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큐레이션을 클릭하신 분들은 패션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겠죠? 그래서 준비했어요. 힙한 제품을 셀렉 하여 판매하는 편집숍부터, 심플함을 추구하는 이들도 좋아할 만한 쇼핑 공간까지. 힙하게 입고 힙한 공간에서 인증샷 남기는 재미도 있답니다.
걱정하기 마세요. 패션을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방문만으로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요.
비이커 성수플래그십스토어

“제품으로서의 건축” - 비이커 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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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게시물에서 건축은 상징과 제품으로 이분화된다고 말했다. 상징으로서의 건축은 인문학적 요소에 기반을 두어 공간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제품으로서의 건축은 더욱 물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부분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상업시설 또는 주거에서도 아파트와 같이 사용자가 수시로 바뀌는 건물은 상징성을 갖기엔 무리가 있다. 상징성을 갖는 순간 건물은 고유성도 띠기에, 다양한 사용자를 건물이 받아들일 수 없으며, 오랜 시간을 버티고 서있는 건물에 상징성을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박물관, 기념관, 공공청사, 주택과 같이 목적과 대상이 분명한 건축물은 상징으로서의 건축 비중이 크지만, 그렇지 않은 우리 주변을 채우는 대부분의 건물은 제품으로서의 건축 비중이 높다. 제품의 비중이 높은 건물은 공간을 기능적으로 배치하고 형태, 구조, 재료, 디테일에 집중한다.
특히 리모델링 같은 경우 기존의 사용자가 떠난 뒤 빈 곳을 새로운 사용자가 채우는 방식이기에, 제품의 건축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만들어진 건물 프레임에서 형태, 구조, 재료, 디테일에 집중하여 그들의 아이덴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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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커가 들어선 건물은 ‘ㄷ’자 형태로 기존에는 타 브랜드의 쇼룸겸 카페였던 곳이다. 여느 상업 건물과 다를 바 없이 계속해서 바뀌는 사용자로 이곳 또한 건물에 향한 관심은 공간이 아닌 건축을 제품화하는 요소였다.
타일을 붙일 때 접착제로 사용하는 모르타르를 외벽에 발라 패턴을 만드는가 하면, 내부를 구성하는 철제 타공판이 탈의실을 만들면서 동시에 옥상까지 이어져 건물에 또 다른 형태를 추가했다. 바닥과 벽은 콘크리트에 금속을 삽입하고 갈아내어 일체화된 면을 만들어 형태, 재료, 디테일을 통해 공간을 개성 있게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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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은 젊은이들의 문화가 꽃피우는 장소고, 비이커는 옷을 통해 문화를 연결하고 융합하는 브랜드이기에 공간 안에 흩뿌려진 금속과 작게 쪼개져 패턴을 만드는 외벽, 다채롭게 진열된 상품이 성수동의 활기참과 다양성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때론 제품의 건축을 통해 브랜드의 개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곳이 자리한 지역성도 보여줄 때가 있어, 제품의 건축, 상징의 건축은 명확히 이분화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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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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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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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7-1 (성수동2가) 비이커 성수 플래그십스토어
매일 11:00 - 20:00
데우스 카페 성수

“Sub + Sub = 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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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컬처는 서브 + 컬처를 합성한 단어로 사회에서 통용되는 전체적인 문화나 주요 문화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는 ‘하위문화’ 또는 ‘부차적 문화’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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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집단이 가지고 있는 특징, 독특한 삶의 양식, 의미, 가치와 제도, 사회적 관계, 신앙, 관습과 같이 삶 속에 구체화되어있는 관념이다. 따라서 하위 문화는 전체적인 문화 속에 독자적인 관념을 색다른 형태로 보여주기에 기존의 것과 차별적이고 기존 문화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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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스는 모터사이클을 베이스로 하는 전형적인 서브 컬처 브랜드다. 현재는 서핑, 자전거 커스텀, 카페, 바버샵 문화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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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데우스 성수점은 ‘The Terminus of Ebullience - 광란의 종착역’의 컨셉으로 일그러진 개구부와 날카롭게 들어 올려진 캐노피, 자상 주차장 바로 밑에 자리한 위치로 서브 컬처가 지닌 역동성과 저항성을 그대로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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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은 공간을 음지로 만들며 이는 우리에게 공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2-3층이 주차장인 건물은 자연스레 1층까지 음지로 보이게 하지만, 이곳은 색다르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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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입면에 ‘PARKING’ 간판을 크게 걸어 상층부 프로그램을 강조하고 내부 인테리어는 어둡게 하여 음지 분위기를 더 부각하는가 하면, 프레임을 짜 맞춰 건물 전체가 하나로 읽히도록 했다. 외관을 장식하는 재료는 금속을 사용해 공간이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한다. 휴게소처럼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끌고 온 사람들이 위층에 주차하고 내려와 식사나 쇼핑하는 신선한 프로그램 구성은 건물 전체를 세련되고 힙하게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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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라 여겨졌던 공간이 다른 분야의 서브와 만나 우리에게 유의미한 자극을 주는 건, 하위문화가 가진 예측 불가능 속 역동적인 생명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패션을 넘어 공간에까지 발을 넓히는 데우스가 삼청점에 이어 성수점까지 보여준 공간 전개는 우리의 공간 시선 범위를 넓혔으며,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들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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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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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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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성동구 연무장3길 21 1층 102호
매일 11:30 - 22:00
앤더슨벨 경복궁

