnw’가 우리 앞에 등장한 건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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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가꿔온 농원을 새로운 장소로 바꾸기 위해 정원 식재와 수목을 솎아내고 이식하여 재배치한 결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세 개의 정원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 정원은 우리에게 다시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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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부터 보이는 인디 핑크색으로 무장한 건물이 산을 배경으로 평지 위에 앉혀 있다. 우둑하니 서 있어 암석 같기도 한 건물의 안은 비어있다. 서양에서의 비움은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를 일컫지만, 동양에서의 비움은 무수히 많은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유’의 공간으로 보았다. 그렇기에 비움이 많은 이곳은 다양한 식물을 담고 다양한 행사를 담아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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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가든이라 불리는 첫 번째 공간은 담장을 일부러 높여, 자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목의 개수와 품종을 동일하게 배치했지만,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의 각도와 양으로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공간임에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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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건물에 시원하게 뚫린 중정이자 정원은 그 자체가 매력이 아니다. 이곳의 매력은 중정 덕분에 생긴 ‘반 외부 공간’이다. 중정을 향해 마련된 외부이자 내부인 야외 테라스는 전망대이자 복도 역할을 하면서도 커피를 마시며 휴식할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한다. 그래서 내부 공간보다 중정을 향해 마련된 반 외부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쉼을 즐기고 정원을 바라보며 자연의 푸름을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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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나무 정원은 여러 번 교차하는 선들이 만들어낸 동선으로 소나무 사이사이를 누빌 수 있게 한다. 담장은 거울로 마감하여 시각적으로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여 소나무와 확장된 공간이 만나 이곳을 몽환적인 이상 세계로 탈바꿈시켜준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마주하는 시골 창고는 언제 어디서나 자연을 마주할 수 있었던 우리네 원시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현재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현 좌표를 찍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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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원 곳곳에는 오리가 돌아다니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잊고 있던 풀 냄새와 흙내음, 꽃 주위를 서성거리는 벌들의 향연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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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소에서 다양한 자연의 경이로움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반박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이 아닐까 싶다가도, 다시 생각해보면 그만큼 우리 주위엔 인공적인 것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는 말이겠다. 그래서 더욱 이곳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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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자연과 다시 친해지는 방법을 보여주는 ‘mrnw’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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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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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서변동 495-9
매일 10:00 - 119:00 (월요일 휴무)

승효상 건축가

무학로교회

종교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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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다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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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예로부터 그들의 믿음을 건축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공간을 채우며 당대 최고의 건축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덕분에 교회가 당시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경험을 주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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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겉모습만 따라 하고 정작 내부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은 따라 하지 않은 채 일반 건물과 다르지 않는 교회들이 늘어났습니다. 붉게 빛나는 LED 십자가, 장식으로 덧붙여진 벽돌 외관, 일반적인 건물과 차이 없는 내부. 이런 교회들이 많아지면서 우리나라의 진정한 교회는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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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에 답을 해준 공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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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교회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교회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창고라고 하기엔 세련됐고 건물이라고 하기엔 창문이 없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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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지 않은 담과 야외에 마련된 예배당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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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소박하고 어떠한 장식도 없지만 건축적 경험은 그렇지 않습니다. 입구에 있는 수공간, 천장 없는 복도가 속세에 벗어나게 해주고 자신을 낮추게 하며 필요 없는 감정을 없애줍니다. 여기에 두터운 철문이 한 번 더 불필요한 감정을 없애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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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소박합니다. 빛은 오로지 천장에서만 쏟아지고 이 빛이 십자가를 비춰 두꺼운 그림자를 만들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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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으로 가는 계단은 기존 계단보다 단의 높이가 높습니다. 때문에 난간을 잡지 않으면 위험할 정도로 가팔라 잡생각을 떨쳐주며 그들의 믿음에 한층 더 집중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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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담으로 감싸진 옥상에 십자가를 연상케하는 세로로 깊게 파인 벽과 벽돌로 된 의자가 자신을 낮추며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에 마침표를 찍듯 이곳에 앉아 벽과 하늘을 바라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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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일부만을 남겨둔 것은 건물 앞의 작은 광장과 야외 예배당으로 외부 사람들도 쉽게 이곳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종교가 없는 사람도 이곳에서 사색에 잠길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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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예산이 절실했던 교회에게 불필요한 장식은 없애고 가장 중요한 부분에만 집중하게 해줬습니다. 우리나라 교회가 이제는 어떤 모습으로 건물을 바라봐야 할지를 보여준 이번 공간은 “하양무학로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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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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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하양읍 무학로 9-4