“이질적인 것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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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앤 매치(Mix & Match)‘는 Mix의 ‘섞다’와 Match의 ‘어울리다’가 합쳐진 패션 용어다. 이질적인 색상이나 디자인의 옷을 섞어서 어울리게 입는 방식을 말하며, 요즘엔 복식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 믹스 앤 매치는 ‘앤더슨벨’의 대표 이미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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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벨은 한국과 대조적인 스칸디나비아 문화에서 영감을 얻는 브랜드로, 서울에서 시작되었다. ‘앤더슨’은 스웨덴의 흔한 성 중 하나이며, ‘벨’은 한국 전통 사원을 상징한다. 두 가지 문화적 특성을 하나로 융합한 앤더슨벨은 한국과 대비되는 다양한 문화와 접목하여 그들만의 세계관을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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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부터 어울리지 않을법한 요소가 뭉쳐져 있어서인지, 그들이 전개하는 옷도 이질적인 소재와 색상을 믹스 앤 매치하여 그들만의 스타일로 풀어낸다. 서로 다른 요소가 만나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틀을 깨기도 하는데, 옷을 뒤집어 봉제선을 그대로 노출시키는가 하면, 기존의 신발을 해체하고 다른 방식으로 결합하여 기존에 없던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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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자신들의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앤더슨벨이 새롭게 오픈한 ‘앤더슨벨 경복궁’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여럿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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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 성수, 홍대가 아닌 안국동에 매장을 연 이곳은 주변의 고즈넉한 거리와 전통 건축에 대응하는 제스처를 보여준다. 날카롭고 화사하며 세련되고 차갑게 보이는 건물이 이질적으로 동네와 어울릴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두 개의 박공지붕이 서로 어긋나게 배치된 모습이며, 백색으로 칠해진 건물이 주변을 비춰 환하게 하니, 묘하게 동네와 어우러진다. 이는 브랜드의 이미지와도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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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대표하는 공간인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의 개성이 곧 건물의 디자인을 결정하기에, 공간이 자리한 장소와 건물이 표현해내는 현대미는 이질적이지만 아름답다. 내부는 딱딱한 벽돌벽과 그렇지 않은 탄성 있는 소재로 마감된 천장, 그 속에 LED 조명이 각기 다른 색으로 공간을 비춰, 강렬하고 디테일 많은 옷을 부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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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을 풍자하는 룩북과 룩북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앤더슨벨의 위트를 공간에서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벽면이 아닌 천장에 설치된 거울과 어긋난 조명 배치, 건물로 진입하기 전 비어있는 일부 계단이나 지붕 한쪽에만 붙은 철제 플레이트는 이질적인 것들과 생각지 못한 발상들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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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 Creative Studio Unravel ( @official_studiounravel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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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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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42 앤더슨벨 경복궁스토어
매일 12:00 - 20:00 (매주 월요일 휴무)
EMPTY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 - 성수 EMP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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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이 가치 있는 건, 비어있음으로 음식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옷장이 가치 있는 건, 비어있음으로 옷을 수납할 수 있기 때문이고, 공간이 가치 있는 건, 비어있음으로 옷장을 담고 그릇을 담아, 비로소 한 사람의 취향까지 담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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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그릇은 음식을 담을 수 있지만, 음식은 알맞은 그릇을 원한다. 밥그릇, 국그릇, 반찬 그릇 등. 어느 그릇에 어느 음식을 담는가는 주인장 마음이지만, 그래도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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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라서 다를 이유가 있을까. 공간에 담기는 다양한 요소는 알맞은 공간을 원한다. 책은 도서관다운 공간을 원하고 옷장은 옷방다운 공간을 원한다. 공간과 그것에 담긴 요소가 알맞게 어우러지면, 비로소 공간은 우리에게 좋은 경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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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EMPTY는 무신사에서 런칭한 온, 오프라인 편집숍이다. 비어있는 국내 하이엔드 패션 시장을 겨냥하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은 직관적이어서, 잘못하면 유치해지기 쉽다. 하지만 알맞은 옷을 입은 공간은 의미조차 세련되게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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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가격대와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브랜드가 한곳에 모인 만큼, 이곳의 입구는 남다르다. 좁은 문과 간결한 간판이 진입장벽 높은 하이엔드 패션 시장을 대변해주며, 아무나 들락거릴 수 있는 곳이 아님을 말해준다. 금속으로 마감된 문손잡이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은 온몸을 타고 흐르고, 공간 곳곳에 보이는 조명, 난간, 바닥재, 심지어 구조까지 금속으로 만들어져,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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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공간은 비어있어 채울 수 있고, 채워져 있어 덜어낼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에 공간도 이에 알맞게 대응하도록 했다. 이동할 수 있는 가구와 시시때때로 변하는 디스플레이는 전시되는 옷에 알맞은 공간으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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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와 공간 구성을 넘어, 눈에 띄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유리로 감싸진 외관 덕분에 더욱 살아나는 내부 경험이다. 자본의 논리에 의해 높고 화려한 건물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의 성수동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어,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재료인 금속과 덕분에 높이 지을 수 있게 된 고층 건물이 겹쳐 보이는 모습은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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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부터 가변성있는 공간, 거기에 풍경까지. 비어있음으로 모든 공간이 옷을 담을 수 있지만, 매년 바뀌는 패션계 트랜드를 담을 수 있는 곳은 이곳이 가장 적합한 듯하다. 그래서 EMPTY는 보기에도 먹기에도 좋은 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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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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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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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97
매일 11:00 - 20:00
팬암 성수플래그쉽스토어

“관종” - 팬암 성수 플래그십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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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지나치게 높은 병적인 상태를 말하며, 같은 단어로 ‘관심병’이라 지칭하고 있으니, 이 단어는 꽤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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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증상을 가진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은 SNS다. SNS는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 쉬운 플랫폼으로,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이들이 애용한다. 관심받기 위해 새로운 컨셉으로 만들어진 콘텐츠 일부는 정도가 지나쳐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시도가 밈을 만들어내고 트랜드를 선도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관종이라는 단어는 요즘 들어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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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간이 관종 끼를 보여주는 건 더욱이 쓸데없는 짓이 아니다. 어떻게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세상에 없는 공간을 창조하는 시도가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제로 작용하기 떄문이다. 물론 SNS와 동일하게 ‘저게 뭐야?’라며 내가 낮부끄러워지는 공간도 있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한 공간은 금세 인스타 핫플로 등극하여, 많은 이들의 피드를 장식한다. 공간의 경험보다 오롯이 인증샷만 위해 만들어진 공간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공간이 많아지고 그걸 찍어서 올리는 사람들 덕에 우리네 주변 공간 수준이 높아진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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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서 관종끼를 보여주는 곳은 상당 부분 상업 시설이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매장 안으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고 제품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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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성수동에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팬암(PAN AM)’은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한국 근대 건축을 보여주는 주택 건물 1층에 파란 원통관이 삽입되어있다. 창하나 없는 1층엔 입구와 파란색 킥보드, 파란 벤치만 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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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뭐야?’라며 부정적인 반응보다 긍정적인 호기심으로 그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은 궁금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천장보다 바닥에 힘을 준 이곳은 1층임에도 동굴을 탐험하는 듯하다. 팬암이 세계최초로 해외여행의 문을 열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게 된 ‘팬 아메리칸 월드 항공사(Pan American World Airways)’였던 만큼, 여행을 넘어 탐험의 기분을 전달해주고 싶었나 보다. 공간 곳곳에는 팬암의 정체성을 알게 해주는 오브제가 설치되었으니, ‘팬암’의 모태가 무엇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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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암은 1991년 재정난으로 파산한 기업이지만, 패션 브랜드로 새롭게 시작하는 신생아 브랜드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였던 브랜드가 처음으로 돌아가 세계 최초로 서울에 매장을 열었기에, 그들의 출발은 누구보다 간절했을 거다. 그래서 건물의 입구를 그렇게나 관종끼 다분하게 디자인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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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브랜드 테스트 마켓이다. 관종끼 다분한 사람들 덕분에 해당 공간이 대박 날 곳인지 아닌지를 SNS에서 단번에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팬암도 다른 도시가 아닌 서울에 첫 매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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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 과연 이곳이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아 그들의 시도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지, 아니면 지나치게 과하다는 평가와 함께 우리에게 외면받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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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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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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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89 1층
매일 11:00 - 20:00
Dolce & Gabbana

“이 구역 최고가 되는 법” / 돌체 앤 가바나 청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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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로는 명품 거리다. 수인분당역에서 버버리 매장까지 활처럼 휘어진 거리에는 자신을 화려하게 뽐내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줄지어 서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의 개성을 건물로 표현하는 작업인 만큼, 브랜드의 색이 곧 건물의 디자인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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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재료와 형태, 공간 구성으로 그들만의 색을 담아낸 건축물은 휘황찬란한 자태를 뽐내며 가지런히 거리에 서 있다. 그래서 가끔 압구정로를 걸어 다녀보면, 특히 밤거리의 이 거리는 잘 진열된 주얼리 함을 열어보는 듯하다. 너도나도 할 거 없이 고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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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공간이 브랜드 명성에 미치지 못하여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곳이 있는가 하면, 브랜드와 합이 잘 맞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공간도 있다. 그런 공간은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안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가진다. 오늘 소개할 공간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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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분당역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돌체 앤 가바나 청담’은 네 개의 직사각형 박스 안에 원형 유리 실린더가 고정된 형태를 가진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검은색은 탄화목재와 화강석을 사용해 안과 밖을 장식했으며, 매 시즌 선보이는 독특한 패턴의 원단은 모자이크 타일을 바닥에 깔아 브랜드 개성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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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감추어 명품이 가진 희소성과 특별함을 강조하려는 여느 브랜드와 달리, 이곳은 제품이 진열된 중심부를 시원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독특한 내부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그들만의 영역을 보여준다. 경사를 타고 회오리처럼 올라가는 내부 공간은 층의 구분이 없다. 쇼핑의 행위가 즐거움이라면, 여기가 몇 층인지 알기 어려운 공간 경험은 즐거움의 연속이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기에 끝나는 아쉬움을 느낄 틈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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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브랜드의 명성을 해치지 않고 공간 덕에 제품이 살아나 빛나는 모습은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옷 하나로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날로 변신시켜주는 ‘돌체 앤 가바나’ 컬렉션처럼, 이곳은 평범한 거리를 세련되게 바꾸어 이 구역의 최고가 자신임을 몸소 증명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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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 장 누벨 ( @ateliersjeannouvel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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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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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414
soui.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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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지하다. 사진만 보면 지상에 있는 공간이라 착각할 정도다. 벽과 기둥을 타고 흐르는 빛은 은은하게 내부를 비춰 공간을 쾌적하고 깔끔하게 만든다. 강렬하게 쏘아대는 핀 조명 하나 없이, 모든 면을 골고루 비추는 면 조명과 한번 반사되어 벽을 타고 흐르는 간접광은 자연광이 아님에도 마치 자연광처럼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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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공간이 가지는 가장 큰 단점은 당연 빛이다. 공간이 반만 잠겨있는 반지하에서도 빛과 환기 문제가 거론되는데, 완전히 잠겨있는 지하 공간은 오죽할까. 새로 신축되는 건물의 지하를 디자인하는 방법은 간단할지도 모르겠다. 곳곳에 틈을 만들어 지하로 빛과 공기가 통하게 만들고, 여유가 된다면 그 틈을 넓혀 '선큰 가든(sunken garden)’으로 지하이지만 지하 같지 않은 열린 공간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이 좁은 땅에, 이미 빈 자리 하나 없이 건물로 빼곡히 채워진 도시에서,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은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 있다. 한 층을 임대하기도 벅찬 우리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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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견딘다는 속담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soui’가 보여준 그들의 행동은 속담처럼 잇몸이 이를 완벽하게 대처할 수는 없지만, 가장 좋은 대안을 제시해 지하 공간이 가지는 단점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이미 지어진 건물 아래, 창고로 쓰일 법한 지하 공간이 앞에서 설명한 대로 쾌적하게 변했다. 사진만 보면 아무도 이곳이 어둡고 습하며 퀴퀴한 곰팡내로 뒤덮인 지하 공간이었음을 상상도 못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쇼룸을 경험한 이들은 놀랄 것이다. 분명 사진에서는 지상 같았는데, 실제로는 지하에 있고, 공간에 들어가니 다시 지상에 있는 착각을 하게 될 테니깐. 지하라 하면 생기는 선입견과 생각나는 냄새, 분위기는 이곳에서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천장에는 어떠한 설비 시설도 노출되어 있지 않아, 공간 자체가 완성도 있게 보인다. 그래서 더욱 사람들은 그 공간에 매료되고 그곳을 쾌적하게 느낀다. 지하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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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미 완성된 지하에 구멍을 뚫어 햇빛을 안으로 끌어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싼 지하층을 포기할 수도 없었을 터. 그래서 그들은 빛이 없으면 조명으로라도 지하가 가진 단점을 극복하려 했을 것이다. 없으면 없는 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동원하여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이 바로 ‘디자인’이고 그 결과는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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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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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동구 서울숲6길 14, B1
매일 13:00 - 20:00
Juun.J dosan flagship store