승효상 건축가

천주교 명례 성지

종교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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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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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낮춰 겸손하게 행동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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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은 남을 높여주는 동시에 자신도 빛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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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1938년에 지어져 지금까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옥 건축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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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축물은 천주교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천주교회의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는 중요한 건축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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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건물의 크기가 작아 새 성당을 설계해야 했고 이 성당이 오늘 소개해 드릴 “명례성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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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설계된 성당은 언덕 위에서 자신을 충분히 뽐낼 수 있었지만 이 건축물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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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동안 이곳을 굳건히 지킨 건물에게 존경을 표하듯 새로운 콘크리트 건축물은 멀찌감치 떨어져 건물의 지붕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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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새로운 성당이 이곳을 압도하지도 기존 성당이 낡아 보여 초라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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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첫인상은 전망대 같습니다. 계단 광장에, 장식으로 보이는 난간 없는 계단, 그 앞으로 펼쳐진 잔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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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맞은편에 제단이 있어 이곳이 야외 미사장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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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입구는 숨겨져 있으며 아래로 내려가 내부로 들어가는 방식은 순례를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자신을 성찰하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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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동안 보이는 다른 높이의 벽들이 지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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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충분히 드러내고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었지만 이 건축물은 그 방식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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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사람과 비슷해 겉모습보단 공간이 중요하며, 주변 건물과 어우러져야 합니다. 여기에 한 장소를 대표하는 건물을 존중하고 배려한 건축물은 칭찬받아야 마땅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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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겸손한 건축물이 주변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명례성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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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곳은 건축물을 보러 가는 곳이 아닌, 자기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 가는 곳입니다. 공간을 소개하기 위해서 사진촬영과 공간을 소개한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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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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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안길 44-1

승효상 건축가

디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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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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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월 ‘문(文)’에 피어날 ‘발(發)’을 쓰는 ‘문발동(文發洞)’은 단어 그대로 문자가 피어나는 동네다. 이름에 걸맞게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출판 단지를 만들었고, 그렇게 탄생한 ‘파주 출판 단지’는 우리에게 ‘문발동’보다 익숙한 이름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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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출판 시스템이 한곳에 모인 덕에 낭비되는 자원 없이 책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출판 업계는 나날이 발전할 수 있었다. 여기에 지역 특색도 명확해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글이 피어나고 문명이 발전한 여느 도시처럼 파주 출판 단지는 급속도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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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랐던 걸까. 자연과 공존하는 동네라 홍보하지만 하천이 전부고, 맥락 없이 자기 자신만 뽐내기에 급급한 건물은 한국 전쟁 이후 무작위로 건물을 올렸던 우리네 과거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이곳은 우리 눈을 즐겁다 못해 피곤하게 만든다. 여기에 근본 없는 장식으로 뜬금없이 자리한 롯데 아울렛이 ‘파주 출판 단지’를 더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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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난잡하고 모호하며 맥락 없는 건물들 사이로 자신을 보호하려 노력하는 건물이 눈에 띈다. 바로 ‘디플렛 파주’가 1층에 자리한 ‘디자인 비따’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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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서 건물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육중하게 높은 벽이 건물을 가린다. 중간에 뚫린 길고 가는 구멍이 전부인 이 벽은 오롯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세워진 방어막이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짓는 건물을 들추지 않고 도리어 감추는 모습이 흔한 행동은 아니다. 그렇지만 맞은 편에 자리한 롯데아울렛이 경관을 해치고 이곳의 맥락과도 어울리지 않는 장식으로 우리 눈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보편적이지 않은 건물의 행동이 납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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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세웠다고 한다면, 주변과 단절을 꾀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벽에 뚫린 구멍과 이면도로 쪽은 열려 있어 건물은 도시와 적당하게 ‘거리두기’를 실천한다. 코로나19로 경험한 적당한 거리두기는 생명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삶을 피폐하게 만들지 않듯이, 건물도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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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과 벽 사이는 공간이 마련되어 답답하지 않고 주변과도 열려있다. 여기에 작은 정원이 도심 속 사색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아쉽게도 카페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경험할 수 없다. 하지만 외관에서 보이는 돌출 창과 최소한으로 뚫린 창을 통해 다른 층의 공간도 도시와 적당한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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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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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회동길 446 1층
매일 11:00 - 18:00