“어둠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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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은 뗼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빛이 있어야 비로소 어둠이라는 존재를 인식할 수 있으며 빛의 양에 따라 생기는 그림자의 깊이를 보며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빛은 사물을 비춰주어 우리가 그것을 인지할 수 있게 해주기에 선한 것으로 인식하지만, 어둠은 그와 반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두려움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빛은 사물을 노출하며 대상을 위험에 빠뜨리지만 어둠은 나를 가려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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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두 가지 관점으로 이번 공간을 바라본다면, 이곳에서의 어둠과 그림자가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이번에 소개할 공간은 ‘준지 플래그십 스토어’다. 전부 검은색으로 칠해진 이곳은 모든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암흑체를 떠올리게 한다. 베일듯한 뾰족한 삼각형의 덩어리에 시선을 뺏기며, 내부는 또 다른 이유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다. 우주에 온 듯, 중력을 거슬러 떠 있는 나무와 미지의 행성을 떠올리게 하는 붉은 암석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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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으로 건물을 마감한 덕분에 빛은 반사되지 않고 그대로 흡수되어 어둠이 더 짙어진다. 그늘에 가려진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가 보이지 않아 편안하게 쉴 수 있으며 나무와 암석은 빛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준다. 빛이 나무를 더 강렬하게 비출수록 그림자는 더 짙어지고 공간의 깊이는 깊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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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두려움의 전형이었던 어둠을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빛을 끌어들였던 중세 건축과 달리, 자신의 안전을 위해 빛을 최대한 끌어들여 어둠을 강조하려 한다. 어쩌면 중세인들이 빛을 공간으로 끌어들인 이유도 밝게 비친 공간을 통해, 자신이 서 있는 어두운 곳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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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이용해 짙은 어둠을 강조하는 이곳은 ‘준지 플래그쉽 스토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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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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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언주로164길 23
매일 11:00 - 20:00
더현대 서울

“우리가 변해야 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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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기억난다. 백화점은 시계와 창문이 없어 사람들이 시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쇼핑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별 이야기 아닌 것 같지만, 그 당시 나한테는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 공간이 의도적으로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도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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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여행, 모임, 공간. 특히 공간에서는 우리만 피해자가 아니다. 공간도 사람을 잃었다. 주말만 되면 북적이던 영화관은 빈 상자가 되었고, 아침 일찍 운동하기 위해 찾던 수영장은 물탱크로 전락했다. 사람 수는 동일한데,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의 수는 적어지니 새로운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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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앞서 백화점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기존의 이런 백화점도 가장 큰 피해자기 때문이다. 손님이 없으니 당연히 매장은 임대료를 낼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상점은 문을 닫게 되면서 백화점 내부에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가 줄어드니, 당연히 사람들은 그곳을 찾을 리 없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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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공간은 다들 짐작하셨다시피 코로나 시대를 현명한 방식으로 풀어낸 공간, ‘더 현대 서울’이다. 폐쇄적이던 백화점을 시원하게 개방한 것이 특징인데,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는 곳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대구 신세계 백화점이 대표적인데, 1층에서 옥상까지 뚫린 공간에 창을 내어 채광이 잘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곳 ‘더 현대 서울’은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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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절반을 열린 공간으로 구성했을 정도로 이익 창출을 위한 공간이 아닌 고객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복도에 6층까지 뚫린 수직 공간을 통해 빛이 들어온다. 덕분에 앞만 보는 제한적 시각이 아닌, 대각선, 수직 방향으로 다양한 시각을 통해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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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내 매장들은 각 변에 위치 시켜 중심 공간을 확보하여 전시장을 만들었는가 하면, 게임에서 볼법한 나무가 심어진 구조물 아래에서 쇼핑하다 지친 몸을 쉴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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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식물원을 연상케 하는 6층은 전시장이나 레스토랑이 있어 넓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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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을 매장으로 꽉꽉 채우는 방식 아닌, 공공공간 또한 비중을 높인 덕분에 많은 사람이 찾게 되는 공간이 되었다. 우리의 소비패턴은 이미 온라인으로 상당 부분 전환되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매장에 들릴 이유가 없어졌으며, 코로나로 인해 기존의 폐쇄적인 공간은 부정적으로 인식하여 꺼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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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매장으로만 꽉 채운 공간을 더는 필요로 하지 않으며, 흔히 ‘인스타 감성’으로 피드에 채울 수 있는 볼거리가 요구되는 공간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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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더 현대 서울’이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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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로 폐쇄적인 공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대두되었고, 이를 해결할 건축적인 방법이 고민되어야 할 시점이 왔다. 이번 ‘더 현대 서울’이 그 방법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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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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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평일 10:30 - 20:00 식당가 10:30~22:00
금요일 10:30 - 20:30
주말 10:30 - 20:30
모노하 성수

“절제 속 리듬”
#모노하_한남 에 이어 모노하의 두 번째 보금자리가 성수에 마련되었다. 모노하 한남과 또 다른 분위기를 내뿜지만, 이곳 역시 어딘가 모노하다운 분위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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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하 성수는 건물 전체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같은 건물 1층에 두 개의 공간을 사용하여 하나는 카페, 하나는 쇼륨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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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정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면서, 다른 카페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넓은 테이블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거대한 조명과 넓은 테이블이 서로 균형 있게 공간을 구성하고 있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3개의 다른 소재가 벽에 사용되었음에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으며, 주변 가구와도 잘 어울리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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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공간인 모노하 성수 쇼룸 공간은 모노하 한남과 다르게 가구에서부터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모노하 한남의 경우, 나무로 짜인 견고한 가구들이 눈을 편안하게 해줬다면, 여기서는 손에 닿으면 베일 듯 날렵하게 마감된 철제 가구들이 공간을 긴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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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하나 더 재미있는 공간이 있는데, 뒷마당으로 나가기 전에 마련된 전이 공간이 그것이다. 천장 높이가 높은 쇼룸과 천장 높이가 무한대로 수렴하는 마당 사이에 존재하는 이 공간은 낮은 층고 덕분에 안과 밖을 오갈 때 리듬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전이 공간의 깊이가 깊지 않은 게 아쉽지만, 일반 상업 건물에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런 아쉬움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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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문한 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기에, 뒷마당은 경험하지 못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은 날이 좋을 때 방문하여 꼭 뒷마당까지 이어지는 공간의 흐름을 경험해보시길 바란다. 모노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이곳은 ‘모노하 성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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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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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이로20길 16 1층
화 - 토 11:00 - 19:00
모노하 한남

"단순함이 주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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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들어섰을 때, 동양적인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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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전체적으로 비어 있다.'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있을 건 다 있지만 이상하게 공간이 여유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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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하며 창은 수평으로 뚫려 있어 공간이 전체적으로 시원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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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정원을 제외한 다른 외부 공간을 향한 시선은 최소화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오로지 내가 서있는 공간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며 건물로 들어서는 진입로가 이를 더욱 극대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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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대로변에 맞이한 입구가 있음에도 뒷문을 이용하라고 권유하며 자연스레 이 전이 공간을 통해 내부 공간에 스며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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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서울이 아닌 듯, 쉽게 볼 수 없는 꽃과 나무들이 지금의 계절을 확인 시켜주고 수평창과 나란히 놓인 벤치에 앉아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자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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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물든 외부와는 달리 너무나도 하얀 벽과 천장, 그와 어울리는 갈색 나무로 된 가구, 바닥들 덕분에 외부 공간에서 내부로 이어질 때 아무런 이질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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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차 한잔할 수 있는 큰 테이블과 그와 반대되는 전시 공간들, 차분하면서 그렇지만 답답하지 않아서 자연스레 공간을 둘러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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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들어서면 시원한 느낌은 배가됩니다. 가구를 이용해 튀어나온 기둥을 가려 직선적인 느낌을 강조한 덕분에 파노라마처럼 도시의 경치를 공간과 함께 바라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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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구성하는 가구들 역시 필요한 요소만 갖춘 채 어느 것 하나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아 이곳을 더욱 좋게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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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쫓기며 숨 고를 시간 없는 현대 사회에서 이 공간은 잠시나마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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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지만 덥지 않고 차분하지만 답답하지 않으며 오히려 시원한 느낌을 주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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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하 한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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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36
화요일 ~ 토요일 11:00 ~ 19:00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

“우리는 직접 경험해야 하는 동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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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오감이 존재한다. 촉각,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덕분에 좋은 것을 보면 행복해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좋은 음악을 들으면 감동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더 나은 것을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멋진 공연을 보기 위해 치열하게 티켓팅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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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이 상용화되고, 각종 여행 프로그램이 방영될 당시, 전문가들은 ‘여행’이라는 행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다른 나라의 문화를 작은 사각형 모니터로 감상할 수 있으니까. 당연히 예측은 틀렸고, 여행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마다, 관련 도시의 여행객 비중은 높아져만 갔다. 우리는 오감이 있어 직접 경험함으로써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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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적인 요인으로 우리의 오감은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똑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음식을 먹으며 넷플릭스, 왓챠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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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공간은 우리의 오감을 흥분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젠틀몬스터 #누테이크 #템버린즈 .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서로 다른 분야를 다루는 브랜드가 한 건물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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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틱 아트(Kinetic Art)에 속하는 조형물부터 각층애 힙한 영상들이 각자의 브랜드를 보여주지만 하나로 통일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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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는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누데이크 의 디저트 컬렉션, 1층부터 3층까지는 공간을 대표하는 영상과 거미를 연상케 하는 조형물이 있는 #젠틀몬스터 컬렉션 공간. 마지막 4층은 마치 다른 건물에 온 듯, 온실을 연상시키며 갈대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후각을 즐겁게 하는 #탬버린즈 의 다양한 제품들. 덕분에 오감이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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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인스타와 해외에서 유명한 브랜드가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면서까지 큰 규모의 스토어를 런칭했다는 것은, 그만큼 직접적인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제품 전시만이 아닌, 그들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영상과 키네틱 아트를 시간과 돈을 들여 전시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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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위축되어 있던 ‘오감’이 자신감을 얻게 된 이번 공간은 ‘하우스 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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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6길 50
매일 11:00 - 21:00
아더 성수 스페이스