Mass Studies

원불교 원남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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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을 찾는 이들에게” - 원불교 원남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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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요즘이다. 격변하는 사회에서 희망적인 뉴스는 들리지 않고, 날씨는 점점 추워져 마음의 외로움은 깊어져 간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켜지만 시간 낭비인 거 같고, SNS에 들어가 세상살이를 들춰보면, 돌아오는 건 남과 비교하며 상처받는 나 자신뿐이다. 그나마 취미였던 공간 탐험도 언제부터인가 일처럼 느껴져 부담으로 다가왔고, 어딜가든 휴대폰을 손에 꼭 쥐며 공간이 바뀔 때마다 사진찍기에 급급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일상에서 여유가 없음을 절실히 느꼈다. 뒤숭숭함을 해결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건 ‘쉼’ 그 자체였다.

나에게 쉼이라는 건 정신적인 휴식과 육체적인 휴식 두 가지로 나뉜다. 정신적 휴식은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사색에 잠기는 순간이고, 육체적 휴식은 누워서 가만히 있는 순간이다. 후자는 잠을 통해 몸이 회복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 되지만, 전자는 그렇지 않다. 기분이 다운된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하여 대화하는 과정만이 원인을 해결하고 정신을 맑게 할 수 있다.

일상에서 육체적 휴식보다 정식적 휴식 공간을 찾는 게 더 어렵기 때문에 내가 주기적으로 종교 공간을 찾는 이유이며, 오늘 소개할 공간 역시 종교 건축물로 쉼을 찾는 이들에게 적합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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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원남교당’은 1969년에 지어져 2022년 새롭게 탄생한 공간이다. 원남교당은 서쪽으로 창경궁과 종묘가, 북쪽으로는 근현대 최초 의료시설인 서울 대학병원, 동쪽으로는 마로니에 공원과 대학로가 자리하고 남쪽으로는 청계천과 광장시장이 위치하여 지리적으로 중요한 장소성을 가진다.

원불교는 일상생활에 녹아들어 신앙과 수행을 가능하도록 장려하는 종교이기에, 새롭게 들어설 종교 공간은 장소성과 함께 도시적인 관점으로 주변과 조화를 이루어야 했다. 건물의 형태를 사각형, 원형, 삼각형 등, 그 어떠한 도형으로 규정짓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4개의 골목길을 7개로 확장하고 건물과 주변을 연결하려는 시도를 통해 원남교당은 휘어지고 조각나고 분리되었다. 끊김이 없는 동선은 건물 전체를 아울러 자연스레 옥상까지 이어지는 ‘여래길’을 거닐게 하고, 건물의 제일 높은 곳에 서서 창경궁, 인왕산, 북악산을 바라보게 한다.

여래길 중간중간에 마련된 입구는 ‘대각전’으로 향하게 한다. 대각전은 원남교당의 메인 공간으로 일원상이 자리한다. 일원상은 원불교 신앙이며 수행 표본으로 우주와 만물의 근본을 뜻한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일원상과 천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시시각각 변화하여 만들어내는 공간의 대비는 극적이다. 12미터 높이에 경험을 방해하는 기둥 하나 없으며, 조금씩 기울어진 콘크리트 벽은 일원상으로 수렴한다. 여기에 나무 바닥과 가구에서 풍겨오는 나무 내음이 몸을 감싸 편안하게 하니, 잡생각을 떨치고 일원상에 집중하게 하여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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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러 왔지만, 어김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여기서까지 공간을 분석하고 앉아있는 내가 안타깝지만, 사진을 찍고 내 생각도 정리하였으니, 이제는 마음 편히 카메라 없이 공간을 제대로 즐길 일만 남았다. 또다시 일상에 여유가 필요해졌을 때, 이곳을 방문한다면 분명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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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조민석 ( @mass_studies)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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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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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경궁로22길 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