“Other?”
“NOPE!!, 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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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상당 부분 전환되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볼거리 없는 공간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가치가 없어졌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한 공간은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않은 공간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죽은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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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더현대서울_공간 , #탬버린즈_공간 , #젠틀몬스터_하우스도산_공간 은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여 제품 전시를 넘어 다양한 볼거리로 우리의 오감을 만족시켜주었다. 그 결과 웨이팅을 하면서까지 공간을 경험하고자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번에 소개할 ‘아더 스페이스 2.0’도 그 결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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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공간마다 다양한 전시를 보여주는데, 키네틱 아트(Kinetic Art)를 이용한 전시부터 디지털을 활용한 전시, 심지어 피팅룸도 하나의 전시장으로 생각하며 만든 천둥 치는 공간과 우주선 컨셉의 방까지. 어느 것 하나 대충 만든 곳이 없다. 게다가 섹션마다 다른 향으로 코를 즐겁게 해주는가 하면, 국위선양(國威宣揚) 하는 패션 브랜드답게 그들의 제품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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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 스토어’에 걸맞은 #아더에러 ( #adererror )만의 재미있는 디테일과 쉽게 볼 수 없는 원단을 사용하는 그들의 감각이 공간에도 그대로 묻어나와, 공간만 보더라도 #아더에러 의 작품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곳을 지칭하는 이름까지 두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그들의 세심함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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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부터 공간까지 곳곳에 숨어있는 디테일을 찾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둘러보기만 해도 좋으니 꼭 한번 경험해봤으면 한다. 그게 플래그십 스토어의 묘미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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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우리를 즐겁게 하는 이곳은 ‘Ader Space 2.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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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82
매일 13:00 - 21:00 연중무휴
아더 신사 스페이스

“변화하는 시대, 그렇지 못한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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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몇 번의 터치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고팔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플랫폼이 날이 갈수록 성장하면서 우리는 이것에 익숙해져만 갔고, 반대로 시간과 돈, 체력을 소비해야 하는 오프라인 시장은 날이 갈수록 그 수요가 점점 줄어들었다. 뻔한 이야기지만,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온라인 플랫폼에 불씨를 지폈고, 안 그래도 잘 타오르고 있던 불꽃에 코로나라는 기름이 쏟아져, 이제는 누가 신경 쓰지 않아도 365일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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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을 빠르게 간파해 온라인 플랫폼에 많은 예산을 쏟아붓는 브랜드가 있는 반면, 많은 돈을 들여 오프라인 매장에 힘을 쏟아붓는 브랜드도 볼 수 있다. 과연 그런 브랜드는 이런 흐름을 몰라서 그들의 열정과 예산을 오프라인에 쏟아붓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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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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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온라인과 관련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오프라인과 관련한 수요도 줄어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당연, 코로나 시대 이후 변화를 꾀하지 않은 공간은 창고로 전락했지만,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제공하려 애쓴 공간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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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간도 그렇다. 이곳 '아더 스페이스 3.0'은 우리가 봐왔던 매장과는 다르다. 뻔한 제품 진열 방식을 떠나 의류 브랜드로서 해당 시즌에 맞는 콘셉트를 건물의 외관부터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간 것 없이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공간 곳곳에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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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사용된 재료를 한눈에 보고 만질 수 있게 만든 재료 보드, 노래방과 열차를 콘셉트로 한 피팅룸, 중간중간 보이는 재미있는 설치작품 덕분에 잘 구성된 전시회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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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들의 행위가 다소 과하다 할 수 있지만, 이곳을 경험한 사람들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변태스러울 정도로 디테일하고 센스 있는 공간을 경험할 때마다 사람들은 자동으로 휴대폰을 들어 그곳을 촬영하고 SNS에 이곳이 힙한 장소임을 알리려고 할 거니까. 요즘의 우리는 좋은 공간, 재미있는 공간이 아니면 카메라를 켜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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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그들의 정체성을 공간에 제대로 담아낸 결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된 이곳은 '아더 스페이스 3.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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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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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11길 31
매일 13:00 - 21:00
LCDC Seoul

"색과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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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동네마다 고유의 색이 존재한다. 빨간색이요. 파란색이요. 명확하게 어떠한 색으로 명명할 수 없지만, 지역마다 동네마다 특정한 색이 있고 분위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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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 홍대 두 지역 모두 대학교를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했음에도, 두 지역이 가지는 색과 분위기는 다르다. 한옥마을로 유명한 북촌과 서촌은 가깝지만, 그 분위기가 또 다르다. 공장이 즐비하던 을지로와 성수동 또한 비슷한 결에 있더라도 거리를 거닐다 보면, 조금씩 다른 분위기와 색깔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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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은 초기에 공장이 모여 만들어진 동네다 보니, 단조롭고 재미없으며 차갑고 삭막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곳의 가능성을 알아본 사람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힙한 카페, 편집샵, 가게들이 다채로운 색으로 이곳을 채우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곳을 거닐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다양한 볼거리로 지루하지 않게 성수동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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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수동의 색을 ‘LCDC’가 잘 흡수한 듯하다. 각 층, 각 동, 각 방으로 여러 샵이 모여 하나의 작은 동네를 형성하고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여기에 더 나아가 공터, 쉼터가 없는 성수동의 단점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어 동네를 더 좋게 만들고 있다. 중정은 각 건물로 둘러싸여 있지만, 1층을 제외하곤 다른 층은 보이지 않는 덕분에,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시에서 하늘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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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특히 3층에 있는 가게들의 배치가 꽤 흥미로운데, 복도를 기준으로 작은 방으로 들어가는 구성은 마치 골목길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성수동의 가게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누군가의 집에 초대되어 집 구경을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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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다양한 브랜드가 모여 건물의 정체성이 희미해질 것에 대비해 조명으로 이를 해결했는데, 밤이 되면 선과 점의 조명이 건물 전체를 감싸 여러 브랜드의 이야기를 하나로 모아준다. 덕분에 성수동의 밤은 이곳의 빛으로 한층 더 밝아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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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건축을 만들고 건축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건축이 주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도시도 그렇다. 건축이 도시의 분위기를 만들고 도시의 분위기가 다시 건축물에 영향을 주고, 그 건물이 우리 삶을 더 좋게 아니면 더 나쁘게 만든다. 이곳 LCDC는 성수동의 고유 색을 지켜나가면서도 동네가 가진 단점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공간을 전개한 결과, 오픈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많은 이들의 SNS 피드를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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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좋은 공간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으며, 그 공간이 하나둘 모여 만들어진 동네의 분위기와 색이 그곳을 활기차게 만든다. 지금의 성수동이 그렇고 이를 잘 녹여낸 LCDC가 이를 잘 보여준다. 복합 문화공간이 가지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은 이미 여러 공간에서 증명된 바 있다. 거기에 더 나아가 그들이 앉혀질 동네, 지역의 특성을 더욱 극대화하는 공간은 엄청난 파급력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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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LCDC SEOUL(LE CONTE DES CONT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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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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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성동구 연무장17길 10
매일 11:00 - 21:00 (가게마다 오픈 시간과 마감 시간이 상이합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기본에 '멋'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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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패션 온라인 편집숍 중 하나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당연 '무신사'를 추천할 것이다. 패션과 관련된 브랜드는 명품부터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신생 브랜드까지, 거의 모든 브랜드가 이곳에 입점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든, 그곳에 들어가 몇 번의 클릭만 하면 원하는 제품을 고를 수 있고 거기다 내가 고른 제품과 비슷한 상품을 추천해주며, 그것과 어울리는 코디까지 보여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편리한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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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플랫폼은 패션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천국이지만, 이제 막 패션을 접하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혼란스럽기만 한 사이트가 된다. 너무나 많은 카테고리와 제품, 확고한 스타일이 정해지지 않은 이들에게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브랜드는 오히려 독이다. 그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겨냥해 탄생했을까. 무신사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는 이들에게 너무나 적합한 브랜드다. 적절히 시즌 트랜드는 반영하면서도 무난하고, 튀는 스타일보다는 차분해, 옷장에 한 벌씩 있으면 요긴하게 쓰일 제품을 디자인하고 판매한다. 그래서 패션 입문자들은 부담 없이 옷을 접하고 점차 스타일을 찾아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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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브랜드가 이제는 오프라인 공간을 전개한다고 하니, 무신사 스탠다드가 가진 무난하면서도 멋은 멋대로 챙길 수 있는 이미지를 어떻게 공간으로 표현해낼지가 가장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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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어쩌면 가장 보편적이고 호불호 없는 답을 제시한 것 같다. 무난한 외관에 내부는 흰 벽으로 제품을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SPA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공간 구성이 달라, 그곳의 경험은 무난하면서도 멋은 멋대로 챙긴 '무신사 스탠다드'의 특징이 잘 녹아들어 있다. 그 멋은 계단 난간, 조명, 매장 중간에 비치된 수직 디스플레이, 복층을 활용한 공간 구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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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복층을 활용한 공간이다. 이것이 없는 채로 바로 계단을 놓아 사람들을 위층으로 올려보낼 수 있었지만, 복층을 활용하여 전시장을 만들고, 1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개방감을 주었다. 층의 높이와 폭이 달라졌기 때문에 다양한 공간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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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서 특정 브랜드의 공간을 디자인할 때, 그 브랜드의 개성이 공간에도 잘 묻어나야 한다. 개성이 뚜렷한 브랜드의 공간을 전개하는 것은 오히려 쉬울 수 있겠으나, '무신사 스탠다드'처럼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의 공간을 구성하는 것은 만만하게 볼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곳은 이를 잘 풀어내어 사람들에게 다가가니,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명실상부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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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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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44
매일 11:00 - 21:00
크리스찬 디올 성수

"도심 속 게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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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도 하기 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건물이 베일을 벗어 던졌다. 유럽에나 있을 법한 외관을 가진 건물은 바로 '크리스찬 디올 성수'다. 디올이 이화여자대학교와 파트너쉽 관계를 맺었을 때 세간의 화제를 모으더니, 이번엔 이화여대 ECC에서 화려하게 패션쇼를 열고, 가장 핫한 성수동에서 전 세계 최초로 컨셉 스토어까지 열었으니, 그들의 행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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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외관은 유럽의 건물을 연상케 한다. 왜 직관적인 모습을 가진 건물이 성수동에 들어섰을까. 그 실마리의 답은 디올의 창립자 이름이 붙은 '크리스찬 디올 성수'에서 찾을 수 있다. 크리스찬 디올이 처음 부티크를 열었던 시기는 1946년 12월이었고 그 장소는 프랑스 파리의 몽테뉴가 30번지였다. 전 세계 최초로 컬렉션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스토어인 만큼, 크리스찬 디올이 처음 부티크를 열었던 몽테뉴가의 건축 양식을 가져온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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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한 곡선이 건물을 감싼 청담동의 디올 매장과 다르게, 이곳은 얇은 스틸 매쉬 소재가 건물을 감싼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굴곡져 있어 패턴을 만들고 이것들이 하나로 묶인 모습은 몽테뉴가 거리의 모습을 짐작하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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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외관은 장식으로 껍데기에 불과하다. 건물의 입면과 내부 공간이 따로 논다는 것이 일부 시선에서는 좋게 보이지 않겠지만(필자도 그 중 한 명이다), 이곳이 컬렉션마다 새 주제에 맞게 변형될 가능성이 있음을 생각해본다면, 그리고 빠르게 생겨나 빠르게 사라져가는 지금 시대의 흐름과 컨셉 스토어가 자리한 성수동의 장소성을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공간이 입면을 구속하는 행위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변형되는 외관과 내부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성수동의 장소성을 잘 대변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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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가 도시 내에 잠복하여 부비트랩을 설치하여 기존의 것을 뒤흔들듯, 크리스찬 디올 성수 또한 이 동네를 뒤흔들고 있다. 그 뒤흔듦은 부정적이기보다 동네를 활기차게 변화시켜주고 있기에, 성수동의 불씨는 계속해서 활활 타오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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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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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연무장 5길 7
월-금 : 12:00 - 20:00
주말 : 11:00 - 20:00
탬버린즈 신사 플래그십스토어

“향과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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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은 잠들어있던 추억을 되살아 나게 하는 힘이 있다. 어떠한 향을 맡았을 때, 필자는 치자나무 꽃향기를 맡았을 때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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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나무꽃은 5~6월, 집 앞 아파트 한구석에서 피기 시작해 엄청난 향을 내뿜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꽃의 수는 적지만 그 향은 아파트 전체를 물들여 집 앞 계단에서부터 꽃 향이 나를 반기며 길을 안내할 정도다. 이 치자 꽃향은 다른 꽃과 다르게 묵직하고 습하지만 기분 나쁜 냄새는 아니며, 나를 감싸 안아주는 향이라고 표현하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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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필자가 고등학생 때부터 항상 이맘때가 되면 그 향기를 맡았고 그래서인지 나는 그 향기를 맡으면,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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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다르더라도 향과 관련된 비슷한 경험들은 한 번쯤 겪어 봤을 것이다. 길에서 우연히 맡은 향수 냄새로 누군가를 떠올리거나, 바람에 실려 오는 향을 맡으며 특정 장소가 생각나는 그런 경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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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공간은 이처럼 향이 가진 엄청난 힘을 이용해 공간을 구성한 ‘탬버린즈 플래그십 스토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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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향수나 디퓨저를 판매하는 곳을 가보면 제품과 시향지를 함께 진열해 원하는 사람만 시향해보도록 한다. 하지만 이곳은 제품의 향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공간적으로 풀어내, 사람들에게 향과 함께 기억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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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노트와 따스한 흙내음을 연상케 하는 조형물, 은은하게 퍼지는 솔잎의 향을 떠오르게 하는 목재로 가꾸어진 공간, 대지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붉은 빛으로 물든 공간까지 다양한 향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에 담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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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오감 중 시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나머지 감각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상호작용하며 시너지를 일으키며 그 중 시각과 후각의 만남은 그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이곳 ‘탬버린즈 플래그십 스토어’는 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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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다양한 향으로 다양한 공간을 제시하는 이곳을 꼭 들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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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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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0길 44 케이빌딩
매일 12:00 - 21:00
이솝 성수

"그들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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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Daily에 이솝을 검색하면 여러 나라에 입점한 이솝 시그니처 스토어를 볼 수 있다. 단일 건물로 매장을 오픈한 곳이 있는가 하면 백화점에 입점해 작은 상점으로 고객을 맞이하는 곳도 있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스토어로 만든 곳은 외관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잘 묻어나며, 작게 오픈한 상점도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은 건드려 그들의 정체성이 잘 묻어나도록 신경 쓴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것을 사진으로만 봐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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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오픈한 매장의 사진을 보면 하나같이 똑같은 거라곤 제품뿐,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는 비슷한 점 하나 없이 전부 다 다르다. 같은 가구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진열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이며 어느 매장은 가게가 아닌 전시장으로 꾸며놓은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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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같은 브랜드가 다른 지점에 매장을 열면 공간 구성이 비슷하다 못해 똑같은 경우가 많다. 가구에서부터 입구에는 어떤 제품을 배치하고 중심에는 행사 제품을 진열한다든지 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추구해, 간판을 보지 않고도 내부 인테리어만으로 저기는 어느 브랜드의 스토어인지 확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코스메틱 브랜드인 러쉬가 그렇다. 어느 매장을 가나 반경 4미터부터 특유의 강한 향이 존재감을 알리고 검은색 배경에 흰색 글씨로 써진 팻말, 원목으로 가공된 가구, 거품을 만들며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직원까지. 어느 지역에, 어느 나라의 매장을 가봐도 똑같은 구성과 인테리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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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과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뿐이며, 전략을 잘 짠 마케팅 부서의 결과이기도 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가 방문한 곳에서도 다른 곳과 동일한 공간을 누릴 수 있는 장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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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며 공간을 즐기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니, 이런 공간보다는 이번에 소개할 '이솝 성수 시그니처 스토어'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서두에 나라마다, 지역마다 그들의 정체성이 잘 묻어난다고 했다. 이솝이 추구하는 가치관은 지속 가능한 건축과 상점이 들어설 지역, 주변 거리와 잘 어우러지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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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성수 시그니처 스토어는 해체된 현지 건축물의 목재를 조달하고 재사용했으며 버려졌던 작은 부지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소비자를 맞이한다. 여기에 좁은 공간임에도 내부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어두운 갈색 나무로 둥그렇게 마감된 모서리를 가진 가구와 그 뒤로 보이는 정원의 모습이 우리나라 전통 가옥을 겹쳐 보이게 한다. 적색과 흑벽돌로 마감된 외관이 주를 이루는 성수동과 우리나라 주택 거리의 맥락을 이해하고 튀지 않게 마감한 흑벽돌 외관은 거리와 잘 어우러질뿐더러 내부와 그 안에 있는 작은 정원을 돋보이게 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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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에도 이솝 시그니처 스토어가 있지만, 그곳의 분위기는 이곳과 전혀 다르다. 가로수길에 있는 스토어는 비싸고 세련된 브랜드와 건물이 있는 거리의 맥락을 흡수해 외관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고급스럽게, 내부도 어둡게 하여 품격 있는 브랜드로 공간을 연출했다. 반면, 성수 스토어는 보다 거칠지만 부드럽게, 사람들의 생계가 달린 공장과 우리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동네의 분위기를 흡수했다. 그래서 각지고 정갈한 가로수길 스토어와 달리, 이곳의 내부는 모서리 없이 모든 부분이 둥글게 처리되어 사소한 실수쯤은 눈감아 주는, 정이 가는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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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은 같은 나라 같은 도시 안에서도 건물이 앉힐 동네의 분위기와 맥락을 이해해 전혀 다른 구성으로 가구를 디자인하고 제품을 진열해 공간을 선보인다. 이솝의 가치관이 지속가능성과 지역에 어울리는 공간을 만드는 것임만큼, 이것이 잘 반영된 공간은 이솝의 정체성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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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이솝 성수 시그니처 스토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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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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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57
매일 11:00 - 21:00